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과 13일 부산 송도에서 열린 2015년 영·호남 수필인 대회 및 영·호남수필집 제25집 출판기념회는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안겨준 가운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년에 한번씩 6개 광역시도지회(부산, 울산, 대구경북, 광주, 전남, 전북)가 해마다 호남과 영남을 오가며 개최하는 이 대회는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송도 스포츠센터에서 영호남수필협회부산지회 주최로 화려하고 내실 있게 진행되었다. 1991년에 창립해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영호남수필문학인대회는 개막식이 열리기 전 부산수필문인협회 회장 박희선 수필가의 수필에 대한 문학 강연이 영상매체를 활용하여 이루어 졌다. ‘일상을 뒤집다’라는 강연 제목은 크게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연꽃의 과정에 하나하나 문학적 의미를 부여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묵언’이란 주제로 시작한 박 수필가의 강의는 ‘품다’라는 주제로 끝을 맺었는데 박 수필가는 “문학으로 살고 문학으로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천명해 문학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
이어서 수필낭송은 경성대 교수이면서 시낭송가로 활동하는 문인선 씨의 수필 낭송으로 안귀순 수필가의 수필 ‘날지 못하는 새’를 낭송하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식전행사는 합창과 국악 그리고 성악, 퍼포먼스, 영성 춤 등으로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식전행사가 끝나고 영호남수필협회 부산지부 박미옥 사무국장의 매끄러운 사회로 시작했다. 영호남수필부산지부 김창식 회장의 대회사를 시작으로 영·호남 수필인 대회가 개막되었다. 2015년 영호남수필인상에는 이정현 국회의원(새누리당. 순천 곡성 지역구)의 ‘고향 예찬’과 수필가 이정희(울산지부)씨의 ‘기도’가 선정되어 각각 상패와 상금 일백만원을 받았다. 이어서 수여되는 공로상에는 작년도 대회를 주관했던 전남지부의 신춘자 회장이 상패와 상금을 받았다. 해양수산부 유기준 장관의 축사가 특별히 내 마음을 끌었다. 유 장관은 당신의 장인어른이 작고했으나 원광대학교 국문과 교수였으며, 자기 부인과 처제도 국문학을 전공했으니, 자신도 문학가족임을 알아달라고 했다. 유 장관의 장인이 누구일까 궁금해 하다가 유 장관에게 다가가 장인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내가 존경했고 그 분 또한 나를 참 어여삐 여기셨던 이상비 교수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런 인연도 다 있구나 하고 어안이 벙벙해짐을 느끼면서 유 장관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장인어른께서는 생전 대학에 근무하실 때 학·처장 등 보직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학문연구와 제자교육에 헌신하셨던 대쪽 선비의 표상이었다.”고 했더니 내게 “고맙습니다.” 대답하며 악수를 청했다. 나는 대학 재학시절 대학신문사에서 기자를 거쳐 편집국장의 직책을 맡고 있었고 대학의 대소사를 꿰뚫어 보듯 잘 알고 있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개회식이 끝나고 지역별 장기자랑에 들어갔는데 우리 전북은 5번째로 출연하여 춤과 노래 등을 불렀으나 때마침 주민들의 소음공해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바람에 준비한 끼를 다 발휘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렇게 모든 행사가 끝났다. MBC대학가요제에서 ‘숨어 우는 바람소리’를 불러 대상을 받았던 이정옥 가수가 초청되어 ‘숨어 우는 바람소리’를 부를 때는 모든 수필가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숙소는 송도비치호텔로 2인 1실이 배정되었는데 나는 황정현 문우와 짝이 되어 참 편하게 대화를 오랜 시간 나누었다. 밤바다 파도소리를 듣고 싶어 서상옥 선배 문우와 해운대 백사장을 거닐며 인생을 논하고 문학이 죽어가는 사유를 말하며 밤이 깊어가는 줄을 몰랐다. 술을 못하는 분이기에 아쉬움이 남았으나 이곳저곳 해운대 술집에서 폭소와 축포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시를 빚어 보았다.
밤바다 최 상 섭
밤배 떠나가는 짚시의 바다는 어둠을 살라먹고 바람소리도 잠자는 고요의 백사장엔 먼 곳 등대불만 무심한데 부질없는 향수가 이방인의 가슴을 짓누르네.
둘째 날에는 주최 측이 안내하는 관광시간이었다. 국립해양박물관을 시작으로 시작되었는데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층 건물이었으며 건평이 13,700평, 대지는 7,800평으로 호남의 건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항의 물동량은 세계 5위로 국제적인 항구도시로서 손색이 없으며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기준으로 보면 세계 3위에서 6위를 왔다 갔다 한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이어서 ‘돌아와요 부산항’란 노래로 유명해진 해운대 동백섬을 관광하게 되어 기분이 상쾌했다. 동백섬의 누리마루는 세 번째 보는데도 참 인상적이었다. 동백섬의 새로운 명물, 누리마루 APEC 하우스는 노무현 대통령 재직시절인 2005년 11월 18~19일에 열린 제13차 APEC 정상회담 회의장으로 해운대구 중동(中洞)의 동백섬에 세운 건축물이다. ‘누리마루 APEC하우스’라는 명칭으로 불리어지고 있으며, 특별히 한복 두루마기를 입은 21개국 정상들의 모습이 이색적으로 행복해 보였다.
오륙도 바위는 마침 바닷물이 빠져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나는 이곳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광안대교를 거쳐 부산일보사 12층 홀에서 뷔페식으로 점심을 먹고 우리는 내년 전주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며 1박2일의 여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는 참 의미 깊은 문학인대회로서 나 자신을 새롭게 더 새롭게 변모시켜야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진 기회였다. (2015.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