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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그곳은 대구 속에 또 다른 대구가 있는 듯한 그곳만의
모습과 전통이 남아있다.
대구 서부정류장에서 이곳으로 유일하게 운행하는 600번 버스를
타고 가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 30분..
대구-마산을 잇는 5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이 버스를 타고
현풍까지 가노라면 시내버스를 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시외완행버스를 타고 끝도 없이 가는듯하여 현풍에 닿을 때면
때론 사람이 데친 시금치처럼 지쳐버리고 만다.
그래서 여전히 현풍은 대구 달성군에서도 가까워 보이지만
멀고 먼 곳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같은 대구시에 있지만 현풍을 가기위해
시내버스보다 비싼 시외버스로 20분 소요되는 교통편을
이용하기도 한다.
80년대 현풍에는 이미 대구시내버스가 들어갔었다.
동호동-논공을 운행하던 32번 버스(현 836번)일부가
현풍까지 연장 운행했었다.
그 시절 달성군은 대구시가 아니었기에 시계할증요금이 적용되었다.
31번 126번이 들어갔던 화원유원지는 당시 어린이 시내요금이
60원이었는데 할증이 적용되어 120원이었다.
일반은 시내요금이 120원이었으니깐 240원이 적용되었다.
화원면은 이렇게 요금이 적용되었으니 현풍까지는 제법 비싼
할증요금이 적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30년이 흘러 이제 현풍에서 대구시내를 잇는 노선이
600번 665번 두개의 버스노선이 다니고 있으며, 달성군의
할증요금도 먼 옛이야기가 되었다.
현풍터미널에서도 부산 ,거창, 창녕 게다가 서울까지 갈 수 있는
시외버스가 들어온다.
행정구역은 대구지만 여전히 현풍은 대구시내와 멀리 떨어진
울릉도와 같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곳을 시내와 빠르게 연결하여 주는 또 다른
버스가 절실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간다면 현풍은 여전히 대구 속에 이방인의 땅이
될 수밖에 없다.
현풍터미널에는 대구시내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이곳만의 시내버스들이 운행하고 있다.
현풍과 구지면 각 오지마을을 운행하는
달성4번 달성5번 달성6번 달성7번 버스이다.
대부분 하루 8~10회 운행으로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오지노선 버스이다.
유가면과 일부 구지면 지역은 1995년 개통한
경상교통 34번 90번 버스가 서문시장-대명시장-서부정류장-화원-
논공-달성공단-현풍 기존노선에 34번은 유가면 구지면 지역을
운행했으며, 90번은 고령군 다산면 지역을 일부 운행했다.
그 당시 대구시에 속해있었지만 여전히 현풍은 구간할증요금이
적용되었고, 34번 서문시장에서 유가면 까지는 3400원이었다.
시외버스 회사가 대구시내버스 노선을 구입하여 운행하면서
구간을 독점하다 보니 현풍 이후 연장구간은 배차간격도 엉망이었고,
과다한 할증요금으로 그 당시 신문 면에 오르기도 했다.
97년 이들 노선들을 모두 대구시내버스노선으로 재 편입되면서
34번 버스는 폐지되고, 대신 서문시장-현풍/다산구간을 운행하던
90번 버스를 현풍-유가면-구지면-현풍 순환노선으로 변경하며
일부 시간대에는 구지면 각 오지마을을 운행했다.
필자도 군 시절 유가산에 봉사활동으로 가던 중
90번 현풍↔현풍 간단한 행선판을 달고 유가면 방향으로 가던
90번 버스를 보았다.
당시 여기 현풍에 살던 후임이 들어와서 물어보니 40번 버스도
다닌다고 했는데 40번 버스는 나도 직접 보지 않아서 실체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40번은 구지면 유산리 본말 지역을
전담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이 든다.
1998년 버스노선 개편과 함께 90번 버스는
66-1번(현풍-도동) 66-2번(유가사-현풍) 66-3번(현풍-본말)
66-4번(현풍-유산리)로 나누어지며 지금까지 변함없이
번호만 변경 되었을 뿐 현풍에서 다시 한 시간은 족히 넘어야
갈 수 있는 구지면 오지마을과 현풍면을 연결했다.
현풍을 출발해 한정-평촌-예현-유산으로 운행하는
달성7번이 14:30 출발을 앞두고 있다.
하루 6회 운행하면서 일부 시간대에는 응암리, 평촌리를
경유하지 않고 가는 노선이 있고, 유산리에서 현풍으로 나올 때는
들어 갈 때와 전혀 다른 루트로 운행하는 특징이 있다.
왜 그런 고 하니 달성3번 달성4번 달성6번 달성7번은
단 한대의 버스가 전담하고 있다보니 마을 전체를 모두 한번에
경유 할 수 없어서, 시간대별로 나누어서 일부 마을은 경유 하는 것이다.
대구의 가장 끝 지역..
대구시 달성군과 경남 창녕군이 맞닿고 있는 그 존재조차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마을로 달성7번 버스가 현풍터미널을 출발했다.
달성소방서를 지나 잠시 넓은 5번국도 길을 달리다가
버스는 유가면으로 빠져나와 5번국도 구 길을 달린다.
달성7번 버스는 유가면 이후부터 넓은 도로는 피하고 오직
그 옆에 난 농수로 길이나 다름없는 좁은 가로수 시골길을 달린다.
여유롭게 인적도 차들도 없는 녹음으로 물든 시골길을 버스는
내가 모르는 낯설 은 세상으로 달려간다.
버스에 탄 사람들이 마을입구에서 하나둘 내리고..
달성2차 공단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오는 도로를 잠시 달리다가 다시
좁은 골목길 구간으로 버스는 내려간다.
달성7번 버스는 오직 큰길은 피해 다녀야 하는 운명이었다.
차들도 다니지 않는 옛길만을 골라서 다닌다.
덜컹~덜컹~경운기 옆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드문드문 인가가
모여 있는 마을을 지나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건 텅 빈 도로와
정류장뿐이었다.
오지노선 버스가 가는 길은 참으로 외롭다.
어느새 버스 안은 나 혼자만 남았다.
16:20 버스는 좁은 언덕길을 올라와 이내 너른 터 안으로
들어선다.
유산리 마을회관..1시간을 달려 도착한 달성7번 버스의 종점이었다.
대구 달성군 최남단 끝 지역에 버스가 도착했다.
기다리는 건 텅 빈 주차장과 인적 없는 여름 속 마을길이 전부였다.
바쁜 농번기에다 현풍장날이 서지 않는 날이어서 그런지
하루 6번 다니는 버스가 마을에 들어왔지만 종점에는
아무도 없었다.
버스는 시동을 끄고, 좁고 험한 길을 달려온 가쁜 숨을 몰아쉬며
휴식을 한다.
경남 창녕과 맞닿은 경계지역으로 내려가며 바라본 유산리 종점..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이고 있는 아래 느티나무 한그루와
버스가 나란히 서있다.
종점에서 도보로 5분을 걸어 내려가니 낯 설은 도로가 보이고,
나뭇잎에 가려진 대구시 달성군 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다.
나의 오른발은 경남 창녕군에..왼발은 대구시에 걸쳐져 있는
시와 도의 경계지역..
여기가 대구의 최남단 끝 지역이다.
그런다고 경남과 맞닿아있다고 하나 이곳 마을에서는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지역만 다를 뿐.. 같은 땅.. 같은 하늘.. 같은 길일뿐인데..
난생 처음 발을 디딘 대구의 끝자락..
이곳에서 내가 살고 있는 시내까지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대구사람들 조차도 이곳마을의 존재를 알고나 있으려나..
작은 더위가 시작된다는 7월의 첫 절기인 小暑(소서)를
앞둔 유산리 마을에는 매미들이 여기저기 힘차게 울음을 터뜨렸다.
녹음은 온 세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마을 농가 창고 안에는 한겨울을 이겨내고 수확을 한 마늘이
탐스럽게 기둥마다 가득히 걸려있다.
복숭아나무에는 어느새 복숭아 열매가 붉은 빛을 띠며
여름햇살에 가을결실을 위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활짝 열린 황토 흙으로 빚어서 만든 토담집의 낡은 나무대문이
활짝 열려있다.
도시의 꼭꼭 잠긴 문들만 가득한 삭막한 세상과는 전혀 다른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자연과 어우러져 욕심과 탐욕이 없는
그러한 세상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나무문 옆에는 33년 전 어릴 적에 골목길을 가다가
통장집이나 반장 집에 붙어있던 ‘주민신고센터’푯말을
오랜만에 보았다.
80년대..군사정권시절의 마지막 흔적이 아닐까..
녹슬어버린 못에 빛바래고 녹슨 표지판..희미해져 가는 글씨체..
한세월의 어둡고 암울했던 그 시절의 歷史가 멀고 먼
오지마을 속에서 마주했다.
더는 의미가 없어지고 쓸모없어진 주민신고센터 푯말..
앞으로 더 얼마나 녹슬어 갈까..
이미 사라진 한 歷史도 그렇게 녹슬어 버리듯 잊혀지고 있지 않던가..
맞은편 골목길로 들어서니 황토 흙기둥 과 담장이 서있는
오래된 가옥을 만났다.
이미 살고 있던 사람은 떠나버리고..
옛 가옥은 힘없이 스르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사람의 발걸음이 끊긴 마당에는 무심한 잡초들이 우거져있어
이곳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쓸쓸하고 때론 서글픈 폐가의 모습인데
한편으론 아름답고 낭만이 있어 보일까..
구수한 흙냄새가 여전히 풍기는 토담이 나의 생각을
바꾸어 주었는지 모르겠다.
흙 냄 새야 말로 깨끗하고 그립고 사람의 삶 속에 가장 솔직한
향기가 아니겠는가..
버스가 떠날 시간이 다가와 마을탐방을 마치고 버스가 있는
마을회관으로 가는 중간에 집 뒤뜰에 매여져있는 누렁이 강아지가
반갑다는 듯 잡으며 내게 덥석 안길 듯이 폴짝 폴짝 뛴다.
다른 여느 시골집 견공들은 거의 이방인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나 역시 다른 곳에서 견공들에게 내쫓겨 나온 적이 몇 번 있기에..
이 녀석을 처음 보는 순간
‘아..오늘도 요놈에게 됨 통 푸대접에 내쫓겨 나겠군..’
그렇게 생각했는데 생각과 달리 이 누렁이는 제법 순했다.
이놈도 사람이 그리웠는지..
카메라를 향해 떡하니 포즈 잡는 이 넉살좋은 녀석..
시골에서 만난 강아지 치고는 꽤나 세련되어 보이고 예뻤다.
강아지의 순수한 눈빛과 표정이 이내 나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했다.
나는 떠나면서 강아지에게 “안녕 멍멍아..건강하고 담에 또 보자^^”
인사를 하고 강아지와 헤어졌다.
16:40..
마을에서 5번째 현풍으로 나가는 달성7번 버스가
떠날 시간이 다가왔지만 끝내 종점에는 승객은 한명도 없었다.
이 버스가 떠나고 나면은 18:50 21:10 2편만 남게 된다.
16:40에 유산리를 출발하는 달성7번 버스는 앞서왔던 루트와
다르게 운행을 하는데 목단-평촌-응암2리-응암3리-유가-현풍으로 운행을 한다.
새르응~새르응~매미의 울음소리만이 존재하는 텅 빈 초록빛
산길도로..
하루에 이 길로 자동차들이 얼마나 다닐까 의구심이 들만큼
깊고 깊은 산간도로를 보는 듯 했다.
끊기지 않을 것만 같던 정적을 깨고, 유산리를 출발해
산모퉁이를 돌아 달성7번 버스가 대구의 끝에서 다시 현풍을
향해 외로운 오지 길을 달린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버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을 떠나는 버스..
하지만 하루 6번 단 한대의 오지버스 달성7번은
자연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사람들의 둘도 없는 발이 되어
변함없이 이 길을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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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기 안 가 본 지도 오래됐네요... 창녕군이랑 완전히 맞닿아 있는 저곳...
현풍쪽엔 도동서원.자모.유곡1리.도의리.본말리까진 다 가봤는데 유일하게 달성7번루트 마을은 아직 못 가봤네요..언제 시간내서 저도 현풍에서 도보여행으로 가봐야겠네요~사진 잘 봤습니다^^
말로만들었던곳이네요 저도현풍에서 각오지마을탐험해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