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울진 또는 제천에서 태백으로 가는 도로가 확장이 되어 있어 거의 이용하지 않는 길이되었지만
예전 태백으로 가는 길은 경북 봉화의 춘양면을 지나 영월에서 태백방향으로 향하는 31번 국도이다.
이 국도를 따라 가다 보면 태백시를 들어서기전 우측은 태백산 좌측은 함백산이 위치하고 있다.
1500이 넘는 높은 산이지만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산인데 여기 태릉선수촌 고원훈련장이 위치하고 있고
KBS와 KT의 중계소가 있어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는 곳이다.
어제 태백 출장이 있어 함백산에 들르게 되었다.
이리저리 꼬리치는 길을 따라 한 참을 올라가다 보면 1330의 높이에 만항재를 만나게 되고
여기에 만항재 야생화쉼터가 있다.
야생화쉼터란 이름은 아마도 여기에 야생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그리 붙여졌을 법하다
가을이건만 차에서 내리자 비수같은 바람이 쏜살같이 달려와 옷차례 밑으로 드러난 맨살을 훑어내고 있어
한겨울에 빠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몇 장의 사진을 찍다 말고 그 차가운 기운에 휴게소의 따끈한 오뎅국물과 한 잔의 소주가 생각났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두 테이블에 몇 명의 등산객들이 오뎅국물과 동동주를 비워내고 있었다.
아마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한 사발의 오뎅과 소주 한 병을 네명이서 나누니 뭔가의 허전함에 다시 한 병의 소주..
소주가 들어가니 스물스물 올라오는 취기와 더불어 잔잔한 열기가 천천히 맴돌기 시작했다.
다시 차를 타고 함백산 정상으로 향하는데..
하...운이 참 좋았다.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는 정상의 철문이 열려 있었다.
권투국가대표팀의 런닝훈련으로 정상을 개방하여 놓은 것이었다.
헉헉 가쁜숨을 내쉬며 정상으로 내딛는 권투국가대표팀...
젊은 청춘을 오로지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타깝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정상에 서서 한 뜸 아래 펼쳐진 봉오리들의 군집은 아래쪽은 울긋불긋한 전형적인 가을의 풍경이었지만
정상으로 올라올수록 앙상한 겨울의 풍경으로 변하였다.
정상의 운치를 뒤로 하고 고원훈련장을 지나 태백으로 들어섰다.
태백은 사실 그리 먹거리가 유명한 곳이 아니다.
닭갈비, 한우, 칼국수 등이 있지만 자생하여 태백고유의 원산지라 할 그런 음식은 아닌 것이다.
한우만 하더라도 실제 고기는 대부분 영주에서 오는 것이므로..
그렇더라도 한우를 먹기로 하였다.
몇 달전 태백을 방문하여 이쪽 관련업무담당자와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젊은 친구 하나가
한우를 실컷 먹어보았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던 기억이 언뜻 떠올라 그리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갈비살 200g에 25,000원 가격은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고기의 상태 또한 기대이상이었다.
방 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 앉아서인지 연탄불을 넣어 주었다.
아마 방에 들어갔더라면 가스불 또는 숯불에 구워 먹었을 터이지...
연탄은 검은 기운을 충분히 빼낸 상태로 준비되어 있어 황냄새가 적절히 제거되어 있었고 화력 또한 적당하였다.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실내가 아니라 비닐로 바람을 막은 상태여서 으슬으슬 하였건만
연탄의 열기와 더불어 소주가 비워지니 이내 훈훈한 기운이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4인분이 약간은 아쉬워 육회 한 접시를 시키려 하였지만 아쉽게도 육회고기는 다 떨어졌다고 하여
양념갈비를 추가로 시켜 남은 소주를 비우고 식사로는 소면을 시켰다.
소면이라고 하지만 실제 면은 중면에 가까운 상태였는데 국물은 멸치국물이 분명해 보였다.
멸치다시다를 쓰면 강한 멸치향과 감칠맛이 돌게되는데 여기에 길들여져 이게 멸치고유의 맛이라 착각할 수 있다.
실제 멸치로 국물을 내면 은은하면서도 약간 비릿한 감이 있다. 이 집이 그리하였다.
다른 한우집은 가보지 못하였지만 고기의 질과 연탄의 상태... 그리고 멸치다시국물에서는 괜찮다라는 느낌이 드는 집이다.
하지만 다른 밑반찬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다양한 밑반찬을 기대한다면 이 집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는 밑반찬이 많이 나오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양한 종류의 밑반찬은 가격상승요인으로 작용하여
오히려 주메뉴에 가격적으로 또 미각적으로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함백산과 태백의 한우... 눈과 입이 즐거운 하루였다.
행정구역은 정선 고한이다. 여기에서 정선, 태백, 영월이 갈린다.
만항재 정상에 야생화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휴게소가 있다.
휴게소 안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해학적인 표정의 벌떡주가 금새 벌떡 일어날 것 같은 모습으로 도열해 있다.
오뎅... 뜨거운 기운이 넘쳐난다.. 쌀쌀한 바람을 충분히 삭힐 수 있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감자전을 위한 재료... 갈은 감자와 양념을 버무린 것..
한쪽 귀퉁이에서 할머니는 열심히 주먹만한 감자를 깍고 계셨다. 사진을 찍자니 손사래를 치신다.. 푸근하다..
할머니가 깎아 놓은 감자...
가격표
휴게소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소공원의 모습이 이리 보인다. 여기 뿐 아니라 주위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주인 아주머니... 양해를 구해 찍은 사진.. 34살 부터 여기에 계셨다 한다. 벌써 17년째...
함백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태릉선수촌 고원훈련장.. 여긴 이미 겨울의 초입이다. 노란색은 일본낙엽송...
권투 국가대표... 아시안게임을 위해 맹훈련중...자랑스럽다..
안쪽은 일반 식당형태지만 건물 뒷 편 마당에 천막을 치고 연탄을 위한 드럼통판을 차려 놓았다.
기본으로 나오는 것...
이런 연탄으로 구워먹는다.. 적당히 태워 놓아 고기 굽기에는 열기와 향이 아주 좋았다.
파로만 재래기를 만들었다.
밑반찬은 간단하다...
고기는 양도 괜찮고 상태도 최상급...
연탄의 화력이 적절히 조절되어 있어 먹기에 적당하였다. 맛도 좋고.. 양도 괜찮고..
첫댓글 작년 여름..사진찍기좋아라하는 신랑따라 만항재갔다가 저~~기 위에 휴게소에서 감자전에 동동주!! 아직 잊지못하고 있지요. 저는 다른집에서 먹었지만 고기도 맛있었구요..근데 태백은 벌써 겨울중이군요~~
아.. 방문을 하셨군요.. 전 사무실이 인근이라서..
정상은 한 겨울 같은 날씨 였지요..
와~고기 뗏깔 제대루인데요~~
예.. 맛있었습니다.. 연탄불에 구워먹는게 좋았고요..
아고 맛나겠다 그치요. 제천에 친구가 사는데 놀러감 가자고 해야겠어요^^
제천가시면 영월, 정선, 태백 이렇게 한 번 다녀가시기 바랍니다.
특히 영월 석항에서 정선읍으로 가는 길.. 동강을 따라 옆으로 난 길이 정말 멋있습니다.
우와,,진짜 고기가 장난아니게 맛있어 보입니더..ㅎ
고기 덕분에 술 맛 또한 덩달아 좋아지다 보니 낮술에 취해 버렸습니다.
아항~~드뎌 글 올리셨구먼유..
타고난 미각과 글 솜씨 멋지게 후기 올려 주셨습니다....
비싼 카메라 제대로 성능 발휘 하고 ㅎㅎㅎ
맛집 소개글 감사 해요~~~
감사...
큰 카메라는 잊어버리고 들고 가지 않은 적이 많아 포켓용으로 하나 구입했습니다.
이번에는 고걸로 찍은 것이랍니다.
아아 ㅎㅎ 글 쿤 요 많은 정보 부탁해요~~~
우엉~겨울에 보드타로 넘어가서 탐방함 해야건네요 ㅎㅎ 유익한정보 감사합니다~~ㅎㅎ 옆구리 뽀그리님 고기보면 날리나건네요 ㅋㅋ
보드타시는 군요.. 저는 젬병이라서..
집은 대구지만 사무실은 봉화에 있습니다.
태백가시거든 봉화에도 함 들르십시요.. 봉화의 맛 집 안내해 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