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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스크랩 <체코-43> 에곤 실레에서 쉴래
LoBo 추천 0 조회 62 16.04.04 11:3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  ... 보헤미아의 숲으로 가고 싶다. 

그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찬찬히 바라보며 어둑한 곳에서 입에 물을 머금고 하늘이 내려준 천연의 공기를 마시며 이끼 낀 나무를 바라본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모두 살아있기 때문이다. ... 어린 자작나무 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무사이로 비치는 햇볕을 쬐며 푸른 빛과 초록 빛에 물든 계곡의 차분한 오후를 즐기고 싶다 ... "      에곤 실레 (Egon Schiele) 가 친구 안톤 페치카에게 쓴 편지의 일부

 

프란츠 카프카, 에곤 실레, 알폰소 무하... 이번 체코여행에서 만나고 싶었던 세 사람.

에곤 실레란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서울에서 열린 클림트 전시회에서였다. 클림트의 제자 자격으로 한쪽벽에 그의 그림이 몇 점 걸려 있었는데 첫 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클림트보다 실레의 그림이 더 생생하게 박혀버렸다


그의 그림은 적나라하고 섹스럽고 불쾌하고 거칠었다 

 

' I know it when I see it '

미국의 한 판사가 외설과 예술을 구분짓는 판결을 할때 그랬다지... ' (설멸할 순 없지만) 보면 안다 '

에곤 실레의 그림들도 각자 보고 판단하길.

 

 

오스트리아 출생인 실레는 엄마의 고향인 여기 체스키 크룸로프에 잠시 머물렀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노골적인 그림들에 거부감을 가졌는데 급기야 어린 소녀를 작품의 모델로 삼다가 마을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그러나 사후에 그가 뜨자 잽싸게 「에곤 실레 기념관」을 선점해 버렸다. 실레의 주 활동무대는 오스트리아 빈이였다.

 

그림보다 더 유혹적인 문구가 기념관 입구에 걸려 있다. ' 서늘한 에어컨 ' 

 

 

안마당을 지나 옛날 맥주공장을 개조한 실내로 들어가면 오른편에 매표소가 있다.

백발의 할아버지에게 장애인 할인을 물어 보았더니 난 90 코루나고 현주는 공짜 라고 했다.

" 예 ? "

내가 이해를 못하고 되묻자 웃으며 또 똑같이 말하는 것이다. 현주가 먼저 그 조크를 이해했다.

 

1,000 코루나 지폐를 냈더니 곤란해 했다. 주머니를 뒤집어 잔돈을 다 내보이자 ' 좀 모자란데... ' 그냥 눈 감아 주는 시늉을 했다. 할아버지가 관람순서와 엘리베이터를 알려 주었다.

 

1층 전시실

 

 

안쪽 방

방명록을 들쳐 보다 한글을 몇개 읽어 보았다 

 

1층은 누군지 모르는 작가의 작품들이 걸려 있었는데 전혀 감동없음. 

 

' 난 여기서 쉴레 ' 하고 소파에 깊숙히 누웠는데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게 어렴풋하게 느껴졌지만 꿈까지 꾸며 골아 떨어졌다.  한 30여분 잤을까 ?  현주가 옆 자리에 와서 날 깨웠다.

"  형, 가방 어딨어 ? "

놀라서 의자 주변을 찾아 봤는데 끼고 자던 가방이 감쪽같이 없어져 버렸다,

그 안에 돈과 카메라와 중요한게 다 들어있는데... 가슴이 철렁해서 잠이 확 깨버렸다.

 

훔쳐가도 모를 정도로 잠이 들면 어떡하냐고...  현주가 숨겨 놓은 가방을 내주며 놀렸다.

 

여기까지 왔는데 에곤 실레를 안 보고 가면 섭해 할까봐 3층으로 올라갔다.

원래 미술관 용도의 건물이 아니다보니 구조나 작품 배치가 좀 특이하다

 

 

외화벌이 하라고 괜찮은 작품들은 다 해외전시로 돌려서 여기엔 습작정도나 몇점 걸려 있었다.

혹시 사진찍나 ? 감시인이 인상쓰고 돌아다니길래 대충 보고 내려왔다

 

 

아래 두 그림들은 예전에 서울 전시회에서 본 에곤 실레 작품들

<인용사진>

 

<인용사진>

 

로비로 내려와 기념품점에 들어가려는데 문이 잠겨 있다. 매표소 할아버지가 우리를 보고 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후에 보니 입구는 다시 매표소쪽으로 돌아 들어가야 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너무 친절했다.


 

 

현주가 그림액자를 사고 싶어하는데 잔돈도 없고 깨질까봐 말렸다.

 

갑자기 소나기.

 

참새 한마리가 비에 놀라 건물안으로 후다닥 들어와 전시실 쪽으로 숨어 버렸다

직원들이 상의하더니 할아버지가 빗자루와 통을 하나 들고 참새가 날라간 쪽으로 들어갔다. 

골치 좀 아프겠는걸 ...

 

한 5분 지났을까 ? 

참새가 생포됐다.

어떻게 잡았는지, 할아버지가 통에 참새를 가둬 나오더니 앞마당에서 풀어줬다.

 

 

 

 

 

 

비가 계속 내려 한참동안 기념품점에 앉아 있어야 했다

 

 

 

 

소나기가 지나갔다.

하늘은 아직도 우울한 회색빛,

 

 

비온 직후 텅 빈 거리

 

 

 

 

 

 

 

상점들을 구경하며 나오는데 굵은 빗방울이 또 후두둑 떨어졌다 

따뜻한 커피나 마시자고 반지하같은 앙증맞은 카페에 들어갔는데 안내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야외 테라스였다

전망이 좋았다.

먹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흐라데크 탑이 암흑기 중세유럽의 분위기를 지대로 느끼게 해 주었다,

 

 

이 식당은 동양인이 먹여 살리고 있었다.  80 % 가 동양인

동남아인과 중국인 가족이 우리를 포위해 아다리 (atari) 를 치는 형국이었다

 

여기까지 와 동양인들 사이에 앉아 있는게 썩 상쾌하진 않지만 유명관광지니까 이해하기로...  

 

 

 

 

웨이터들이 무뚝뚝하고 불친절했다. 의사소통이 안된다고 대충 대충 처리하는게 눈에 보였다

 

체코어로 '무릎, 도가니'  뜻의 꼴레뇨 (Koleno)   238 코루나

식칼을 꽂아 나오는게 전통. 느끼하면 발라 먹으라고 '크젠' 이라 부르는 고추냉이가 함께 제공됐다

 

스프 43 코루나

 

 

 

 

 

같은 돼지를 요리해도

스페인 꼬치닐로 (Cochinillo)는 삶아서 흐물거리고 살이 허예서 혐오스러웠다

필리핀의 레촌 (Lechon) 은 껍데기가 부각처럼 딱딱하고 속살은 기름기가 다 빠져 퍽퍽하다

그런데 체코의 콜레뇨는 껍질이 쫀득하고 일단 짜지 않아 맛있게 먹었다. 양도 많아 둘이 먹고도 남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돼지다리 요리는 한국의 족발이 단연 압승인거 같다. 가지런히 썰어 놓은 비쥬얼도 좋고 한약재등을 함께 삶아 향이 다양하고 장이나 야채 쌈을 곁들이기도 하고 !

 

현주가 옆집 창문을 향해 손짓을 하길래 어느 놈과 바람났나 했더니

 

드론이었다.

 

여종업원은 자꾸 와서 " More ? More ? " 친절을 가장해 매상을 올리려 하고 비지도 않은 그릇을 막 치워 밀어내기 압박을 줬다.

그러거나 말거나 ....

 

커피, 레모네이드등 해서 총 383 코루나가 나왔다. 남자 웨이터에게 1,000 짜리를 냈더니 600 만 거슬러 주고 그냥 가려고 했다

"  어...어이, 거기 ! 잔돈 더 줘야지 ? "

마지못해 15 코루나를 더 거슬러주고 팽 가버렸다. 385 코루나 (19,250 원) 어치 먹은 셈이다.

뒤통수에다 한마디 해줬다. "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도 있는 거지, 이 XX ! "

밥 먹는 동안에도 비가 들쳤다 그쳤다 하길래 잠잠할때 얼른 나왔다.

 

방금전 식사하고 나온 레스토랑

 

나무다리 건너편 기념품점

 

 

 

현주가 가게 안에 들어가서 구경하더니 밖에 있는 날 불러댔다.

냉방도 안되서 푹푹 찌는 매장안에서 봉재인형 두개를 handmade란 명목으로 한 푼도 못 깎고 560 코루나 (28,000 원)나 뜯겻다

할머니가 한번 잡은 봉을 지대로 물어버렸다

 

마을을 떠나며 강가에 한참 앉아 아쉬움을 달랜다

 

맘에 드는 인형 샀다고 마냥 좋아하는 현주

 

 

 

 

 

망또다리 아래를 통과해 역사지구를 완전히 빠져 나왔다

 

 

체스키 크룸로프여 안녕 !

다시 볼 일은 없는거 같구나.

 

 

길가에 주차된 차도 무사했다. 그 주차비 아껴 인형 사줬다고 자위했다. 


벌써 7시 반.  시의 남동쪽, 역사지구가 내려다 보이는 곳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 보았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세계적인 관광지 바로 윗 동네는 무척 한가했다. 마을사람들이 저녁 먹고 나와 한가로이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즐기는 평화로운 일상이 흘러가고 있었다

 

개들끼리의 조우

 

숙소로 돌아와 마트에 들렸다.

난 차에 있고 현주 혼자 들어가

 

내일 장거리 이동을 대비해 생수아 쥬스를 한보따리 사왔다. 총 158 코루나 (7,900 원)

 

현주가 욕실에 드럼세탁기 사용법을 예나에게 물어보자 예나는 2층에 올라가 남편을 데리고 내려왔다

" 우리도 2년전 사서 한번도 안 써봤다 " 며 한참을 이리저리 눌러보고 돌려보더니 드디어 작동했다.

체코인이 오스트리아인보다 훨씬 정이 많고 친절하다.

예나가 ' 내일 아침에 나가실때 문 잠그고 열쇠는 밖에 두고 가라 ' 고 하며 2층으로 올라갔다

 

배가 아직도 불러서, 과일과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스트리아의 후유증을 다 털어버린 현주

 

아버지가 카톡을 보내셨는데, 서툴러서 더 웃겼다.

숙소가 호텔 같지않고 내집 안방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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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6.04.06 09:14

    첫댓글 작년 겨울인가 그 동네와 에곤 실레에 대한 다큐가 내셔널그래픽채널인가에서 나온 적이 있는데.. 아담한 동네라고 생각햇는데.. 역시 그런가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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