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언론"은 대한언론인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신문입니다. 이 신문의 지난 해 12월호의 '맛있는 추억' 코너에 저의 拙筆 영화 칼럼이 실렸습니다.
다시 오지 않을 우리들 학창시절, 그리운 이야기
한 토막입니다. 잠깐의 심심풀이로
삼으신다면 그저 惶恐無地!!
#영화 단체관람의 추억#
요즘은 어떤 지 몰라도 195-60년대 중ㆍ고등학교 시절, 우리에게 가장 큰 즐거움의 하나는 바로 '단체관람'이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인솔하에 학생들 모두가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행사가 아니었던가? 어렸을 때 소풍 전날 밤이면 잠을 설쳤듯 단체관람 전날 밤 역시 마찬가지였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방금 본 영화의 제목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또 영화관을 나서면서 조금 前에 뭘 본 건지 가끔은 아리송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긴 영어 原題를 그 발음 그대로 우리 제목으로 삼았기 때문이요, 화면이 요란하긴 했어도 마치 인스턴트 식품처럼 餘韻이라고는 좀체 없기 때문 아니겠나?
그러니 옛날에 봤던 영화들처럼 '追億'이 될 수도 없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라면 지금도 학창시절 함께 봤던 영화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시간 가는 줄 모를 때도 종종 있을 것이다.
단체관람으로 봤던 영화 얘기도 많지만,
학생관람 不可 작품들 얘기라면 더욱 흥미로운 게 사실이다.
영화를 끔찍이 좋아하던 친구들은 몰래 들어간 극장 안에서 훈육선생님께 발각돼 숨바꼭질을 敢行한 건 마치 '어둠 속의 작전'을 彷彿케 했다. 그런데 상습범(?)들은 좀체 걸려들지 않고, 어쩌다 처음 간 친구가 붙잡혀 困辱을 치르곤 했다. 마치 초보 운전자가 처음 핸들을 잡았다가 적발돼 바로 위반딱지를 떼는 式이었다고나 할까?
내가 극장에 처음으로 혼자 가서 봤던 영화는 바로 '베라크루즈'였다.
게리 쿠퍼와 버트 랭커스터가 주연이고, 로버트 알드리치가 감독한 정통 서부극이다. 당시 이 영화를 먼저 보고 온 세 살 위의 兄이 입장료까지 주면서 내게도 보기를 권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게 내가 평생 '映畵狂' 소리를 듣게 된 단초가 됐다고나 할까?
우리 학교에선 단체관람 극장으로 동급생 중 한 名의 부친이 주인이셨던 '단성사'를 選好했다. 참으로 由緖깊은 극장인데, 이제는 자취도 없다.
당시 단성사는 입장료가 비싼 이른바 '개봉관'이었기에 학생들에겐 그저 焉敢生心의 대상일 뿐이었다.
부모님에게 아양떨며 타낸 학용품-참고서 값을 쪼개 再개봉관-同時상영관 입장료로 轉用하곤 했을 뿐이다.
7,8시간을 割愛해 두 편의 영화를 두 번씩이나 연거푸 보던 시절이었다. 몰래 학생관람불가의 영화 한 편을 보고 등교한 친구는 그 날의 英雄(?)이 됐다.
흥미진진한 얘기를 들으려는 學友들이 쉬는 시간이면 그를 둘러싸곤 했기 때문이다.
'비에 젖은 욕정'의 리타 헤이워즈의 妖艶한 자태, '젊은이의 양지'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惱殺的 아름다움, '애정의 쌀'의 실바나 망가노와 '河女'에서의 소피아 로렌의 터질 듯 풍만한 가슴 等 이야기는 사춘기 친구들이 헬렐레 군침을 삼키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말재주가 뛰어난 친구가 熱辯을 토할 땐 더욱 인기 짱이었다.
디아나 다빈 주연의 '오케스트라의 소녀', 테너 마리오 란자의 '가극왕 카루소', 제임스 딘의 유작 '자이언트', 앨런 래드의 速射가 압권이었던 서부극 '셰인',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흑기사'와 '녹원의 천사', 제임스 스튜어트- 준 앨리슨의 '글렌 밀러 스토리', 史劇 '디미트리어스'와 '스카라무슈', 그리고 그레고리 펙의 '愛情'(원제는 '1년생') 등등 단체관람했던 추억의 명화들은 아직도 기억 한 켠에 오롯이 남아 있다.
요즘 어린이-젊은이들에겐 앞으로 6,70년 後까지 어떤 영화가 추억으로 남아서 늙어서도 그 얘기들을 나누며 지낼까?
아니, 그런 영화가 과연 있기나 하려나?
세월따라 변하지 않는 게 없다지만, 영화에 얽힌 기억도 분명 그 중 하나임엔 틀림 없을 것이다. 나이 든 세대에겐 '추억의 영화'가 있다. 그것이 아직도 老年의 우리를 즐겁게 한다.
.** 蛇足 한 마디 : 小生 壺然은 월간잡지 골프 해럴드에 '김주철의 영화이야기', 그리고 月刊 무예신문에 '추억의 스포츠 영화'를 각각 3년과 4년 間 연재하고 있는 中입니다.
글쓰기가 치매 예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랄까요? 혹시 심심하실 때 인터넷으로 봐 주신다면 그저 白骨難忘이겠나이다.
또 새 해를 맞아 모든 동문들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2022년 劈頭에.
김 주 철 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