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23. 09. 23 토)

[소바우]

추석을 며칠 앞둔 9월 하순~, 한적한 덕이동 로데오거리~,,, 밤 11시 어둠을 뚫고서 ‘산그리메 산악회’ 버스는 일산시내를 거쳐 지리산을 향해 내달린다!~,

하늘엔 별도 많다!~, 차거운 새벽공기~,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4시50분 중산리 통천길 들머리에 들어섰다!~,

선두의 독한선비님 백산님 치타님을 따라잡으려했지만, 워낙 날쌘 분들이라서, 놓쳐버리고 말았다!~ 데미안과 둘이서 핸드폰 불빛으로 길을 더듬어 오르다보니~, 문득 지리산에 방생해놓은 반달곰이 85마리 정도라던데, 수풀속에서 불쑥 튀어나오지나 않을까 싶도록~, 울창한 숲속의 새벽 지리산은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깊은 어둠속에 싸여있었다!~

시원스레 우렁찬 계곡물소리가 들리고~, 산죽 숲이 마치 산행을 응원하는 듯 좌우로 즐비한 채로 재잘거리며 바람에 부서지고~, 새벽의 찬 공기를 따라~ 깊은 산중(山中)의 숲 내음이 사방으로 그윽하게 흐르고 있었다!~,

마침 뒤에서 올라오는 그리메 산(山)님들을 만나고~, 다날님이 랜턴을 비춰주시고~, 결국 파로님이 데미안에게 허리에 차는 랜턴을 빌려주셔서 좀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5시 30분 쯤 장터목과 천왕봉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났다!~, 비탈길은 계속되는데~, 나무들 사이로 잎에 일렁이는 새벽공기를 타고 언듯언듯 여명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하였다!~,

그제까지 내린 막바지 가을장마로 바윗길엔 물이 흐르고~, 흙길은 젖어있었다!~, 날이 밝아지면서 파란 하늘과 함께 푸른 초목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기 사작하였다!~,

7시 로타리대피소에서 삶아온 고구마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바람이 세차고 춥다!~,

법계사일주문 앞을 지났다!~, 속계(俗界)를 떠나 법계(法界)로 들어 가는 경계(境界)인 듯~, 대개의 절들이 산의 초입에 지어지는 것과는 달리~, 법계사(法界寺)는 높고 깊은 산중(山中)에 지어져있다!~,

천왕봉에 오르는 최단코스인 만큼 조금의 평탄면도 내리막도 허락하지 않는다!~, 비탈길에 힘이 부쳐서~, 어느 바위 비탈길에 서서 아침해가 떠오르는 남도 산그리메~ 산물결의 장관을 바라보았다!~,

엷게 낀 먹구름 끝엔 흰구름들 사이로 환하게 빛이 비추이고~, 다도해와 시원스레 펼쳐진 남도의 섬들이 보이는 듯 하였다!~,

산의 맥을 따라 사행(蛇行)하며 휘돌아 감도는 저 물줄기는 섬진강일 터이고~, 하얗고 검은 구름이 멀어지면~, 환하게 붉은 빛이 피어오르고~, 멀어지는 산그리메의 검은 물결은 이젠 가물거리며 흐려져서 산(山)인지 섬(島)인지 모르게 다도해의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리고 있었다!~,

8시 30분 경~, 개선문을 지나고, 9시 25분 드디어 천왕봉에 오르다!~,

비교적 맑지만 시야는 조금 흐리다!~, 염려했던 것보다 바람은 그리 차갑지도 세지도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다!~, 천왕봉에서 사방으로 뻗어 물결치는 산그리메는 그 끝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서~, 천왕봉에 모여 서있는 여러 산(山)님들과 함께 망망대해에 떠있는 대형 요트라도 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천왕봉 파란 하늘 위로 바람이 세차게 불고있는 지~, 실구름들이 하얀 연을 날리는 듯이 사방으로 번지며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고!~, 저멀리 노고단 방향으로 산골짜기마다 가득찬 운무는~, 마치 빙하가 흐르는 장관을 ‘스틸컷’으로 찍어놓은 듯이~, 성나게 물결치는 모습이 순간 정지된 듯한 모습으로 햇빛에 하얗게 반사되고 있었다!~

‘탁닉한’ 스님의 시 한수를 옮겨본다!~‘

해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구름과 강과 더불어 내 안으로 들어온다/ 나 또한 강으로 들어간다/ 구름과 강과 더불어 해로 들어간다/ 우리가 서로 안에 들어가지않는/ 그런 순간은 없다!~, (서로 안에 있음)

우주만물은 ‘서로 안에’ 있다!~,

오랜만에 다시 올라보는 천왕봉이다!~,

젊은시절의 내가 아니듯이~,,, 천왕봉도 예전의 그 천왕봉은 아닐것이다!~,

천왕봉에 올라 북으로 남으로 동으로 서로 이 땅의 산하(山河)를 굽어보지 못한자,,, 이 땅의 현대사를 논하지 마라!~, 해방정국에 대한 어느 기자의 글을 인용해보자!~, “누구에게나 격렬하고 뜨거웠던 시대였다!~, 누구도 비극적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성의 비관주의를 의지의 낙관주의로 뚫고 가려 한 때이기도 했다!~,”

지리산은 흙이 두텁고 기름져서 속세를 떠나 자연속에 묻혀 살고자하는 사람들이 살기에 알맞아서 ‘청학동’ 등 도인풍의 마을도 여러 있었다 하고~, ‘산(山)사람’ 또는 ‘산(山)으로 갔다’ 라고 표현되는~ 해방정국의 소용돌이 속의 ‘빨찌산’의 주무대 이기도 하였다!~,

지리산은 슬기/지혜 지(智), 다를 이(異) - 직역하자면 ‘다름을 안다~,’,, 남한에서 남다르게 높고 광활한 산이기에 지여진 이름인 듯 하다!~, 그런데 다를 이(異)는 거스르다 거역할 이(異)의 뜻도 있어서~, 이름따라 지리산이 ‘반역의 땅’ - ‘반란의 고향’ 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곳이 되었는 지 도 모르겠다!~,

지(智)자 또한 알 지(知) + 말씀 왈(曰) = ‘말을 잘 한다!~’, 또는 알지(知) + 해 일(日) = ‘세상을 두루 밝게 안다’ 또는 ‘신의말씀(日)을 이해한다(知)’ 가 된다!~,

과연 ‘빨찌산’들은 말 잘하는 ‘실패한 혁명가’ 였을까?!~, 또는 신의 말씀을 거역한 ‘카인의 후예’ 였을까?!~,,,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고사목군락을 만나서,, 세월을 묻다!~,,,

순간에서 영원을 만나라 한다!~, 다시 물었다!~, 산(山)이 대신 말하였다!~, 이젠 내려가라고~,,, 그리고 산은 뒤돌아 앉았더라!~, 하산길엔 연보랏빛 작은 쑥부쟁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청산(靑山)은 말이 없고, 나는 언제까지 이토록 어리석은 모습으로 살아가야하는가!~,,,

제석봉엔 예전에는 품격있는 고사목군락이 많았었는데~, 이젠 새롭게 자라는 젊은 주목군락이 푸르게 펼쳐진 곳이 많았다!~, 고사목들의 말없는 배웅을 받으며 하산하고~, 11시쯤 장터목에서 라라님 팀 두분, 다날님, 파로님팀 분들과 점심식사를하였다!~, 라라님들 덕분에 김치 등등 맛있는 식사시간이었지만~, 너무 과식을 하였다!~,

산무(山霧)가 발아래 깔려 구름 위를 걷는 산길 - 연하선경 꽃밭 능선길과, 세석평전, 한신계곡을 가고싶었지만~, 시간이 늦고~, 데미안의 컨디션도 좋지않아서 12시 쯤 백무동으로 하산하였다!~, 조릿대 사이로~, 바윗 틈 사이로~, 하얀색 보라색 이름 모를 가을 꽃들이 피어있었다!~,

날이 조금 흐려져서 머리 위 하늘은 검은 구름에 덮혀있고, 사방으로 먼 하늘 먼 산 위로는 몽실몽실 조각구름들이 솜뭉터기 처럼 떠있었다!~,

아직 단풍은 없다!~, 다만 서늘한 바람과, 나뭇잎들 사이로 소리없이 떨어지는 햇살에 살짝 가을이 묻어 있다!~,

듬성듬성 아름드리 참나무도 있는 우람한 주목군락을 지나고~, 산죽숲을 또 만나고, 참나무들과 아직 물들지않은 파란 단풍나무가 참 반갑다!~, 흙내음 풀내음 파란 하늘과 푸른 녹음, 청랑한 공기~,,, 무엇을 더 바라리!~,,,

뿌리를 문어다리 마냥 들어낸 거목들도 만나고~, 커피잔속 프림처럼 파란 하늘에 스며들 듯 번져 나가는 흰 구름도 만난다!~,

주인 곁으로 슬며시 다가오는 강아지 마냥, 조용하고 심심하게 잎새들 사이로 떨어져내리는 풀강아지 같은 하얀 햇빛 뭉치들~,,,

백무동 하산길 걸음걸음 마다 발아래에서 올라오는~, 심산(深山)의 약초향을 담고 돌을 타고 흙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윽한 물내음~, 지리산 만의 깊고 깊은 흙산의 흙내음!~,,, 바람 타고 오는 가을 꽃향 품은 초목의 내음, 태고의 신비를 담은 이끼향~,,,

글을 맺기 전에 ‘쉼보르스카’의 ‘두번은 없다’라는 시(詩)를 옮겨본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 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나이가 들면서 마치 세상을 다 아는 양~,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며 권태와 나태에 빠지고 매너리즘에 젖기 쉽다!~, 그러나 바뀌 생각해보노라면~,,, 오늘의 지리산도 두 번은 없을 것이며~, 삶은 순간순간이 창조의 연속이며~, 기적의 연출임을 숙고하자!~,

오후 1시 25분 장터목과 백무동의 중간 쯤 되는 소지봉에 도착하였다!~,

돌을 깔아 정비한 산길은 걷기 힘들다!~, 20대 때 걸었을 때엔 백무동을 걸으며 송추계곡하산길을 닮았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의 백무동 산길은 돌을 깔아놓은 구간이 너무 많다!~,

날머리에 다가올수록 수량이 풍부하여 계곡물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넓게 잎이 펼쳐진 거대한 고사리가 많고~, 아름드리 나무와 바위들엔 두껍게 푸른 이끼들이 덮혀있고~, 통행금지된 녹슨 출렁다리도 있어서~, 마치 폐쇄된 ‘쥐라기 공원’에라도 들어온 듯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하였다!~,

오후3시 15분 쯤 하산!~, 파로님, 파로님과 함께 오신 여여님, 쥐콩님과 뒷풀이 자리를 함께하였다!~, 감사드리며~ 함께 산행하신 산그리메 산(山)님들 오늘 모두 훌륭하셨습니다!~,

이끼 낀 검푸른 바위위엔 노송이 아침햇살에 머리가 허였구나!~~,,, --------------

--------------------- 소 바 우 씀 ---------------------

[쎄이지]

소바우님 후기글 열심히 잘읽고 나갑니다
담 달 단풍의계절 계룡산에서 뵐께요~~

[소바우]

세이지총무님~ 늘 한결같은 지지 고맙습니다!~
파랑새대장님과 함께 두분의 노고에 대해서 다시금 감사함을 표합니다!~

[보름달]

월간 잡지 기다리는 마음으로 만나는 간만에 올라온 소바우님의 산행후기^^
함께 산행한 듯 지리산을 느낄 수 있네요~~
개인별 맞춤산행~~
천왕봉을 오르는 코스도 시간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지리산의 정기를 잘 받고 오셨겠지요^^
8년전 동서울터미널에서 심야버스 타고 자다 깨다 도착하여 백무동에서 비몽사몽 상태로 간간이 비 맞으며 올랐던 천왕봉~~~
그 후로 여러번 오를 기회가 있었으나 연이 닿지 않았던 산^^
잔뜩 기대했었는데 ㅜㅜ

제 지인은 여러번 시도 하였으나 일이 계속 꼬여서 10년만에 올랐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부부도 10년 내 다시 오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때처럼 쌩쌩하지는 않겠지만 자연을 느끼는 깊이는 좀 생기겠지요?

글 잘 읽고 갑니당~~~

[소바우]

불편한 몸으로도 산행하신 마고님과 늦은 밤에 마중나오신 보름달님을 보면서~ 두분의 다정함과 그리고 산그리메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 습니다!~ 두분 모두 빨리 쾌차하세요!~^

[paro52]

멋진 산행 후기 잘 감상하면서 그림처럼 다시 떠올려 봅니다.

[소바우]

파로님은 부드러우시면서도 강골의 에너지롤 품고있으신 기상이 느껴집니다!~, 아쉬울 때마다 슈퍼맨 처럼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벽계수]

소바우님의 산행후기가 올라와야 비로소 실질적인 산행종료이지요. 추석처럼 풍성한 산행후기 잘 읽었습니다.

[소바우]

벽계수대장님께서 좋은 산행 이끌어주심을 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재주에 비해 그래도 봐줄만한 정도는 될성싶은 글도 쓸 기회도 얻고있습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