무지렁이의 미련
정현수
맘속에 품고 있는 것들이 자꾸 몸 밖으로 나오려 한다
생각 속에 떠도는 환상이 습관 속에 구속되듯 꿈틀거리고 있다
순간순간 느껴지는 것들에 충실하려 애쓰는 꼭두각시 같다
오랜 침묵을 불쌍한 목마름으로 찬미하는 맹목적 허수아비다
단순한 욕망과 동물적 본능은 굶주림에 의한 차가운 열등감인데……
자기중심적 인형은 이젠 욕심도 없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도 없다
포장도 없으며 숨김도 없이 바보같이 너무나 무지하고 어리석다
이심전심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디로 가버린 지 오래다
별 뜻 없는, 아무 소용없는 불쌍한 에고이즘만 남아 있다
서로의 공존을 깨버리고 불속으로 무작정 뛰어드는 불나방 같다
무덤덤해 자유롭지만 어딘가 한참 부족하고 꿈속에 사는 듯하다
지난가을부터 이 봄이 다하는 오늘, 바짝 말라버린 검불이 위험천만이다
순간순간마다 보고픔이 지속되는 사랑이 가슴속에 뭉쳐 있다
2024.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