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이네요,
내가 쓴 글을 보니 2015년 12월이니까 2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네요.
저는 제목 그대로 임용고시 포기자 입니다.
2015년에 본 시험을 마지막으로 임용시험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쭉 그럴것 같아요.
중학교때부터 쭉 교사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것도 국어선생님.
국어가 재밋기도 했고, 무엇보다 다른 과목에 비해 언어영역 성적이 월등이 높았죠.
이건 대부분의 참사랑 선생님들도 비슷할거 같아요.
그렇게 수능을 보고 대학을 가려는데 국어교육과 가기에는 성적이 모자랐어요.
그래서 국립대 국문학과를 간 후 교직이수를 하려고 했죠.
하지만 부모님 반대가 정말 심했어요.
부모님은 오직 제가 공무원이 되길 바랬거든요.
결국 부모님 뜻대로 행정학과에 진학했어요.
하지만 내가 뜻하지 않는 학과에 진학했으니 학업이 손이 잡힐리가 없었죠.
정말 탱자탱자 놀면서 2년을 보내고 군대를 갔습니다.
제대후에 뭘 할까 고민을 하다가 문득 복수전공이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3학년때부터 복수전공을 했습니다.
물론 국어국문으로요.
대학 와서 처음으로 강의듣는게 재밋더군요.
성적도 잘 나왔어요. 생각보다 국문과 학생들과도 잘 어울렸고 교수님들도 이뻐해 주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중학교때부터 가졌던 꿈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국어선생님.
교직이수는 이미 물건너간 후였고 국어선생님이 되려면 재수를 하거나 교육대학원 뿐이 방법이 없었죠.
남자가 군대까지 다녀온 상태에서 재수는 너무 먼길 같았고 교육대학원에 진학해서 임용시험 볼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때까진 정말 행복했어요.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꿈을 항해 걸을 수 있었죠.
그 많은 과제들도 소설, 시집들도 문법책도 절 힘들게 하지는 못했어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교단이라는 아름다운 곳에 제가 설 수 있을 것 같았아요.
그렇게 2012년 말쯤에 서울 노량진에 상경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임용시험 고시생이 되었어요.
2013년 초수때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진짜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한테 자부할 수 있었어요.
내가 살면서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본적은 없었다고
그리고 드디어 첫시험
시험지에 답이 다 보였어요.
정말 쭉쭉 써 내려갔어요.
그리고 시험장에서 나오는데 부모님이 절 보셨어요.
부모님은 제 얼굴을 보고 얘가 합격했다고 생각 하셨다던구요.
저도 제가 합격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떨어졌습니다.
생각보다 타격이 컸어요.
1년동안 별보고 고시원에서 나와서 별보고 고시원에 들어오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정말 열심히 열심히 했는데
정말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 했는데
똑 떨어진거죠.
아무리 초수가 붙기 힘든 시험이라지만 허탈감이 말로 할 수가 없었어요.
그 허탈감 때문이었을까요.
2014년엔 재수때는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안하던 게임을 하기도 하고, 매일 혼자 술먹고 영화보고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고 학원 안가고
거의 반년을 이딴식으로 살았던거 같아요.
한 7월달 쯤 정신 차렸던거 같은데 리듬이란 리듬은 죄다 깨진 상태였죠.
그리고 11월 초.
5년을 사귄 여자친구가 저에게 이별통보를 하더군요.
더 이상 고시생 오빠를 기다리기가 힘들다고
거의 뭐 멘탈이 KO당한 상태로 두번째 임용시험을 치뤘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탈락
2013년 시험과는 달리 2014년 시험은 답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군요.
떨어짐을 직감했습니다.
결과는 합격선보다 훨씬 밑에 있는 점수로 떨어졌어요.
그래도 다행인건 초수때보단 허탈함은 없더군요
뭐 당연했지만....
2015년 1월달에 부모님한테 연락이 왔었습니다.
동생이 이름을 바꾼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갑자기 동생 이름을 왜 바꾸냐고 물었더니 니가 임용시험에 자꾸 떨어져서 바꾼다는 거였어요.
하....
전 지금도 제 인생에서 1순위는 제 동생입니다.
부모님보다도 제 동생이 더 소중해요.
30년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제가 시험에 자꾸 불합격해서 동생 이름을 강제로 바꾼다니
형으로서...정말.... 세상이 무너졌어요.
소리를 지르면서 부모님이랑 싸웠습니다.
부모님은 그제서야 동생이 몸이 약해서 그런다는 둥 했지만 그게 제 귀에 들릴리는 없었죠.
한 10일동안 거의 컵라면에 소주만 먹었던거 같아요.
그러다 하루는 울면서 마포대교로 걸어갔습니다.
다리입구에서는 돌아서서 고시원으로 들어왔지만..정말 그때는 죽고 싶은 생각 뿐이었어요.
다행이 아직까지는 살아있지만요
2015년은 제가 뭔가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될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재수학원에서 학생지도하는 일을 하면서 시험 공부를 했어요.
이게 일하면서 공부를 한다는게 힘들기도 했지만
부모님께 손벌려서 공부할때 가지던 부담감을 덜고나니
그리고 내 수중에 내가 번 돈이 들어오고나니
돈쓸곳을 찾게 되더군요.
그래서 친구들과 좀 자주 봤던거 같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완전 등한시 하지는 않았어요.
초수만큼은 아니었어도 나름 열심히 했던거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마지막으로 본 시험 역시 떨어졌습니다.
제가 서울에 상경할 때 저 스스로 약속한게 있었어요.
삼세번이다.
3번 시험치고 안되면 깔끔하게 접자.
제가 28살에 서울에 왔고
29,30,31 시험을 치고 32살이 되서야 시험을 접었어요.
남자나이 32살... 시험을 접고나니까 취업이 급했어요.
군대 제대하고 24살부터 국어선생님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왔는데 이제 그 꿈을 져버리고 다른 길을 가야만 했어요.
하지만 막막했죠.
할 줄 아는게 없었으니까요...
그 흔한 토익 자격증도 없었으니까요.
있는 자격증이라고는 정교사자격증과 운전면허증 뿐이었어요.
한가지 보험이 있었다면 주전공이 행정학과 였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주전공을 이용해서 취업을 준비했고 지금 고향에 있는 2금융 중 한곳(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에 운좋게 합격을 했습니다.
합격통보를 받고 서울 고시원으로 와서 짐을 정리하는데
제가 3년동안 공부했던 책들과 노트들이 눈에 보였어요.
저걸 어떻게 하지...
당연히 버리는게 맞았죠.
근데 그 책들과 노트를 들고 2시간 넘게 고민 했던거 같아요.
이 책들과 노트들을 버리면
제 3년을 버리는것 같았거든요.
노트를 묶어서 쓰레기버리는 곳에 놓았다가 다시 가지러 갔다가 반복하다가 결국 전부 버렸어요.
그날 저녁 서울에서 제 가장 친한 친구놈이랑 술을 먹는데 친구한테 그 이야기를 했어요.
갑자기 눈물이 나더군요. 진짜 왈칵 쏟아졌어요.
근데 그걸 보고는 친구놈이 같이 우는 거였어요.
사내놈 둘이서 술을 먹다가 엉엉 울었어요.
술집이... 횟집이었는데...말이죠.....
결국 32살에 정식 취업을 했고 지금까지 직장생활 잘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여행도 정말 많이 다녔어요.
부산, 남해, 통영, 거제, 고흥, 구례, 제주도2번
올해는 제주도, 부산, 베트남
제가 좋아하는 야구도 실컷 보러 다녀였어요.
한국시리즈도 2번이나 다녀왔구요.
제 소유의 차도 생겼어요. 물론 할부지만요.
올해 3월말에 친구들이랑 부산에서 약속이 있어서 부산을 다녀왔어요.
금요일에 퇴근하고 전주에서 친구를 만나서 바로 부산으로 달렸어요.
그리고 숙소에 짐을 풀고 광안리 해변가로 술을 먹으로 나갔죠.
광안리에 경치 좋은 술집이 많더라구요. 그 중 한곳에서 자리잡고 둘이 술을 먹었어요.
먹는데 제가 친구한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야. 나 있자나. 지금 진짜 꿈만 같은거 아냐
뭐가
지금 이렇게 광안대교 보면서 주말에 술먹는거. 이렇게 퇴근하고 부산으로 여행오는거. 진짜 모든게 꿈만 같다.
왜?
내가 노량진에서 공부할때 진짜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거든. 근데 그걸 지금 내가 하고 있다는게 가끔은 아직도 안믿겨
ㅋ그래 너도 고생 진짜 많이 했지
비록 제가 어렸을때부터 꿈꿔오던 교사라는 꿈은 이루지 못했어요.
그 꿈을 이뤘다면 몇배는 더 행복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마... 앞으로도 이루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살면서 은행원이라는 직업은 생각도 안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네요...
하지만 지금 생각보다 할만해요.
살만하구요.
행복해요.
물론 금융권일이 힘들때도 많아요. 실적압박도 있고...
돈과 관련된 일이다보니 정확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있고...
그래도 임용시험 공부할 때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지금 저에게 주어진 경제력과 시간이 너무나도 고맙고 행복해요.
참사랑에 계신 많은 분들이 교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거 저도 잘 알아요.
저 역시 진짜 교사 아니면 저에게 행복은 없을 줄 알았어요.
오직 교사라는 꿈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고 삶의 목표인줄 알았거든요.
교사가 안되면 전 인생의 실패자고 되는거고 낙오자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결국 전 교사라는 꿈에 실패를 했어요.
하지만 전 인생의 실패자도 낙오자도 되지 않았아요.
아직 인생은 수 많은 기회를 주고 있더군요.
저는 교사라는 멋지고 아름다운 꿈을 향해 달려가는 참사랑 선생님들 정말 정말 응원해요.
마음같아서는 전부 다 선생님으로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꼭 모두 선생님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꼭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인생의 실패자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시기에 이런글을 쓰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참사랑 게시판에 들어와서 장문을 남기고 가네요.
회사 모임이 있어서 술한잔 먹구 나서 쓴 글이 저의 개인적인 임용일기 수준이 되어버렸네요...
오늘도 그리고 1분후 내일이 되는 이 순간에도 공부 열심히 하시는 참사랑 선생님들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ps. 저는 전북 익산에 살고 있구요.
혹시 임용시험 준비하시는 선생님들 개인적으로 쪽지주시면
남자선생님들은 술 한잔 사드릴 순 있습니다. 딱 한번요 ㅎ
여자선생님들은 커피 한잔 정도는 사드릴 수 있어요. 술은....원한다면 사드릴게요. 딱 한번요 ㅎ
제가 대출계에 있다보니 고객님들 하소연 들어주는데 도가 터서요.
하소연 정도는 아주 정말 진심어리게 들어드리겠습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4.24 01:02
첫댓글 진솔한 글 감사합니다.. 위로가 되어요. 예상치못했던 인생은 또 예상치 못한 행복을 발견하게 만들어주더라구요.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래요. 오늘도화이팅입니다^^
주옥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신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많은 업무에, 학생들 지도에 진저리를 치다가도 원글님 글을 읽고 나니,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이기에요...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항상 응원할게요 정말 멋지십니다!
멋지십니다.
어디서 무얼 하든 건승하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4.24 16:1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4.24 17:47
진심어린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위로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순간 미련 남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글 계속 보고 싶은데 지우지 말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4.25 00:37
포기한 것에 미련 두지 마시고 지금의 행복한 삶을 많이 누리세요! 지금 참으로 행복하고 여유있어 보이세요~~~
인생 참...공감도 되고 위로도 됩니다, 감사합니다.ㅎㅎ
이 글 두고두고 볼 수 있게 지워주지 말아주세요!ㅠㅠ
최근 어디에서 본 내용입니다.
- "각자 자신의 일생을 살아갈 뿐이다."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고 계신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너무 멋지십니다. 저도 수험생활을 3년 했는데 글을 읽으며 저도 그때가 많이 떠올랐어요. 공감도 많이 되고 다른 선생님들께 큰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멋지십니다. 응원할게요.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요즘 힘들었는데 위로가 되네요.
귀여워요 샘ㅋㅋ
진짜 멋지구요.이러케 잘쓰는데 왜 떨어지셨나싶네요..
오 지우지말자구요
멋져요
멋져요 쌤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열정을 쏟아 부었기에 당당히 놓을 수 있었던 거겠죠. 절대 포기'가 아닌걸요~ 그건 다른 내 인생을 살고 있을 뿐!! 정답이 임고는 아닌 걸 알았기에..
행복하시면 된 겁니다. 다시 이 쪽(임고)을 기웃거릴 일 없으실 것 같아요. 행복하게 보이네요.
열심히 생을 살아 내시어 난 내 인생에 최선은 다한 사람' 이라는 마침표를 찍어내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
오오 저도 금싸라기님 말씀과 같은 마음. 진심 행복해보이고 멋지세요. 최선을 다했다ㅡ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노력해보신 분이어서 놓을 용기도 가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명하신 분일 것 같네요. 저랑 동갑이시지만, 전 긴~~~ 방황끝에 올해에야 드디어 합격이 아닌 '꾸준히 일관성 있게 제대로 몰입해보고 스스로에게 만족하기'를 목표로 잡아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느끼기엔 이미 아득히 큰오라버니네여ㅎㅎ
멋진 삶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행복하세요!
정말 정말 멋지십니다..보통 분이 아니신 것 같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5.06 21:1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5.18 12:42
30대 중반을 달리다보니 올해로 시험을 끝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위안과 용기를 주시는 글 감사합니다. 전북 익산이라니 할머니댁이라서 반갑네요^^ 저도 글쓴이님처럼 임고포기자이든 아니든 모든 분들 응원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6.22 11:0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7.18 22:0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8.19 16:1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0.12 13:25
감사합니다. 너무좋은글이고 응원이되는 글인것같아요! 선생님의 삶을 응원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지금을 추억으로보면서 웃으며 얘기할수있었으면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진로에 관하여 현실적인 문제, 개인적인 성향 문제 등... 복합적인 이유로 고민이 많았는데 저의 가능성도 같이 점쳐주신 거 같아서 너무 와닿았어요. 앞으로의 길도 응원하겠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01.02 11:20
선생님 18년도에 제가 선생님 글에 댓을 달았었네요.. 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 글을 본 기억은 절대 잊혀지지 않더라구요.. 꼭 다시 한번 선생님의 글을 읽고 싶었지만, 찾을 길이 없어 헤메이다.. 선생님과 쪽지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나서 선생님의 닉네임을 알았고 그래서 다시 여기에 오게 되었어요.. 시험 준비하는 내내 선생님 생각을 무지 자주 했는데.. 저땐 28이었는데, 지금은 33이 되어 시험을 치루고 이 글을 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