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가량 전에 아주 까마득한 후배의 결혼식에 갔다.
신랑과 신부의 나이 차이는 열살인가 열한살인가....
(몇번을 묻곤 했는데 여전히 기억을 못하겠다)
내가 간접 중매쟁이나 다름없어 이들의 결혼에 나는
잘 살아가길 마음속으로 참 많이 기도했다.
열살이나 많은 신랑보다 열살이나 어린 신부가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참 잘 어울리는 신랑신부였다.
결혼식 전날 밤, 나는 두 사람의 이름을 넣어 축시를 적어 선물했고,
결혼 당일 양가 어머님이 촛불을 점화할 때 음악과 함께 축시가 낭독됐다.
참 흥겨운 결혼식이었다.
사회는 모 방송국 아나운서가 했는데 특이한 것은 주례가 없이 결혼식을
진행한 것이다.나름 사회의 비중이 컸고
조금은 가벼우면서도 화사한 분위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보통의 주례사 대신 양가 아버님들의 덕담을 듣는 시간도 가졌고
축하 무대도 풍성했다.
마지막 신랑신부의 행진이 있기 전
사회자는 엉뚱한 제의를 했다.
따님을 고이 키워 이리 보내주심에 감사하며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신부 어머님을 업고 입구까지 나갔다 오라는....
신랑은 씩씩하게 장모를 업고 식장을 한바퀴 돌았다.
그런데 사회자 또다른 주문을 한다.
장모만 업어드렸다고 어머님이 서운해한다고
기왕지사 힘을 빼는 김에
키워 주신 것을 감사드리며 업어드리라는....
하객들은 박수를 치면서 웃었다.
그렇게 신랑은 어머니를 업고 또 한바퀴를 돌았다.
보기에 참 좋았다.
무척....
그들이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리기를 마음다해 기도한다.
또하나 마음 졸이면서 축복을 기원하는 결혼식이 오는 일요일에 치뤄진다.
오래 가깝게 지냈던 이가 딸을 시집 보낸다.
그런데 이 결혼은 시작부터 조금 삐걱거리더니
딸 엄마의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연애 결혼인데도 그랬다.
무엇을 하나 장만할 때마다 예비 시댁과의 갈등이다.
급기야 '파혼'말까지 나왔다.
나는 나와 가까이 지내던 그녀를 나무랐다, 어쩌랴.
인륜지대사라 일컫는 결혼 아닌가.
마음을 조금만 비워내라고, 저들이 욕심이 지나치면
그냥 할만큼만 하고, 마음을 비우라고....
하지만 마음이 아팠다,
홀로 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했는데
결혼이란 큰 일을 앞두고 우리 사회의 보편적(?) 결혼 문화의
현실적 벽 앞에 힘들어 하며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그녀가
안쓰럽기도 했다.
결혼식이 일주일 남았을 무렵 그녀의 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양쪽 집안 눈치 보느라 속앓이하는 그녀의 딸에게
네 날이 다가온다고.....그간의 마음 고생은 행복을 향한
디딤돌이 될거라고....마음다해 축하하며 용기를 주는 편지를 보냈다.
힘을 실어주는 편지를 줘서 고맙다는 답장을 받고
마음 한자락에서 안도의 물결이 일었다.
양가의 성향을 모르고 혼사를 치뤄
불쑥불쑥 부딪히는 것 보다는 알것 모를 것 다 드러내 보인 후
"파혼" 이라는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내뱉은 다음 서로에게 깊이 사과하고
상처를 봉합하며 치뤄지는 결혼식이라
앞으로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며
그녀는 그간의 마음 고통을 내려놓는다.
그들도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려가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리고 최근에 만난 한 여자.
그녀의 커플은 결혼을 할 수가 없다.
그녀는 성소수자로 커밍아웃을 했다.
그녀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됐고
그래서 지금은 무지무지 행복하단다.
나도 그녀의 행복을 빌어준다.
삶의 방식은 참 다양하다.
그리고 갈 수 있는 길 또한 참으로 여러 갈래다.
선택은 각자의 몫, 책임은 냉정하다.
보는 시각이다.
받아들이는 차이다.
들여다 보면 무언들 문제가 없을까마는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가 되는 경우가
우리네 삶 속에는 참 많은 것 같다,
첫댓글 글빛고을님 글을 읽으면서 저는 행복가운데 있습니다^^
그렇지요? 지금 행복한 사랑해님!~ 그 행복을 많이 나누며 삽시다.ㅎㅎ 날이 추워요 감기 조심하셔요.
맞아요~정말 좋은말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