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40) - 신비의 울릉도를 찾아서
~ 제1회 울릉도독도 국제트레킹대회 참가기
만산에 단풍이 물든 늦가을,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울릉도에서 열린 제1회 울릉도독도 국제트레킹대회에 한국체육진흥회원 150여명과 함께 참가하였다. 오랜 공정 끝에 완성된 울릉도 일주도로 개통에 즈음하여 울릉군체육회가 주관하고 경상북도와 울릉군, 한국체육진흥회, TBC 등이 후원한 뜻깊은 행사, 독도 헬기추락사고의 아픔 가운데도 차질 없이 치러져 다행이다. 관계자와 참가자 모두 합심하여 이룬 쾌거, 더 밝은 내일이어라.
1. 오랜 기다림 끝에 찾은 울릉도
울릉도는 초행, 한두 차례 시도하였다가 사정이 생겨 가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낼 좋은 여정이다. 연배가 높은 한동기 선생도 초행이라며 동참, 참가자 대부분이 가벼운 흥분에 싸인 분위기다.
10월 31일(목) 밤 11시 40분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포항으로 출발한 버스는 문경과 영천휴게소에서 휴식 후 1차 목적지인 포항의 호미곶에 새벽 5시경 도착하였다. 호미곶은 호랑이형상의 한반도 꼬리부분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일출이 아름다운 명소, 6시 45분으로 예상된 일출시간에 맞춰 새천년기념관 앞 바닷가로 나가 해돋이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는 일행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수평선 위로 낮게 깔린 구름 탓인가, 일출시간이 지나도 태양이 떠오르지 않아 발걸음을 돌려 버스에 오르려니 6시 50분경 둥그런 태양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해돋이와 함께 버스가 출발하니 마치 경주하듯 한동안 평행으로 달리네.
버스에 오르기 전 호미곶 호랑이상 아래 적힌 글을 살폈다. ‘고산자 김정호 선생은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이곳을 일곱 번이나 답사 측정한 뒤 우리나라의 가장 동쪽임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또한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격암 남사고 선생은 산수비경에서 이곳을 우리나라 지형 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기술하면서 천하제일의 명당이라 하였고, 육당 최남선 선생은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한반도를 묘사하면서 일출제일의 이곳을 조선십경의 하나로 꼽았다.’
포항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 40분, 아침식사시간이 바쁘다. 다수는 터미널부근의 식당에서, 일부는 터미널 안 대합실에서 각기 요기를 하고 8시 반에 배에 오른다. 배편은 대저해운 쾌속선 썬라이즈호, 442명 정원이 꽉 찬다. 배는 8시 50분에 출항, 항구를 벗어나 이내 망망대해로 접어든다. 포항에서 울릉도까지는 210여km, 4시간가량의 항로다.
포항에서 울릉도 가는 선실 모습
30여분 지나니 파도가 일렁이며 배가 꽤 흔들린다. 많은 분들이 멀미를 호소하며 고통스런 표정이다. 배의 요동이 심하여 평소 멀미를 하지 않는데도 약간 메스꺼움이 느껴진다. 험난한 바닷길을 네 시간 가까이 달리니 울릉도가 시야에 잡힌다. 섬 전체가 암벽으로 둘러싸인 해안을 반 바퀴쯤 돌아 12시 50분에 이른 곳은 큰 여객선들이 드나드는 저동항, 하선 후 뿔뿔이 흩어져 점심을 해결한다. 인근의 작은 식당에서 고른 메뉴는 백반, 값은 9천원으로 꽤 높은 편이다.
2. 수려한 경관의 울릉도 트레킹
11월 1일 오후 2시, 저동항 광장에서 제1회 울릉도독도 국제트레킹대회 개막행사를 가졌다. 전날 밤에 있은 독도 헬기추락사고로 7명의 탑승자가 실종된 터라 침통한 분위기, 이를 감안하여 행사 전체를 조용히 치렀다.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의 출발인사, 좋은 대화 나누며 뜻깊은 걷기 되시기 바랍니다. 서명국 TBC 국장의 인사, 멋진 울릉도 감상하며 건강하게 걸으시라.
저동항에서 힘차게 출발하는 일행들
첫날코스는 저동항을 출발하여 행남 옛길 따라 울릉도 중심지 도동항을 거쳐 통구미몽돌해변 끝에 있는 거북바위까지 11km 구간, 오후 2시 10분에 출발하여 5시 반경에 도착하는 해안코스다. 저동에서 도동에 이르는 3km 구간은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는 난코스, 험준한 산길 오르기가 힘들고 해안의 암벽사이를 길게 연결한 데크 길이 절경이다. 도동항 광장이 체크포인트, 오밀조밀한 도동 중심부를 통과하여 울릉터널 지나 사동항 거쳐 동구미 몽돌해변에 이르니 붉은 해가 수평선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는다. 아침에 호미곶에서 일출 맞이하고 석양에 울릉도 낙조 감상하누나. 해안선 따라 울창한 삼림, 바위 틈 풀꽃도 아름다워라.
목적지인 거북바위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반,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 출발지인 저동으로 향하였다. 30년간 울릉도에 터 잡았다는 운전기사가 들려주는 울릉도의 3무(無)는 공해‧ 도둑‧ 뱀, 5다(多)는 미인(피부가 좋은)‧ 바람‧ 향나무‧ 물(가뭄 타지 않고 계속 솟는 암반수의 수질이 최고)‧ 돌이라네. 또 다른 정보, 요지는 평당 4천만 원의 땅값을 비롯하여 휘발유가 전국에서 가장 비싼 리터당 1750원 대, 한때 3만이던 인구는 만 명으로 줄었단다. 출발지에 보관해 놓은 짐을 찾아 도동으로 이동, 숙소에 몸을 풀었다. 저녁에 있을 예정이던 힐링버스킹은 헬기사고로 취소.
둘째 날 트레킹코스는 도동항을 출발하여 전날 걸었던 행남 옛길 되짚어 저동항 지나 내수전 둘레길로 이어지는 10km 코스, 오전 8시에 도동 광장에서 출발이다. 전날 걸은 일행들 외에 50여 명의 청년들이 새로 합류, 트레킹에 참여하고 독도에 가서 명예주민증을 받는 참가자들이다.
도동항의 출발행사
8시 10분에 도동항을 출발하여 행남 옛길 따라 저동까지 가는 길이 전날처럼 힘들다. 도로가 뚫리기 전까지는 주민들이 걸어 오간 길, 예정에 없는 극기 훈련을 감내하며 걷는다. 저동항에 도착하니 9시 반, 10여분 휴식 후 오르막 도로 따라 내수전 둘레길 걷기에 나선다. 2km 남짓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이 한없이 길게 느껴진다. 섬 전체가 평지 거의 없는 산악지대, 오르막의 가파른 밭뙈기를 가꾸는 일손들도 힘들겠다.
한 시간 여 힘겹게 걸어 고개 마루에 이르니 지척의 죽도와 수려한 주변경관이 한눈에 잡힌다. 숨을 고른 후 내리막 산길로 접어드니 희귀식물과 해양생물의 보고(寶庫), ‘동해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 울릉도’라 적힌 푯말의 내용에 눈길이 간다. ‘울릉도와 독도 해역은 동해 남쪽의 난수역과 동해 북쪽의 냉수역이 접하는 해역으로 대한해협을 통과하여 울릉도와 독도해역으로 북상하는 따뜻한 난류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한류의 영향에 따라 시공간적으로 복잡한 해양환경이 나타난다. 울릉도와 독도는 한반도 면적의 약 4.6배에 해당하는 면적과 평균 수심 약 1,684미터의 심해인 동해 한 가운데 섬이라는 특성상 수많은 해양생물들에게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한참 내리막길 걷다 다시 가파른 길을 오르니 드디어 평탄한 길이 나타난다. 10여분 걸으니 내수전 둘레길 출구, 이곳이 목적지다. 10km에 달하는 코스 전체가 난이도가 높은 편, 모두들 열심히 걷느라 수고하셨다.
곧바로 소형버스에 올라 저동항으로 향하였다. 좁은 산악도로를 내려와 해안에 이르니 최근 개통한 일주도로와 연결된다. 그곳에서 큰 버스로 옮겨 타고 4km 남짓 긴 터널을 지난다. 대규모공사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었으리라. 높아진 경제력에 감사, 궁벽한 오지가 신천지로 개벽하누나.
3. 한반도 최동단, 독도를 찾아서
11월 2일(일) 오후 2시, 저동항에서 대저해운 쾌속선 엘도라도에 올라 독도로 향하였다. 엘도라도호의 정원은 410명, 선실의 좌석이 넓고 쾌적하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87km, 두 시간 가량 소요된다. 예상보다 파도가 잔잔한 편, 큰 요동 없이 순항하는 뱃길이 편안하다. 멀미약을 챙기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한 일행 모두 안전하게 독도에 착륙, 화면으로 낯익은 풍경을 실물로 접하는 감회가 별다르다. 한반도 최동단인 독도의 위치는 동경 131도 52, 북위 37도 14, 면적은 동도 73.3㎡, 서도 88.7㎡, 부속도서 25.5㎡로 합계 187.554㎡다. 울릉도에 오기도 힘든 터, 독도는 그보다 찾기 어려운 곳을 한몫에 탐방할 수 있으니 복되도다. 아침 걷기 출발 때 도동 광장에 울려 퍼진 독도아리랑으로 무사 입도의 기쁨을 가름. 예기치 않은 사고의 현장에서 머리를 숙인다. 한 분 한 분 소중한 생명, 가눌 길 없는 슬픔을 충심으로 위로하고 모든 일이 잘 수습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독도에서 함께 한 포즈
단체별로 개인별로 기념촬영을 하고 한 눈에 잡히는 섬의 이모저모를 살피며 20여분 머문 후 다시 쾌속선에 올라 울릉도로 향하였다. 하늘에 옅은 구름 끼고 쾌적한 날씨, 구름 사이로 저무는 낙조가 황홀하다. 저동항의 상징인 촛대 바위의 은은한 불빛이 일행을 반기는 가운데 어둠 짙게 깔린 울릉도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가깝다. 곧바로 대기 중인 버스에 탑승하여 숙소가 있는 도동으로 향한다. 이로써 이틀간의 공식 일정을 무사히 마쳐 감사, 저녁에 회장단 등 임원들과 간담하며 모든 행사를 순조롭게 마무리한 것을 자축하였다.
4. 서둘러 마무리 후 무사 귀환
11월 3일, 오전에 일부는 성인봉 트레킹에 나서고 나머지는 자유 일정스케줄인데 이날 오후부터 기상이 나빠져 배가 출항할 수 없다는 상황이 예고되었다. 나머지 일정을 취소, 오전 8시에 울릉도에서 포항으로 출발하였다. 포항까지 오는 배편은 순항, 들어갈 때보다 한결 수월하다. 항구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40분, 돌아갈 때는 천안 팀에 합류하였다. 바닷가 식당에서 점심 식사 후 오후 1시 반에 포항을 출발하여 천안에 이르니 저녁 6시가 가깝다. 버스터미널로 이동, 청주행 버스에 올라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지났다.
3박4일의 귀한 행사에 함께 한 회원 여러분, 장하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뜻깊은 행사를 잘 준비하고 진행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집에 돌아와 새긴 고사 한 구절, 사람은 현재를 보고 하늘은 미래를 본다(人見目前 天見久遠)와 출발 전에 음미한 김남주 시인의 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짚으면서 마무리.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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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 주자
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
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
해 떨어져 어두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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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배준태 작가의 렌즈에 잡힌 도동 해안 데크 길
첫댓글 독도에 다녀오셨군요?
요즘 가장 핫한 뉴스현장에 계셨다니 마음이 무거우셨겠습니다.
아무일 없던듯 맑고 쾌청한 가을 하늘이 괴리감을 느끼게하네요.
실종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고대합니다.
대단하십니다
날이 갈수록 더 건강해지셔서 걷기행사에서 울릉도,독도까지 다녀오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