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온 대지를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구었던 가마솥처럼 펄펄 끓게 만들었던 날씨가 오늘은 온 대지를 적셔주는 촉촉한 비가 내린다 주말인데 비가 내린다 늘 뻔한 베란다공간에서 내려다 보는 뻔하게 낯 익은 풍경의 공간이지만 꽉차게 녹음으로 아우러진 녹색의 아파트의 정원수가 주말이라서 이빨 빠진 주차장의 차들이 비내리는 풍경속의 그 배경이 된듯 고요와 적요속을 넘나든다 유리창에 부셔진 베란다 난간에 메달린 빗방울이 지멋대로 미끄럼을 타드니만 금새 낙하를 하고만다 방울방울로... 할 일 없는 무료함이 창문을 열어본다 비 오는 날에만 맛보는 느끼는 살가운 빗물의 공기가 기분좋게 들숨날숨 날숨들숨으로 간지럼을 태운다 한가득 담았던 머그잔의 커피가 어느새는 마지막 입술을 적신다 오늘은 모란 가는 날... 언제나 모란은 굳이 오라는 사람이 없는 사람도 갈 곳이 없는 사람도 약속이 없는 사람도 술한잔이 생각나는 사람도 그 사람이 그대가 자네가 술한잔이 생각나면 스스럼없이 찾아가는 우리들의 요람같은 우리들의 오아시스같은 우리들의 화수분같은 우리들의 자리끼같은 우리들의 마중물같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있는 살아있는 이야기 공간 만남의 공간 사랑의 공간... 오늘은 그 시그널공간속으로 간다 모란으로 간다 이렇게 비 내리는 풍경안의 모란은 그 어떤 풍경을 그렸을까? 담았을까? 그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을까? 나를 반길까? 좀 바짓가랑이는 적셔도 우산을 받으며 가는 모란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좀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