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월 이달의작품 심사평 및 심사 결과
이길옥 시인의 시 「자투리 인생」 선정
정경임 시인의 시 「인간 감별」 선정
2023년 11월 문학의봄 창작방에 올라온 작품 중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운문부문에서 박찬규 시인의 시 「어떤 손길」, 이길옥 시인의 시 「자투리 인생」, 정경임 시인의 시 「인간 감별」, 윤여호 시인의 시 「운문사」 등 총 4편이었고, 산문 부문에서는 추천작이 없었다.
박찬규 시인의 시 「어떤 손길」
감각과 관념을 적절하게 버무린, 함축성이 두드러진 작품이다. 화자가 겨울에 느끼는 시린 감각의 극복과정은 단순히 구들에 지펴지는 군불의 온기에만 있진 않다. 온 세상이 전쟁과 반목으로 이 겨울을 더 얼어붙게 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먼 땅속’의 바람과 감기의 회복을 위해 ‘군불 한 줌’이라도 보태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훈훈하다. 시인은 자신이 관찰한 세계 안에서 일그러진 현상을 최소화할 키워드로 ‘군불’이라는 소재를 찾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향토적 안온함을 넘어 확장된 세계 속으로 보편화하고 있다. 아랫목 ‘검게 그을린 장판’을 보며 ‘이별마저 뜨거웠던/부르튼 그 손길’을 기억해내는 시인의 시선이 경이롭다.
이길옥 시인의 시 「자투리 인생」
네덜란드의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회화보다도 훨씬 더 예술적인 조각보는 우리 규방예술의 총아다. 산문시 형식의 이 시는 조각보 장인 김 여사의 개인사를 조망하면서 인생의 보편성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이 시의 강점은 화자가 취한 대상과의 적당한 ‘거리(distance)’ 안에 독자들이 수많은 인물을 대입해 볼 공간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에 풀어놓은 이야기가 주인공 김 여사의 개인사 같지만 곧 나의 인생스토리이면서 동시에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보편성의 개념을 문학 이론에서는 보통 통시적으로 인식하지만, 이 시처럼 공시성을 포함해 발현되기도 한다. ‘완전한 천을 맘 놓고 잘라보고 싶은’ 마음에 ‘수없이 찔리’는 생을 사는 대다수 민초들의 삶이 함축돼 예리한 감동을 부른다.
정경임 시인의 시 「인간 감별」
전쟁의 상흔에서 보이는 인간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 참상을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지구인의 고통을 정직하게 스케치한 작품이다. 심판자나 중재자가 증발한 상황에서 세상이 둘로 쪼개져 이전투구로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지구촌의 전쟁들은 철저히 제 3자의 견해를 차단하며 세상을 당혹하게 만든다. 화자는 TV 안에 쏟아지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처절한 상황에 본의 아니게 광인(狂人)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광기는 약한 자에 더 악랄한 법이라고/알고 싶지 않은 인간의 비밀이 세상에 까발려’질 때 ‘꺼지지 않는 백린탄처럼/미쳐가는 나를 내가 바라보는 심정’으로 차라리 ‘내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저 화면을’ 꺼달라는 절규가 독자의 가슴에 아프게 젖어 든다. 악마가 내 안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죄책감, 그 악마들의 미친 살육극을 지켜보고만 있어야만 하는 한계…리얼리티를 살리면서도 독자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전율을 일으킨다.
윤여호 시인의 시 「운문사」
탈속(脫俗)의 경지(境地)에 위치한 운문사와 한 여승의 고뇌를 선(仙)적인 배경과 함께 전개한 작품이다. ‘가람’은 불이문 (不二門)을 중심으로 수행과 예불 공간이 분리된 숨결 깊은 곳이다. 특히 시 속의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 180호의 ‘월송(月松)’을 지칭한다. 고요한 산사의 풍경이 저절로 눈 앞에 펼쳐지며 그 안에 조화롭게 등장하는 ‘비구니’의 삶이 관조적으로 포착된다. 속세와의 단절을 품고 사는 여승의 염주나 걸낭 등은 이미 그가 불성과 하나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그가 관세음보살의 눈에서 나왔다는 ‘다라보살’을 품은 것으로 보아 그의 떠남은 중의적(重義的) 의미를 남긴다. 가을이란 배경 안에 깊이를 더한 동양화 한 편 같은 절제미와 함께 청각과 시각·촉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시상을 전개함으로써 배경이 주제에 성공적으로 기여하도록 잘 지어낸 작품으로 읽힌다.
최종심에 넘겨진 작품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옹골졌다. 작품을 거듭 읽고 분석해야 하는 고심 속에서도 즐거움이 없지 않았다. 숙고 끝에 이길옥 시인의 시 「자투리 인생」과 정경임 시인의 시 「인간 감별」 두 편을 2023.11월 이달의 작품으로 선정한다. 축하드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풍작을 기대한다.
2023.12.27. 문학의봄작가회 이달의작품심사위원회
첫댓글 ※ 장석민 작가의 수필 작품들이 아깝네요. 「당구(撞球) 한 큐」 첨삭지도 윤문·교정지를 작성하여 개인 메일로 보냈습니다. 확인하세요.-安
한해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달의 시가 있어 문ㆍ봄 글밭이 더욱 풍성한 것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촌음을 쪼개어 심사하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심사평론 배람합니다.
이길옥 시인님, 정경임 시인님, 축하합니다.
후보에 오르신 박찬규 시인님, 윤여호 시인님께도 박수 드립니다!
심사평 배독합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 많았소.
수고하셨습니다ㆍ공부합니다ㆍ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길옥, 정경임 두 시인께 축하드립니다 ^^
졸작을 이달의 시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더욱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