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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 희망승일
◆ 연출 : 스페셜팀 문소산 PD ◆ 작가 : 최우진
' 오늘부터 난 여기에 매일같이 써 나갈 것이다 만약 내가 쓰지 못하는 날이 생기더라도 그것은 포기의 뜻이 아닌 잠시 몸이 불편해진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누가 날 대신하여 계속 써주면 된다 하루에 한 문구 오늘이 그 첫날 난 산다 '
박승일 선수는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근육마저 마비되어 심장이 멎는 죽음의 순간을 겪었고, 이제는 얼굴 근육이 굳어져 웃는 것조차 힘들다. 그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과 두 눈동자 뿐. 하지만 그는 살아있다.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인공호흡기를 달며 목소리마저 잃은 후, 고립된 섬처럼 투병생활을 하던 그는 2004년 12월 안구마우스와 만나면서 다시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두 눈동자를 움직이며 승일이 세상과 소통하는 속도는 1분에 다섯 글자. 비록 소리 없고 빠르지도 않지만, 그가 세상에 전하는 언어는 그 어떤 언어보다 강하며 자유롭다.
사람이 '살아있다' 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살아간다' 는 것은 무엇일까. 서른여섯 살... 전 프로농구 선수였고 지금은 루게릭 투병 4년차인 박승일 선수의 삶을 통해, 우리가 가진 행복의 조건들, 소통의 의미,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져본다.
박승일 선수가 눈으로 쓴 글들이 영화배우 박해일의 내래이션과 힙합뮤지션 드렁큰타이거의 음악(랩)을 통해 전해지고, 지난 95년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난 모리 슈워츠 교수가 박재동 화백의 그림과 배우 변희봉의 목소리로 되살아나 승일과 함께, 죽음에 직면해서 깨닫게 되는 삶의 의미에 대해 짧지만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 주요내용
1. 하나씩 내던지며 가는 고통의 삶
하지만그끝이명확히보이는데하나씩내던지며가는길은 차라리한꺼번에버리는것보다더한고통이었다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일명 루게릭병은 10년의 무명시절을 견디며 최연소 농구코치로서의 꿈을 이뤄낸 그의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왼쪽 상반신에서 시작된 징후. 이제 혼자서는 숨을 쉴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다. 그의 몸은 고무찰흙과 같아 가족과 간병인이 만지는 대로 놓여질 뿐이다.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은 위급한 상황을 알릴 수 있게 딸랑이를 달고 있는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과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인 두 눈 뿐. 딸랑이의 소리는 점점 약해져가고 눈을 깜빡이는 것은 점점 힘들어져 간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 가위에 눌린 것과 같은 상태에서 온 몸의 감각은 무섭도록 살아있어 그를 괴롭힌다.
2. 안구마우스, 또다른 그의 목소리 박승일 선수의 일상적인 대화는 글자판으로 이루어진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적혀있는 글자판을 들고, 글자를 짚어서 맞거나 틀리면 승일이 눈을 깜빡여 단어를 조합해 나가는 방식이다. 한 단어를 전하는 데에도 몇 분이나 걸리는 그들의 의사소통. 어머니는 애가타고 승일은 지친다. 2005년, 그는 안구마우스라는 기계를 접하게 된다. 작은 카메라와 모니터에 부착된 적외선 센서로 이루어져 있는 안구마우스는 카메라에 눈동자를 맞추면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 마우스의 커서를 움직일 수 있고, 눈을 깜빡이거나 바라보는 동작으로 클릭이나 드래그도 가능하다.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해도 눈동자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안구마우스는 잃었던 목소리를 대신해주는 소중한 존재. 1분에 다섯 글자를 만들기도 힙겹고 띄어쓰기도, 오자를 고치는 것도 버겁지만, 그는 안구마우스를 통해 세상과 다시 친해질 수 있었다. 승일은 안구마우스를 통해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때로는 인터넷 쇼핑으로 가족들에게 깜짝 선물을 하기도 한다.
3. 생의 마지막 직업
이익에비해환자에게손이너무많이가기때문이다 루게릭을홍보하는것은내가이세상에태어나갖는마지막직업이다 사회는나를포기해도나는포기하지않을것이다
환자들에게는 부족한 정부 보조와 사회적 무관심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 24시간 간병해야 하는 특성상 환자의 가족들은 개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간병인을 쓰게 되면 한 달 간병비가 150여만원. 병이 진행될수록 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결국 빈곤층의 환경에 처하게 된다. 박승일 선수의 꿈은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들이 제대로 간병 받고 쉴 수 있는 요양소를 짓는 것이다. 진단 받은 순간부터 침대에 누워지내는 지금까지 그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 '박승일과 함께하는 ALS'를 통해 그는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고 발언한다. 자신의 몸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의 생활마저 망가져가는 것을 오롯이 볼 수 밖에 없는 환자들로부터 환자가족들을 해방시켜 줄 수 있는 공간, 환자들에게는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요양소를 짓기 위한 루게릭병 홍보. 이것이 바로 자신의 마지막 직업이라고 그는 말한다.
4. 가족, 그리고...
나하나로인해가족은삶이라는단어를잃어버리고산지오래다
박승일 선수가 농구코치의 꿈을 안고 유학길에 올랐을 때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15년지기 친구 김미남씨는 지금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를 방문한다. 박승일 선수가 운영하는 인터넷 까페의 공동운영자 오월소년은 움직일 수 없는 박승일 선수를 대신해 까페를 운영하고, 요양소 건립을 위해 보건복지부를 찾는다. 하루 24시간 승일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가족들과, 변함없이 그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 그리고 루게릭병 홍보에 뜻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박승일 선수는 그들이 있기에 힘든 하루를 또 견디고 싸우며 살아간다.
5. 난 산다
햇볕이무서우리만큼내리쬔다 닿을듯닿을듯닿지않는이것이무엇인지분명아는데 해결할수없는나의무기력앞에오늘도난가슴을친다 그러나여기서절망하거나노여워하지않겠다
지금껏 잃은 것들에 힘들었고 앞으로 잃게 될 것들이 무엇인지 알기에 두렵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비록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그렇기에 깨달을 수 있었던 삶의 의미들. 침을 삼킬 수 있고, 움직일 수 있고, 가려운곳을 긁을 수 있고, 흐르는 땀을 내 손으로 닦을 수 있는 일상의 사소한 행복과 감동, 우리는 그 놀라움을 박승일 선수를 통해 깨닫고 느낄 수 있다. 오늘도 그는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살아간다. 그런 그의 인터넷 카페 아이디는 희·망·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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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의 다양한 재능들이 박승일 선수와 이 다큐멘터리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 '나' 의 목소리 다큐멘터리 <ID: 희망승일>의 일인칭 내레이션 '나 박승일'의 목소리는 영화배우 박해일이 맡았다. 영화 <괴물>의 흥행과 차기작 <극락도 살인사건>의 촬영으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박해일은 박승일 선수가 눈으로 쓴 글들을 읽고 나서 이번 다큐의 내래이션 의뢰를 흔쾌히 수락했다. 녹음은 남해에서 배로 4시간이나 걸리는 한 섬에서 영화 촬영 중이던 박해일이 잠시 서울로 올라와 어렵게 이뤄졌다. 박해일은 무더운 녹음실 안에서 두 시간 남짓 걸린 녹음시간 동안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거듭 대본을 읽으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녹음이 끝난 후 박승일 선수에게 화이팅 메시지를 보내며, 제작진에게 자신이 부족해 박승일 선수가 글로 표현하고자 한 감정과 생각들을 잘 전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 음악으로 전해지는 행복의 조건 가수 드렁큰 타이거는 박승일 선수의 글 <난 다시 살아났죠> 와 <행복의 조건>에 곡을 붙여 랩을 해주었다. 타이거 JK는 현재 원인 불명의 희귀난치성 척수염으로 투병 중이다. 그는 처음 병을 앓기 시작할 때 인터넷 까페 '박승일과 함께하는 ALS'에 가입해 박승일 선수의 글을 읽었고, 병과 싸울 의지와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또한 자신이 정신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큰 힘이 되어 준 박승일 선수의 다큐멘터리에 참여하게 된 것을 귀한 인연으로 생각한다며 작곡 의뢰에 흔쾌히 응했다. 자신은 박승일 선수로부터 이미 많은 것을 받았다며 끝내 작곡료도 거절한 타이거 JK는 '박승일과 함께하는 ALS' 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제가 처음 병에 시달릴 때 큰 힘이 된 것이 바로 박승일님의 이야기와 글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에서 이런 작업을 할 기회가 주어지다니요. 행복의 조건은 또 한 번 절 울리고 웃게 해주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히어로입니다. one!!!!!"
■ 모리 교수와의 대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주인공 모리 슈워츠 교수. 모리 교수는 지난 94년 루게릭 병을 진단받고 이듬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제자와의 대화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의미 깊은 글들을 남겼다. 박승일 선수는 루게릭 병을 진단받은 직후 모리 교수의 이야기를 읽었고, 이것은 그가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고 치열하게 싸우며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승일 : 내 몸을 누군가에게 맡기면서 많은 인내가 필요했고 죽고 싶을 만큼 힘들 었습니다. 모리: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이 세상에서 이대로 힘없이 물러날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치열하 게 싸우면서 계속 보람 있는 삶을 살 것인가 하고.
박승일 선수와 이미 세상을 떠난 모리 교수와의 가상 대화. 모리 교수가 생전에 남긴 글과 박승일 선수의 글을 토대로 구성한 두 사람의 대화는 박재동 화백의 그림으로 되살아났다. 밑그림 스케치를 위해 집을 방문한 박재동 화백에게 박승일 선수는 눈동자를 움직여 부모님의 초상화를 그려줄 것을 부탁했고, 박화백은 박승일 선수 부모님의 초상화에 '승일아, 빨리 일어나 걸어라' 라는 아버지의 메시지를 담아 선물했다.
모리 교수 목소리는 영화배우 변희봉을 통해 전해진다. 영화 <괴물>에서 부자지간으로 열연했던 변희봉, 박해일 두 배우의 목소리를 통해 모리 교수와 박승일 선수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한 자리에서 만난다.
■ 문의 : 스페셜팀 문소산 PD(781-1357) ■ 홍보 : 홍보팀 안현기(781-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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