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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을 맘 속에 계획한 건 오래 전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쉽게 뗄 수 없는 일상은 오랜시간 그곳을 잊게 만들고
문득 더 이상 망설이고 미뤄둘 일이 아니라 생각하니
그동안 망설였던 시간과 다짐들이 필요한 것이었나 싶더군요.
"이 일 끝나면 가야지.."
"한 2년 후? 혹은 3년?..."
"지금 상황에 무슨 ..."
"800k 걸으려면 몸이라도 단련해야.."
떠나기 전 수 많은 계획과 준비로 두서없이 분주한 때가 있었지만
가장 큰 준비는 마음의 결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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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산티아고 여정은 42일 동안 이뤄졌습니다.
가장 알려진 프랑스길이었고,
프랑스 국경마을 생장에서 시작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고 스페인에 도착
그 후 산티아고를 향해 시작되는 길입니다.
그리고 스페인 첫 마을 론세스바예스-산티아고까지(800km)
그 후 산티아고에서 시작되는-피니스테레-무시아(바닷길)(120km) 총 920km를 걸었습니다.
추위에 떨며, 때론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신발 속까지 점령당할때면
"내가 지금 여기 왜 와 있는건지.."후회도 많았습니다.
몸도 맘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끝없는 지평선과 고운 풍경들
또 그 길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이 있어 좋은 추억으로 자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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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 모두는 아니어도
길을 다녀오신 분 혹은 이 길을 계획하시는 분들과 짧게 나누고 싶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49E0434D4D41E711)
순례자를 증명하는 여권(크레덴시알)입니다.
각자 걷기 시작한 도시에서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매일지나는 곳에서 스템프를 찍게되죠.
모든 스템프는 마지막 산티아고에서 순례자증명서(콤포스텔라)를 받게되는 흔적이 됩니다.
도보는 100km이상 자전거는 200km이상이면 콤포스텔라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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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66795454D4D41790F)
크레덴시알 뒤에는 걷게 될 도시들이 보입니다.
왼쪽 끝에 산티아고 지명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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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4429D3E4D4D42B31D)
첫 번째 스템프가 찍혔습니다. 프랑스국경 마을(생장피드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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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에서 만나는 이정표들입니다.
100km 남은 지점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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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숙소(알베르게)입니다.
태양이 뜨거운 오후가 되기전에 순례를 마치고 낮잠(씨에스타)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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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g이 넘는 배낭은 가장 어려운 까미노의 시험입니다.
버리고 갈 수도 없고 삶이 쉽지 않습니다.
까미노 친구 엘리자베스(독일)는 까미노 수첩을 갖고 다닙니다.
파란조가비가 양곽으로 새겨진 수첩엔 천사가 짐을 덜어주는 행복한 일러스트가 있습니다.
또한 이 길의 무사안녕을 바라는 친구와 가족들의 응원이 가득합니다.
숙소에 도착하면 수첩에 일기를 쓰며 많은 기운을 얻고 있나봅니다.
그녀의 미소가 따뜻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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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발.. 해를 등지고 걸으니 그림자가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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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온 안젤라의 배낭엔 까미노를 함께 걷는 인형친구가 있습니다.
그녀 뒤에서 걷다가 웃고 있는 인형친구를 보게되면 저절로 미소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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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까지 518km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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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지평선 가득한 풍경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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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5525A4E4D4D4B6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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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149BC4E4D4D4B7727)
지평선은 신기루 같습니다.
가도가도 계속 지평선입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언제 이곳을 또 마주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비도 안내리니 행복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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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친구 마르가리따(독일)가 길을 걷다 발견한 달팽이 미로입니다.
돌아 돌아 걸어 중심에 서니 Soul, Alma, live, Liberty, forgive, perdon
스페인어와 영어로 많은 화두를 남겨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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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대성당입니다. 도시만큼 웅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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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의 나라답게 소가 많습니다.
소와 함께 하나,. 둘~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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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고운 마음을 만납니다.
순례자들을 위한 길위의 오아시스랄까요.
맛있게 먹고 고마운 만큼 기부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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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꼬마아가씨가 손수 만든 것을 팔고 있습니다.
가리비 조개에 그려 넣은 그림이 참 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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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타고까지 100k지점이 사리아(saria)라는 곳입니다.
이곳부터 순례자들이 무척 많습니다.
여러 날을 걸어 그곳에 도착했을때 만난 두 분입니다.
중학생 아이를 둔 엄마들. 같은 직장 동료인 두분은 일주일 휴가를 내고
100km를 걸으려 오셨다는군요.
짧은 시간이라도 이 길을 걷는 그녀들의 용기가 존경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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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걷다가 그림자 놀이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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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친구들의 모습도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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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닐라세카(monilaceca)라는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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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서면 가장 유명한 요리가 뿔뽀(문어)에요
데친 문어에 올리브유와 고춧가루?(무늬만)와 소금으로 간을했는데.
딱 막걸리 잔 같은 사발에 시원한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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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어느 새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날이 오는군요.
알베르게 세미나리오에서 바라본 산티아고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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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작은 보타푸메이로(향로)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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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대성당엔 대형 보타푸메이로(Botafumeiro)가 있습니다.
천장에 매달아 놓은 향로가 높이 올라 대성당 안을 감싸돕니다.
순례자 들을 위한 미사가 매일 있습니다.
그 동안의 여정이 스치며 눈물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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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세미나리오 메노르 알베르게입니다.
모든 순례자 숙소는 하룻밤 숙박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곳은 원하는 만큼 가능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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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를 뒤로하고 피스테라(Fisterra) 길을 갑니다.
어제까지 북적였던 길 위엔 사람 찾기가 힘드네요.
산티아고에서 피스테라까지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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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을 향해 걷는 순례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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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테라까지 3.809km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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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대서양입니다. 피스테라 마지막 등대입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무사히 여정을 마치는 기념의식으로 신발과 물품들을 태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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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Km
끝일까요..시작일까요.
끝은 모든 시작과 맞닿아 있다며 허허로움을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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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테라에서 조금 더 걸어 무시아(Muxia)로 향합니다.
순례자들은 대개 피스테라에서 여정을 마치므로 이 길은 이정표도 제대로 없습니다.
길을 잃고 되돌아 가기를 몇 번.. 인지..ㅠ.ㅠ
나처럼 길 잃지 말라고 뒤에 오는 순례자를 위해
이정표도 많이 그려 놓고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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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여정에 무시아의 첫 인상입니다. 로우리도 해변(Playa de Lourido)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고단함을 씻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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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아 전경입니다.
어촌 마을이 소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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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953E1554D4D5E0D33)
Muxia- 성모마리아 성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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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면서 그저 꿈으로만 위로하며 살려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막연히 멀게만 느껴졌을 때가 있었다.
꿈처럼 조금만 닮아도 좋겠다....다독이며
다만 지금이 아니어도 꿈꾸기를
삶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나만의 성지를 향해 강건한 믿음으로 그 방향을 찾는 것일 뿐..
- 20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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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데 산티아고(El Camino de Santiago)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님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며 걸었던 길이다.
스페인 북서부 도시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a)에 무덤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세시대부터 이곳으로 향한 성지순례가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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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풍경과 정많은(제가 만난 분들은 그랬네요)사람들이 있는 곳인 것 같습니다.
뜨거운 태양만큼 넉넉하고 밝은 느낌이 좋더군요. 다만 제일 적응하기 힘든건 늦은 저녁이더라구요.^^
메테르님 간절함이 닿아 그리운 그곳과 맞닿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고맙습니다.
멋져요:) 저도 다음달에 출발합니다 사진보니 너무너무 설레네요
멋진 풍경 속에 좋은 추억의 길 되시기 바랍니다. 많은 이야기 안고 오세요~ 롤로앙님 부엔까미노~^.^
말로만듣던 곳을 사진으로 보니 정말 멋지네요 꼭. 가고싶네요^^
이젠 사진말고 희경님의 길이 되실겁니다. 그 날.. 희경^^님 건강한 모습으로 걸으시길 기원합니다. 반갑습니다.^.^
너무너무 머찝니다..
그리고 사진찍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참 혼자 가셨나요? 저두 이번해엔 가볼려구요..
billie님 떠나시는군요. 저는 혼자 갔습니다. 혼자 걸어도 그 길위엔 모두 친구가 되더라구요.
지칠 땐 위로도 되고, 즐거울 땐 함께 웃고 나누는 그들이 있어 걱정없죠.
길 위에 billie님의 멋진 포즈로 많은 사진 기대합니다. 님의 글에 또 한 번 설레임입니다.
가시기 전에 혹시 궁금한 것 있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몇일 춥다죠. 감기조심하십시요.^^*
다시 보니 새롭네! 새장에 갇쳐 본 새만이 창공을 박차고 오르는 날개짓의 자유를 안다나... 한 발 한 발 내 딛은 네 발자취에서 사무치게 그리운 자유가 느껴져...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것 같아!
아름다운것, 맛있는 것 ..사무치게 그리운 그 모든 풍경을 항상 함께 나누고픈 사람은 항상 내 곁에 고운 사람들^^*
와..너무 멋져요..저도 이번에 가려고 하는데..처음떠나는 배낭여행이라 막막하고 두려움이 먼저 앞서네요..그래도 이런 좋은 글과 사진보면 설렘이 배로 커져요..
언어도 안되고 여행도 초짜인데..혼자 잘 할 수 있겠죠.??휴,,,저도 멋진 후기 꼭 남기고 싶네요..^^
이제 여정의 길위에 서시는군요. 그동안의 설레임보다 더욱 진한 추억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따뜻한 친구들의 마음이 가득한 길이니 걱정안하셔도 될 듯하네요~ 울트라치사님 Buen Camino~
요즘 부쩍 떠나고 싶어 죽겠어요.. 근데 아직 떠날 준비가 안되어있어서.. 때를 기다리는중.. 그 때가 하루 빨리 왔음 좋겠어요.. 항상 꿈꾸고 있어요
백설겅주님의 그 때가 하루하루 다가오는 중이겠죠?^^ 그 설레임으로 삶은 충분히 살아낼 에너지가 되시겠네요. 꿈을 매일매일 소원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