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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맨유`가 아닌 `유나이티드`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
GenoBreaker 추천 0 조회 280 10.04.19 15:57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줄여 '맨유'라고 부르지만, 이는 잉글랜드 현지 팬들에게는 금기시되는 표현이에요. "유나이티드의 역사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애송이 아시아 축구팬들이 뭣모르고 "Man U" 라는 호칭을 쓴다." 라고 욕하는 영국인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Man U는 1958년 뮌헨 참사 직후 웨스트 브롬위치와 아스톤 빌라 팬들이 참사로 사망한 던컨 에드워즈를 조롱하려고 처음 만들어낸 표현이거든요.

 

 

던컨 에드워즈(Duncan Edwards)란 선수가 누구냐 하면, 오늘날까지도 잉글랜드 역대 최고의 재능이었다고 회자되는 비운의 천재입니다. 당시 유나이티드 감독이었던 故 맷 버스비 경의 눈에 띄어 클럽에 입단했고, 16세의 나이로 1군 데뷔전을 치르며 디비전 원(당시의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우게 되지요. 그리고 1958년 뮌헨 참사로 21살의 젊은 나이에 커리어를 마감할 때까지, 175경기 21골을 기록하며 팀에 두 번의 리그 우승을 선물합니다. 또한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최연소의 나이로 발탁되어 대표팀 통산 18경기 5골을 기록했는데, 이러한 그의 득점 기록들은 그의 주 포지션이 윙 하프(wing-half), 즉 오늘날로 치자면 수비형 미드필더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타고난 체격조건 덕에 공중볼 다툼에서 늘 우위를 점했고, 양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했으며 공격 가담시에는 환상적인 슈팅 능력을 선보였을 정도로 다재다능했던 뿐더러 인간성과 리더쉽까지 겸비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선수였어요.

 

 

 

 

유나이티드 팬들은 물론이고, 모든 영국인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천재, 던컨 에드워즈. 뮌헨 참사의 생존자이자 그의 동료였던 바비 찰튼 경은 "던컨 에드워즈는 내가 열등감을 느끼게 만든 유일한 선수였다.(Duncan was the only player who made me feel inferior)." 라고 털어놓았고, 故 맷 버스비 경은 그의 생전에 "세계 최고의 선수는 에드워즈라고 믿었다(I believed Edwards was the best player in the world)"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물론 역사에 '만약'이란 없기에 이런 가정 자체가 무의미하기는 합니다만, 유력한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후보였던 그가 살아 있었더라면 잉글랜드가 62년 월드컵 8강에서 브라질의 가린샤에게 꼼짝없이 두 골을 내주며 탈락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어쨌거나, 뮌헨 참사 현장에서 즉사한 토미 테일러나 주장 로저 바인과 달리 에드워즈는 병원으로 후송되어 투병생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1958년 2월 21일, 사고가 있은 뒤 정확히 15일만에 신장 기능이 악화되어 숨을 거두고 마는데요, 생사를 오가는 그 기간에도 에드워즈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다음 시합' 이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토록 훌륭한 선수였던 던컨 에드워즈와 유나이티드를 미워했던 영국인들이 있었으니, 바로 에드워즈의 출생지인 잉글랜드 중부의 더들리(Dudley)를 연고로 한 클럽들 - 웨스트 브롬위치와 아스톤 빌라의 서포터들이었습니다. 지역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유망주 에드워즈가 연고 팀들의 오퍼를 뿌리치고 유나이티드와 싸인을 하자 지역 언론들이 "눈앞에서 천재를 도둑맞았다"며 호들갑을 떨어댔고, 급기야 에드워즈는 "배신자(traitor)"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지요. 사실 이들의 에드워즈를 향한 감정은 미움보다는 '서운함'에 가까웠을 거에요. 지금 에버튼 팬들이 루니에게 느끼는 감정과도 비슷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루니는 에버튼 유스였고, "Once a Blue, Forever a Blue"라는 명언을 남기고도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요.

 

 

어쨌든 잉글랜드 전체가 뮌헨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안, 이들 지역에서는 고인이 된 에드워즈를 조롱하는 노래가 만들어집니다.

 

"Duncan Edwards is manure, rotting in his grave, man you(U) are manure - rotting in your grave." 직역하면 "던컨 에드워즈는 퇴비다, 관 속에서 썩어가는, 짜샤 너는 퇴비다, 관 속에서 썩어가는." 정도가 되려나요. 즉, Man U의 'U'는 던컨 에드워즈를 의미하고, Man U와 발음이 비슷한 '퇴비'라는 뜻의 manure라는 단어를 이용해 그의 죽음을 비웃은 것이지요. 이 노래가 정확히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아스톤 빌라 서포터즈석 'Holte End'에서 처음 울려퍼졌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빌라 팬들 중에서도 가장 광적인 팬들, 특히 상당수의 훌리건들까지 모이는 곳이 바로 그곳이거든요.

 

 

또한 이 시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사이의 라이벌 의식이 본격적으로 싹트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19세기부터 이미 영국을 대표하는 두 산업도시로써 경쟁관계에 있었는데, 축구가 라이벌의식을 한층 더 부추긴 것이지요. 그리하여 1960년대에는 맷 버스비 감독과 빌 샹클리 감독 휘하의 두 팀이 리그 우승을 두고 여러 번 각축을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초기에는 비교적 사이좋은(?) 선의의 경쟁자 관계였어요. 두 감독들간에 친분도 두터웠고, 보비 찰튼경은 그 당시 리버풀 팬들에게조차 인기가 많았던 선수였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한 리버풀 팬이 경기장에서 두 팔을 비행기 날개 모양으로 벌리고 세계 2차 전쟁 당시 영국 공군이 독일에 가한 비행기 폭격을 다룬 영화 'The Dam Busters' 주제가를 흥얼거렸다고 해요. 별 의미 없는 장난이었는지 아니면 뮌헨 참사를 상기시키려 했던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 행동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맨유팬들의 분노를 샀고 이후 양 팀 팬들간의 관계를 악화시켰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즈음부터 리버풀과 리즈 유나이티드 팬들 사이에서 새로운 노래가 유행했는데, 그들이 이 노래 역시 양 팔을 날개 모양으로 벌리고 불렀거든요.

 

 

"Man U Man U went on a plane, Man U Man U never came back again. Man U Never Intended Coming Home(Munich)." 해석하면 "맨유는 비행기에 올라탄 후로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았네. 맨유는 집에 올 생각이 없었다네."가 되지요. 

  

 

이 노래는 잉글랜드 전역으로 퍼져나가 수많은 라이벌 팀 팬들의 입에서 불려졌고, 1964/65 시즌에는 올드 트래포드에 원정 온 웨스트 브롬위치 팬들이 이 노래를 부르자 흥분한 유나이티드 팬들이 원정단을 대량학살하는 비극이 일어납니다. 각 구단들이 이 노래 금지법을 공표하면서까지 팬들을 통제하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았지요. 그리고 1968년, 뮌헨 참사로부터 정확히 10년 후, 유나이티드가 유러피언 컵(지금의 챔피언스리그)대회에서 우승하자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가족 대대로 유나이티드를 서포트해온 현지 팬들은 이 시대를 직접 경험한 할아버지, 할머니께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자랐을 테니 Man U 라는 표현을 싫어하는게 당연하겠지요.

 

 

신기한 건 첼시와 토트넘 팬들만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인데, 멀리 남부의 런던 클럽들이라 그때는 라이벌 의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첼시와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다투는 최고의 라이벌이지만 말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웨스트 브롬위치나 리버풀 팬들이 더 이상 저 노래를 부르지도 않고, 현지 팬들이 'Man U'에 대해 느끼는 혐오감도 많이 사그라들었다지만, 그 유래를 생각하면 결코 사용하고 싶지 않은 호칭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만 그런지도 모르지만, 'Man U'는 왠지 모르게 보기에도 어색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뜻하는 단어인 마냥 이질감이 들더군요. Manchester United의 약자로써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United, Man United, Man Utd, Red Devils, Reds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지지요. 그래서 작년에 클럽 공식 매거진 'Inside United'를 번역해 출간하는 업체가 바뀌면서, '인사이드 유나이티드'가 아닌 '인사이드 맨유'로 제목이 바뀌었을 때 꽤나 황당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친구들과 한국어로 대화할 때 '맨유'라고 말하기는 해요. 한국에선 맨유라는 단어가 축구팬들을 넘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통용되는 고유명사가 된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지요. 알파벳으로 쓴 'Man U'와 한글로 쓴 '맨유'는 좀 다른 느낌이기도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해외 기사를 번역하거나 글을 작성할 때는 항상 '유나이티드'라고 한답니다. 혹자는 "현지팬도 아니면서 뭐 그런걸 생색내고 그러냐. 50년 전에 만들어진 호칭이 그 유래가 어떻든 지금 쓰임새가 중요한 것 아니냐."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그건 가치관 차이니까요.

 

 

※ 굳이 한국어로도 '맨유'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강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진정한 팬이라면 클럽과 그 호칭에 얽힌 역사에 대해 이 정도는 알고 있는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쓴 글임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구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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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0.04.19 15:57

    첫댓글 전 축구에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이런 사정이 있다네요~

  • 10.04.19 17:54

    근데 막상 외국에서도 만유라고 자주 쓰던데요.. 맨유팬들만 맨유라고 잘 안쓰고 다른팀 팬들은 그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부를때 만유 만유 글케 부르던..

  • 10.04.19 20:10

    전개념없는 맨유빠가 싫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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