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詠史)
오후(五侯) 선초(單超)ㆍ서황(徐璜)ㆍ구원(具瑗)ㆍ좌관(左悺)ㆍ당형(唐衡)이다.
발호장군이 권세를 독점하였을 때 / 跋扈將軍得意秋
한나라 천자는 짐짓 딴전 피우더니 / 漢家天子故凝旒
끝내는 공경들과 상의를 하지 않고 / 到頭不與公卿議
다시 오후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다네 / 還把機權付五侯
장강(張綱)의 묘
도정(都亭)에 바퀴 묻고 화 풀지 못하더니 / 亭下埋輪意未平
단거로 또 곧장 광릉 성으로 달려갔네 / 單車直走廣陵城
가련타 다섯 길 높이 산 앞의 무덤이여 / 可憐五丈山前冢
장영에게만 흙을 지고 봉분하게 하다니 / 獨使張嬰負土成
이고(李固)
위태로운 나라에서 명성을 떨치다가 / 身在危邦有盛名
화를 면하지 못한 공경이 얼마이던가 / 從來未免幾公卿
바로 떠나지 않은 죄가 어찌 없으리오 / 君今不去寧無罪
양씨의 문생에도 마생이 또 있었나니 / 梁氏門生有馬生
오처사(五處士) 서치(徐穉)ㆍ강굉(姜肱)ㆍ원굉(袁閎)ㆍ위저(韋著)ㆍ이담(李曇)이다.
안거를 타고 무서운 길에 굳이 들어서랴 / 不駕安車向畏途
임천에 높이 누우면 걱정이 하나 없는걸 / 林泉高臥百無憂
진공이여 우리의 뜻을 막으려 하지 마오 / 陳公莫逆吾儕意
한정이 어찌 고당 때문에 남아 있으리까 / 漢鼎寧爲錮黨留
가표(賈彪)
난세에 궁한 백성 애달픈 일들뿐 / 世亂民窮事可哀
황량한 마을마다 버림받은 아이들 / 荒村處處見遺孩
몇 년 사이에 천여 명의 자식을 길렀으니 / 數年養得千餘子
조물도 가부의 재능에는 부끄러워하리라 / 造物應慙賈父才
황보규(皇甫規)
지사라면 지사를 어찌 가련하게 여기리오 / 志士寧將志士憐
지금 구당이라 칭하다니 이 어떤 사람인고 / 今稱鉤黨是何人
타년에 지하에서 제자를 만났을 때 / 他年地下逢諸子
쇠옹은 유독 몸 아꼈다고 웃었으리라 / 應笑衰翁獨愛身
진번(陳蕃)
자리 양보한 당년의 뜻 다른 것이 없었나니 / 推席當年意靡他
가련토다 유예하며 기회를 많이 놓쳤도다 / 可憐猶豫失機多
칼 빼 들고 승명문에 들어가지만 않았어도 / 拔刀莫入承明去
두후가 태아의 칼자루 먼저 넘겨줬으련만 / 竇后應先倒太阿
공포(孔褒)
장검이 도망쳐 오면 처자까지 벌 받건만 / 張儉亡來罪及孥
집안이 망할 각오하고 많이들 숨겨 주었어라 / 破家相納尙如毛
일문쟁사한 것은 더욱 애석해할 일인데 / 一門爭死尤堪惜
각박한 군왕은 마침내 공포를 연좌시켰도다 / 恩少君王竟坐褒
맹타(孟佗)
감노의 절 한 번에 빈객들 놀라고 / 監奴一拜衆賓驚
다음 날 양주 자사 부임 길에 올랐다네 / 明日凉州刺史行
부엌 귀신에게 잘 보이려는 꾀를 내다니 / 此計來從媚於竈
백랑의 심보는 그야말로 소인이로다 / 伯郞眞箇小人情
호광(胡廣)
기우는 나라 붙들어 세울 충절이 없었어도 / 縱無忠節可扶顚
삼십 년 간 재상으로 여섯 임금 섬긴 사람 / 輔相六君三十年
천하의 중용이라니 이는 어떻게 된 말인고 / 天下中庸是何語
잘 보이려고 낮춘 말을 비꼬며 전한 것이라오 / 遜言取媚謾相傳
선릉 효자(宣陵孝子)
지금은 충직한 인사가 수민으로 전락하고 / 而今忠直是讐民
장사꾼이 참으로 사인이 될 수도 있는 세상 / 賈豎眞堪作舍人
한나라 왕실에 효자가 비록 없다고 하더라도 / 縱道漢家無孝子
비열한 자들이 제 어버이를 모멸하게 할 수야 / 寧容鼠輩慢吾親
홍도문학(鴻都門學)
옛 성왕들의 지극한 정치 만회해 보려고 / 欲挽皇王至治廻
석거와 백호의 회의(會議)를 예전에도 열었었지 / 石渠白虎昔曾開
홍도도 명색은 문학을 닦는 곳인데 / 鴻都亦是修文地
어찌하여 조충 조전의 재주만 썼단 말인고 / 何用雕虫鳥篆才
양구(陽球)
황제가 하찮은 기예에 관심을 둔 나머지 / 帝意方珍斗筲才
송람을 그려서 운대에 비기려 하였다네 / 欲圖松覽擬雲臺
상서령이여 단청의 비루함을 문제 삼지 마오 / 尙書莫說丹靑陋
뒷사람 경계용으로 세상에 전하면 될 테니까 / 留與人間戒後來
서저(西邸)
공후에게 매각하더니 심지어 종들에게까지 / 賣與公侯及爾奴
이날 돈이 떨어져서 막다른 길에 몰렸구나 / 無錢此日盡窮途
가련타 가난한 자가 피해를 더욱 받았나니 / 可憐貧者尤爲害
부임하는 그길로 갑절을 바쳐야 했으니까 / 始到官來得倍輸
황건(黃巾)
지금 백성의 원망이 진나라 때와 같아서 / 民怨今應更似秦
광부의 고함 한 번에 반절이 황건을 썼다네 / 狂夫一叫半黃巾
감히 요술을 부려 천위를 범하려 하였으니 / 敢將妖術干天位
하늘이 어쩌면 당인 때문에 그들을 냈는지도 / 天意生渠爲黨人
허소(許劭)
현우를 품평하면 세상이 미워하는데 / 題品賢愚世所憎
화를 면한 것은 마음이 공평했기 때문 / 能逃人禍爲心平
교현의 말을 확인해 보고 싶었던 조공에게 / 曹公欲質橋玄語
간웅이라 평했더니 최고로 좋아하더라나 / 解道姦雄最得情
조지(棗祗)
백성을 위해 거의하여 주멸한다고 하지만 / 擧義誅殘號爲民
백성은 상식의 궁지에 몰려 유랑할 따름 / 民窮相食只風塵
농업을 첫째로 주장하여 조실의 기틀을 세웠나니 / 首陳農業基曹室
원손에게는 이만한 인물이 확실히 없었더니라 / 須信袁孫無此人
예형(禰衡)
철없이 조조를 욕한 것만도 위험천만한 일 / 輕狂罵操已多危
유가에 곱게 보내신 뜻 무엇인지 알 만하이 / 送與劉家意可知
재주 높다고 모두가 꼭 아낀다고는 못할 터 / 未必高才人盡愛
강하에서 목숨 잃은 일 늦었다고도 하겠네 / 失身江夏亦爲遲
여포(呂布)
평소 친하게 모시던 동 태사를 배반했으니 / 已負平生董大師
백문에서 항복했지만 누가 의심을 안 할까 / 白門雖下孰無疑
젊어서부터 대경의 지혜를 알지 못하고는 / 不知自小臺卿智
유씨네 귀 큰 아이 믿을 수 없다 하였다네 / 叵信劉家大耳兒
원소(袁紹)
전풍 한 사람도 포용하지 못하면서 / 有一田豐尙不容
감히 조씨와 자웅을 겨루려 하였는가 / 敢將曹氏競雌雄
가련타 담장 안에서 일어난 환란이여 / 可憐禍起蕭墻內
이세에 망한 진나라와 대략 같구나 / 二世亡秦略與同
공융(孔融)
북해가 변란을 평정할 생각을 품기도 하였으나 / 北海曾懷靖難情
뜻만 컸지 재주가 어설퍼 결국 이루지 못했어라 / 才疎意廣竟無成
조공이 음흉한 간웅인 것을 그대는 몰랐던가 / 曹公陰賊君知否
경솔히 재앙을 초래한 것이 정평과 유사하네 / 輕易招殃似正平
장간(蔣幹)
예로부터 유세객은 모두 경위하는 사람들 / 從來說客盡傾危
강호를 멀리 건너옴도 남몰래 속셈 있어서라 / 遠涉江湖暗有期
구설로 남의 절의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 口舌若能移節義
세간에 소진(蘇秦) 장의(張儀)가 어찌 만 명뿐이리 / 世間何啻萬秦儀
주유(周瑜)
오림의 일거로 노적이 도망쳤나니 / 一炬烏林老賊奔
삼강이 이로부터 중원과 맞먹었네 / 三江自此抗中原
평소의 아량이 정장보다 한수 위이니 / 平生雅量程張上
전국 마신 듯하다는 말 언급할 가치도 없다 하리 / 如飮醇醪未足言
여몽(呂蒙)
누가 군사 작전에 박사의 재능 요구했겠나 / 誰要軍籌博士才
지난 일 대강 알아도 여유가 있기 때문이지 / 粗知往事也恢恢
아몽이 이미 손랑의 학문처럼 되었고 보면 / 阿蒙已似孫郞學
노숙이 아무렴 괄목상대를 해야 하고말고 / 魯肅應須刮目來
순욱(荀彧)
조씨의 음모가 참으로 신과 흡사하였나니 / 曹氏陰謀政似新
찬조하여 이룬 것은 모두가 한나라 신하였네 / 贊成皆是漢家臣
순후가 어찌 부질없이 이름을 위해서 죽었으랴 / 荀侯豈爲浮名死
그 충의는 관중의 인보다 높이 평가해야 하리라 / 忠義多於管仲仁
유수구(濡須口)
봄물이 불어나니 어서 빨리 떠나시오 / 春水方生宜速去
조공이 죽어야만 이 몸이 쉴 터이니 / 曹公且死我方休
경승의 아이들은 정말 돼지나 개라 / 景升兒子眞豚犬
아들을 낳으려면 손중모쯤은 되어야지 / 生子當如孫仲謀
왕상(王祥)
삼공이 무턱대고 신하에게 절할 수 있는가 / 安有三公輒拜人
하순 등은 일찍이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네 / 眼中曾不見何荀
한마디 말에 조실의 구금이 중해졌나니 / 一言曹室九金重
상국이 존귀해도 엄연히 위나라 신하인걸 / 相國雖尊亦魏臣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