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나는 부부가 의견을 교환해가며 의사를 결정하는 힘겨운 과정을 지켜보게 됐다. 여동생 부부가 새로 태어난 래브라도 강아지 이름을 짓는 과정이었다.
여동생은 인터넷을 다 뒤지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했다. 발렌티노, 폰지, 홀든, 심바, 브랜디 주니어(우리가 어렸을 때 키웠던 애견 스파니엘의 이름을 본떠서), 올리비아 뉴튼 존(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까지. 며칠 만에 온갖 개 이름이란 이름은 다 나왔다.
보다 못한 제부가 나섰다.
“그냥 ‘지미’라고 부르자”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연구했다.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한 모든 옵션을 꼼꼼하게 저울질 해보고서야 선택을 내리는 유형이다. 심리학에서는 첫 번째 유형을 극대화자(Maximizer)라고 부른다.
두 번째는 최소한의 필요 기준을 충족시키는 옵션을 재빨리 결정하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유형이다. 심리학에서는 두 번째 유형을 만족자(Satisficer)라고 칭한다. (‘최소한의 필요 조건을 충족시키다’ 또는 ‘작은 성과에도 만족한다’는 뜻의 ‘satisfice’는 만족하다는 뜻의 ‘satisfy’와 충분하다는 뜻의 ‘suffice’를 합성한 단어다.)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스와스모어 칼리지 심리학과 교수이자 ‘선택의 역설(가제)’의 저자인 베리 슈워츠 박사는 “극대화자는 최선의 선택을 원하는 사람인 반면, 만족자는 이 정도면 괜찮은 정도의 선택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슈워츠 박사는 선택 성향을 알아보는 자가 테스트를 개발했다. 이 테스트는 질문 13개로 구성된다. 자가 테스트를 원하는 사람은 각 질문에 대해 1점(전혀 동의하지 않는다)에서 7점(굉장히 동의한다)까지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 이 점수를 합산하면 13점에서 91점이 나온다. 65점 이상이면 극대화자에 속하고 40점 이하면 만족자에 해당한다.
- Rob Shepperson
- 선택 성향을 알아보는 자가테스트. 65점 이상이면 극대화자, 40점 이하면 만족자.
대부분은 중간 점수가 나온다. 어떤 결정을 할 때는 극대화자가 됐다가, 또 다른 결정을 할 때는 만족자 성향이 발현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2006년 심리과학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슈워츠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11개 대학교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 학생 548명을 10월에서 6월(졸업하는 달)까지 지켜봤다.
대체로 극대화자 성향이 있는 학생들이 더 좋은 곳에 취직했다. 극대화자가 받는 초봉은 만족자에 비해 평균 20% 높았다. 그런데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는 극대화자가 만족자에 비해 낮았다. 슈워츠 박사는 이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극대화자는 모든 옵션을 다 고민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에 선택을 해야 했기 때문에 현재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한다. 극대화자는 좋은 선택을 해놓고도 만족하지 못한다. 만족자는 좋은 선택을 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슈워츠 박사는 극대화자와 만족자 중에 잘못된 선택을 자주 하는 쪽이 어느 쪽인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만족자도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극대화자에 비해 더 행복하다는 것이 슈워츠 박사의 주장이다. 극대화자는 만족자에 비해 우울감을 더 많이 느끼고 삶의 만족도도 낮다.
한 살씩 나이가 들수록 극대화자 성향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더 행복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슈워츠 박사는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 중에 하나는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은 지나고 봐도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성별에 따라 극대화자 성향이 더 많이 나타나고 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슈워츠 박사는 의사 결정 스타일이 비슷한 사람과 정반대인 사람 가운데 어떤 유형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가는 아직까지 연구하지 않았다.
슈워츠 박사는 이론상으로는 의사 결정 방식이 정반대인 사람끼리 결합할 경우 서로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준은 까다롭고 결정은 어떻게든 내려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슈워츠 박사는 “부부가 둘 다 극대화자 성향이 있을 경우 그 어느 쪽도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선택의 결과에 더 많이 영향을 받고 그 결과에 관심이 많은 쪽이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슈워츠 박사의 의견이다. 그렇다고 극대화자 성향이 강한 사람이 늘 선택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극대화자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는 만족자가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현명하다. 만족자가 선택한 것이 극대화자의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해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만 늘 결정권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어쨌든 부부가 상의하면서 여러 가능성 중에서 선택 가능한 옵션을 줄여가는 것이 최선이다.
강아지 이름은 뭘로 결정됐냐고? 결국 6살 난 조카가 해답을 내놨다.
“라이트닝 맥퀸이라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