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포음파에서 판막역류가 있다는데 위험한가요?
요즘 건강검진이 활성화되어 가족력 때문에 평소에 심장에 대한 염려가 있다거나, 가슴에 증상이 있는 경우, 또는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심장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검진 후에 큰 병원에 찾아오시는 경우는 판막에 역류가 있다는 말을 듣고 내원하시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대한심장학회와 함께 판막역류가 있으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어떻게 조치해야 할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심장판막이란 무엇일까?
판막은 심장 내에서 문짝과 같이 혈액의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집에서도 문짝을 밀면 한 방향으로만 열리듯이 판막도 한쪽 방향으로만 열리고 반대쪽으로는 열리지 않습니다. 심장벽과 판막 사이에 부착되어 있는 끈이 반대쪽으로 과도하게 움직이는 것을 막아 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짝의 접합부위가 두꺼워져서 들뜨거나 경첩부위가 고장 나서 닫히고 나서도 반대편으로 돌아가버린다면 틈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틈으로 혈액이 역류하게 됩니다. 이렇게 판막이 잘 닫히지 않는다고 하여 “역류”대신 “폐쇄부전”이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체의 심장은 4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심장판막의 종류도 4가지가 있습니다. 승모판막, 대동맥판막, 삼첨판막, 폐동맥판막입니다. 동시에 여러가지 판막에 역류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삼첨판막 역류는 있어도 초기에는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고, 폐동맥판막 역류증은 그 빈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실제 임상적으로는 승모판막과 대동맥판막이 증상을 많이 일으키고 중요도가 높습니다.
심장판막 역류증은 왜 발생하는가?
먼저 판막 자체의 손상에 의해서 역류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시절 목감기의 후유증으로 류마티스열이라는 질환을 앓고 난 뒤 심장 판막이 손상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실제 물어보면 어릴 때 고열로 입원했던 기억을 말씀하시는 환자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 질환은 목감기를 일으키는 균이 처음에는 고열과 피부 발진, 관절통을 일으키고 나중에 증상이 좋아지지만 이에 대한 항체는 몸에 남아 있어 15-20년 동안 서서히 심장 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또 다른 경우는 나이가 듦에 따라 퇴행성 변화를 겪는 경우입니다. 또한 판막 자체의 손상보다는 심장의 구조적인 변화에 의하여 판막의 문짝과 문짝 사이가 멀어져 틈이 생겨 역류증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물게는 태어날 때부터 구조적 이상이 있어 선천성으로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심장판막 역류증, 증상은 무엇인가?
심장 판막에 구조적인 이상이 발생해도 곧바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흉통, 가슴 두근거림, 피로감 등이 있습니다. 판막역류가 일어나더라도 심장은 그 나름대로 적응하며 증상 발현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데,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 곤란입니다. 처음에는 운동을 하거나, 많이 움직일 때만 호흡 곤란을 느낍니다. 증상이 점차 악화되면 휴식할 때에도 호흡이 가빠질 수 있습니다. 똑바로 누워서 잠을 못 자고, 앉아서 밤을 새울 수도 있습니다.
심장판막 역류증, 당장 수술해야 하나?
심장판막 역류증이 있다고 해서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검진을 받고 내원하시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증상은 없는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말합니다. 대부분 수술이 임박한 경우는 활동 시 호흡곤란이 있다 거나 심장초음파에서 심장이 너무 커져서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될 때입니다. 따라서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미세하거나 가벼운 역류증이 있다고 해서 바로 겁을 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심장판막 역류증의 초기 치료
초기에는 증상이 다소 있더라도 내과적인 약물 치료로 충분히 안정시킬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고혈압이나 기타 심장질환으로 약을 복용하는 환자라면 굳이 추가적으로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하고 증상이 있으면 중간중간 추가 검사를 하여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판막역류가 조금씩 심해져 조만간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면 자주 시행하기도 합니다. 보통 미세하거나 가벼운 판막역류증은 2-3년 후에 심장초음파를 실시하는 것을 권유하며, 중등도 이상의 역류증은 매년 실시할 것을 권유합니다. 역류증이 심해지면 6개월마다 시행하며 수술시기를 조율합니다.
심장판막 역류증의 수술적 치료
단순히 판막 역류가 있다고 해서 수술을 서두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수술 자체도 위험성이 있을 수 있고, 수술 후 평생 항응고제 등의 약복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수술적 치료는 역류증이 충분히 심해져서 활동 시 호흡곤란 증상이 쉽게 나타나고 심장이 기준이상으로 커지는 등 구조적 변화가 심할 때 고려하게 됩니다. 수술은 일반적으로 심장을 절개하여 병든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으로 대체하는 인공판막 치환술을 시행합니다. 또는 환자 본인의 판막을 유지한 채 판막 성형술만 시행하여 역류증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인공판막 수술을 하는 경우 환자의 나이나 상태에 따라 기계판막 및 조직판막 등 다양한 종류의 인공 판막을 선택하게 되며 수술 후에도 정기적인 검진 및 약 복용이 필요합니다.
검진 초음파에서 판막역류가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놀라실 필요는 없습니다. 역류의 정도와 본인의 증상에 따라 그 대처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약을 전혀 복용하지 않는 분이라면 약물치료가 필요한지, 고혈압 약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면 추가적인 약복용이 필요한지 순환기내과 (심장내과)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를 거쳐야 합니다. 약물치료를 하며 추적관찰을 시행할 때는 어느 정도의 운동량을 유지하며 증상이 있다면 담당 의사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검진이나 추적관찰 초음파에서 역류증이 발견되었다면 수술 시기의 선택이나 방법에 대해서 순환기내과 및 흉부외과 전문의와 반드시 상담해야 합니다.
#전남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조재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