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 상주로 귀농한지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리운 분들을 보기위해 송년회라도 참석하며 지냈었는데 코로나라는 장벽에 서울에 올라가보지 못한지 3년이 지났다
올해 송년회에는 올라가 볼 수 있을까
아무런 계획없이 무모한 귀농을 결행(? 크~)한 댓가로 고생고생 생고생을 하며
선택한 호두농장을 가꾸어 온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
처음 1년은 중고 포크레인을 사서 농장 터 만들기에 전념하였고
호두나무 묘목을 사서 식재한후 벌써 만 4년이 되었다
아직은 성장기의 나무이지만 올해는 그래도 제법 열매가 달렸고
많지는 않지만 약간의 수확도 있었다
작년에는 엄청 길었던 장마로 병해가 심해 3년차 첫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겨우 한광주리 정도만 수확하여
맛보고 말았다.
올해는 작심하고 겨울 방제부터 시작하여 노력한 덕에 심한 병충해 없이 열매를 달기 시작하였다
올해 6월 1일의 호두나무 모습이다.
열매가 제법 달리고 잘 자라는 듯 하였으나 여름 고온 다습한 장마철이 되자 작년에 번졌던 병이 잠복해 있었는지
다시 스믈스믈 병해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외래해충인 미국선녀나방과 갈색날개 매미충이 날아다닌다
병충해와의 사투 그리고 풀과의 전쟁
농부의 여름나기는 땀으로 흠뻑 목욕을 한다
이제 4년차 아직은 성장기에 있는 호두나무는 여름철이 되자 엄청나게 도장지를 뻗어 나간다
2~3일만 방심하면 웃자란 가지가 제힘에 겨워 아래로 꺽이어 처져버린다
그러니 수시로 과원을 돌며 웃자란 도장지를 잘라내야 한다
정신없이 여름을 보내고 9월에 접어들었다
호두수확은 백로를 전후해서 한다고 한다
올해 백로는 9월 8일이어서 그때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아래쪽 호두는 옆지기가 따고 높은 가지에 달린 호두는 내가 고지가위로 잘라 수확한다
바닥에 떨어뜨린 호두를 박스에 담아 모아서 청피 제거작업을 한다
청피 제거 및 세척기 이다
저 기계에 수확한 호두를 넣고 물을 공급하며 작동을 시키면 마치 세탁기 처럼 회전하며 청피가 까지고
공급되는 물에 깨끗이 세척이 된다
일이 바쁘다보니 세척작업 하는 사진이 없네 ^^;;
세척을 마친 알호두는 다시 건조기 속으로 들어간다
탈피세척기와 건조기는 올해 구입하였고 기름(등유)로 가동되는 건조기인데
올해 기름값이 너무올라 건조시키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60시간을 건조하여 알을 까본다
알호두의 껍질이 얇아 손으로 눌러서 깔 수도 있지만 많은 양을 작업해야하는 나는 숟가락으로 까기 시작한다
호두껍질이 양쪽으로 붙어있는 봉제선의 아랫쪽 오목한 곳에 숟가락을 대고 비틀면 반으로 쉽게 갈라진다.
호두의 특성상 알호두 속을 볼 수 없으므로 속이 상했는지 혹시 속이 빈 공탕은 아닌지 육안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은 말린 알호두의 색상을 보고 맑고 깨끗한지 확인하며 한알한알 저울에 무게를 재어보며
알 크기 대비 무게가 적정한지 확인한다
크기대비 무게가 적게 나가는 호두를 까보면 속이 상했거나 말라서 비어있는 것들이 나온다
무게는 적당하나 색깔이 맑지 못한 것도 까보면 좋지 못한 것들이 나온다
그러니 혹시나 좋지못한 호두를 선별해 내지 못할까 걱정되어 통과시키는 것보다 까보는 것이 더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 알호두를 구매하는 것이 최상이지만 까는 것이 번거로워 깐호두를 찾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차피 상당량의 호두는 까야한다
아직은 호두 생산량이 적어서 나혼자 작업하고 있지만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건비를 들여가며 까야할 판이다
농막 식탁위에 저울을 놓고 하로종일 무게를 달고 색상을 관찰하며 선별하고 있다
까보고 좋은 것은 모으고 아닌 것은 폐기하고 ...
숟가락으로 하기에는 속도가 느려 호두망치를 샀다
식탁 위 저울 왼쪽 옆에 뺀치처럼 생긴 도구이다
호두를 넣고 손으로 쥐어주면 껍질이 쉽게 깨진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호두망치의 크기가 재래종에 맞춰져 있는지 작은 알은 들어가는데 좀 큰 알은 들어가질 않는다
할 수 없이 한쪽 손바닥으로 막고 호두의 한쪽 부분만 걸친채로 눌러 깨고 돌려가며 작업한다
불편하여 인터넷을 다시 검색해보니 조금 더 큰 호두망치가 있다 새로 구입해서 해보니 좀더 쉽게 되지만 역시나 큰 호두알은 쏙 들어가지 않아서 손바닥으로 눌러막고 까야한다
처음하는 선별작업이다보니 통과하는 호두보다 까는 량이 훨씬 더 많다
이렇게 까고 또 까고 하루종일 보통일이 아니다
이렇게 가을을 보내는 중에 이젠 감 수확시기가 왔다
9월 12일부터 농협에서 제공하는 감박스를 받아와서 수확을 시작한다
16일 일차 60박스 18일 60박스 23일 60박스 끝으로 26일 13박스로 마무리
아니다 이건 공판장으로 나가는 곶감용 둥시감이고
단감과 대봉은 아직 며칠 더 있다가 수확해야 한다
나무가 감의 무게를 못이겨 전부 아래로 축~ 늘어졌다
며칠 지나면 노란 색이 붉은 색을 띠기 시작할테고 그러면 수확한다
단감은 여섯그루, 대봉은 한그루가 있다
농장 울타리를 따라 나머지 둥시감나무는 23그루가 있다
나무가 높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따고 마지막엔 나무 위로 올라가서 따야한다
위험하고 무척 힘든 작업이라 둥시감을 따고나니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가서 주사맞고 약 타오고 ㅜㅜ
일단 둥시감 작업은 끝났으니 오늘(10월 27일)은 그동안 까놓았던 호두알맹이의 전처리라 불리는 세척작업을 한다
호두를 까서 깨끗한 것은 그냥 먹어도 되지만 간혹 곰팡이가 있는 것도 있고 깨끗하지 못한 것도 있어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내어서 다시 말린다
이 과정은 알호두를 사서 드시는 분은 까보고 깨끗한 것은 그냥 섭취하고 깨끗하지 못한 것만 모아서 하면 되겠다
나는 깐호두를 찾는 고객을 위해 세척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세척을 하면 깨끗해지지만 미세하나마 고소함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나는 차이를 느끼진 못하겠다)
장기간 보관할 때 세척한 것이 다시 말리긴 하였더라도 불리할 수도 있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인터넷에 호두 전처리 라고 검색해 보면 주부들이 호두를 까서 요리를 하기 전에 세척 후 말려서 사용하지만
장기간 보관에 대해서는 나와 있는 글이 없다)
그래서 소비자가 세척을 원할 경우에만 세척해서 다시 말려서 보낼 생각이다
다만 호두기름을 짤 것은 전부 세척 후 말려서 작업할 예정이다
끓는 물에 깐호두를 넣어 3~5분 정도 살짝 데친후
찬물로 바로 식힌다
식힌 호두를 가정용 건조기에 넣어 물기가 완전히 제거 되도록 말린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에어프라이어에 말리기도 한다고 하고
가장 간단한 방법은 프라이팬에 덖어주는 것이라 한다
나도 처음 해보는 과정이라 건조기에 다 넣지 않고 약간 량을 후라이팬에 덖어보았다
내가 겨우살이를 채취하여 말릴 때 배운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해보니 살짝살짝 타는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고 맛을 보니 호두 맛보다 볶은 땅콩 비슷한 맛이 난다
건조기는 현재 7시간 정도 되었는데 거의 말라간다
3시간 더 말려서 총 10시간 해보고 결과를 볼 생각이다
지금 꺼내 먹어보니 정상적인 호두맛이다
가정용 건조기가 없는 가정에서는 후라이팬보다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는 것이 더 좋겠다
27일에 세척하여 다시 말린 것을 관찰해 보니 문제가 있다
호두가 잘린 단면이 색상이 변했다
위 사진의 오른 쪽은 깐호두 상태의 잘린 단면이고
왼 쪽은 깐호두를 데쳐서 다시 말린 것이다
그런데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색상이 변했다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생고구마를 잘라놓은 단면과 삶은 고구마를 자른 단면의 차이와 같다
결론적으로 소비자가 먹기 전에 직접 데쳐서 먹는 것은 깨끗이 소독및 청소가 되니까 좋으나 생산자가 깐호두를 판매하는 경우 전달 받은 소비자는 상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되므로 세척해서 판매해서는 안되겠다
나는 데쳐낸 호두로 기름을 짜보고 결과를 봐서 기름짜기 전에만 세척해야겠다
호두기름이 그렇게 좋다고 하니 나도 호두기름 짤 준비를 했다
호두기름 짜는 기계다
호두기름은 음식 요리할 때 참기름 처럼 사용해도 되고
하루 한두스푼씩 그냥 먹어도 좋다고 한다
알호두를 까면 알호두 무게의 약 절반 정도의 깐호두가 나온다
이 깐호두를 다시 기름을 짜면 다시 반정도가 나온다고 하는데 아직 직접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깐호두는 겉껍질은 당연히 제거되는 것이고 얇은 속껍질이 쪼개지면서 벋겨지는 부분이 생기는데
(물론 한알 전체가 깨지지 않고 까진 것은 속껍질도 거의 그대로이다)
이렇게 속이 노출되면 기름 성분이 공기와 만나 산화되기 시작한다
물론 금방 산패되지는 않지만 좋은 것은 없다
그래서 손질 된 깐호두는 진공포장기로 진공포장을 한다
진공포장기도 샀다ㅠㅠ
무슨 준비해얄게 이리 많은지....
마트에 파는 수입산 호두는 햇호두도 아닐 뿐더러 오랜시간 산패되어 먹어보면 기름 쩐내가 심하게 난다
이렇게 직접 생산된 햇호두와 먹어서 비교해보면 금방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가격이 싸다고 수입산 깐호두를 먹는 것은......
뭐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9월 초부터 호두수확 그리고 세척 건조작업 또 이어지는 선별작업
도중에 농장 울타리를 따라 심겨진 감의 수확과 공판장으로 보내기
힘든 나날을 보내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손마디도 쥐어지지않고 ㅠㅠ
호두의 성분이 뇌건강에 좋아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탁월하다고하여 시작은 하였는데
먹는사람 뇌건강 지키기전에 내 몸이 작살이 날 판이다
귀농...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어찌되었든 열심히 해 볼 수 밖에...
오랫만에 소식 전하며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수고많으셨어요
호두까는 기계는 없나봐요
완판하시길 바랍니다
호두망치 외 특별한 기계는 아직 못봤습니다
호두망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좀 더 큰 수제품은 있더군요 그것도 하나씩 까는건 마찬가지구요 자동기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
국산호두는
해가 바뀌어서 먹어도 괜찮더군요
감에 호두에 일거리가 많군요
근데 상주에도 단감이 되나봐요
예 상주가 감의 도시입니다 둥시감으로 만든 곶감이 대표농산물이죠 당연히 단감과 대봉도 많습니다 저도 앞으로 감말랭이를 생산해 볼까 생각은 하는데 호두일과 겹쳐서 쉽지는 않겠습니다
어마어마한 귀농 호두농사네요.
호두기름 궁금 ㅎㅎ
성공이보이네요.
호두기름 올 겨울에 한번 짜 봐야죠
감사합니다
귀농 참 쉽지않지요 호두는 몇년만에 열매가 달리는지요?
그동안의 호두는 평균 8년 정도 지나야 조금씩 열리고 10년 쯤 되면 량이 많아진답니다
제가 키우는 신품종은 3년차부터 어느정도 달리기 시작해서 올해 4년차인데 약간 수확했고 2~3년 더 지나면 많아지겠지요 처음 심은 묘목 1녀차에도 멫개씩 달리긴 합니다만 나무를 키우려면 따내야 합니다
@언덕배기(유종원-경북상주) 언덕배기 님
품종을 알수있을까요?
시골 묵밭에 한두그루 심어놓고싶네요
오늘은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행복농장 (강영호 부산) 진연4호 입니다
대성,대풍 하셔유
예 감사합니다
대풍은 될지 몰라도 대성은 어렵겠습니다
워낙 힘이 들어서요 ㅎㅎㅎ
@언덕배기(유종원-경북상주) 아닙니다.
유선생님의 열정이라면 분명 대성하실겁니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
눈에 선합니다
울 서울방 초창기 총무님이신 언덕배기님
농사짓느라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실지
상상이 갑니다
한번 가본다 하고
못가봐서 죄송하네요
지금 태국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시 들여다보니
글이올라와 있기에
얼른댓글달고 갑니다
잔솔님 따라다니며 약초를 배우던 그 때가 그립고 즐거웠습니다
여행 잘 하시고 오세요 코로나 조심하시구요
와~~엄청 고생하셨네요
일일이 실험해가며 연구하고
노력하심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호두 사업 대박나시길 바라며
신약세 장터방서 보기를요
응원합니다
건강하시공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량이 얼마되지 않아 가까운 지인들에게 판매하고 몇십키로 정도 남긴 했는데 장터방에 올릴까 생각중입니다
연구개발하는 열정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자랑스런 농업인 이시네요.
그냥 죄충우돌 하고 있습니다 ㅎㅎ
와 귀농 성공 하셨네
고생 많았네요.
상주 주소 좀 알려주세요.
시댁가다 들릴수도 있을가 하고
숲향기누님 잘지내시죠?
김천에 가까운 공성면에 있습니다
전화주시면 마중 갈께요 ㅎㅎ
고생하셨어요
곧 대박 귀농자 대열에 끼겠네요
좋은 결실되길요
대박은 말고 기본 소득이라도 되면 좋겠습니다
농사가 돈이 안되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