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뭘까 ? 😭 《채권자 와 채무자 》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해녀질로 "물 숨" 참으며 벌어들인 돈이 자식들의 연필이 되고 공책이 되어가며 참을 수 있었던 만큼의 행복은 간 곳 없다.
"형 ... 엄마가 암이래"
"지금, 이 상태론 수술도 힘들고 길어봐야 6개월이라며 집에 모셔서 맛있는 거나 많이 해드리라고 방금 의사가 말씀하고 가셨어요."
"그럼 간병은 누가 하지 ?"
"난 간병 못 해요"
"저도 못해요... 수빈이 학원 여섯 군데 따라다니는 것만 해도 하루가 모자랄 판인데 간병할 시간이 어딨어요"
"그럼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건 어때 ?"
"미쳤어 형! 요양병원에 매달
들어가는 돈은 어쩌고?"
"어머니 집 있잖아요.
그거 팔아서 하면 되겠네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별이라고 말해주던 내 아들들의 입에서 나온 말을 병실 안에서 듣고 있던 엄마의 두 뺨에 흘러내리고 있는 눈물이 강이 되어 흐르다.
하얗게 밝아온 다음 날 ...
"엄마가 사라졌어"
"병원에서도 모른대"
자식 없는 엄마는 있어도
엄마 없는 자식은 없다 했건만,
엄마라고 애 터지게 부르던
그 때의 내 자식들이 맞는지 ...
때가 되어야 분명해지는 것들이 주는
삶 속에서 회환의 눈물을 머금고 떠나간 엄마의 상처는 아랑곳없이
세상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던 두 아들은, 어둠이 먹칠한 하늘을 따라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쫓다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5년 지나야 사망신고할 수 있대. 그러려면 경찰에 실종신고한 근거가 있어야 한대..."
"저도 알아봤는데 재산 상속을 받으려면 해놓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단 같은 거 돌리는 것도
법적인 근거가 된대요"
"찾는 척이라도 해야지.
주위 이목도 있는데 ..."
이런 자식들 키우느라 애터지게 내 목에 들어가는 물 한 모금 아껴가며 산 시간을 더듬어 보며 이름 모를 거리를 헤매다니고 있을 엄마의 슬픔은, 타다만 종이위 글자들처럼
까만 그을음으로 남겨지던
어느 날 ...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지 않으면 부모가 버려진다는 세상 떠도는 이야기를 밑천삼아 전단지를 들고 지하철 근처에서 뿌려대는 시늉을 해대던 두 아들 내외는,
"형 밥 먹고 하자"
"일단 네 형수하고 뿌리는 거
사진이나 찍어줘"
"아... 힘들어. 이 짓 죽어도 못하겠다."
"애들 학교에서 오면 배고풀 텐데
도련님 그냥 업체에 맡기는 게 어때요?"
지나면 희미해질 이 순간을 가슴에 담아놓고 싶지 않았던 두 아들 내외앞에, 엄마의 이름 없는 날들이 37일째 흐르다 멈춰 서던 날 ...
고시텔에서 쓰레기를 버리려 나오는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제보를 듣고 달려간 두아들은
"엄마 ..."
"어머니"
"누구세요 ?"
본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두고 마실 나간 바람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 두 아들은 소주잔을 사이에 두고 앉았습니다.
"형 .. 차라리 잘 된 거 아냐? "
" ..... "
"엄마 치매로 요양병원 입원시키고 법원에 후견인 신청해 이 집 처분하는 게 어때"
"내 생각도 그렇긴 한데 ..."
"형도 어차피 사업자금이 더 필요 하잖아"
"나도 애들 유학 보내달라는 성화에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 ..."
"도련님.. 뭘 복잡하게 그렇게까지 해요. 어차피 얼마 못 사실 텐데 ..."
이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멀어져 갔을 엄마의 아픔보다 자신들의 살길이 먼저인 두 아들내외의 귀에
((((( 딩 동 )))))
"누구세요 ?"
"천마 복지 재단에서 나왔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
"어머니 되시는 김복녀 여사께서 한 달 전 이 집을 우리 복지재단에 기부하셨습니다"
" 네에 ? "
새벽불 밝히고 서있는 가로등을 디딤돌 삼아 엄마가 머물렀던 쪽방촌으로 찾아온 두 아들은, 흐르는 물에는 뿌리내릴 수 없는 나무가 되어 사라진 자리에 놓여있는 손 편지 위 열쇠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미쳤군, 미쳤어.. 그냥 조용히 죽지,
왜 안하는 짓을 하고 그래"
"엄마가 우릴 못 알아본 게 아니었어"
자식 사랑의 끝에서 다 타고 하얗게 재만 남은 것 같은 후회를 안고 멀어진 엄마가 선택한 건, 행복이었다는걸 모르는 두 아들은,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거든
그 열쇠 안에 있는 것과 함께 묻어다오"
죽음도 삶의 한 조각이라며 쪽지에 적힌 엄마의 마음보다 열쇠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두 아들은, 삶의 무게를 쥐고 나간 엄마의 아픔을 가슴에 담아 놓기 싫은 듯 하얗게 밝아오는 새벽까지 술로 지워내더니
"형 ... 엄마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들어있는 열쇠 아닐까?"
"맞아요 ... 설마 자식인데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으셨겠어요"
"분명 땅문서나 유언장 그런 게 든
열쇠 같아요"
어디가 내가 버려질 곳인지 가는 곳마다 지뢰밭 같은 불안을 안고 사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눈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갔을 엄마 보다 그 열쇠가 지하철 물품 보관함 열쇠란걸 더 먼저 알아낸 두 아들 내외는,
"설마 어머니가 자식들 하고 손자들한테 십 원도 안 남기고
다 줄리 없잖아"
라며 열어본 사물함에는 자신들이 돌리던 전단지 한 장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습니다.
"내 아들들이 날 찾고 있구나..."
내 아들들이 찾고 있는 그 모습이 이승에서 느끼는 엄마의 마지막 행복이었다며, 빨간노을에 멍든 계절이 지는 어느 이름없는 날 을 따라 세상을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자식 사랑은 바람에 그린 그림이라는
담담한 마음을 안고 지금 현시대가 그렇습니다 .
부모는 안보이고 오직 돈만 보인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