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존재의 인식과 자아 성찰의 시적 진실 --배명식 시집 『현존의 사랑』 김 송 배 (시인.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1. 자아에 대한 현존의 지향적 사유 현대시의 구도나 주제의 창출은 시인의 체험이 상당한 매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체험은 곧 시간과 공간 개념에서 추적하고 유추하거나 재생하여 거기에 생성하는 이미지를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시법(詩法)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일찍이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는 “모든 사람은 자기 앞만 본다. 그러나 나는 저기 내부를 본다. 나는 오직 자기만이 상대인 것이다. 나는 항상 자기를 고찰하고 검사하고 음미한다”라는 명언으로 자기 자신 곧 자아에 대한 인식에서 사유(思惟)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삶을 유지하게 된다. 현대시에서도 이와 같이 자신의 고찰과 음미가 바로 시간성-과거, 현재, 미래에서 탐색한 체험들이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경향을 간과(看過)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 배명식 시인이 상재하는 시집 『현존의 사랑』을 일별하면서 이러한 전제를 제시하는 것은 배명식 시인은 목회자로서 목회활동을 통한 인성(humanism)과 삶의 형식에 대하여 설교하는 내용에서 그가 천착(穿鑿)하는 종교적인 혹은 지성적인 설법들이 바로 자아에 대한 현존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게 유로(流露)하기 때문이다. 배명식 시인은 “나는 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사랑으로 지어지고/ 시간에서 소멸되는 사물도 영원의 손에 매여 있음을/ 하여 나는 다시 잠시 흔들리다/ 무너질 듯한 담장 같은 영혼의 깃을 세우고/ 허공에 물결 같은 선을 그리고 추락하는/ 꽃잎들을 가슴으로 받고 싶다(「벚꽃 낙화」 중에서)”는 하나의 기원의식은 그가 지향하는 인식의 범주(範疇)가 무엇인지를 가늠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밤새 잠을 설치고머리속에 살아온 동안떠난 사람들을 떠올렸다특히 사랑했던 사람들만을 기억해서행복한 시간을 되살리려고 했다왜 오래 관계를 가지지 못했던 걸까반성과 비움과 회한의 시간미련과 애증의 시간그 순간만이 목숨 걸고세상의 모든 것을 잊어도 좋을 시간노년이 된 나는지나온 일들이 담긴 순간들을사진첩을 넘기듯 하나하나 펼치고 있었다창가엔 눈이 내리다 그치고바람도 잦았다신앙은 미래를 향하고바라는 것의 실상이지만나의 몸과 사유는 과거지향의 터전에서사념의 뿌리를 캐고 있다현존의 사랑이여나는 너에게 충실할 것이니나에게서 달아나지 마라 --「현존의 사랑-떠난 사람들」 전문 배명식 시인은 현존(現存)에 대한 개념의 폭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사랑에서 “떠난 사람들”이라는 단서를 붙여서 회상에서 생성한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의식이 부응(副應)하는 그의 사유를 감지하게 한다. 이 작품은 이 시집의 표제시인데 그가 현존의 시간에서 떠나간 사람들과의 사이에 “왜 오래 관계를 가지지 못했던 걸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다양한 시간성에서 자성(自省)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살아오면서 지난날의 반성과 비움과 회한, 미련과 애증, 목숨 걸고 세상을 잊어도 좋을 그러한 시간들에 대한 진정한 회개지심(悔改之心)이 발현하는 자아를 재발견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적시되고 있어서 우리들의 공감을 유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결론에서 “신앙은 미래를 향하고/ 바라는 것의 실상이지만/ 나의 몸과 사유는 과거지향의 터전에서/ 사념의 뿌리를 캐고 있다/ 현존의 사랑이여/ 나는 너에게 충실할 것이니/ 나에게서 달아나지 마라”라는 어조로 그의 신앙심과 인성회복의 지적인 결행(決行)이 침잠(沈潛)한 진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진동하는 5월의 산길에는 정다운 붓꽃도 솟아오르고 내 머리를 닮은 싸리나무도 바람에 흔들리며 내 눈을 환하게 만든다 낮에는 먹이를 쫒는 새들이 초록의 빛이 된 나무들 사이를 오가고 석양의 노을도 사라진 밤에는 여전히 샛별이 초승달과 함께 떠올라 --「오월이 오면」 중에서 보라. 배명식 시인은 “나”라는 화자(話者)를 통해서 자신의 의식세계를 적시하고 그의 사유의 지향점을 이해하게 하는데 오월, 바람에 흔들리는 “아카시아 꽃향기”와 “정다운 붓꽃”, “내 머리를 닮은 싸리나무”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눈을 환하게 만드는 정경(情景)은 그의 인식에서는 자아와 인성의 복합적인 후머니티를 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의 가슴을 쓸어주고/ 비어있는 예배당에 오래 앉아/ 가난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게 한다”는 오월의 이미지는 그에게서 현존의 삶을 더욱 가시적으로 참회하는 기도이기 때문에 “인생이 저런 모습일까/ 아무리 눈부신 날도 조금 지나면/ 벚꽃 가지에서/ 떨어져 가는 꽃잎처럼/ 허망하게 지나는 걸까(「벚꽃 낙화」 중에서)”라는 의문과 동시에 “나의 삶이 유한하고 연약한 나그네로서/ 생명의 끈이 잘려 나가는 아픔이 있고/ 세상을 향한 미련도 버려야지 다짐한다(「산길에서」 중에서)”는 그의 내면의식의 궁극적인 진실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2. 목회활동, 신앙심과 시심의 융합 배명식 시인은 경북 상주시 모동제일교회 목사로서 인류구원의 목회활동에 매진하면서 신앙심과 시심을 융합하는 시인이다. 그는 서울에서, 안성에서 목회와 함께 화가로서의 전국에서 많은 전시회를 개최한 화력(畵歷)도 남다르며 성악가로서도 활동하는 팔방미인이다. 일찍이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속세의 지혜는 사랑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라고 말하지만 기독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사랑은 인간과 신과의 사이의 관계라고 말한다. 그 근거는 신이 사랑의 매개이기 때문이다.”라고 그의 글 「사랑의 생명과 섭리」 중에서 읽을 수 있듯이 그가 지향하는 인간 사랑의 본령(本領)을 구현하려는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천하면서 영혼을 인도하는 성직자의 숭고한 그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발현되는 목회자의 천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예루살렘 동쪽 감람산에서승천하여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하늘 보좌에 앉으신 예수나의 구원자여척박한 유대 광야가 아닌푸르름이 가득한 동방의 끝대한민국에서 태어나구원의 길 마침내 찾은 이름예수!비록 주의 본체는 하늘 보좌에 있어도주 그리스도의 영은 내 안에 있고날마다 부르는 사랑하는 자가 되었으니이일은 크신 은총이로다이천년 전 말구유에 오신 예수오늘도 다시 찾아온 성탄절 기념하는데지금은 차운 바람이 이 땅에 매섭게 불고내가 살았던 고향엔 폭설이 왔다는데나는 산골 예배당에서 성탄 찬미를 하누나 --「성탄절」 전문 배명식 시인은 이 「성탄절」에서 읽을 수 있는 바와 같이 “하늘 보좌에 앉으신 예수/ 나의 구원자”라는 어조에서 감지하는 구원이나 은총을 상기하면서 “산골 예배당에서 성탄 찬미를” 하고 있는 그의 주변 환경이나 생활 양상이 오로지 예수 찬미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전도하는 현존의 실상을 이해하게 한다. 그는 “올해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영생을 주신 주께 감사하며/ 살아온 모든 일은 은총이었음을/ 절실히 깨닫게 한다(「크리스마스이브」 중에서)”라는 어조는 성탄절에 감응하는 시적 설정과 동일하게 주께의 감사와 은총을 절실하게 깨닫고 있는 것이다. 천사들 빛의 옷 입고 다시 나타나 큰소리로 계시하려나 성지의 감람산에 눈이 쌓이거나 금요일 해질 때부터는 오지 않도록 기도하라신 메시야 갈릴리에서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후 온 세계로 가서 제자 삼으라고 하더니 아직 미종족 지역이 남아서 시공을 넘어 오시는데 지체하시나 사우디나 이란에 간 선교사들의 순교소식을 더 들어야 오실려나 --중략-- 메시야여 나의 메시야여 유년의 때부터 믿음 지니고 다닌 예배당 오늘도 낯선 타향살이 솔뫼마을의 새벽종 치고 강단에 엎드렸는데 언제 오시려나 마라나타! --「메시야」 중에서 그러나 그가 기다리는 “메시아”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온 인류의 죄악과 불행으로 가득찬 이 세상을 심판하고 선과 행복의 세계를 이룩할 메시아를 기다리는 신앙의 정점에서 그는 “오늘도 낯선 타향살이/ 솔뫼마을의 새벽종 치고/ 강단에 엎드렸는데/ 언제 오시려나”라는 안타까운 절규의 간절한 기도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갈릴리에서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후/ 온 세계로 가서 제자 삼으라고 하더니/ 아직 미종족 지역이 남아서/ 시공을 넘어 오시는데 지체하시나/ 사우디나 이란에 간 선교사들의/ 순교소식을 더 들어야 오실려나”라는 어조로 기다리고 있어서 우리들의 공감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작품 「겨울 솔뫼마을」 중에서 “예수그리스도, 마라나타!/ 올해도 안 오시는 걸까// 아무래도 시방 잠을 못드는 아이는/ 사랑을 덜 받은 모양이다” 그리고 작품 「엠마오의 두 제자」 중에서도 “주는 오늘도 나에게 감동을 주시고/ 나와 함께 계심을 알고 믿기에/ 그의 임재 속에서 받은 사랑을 전하고 살리라”라는 배명식 시인이 목회와 동시에 간구하는 철학이며 진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자연 친화적인 서정성의 투영 배명식 시인은 목회활동과 더불어 심신의 또 다른 연마를 위해서 만유(萬有)의 자연을 응시(凝視)하면서 거기에서 생성하는 이미지들을 창출하는 시법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특히 자연 사물에서 계절마다 변하는 섭리에 심취하여 그는 다채로운 형상들을 시적인 정감적 언어로 분사(噴射)하는 데 여기에는 계절적인 시간성을 가미해서 변화하는 자연 상태를 그림으로 화폭에 담거나 시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프랑스의 사상가 파스칼은 그의 팡세에서 “자연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고 신학(神學)까지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그로부터 배우는 사람들은 자연을 깊이 존중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자연과 인간들의 상관성 피력한 바와 같이 우리들은 자연과 괴리(乖離)된 생활은 영위할 수가 없을 것이다. 봄비에 젖은 나무들 빈가지 사이로 산새떼들 오가고 백화산에 드리운 운무는 한 폭의 수묵화라네 삶의 종착점이 세상에 눕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지만 무릉도원이 어디 있는가 천국을 누리는 길이 무엇인가 고향 떠나 살아온 날이 길고 나는 세상 떠날 날이 가까웁지만 그림 같은 풍광 속에 있음이 천국임을 생각하네 가까운 모동의 수원지인 상판저수지 봄비 맞아 풀꽃 솟는 뚝길에서 소슬한 봄바람 맞으며 한정 없이 거닐면서 오늘은 오래오래 사념에 젖네 --「봄길」 전문 우선 배명식 시인은 봄이라는 계절 감응에서 상당한 철학적인 인생론을 탐색하고 있다. 그는 “봄비에 젖은/ 나무들 빈가지 사이로” 오가는 산새떼와 운무에서 한 폭의 수묵화를 심중에 그려보고 있는데 이는 “삶의 종착점이 세상에 눕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지만/ 무릉도원이 어디 있는가/ 천국을 누리는 길이 무엇인가”라는 심도 깊은 인생론을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삶의 종착점이나 “세상 떠날 날이 가까웁”다는 내심(內心)의 표현들이 그에게서는 어쩌면 이러한 풍광들이 “천국”과 동일한 관념의 정신세계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인 사유에서는 봄비와 풀꽃 솟는 뚝길, 봄바람, 그리고 “가까운 모동의 수원지 상판저수지” 등의 자연 형상들이 어울어진 복합 이미지는 바로 그가 동화(同化-assimilation)한 심리적인 현상이다. 이 동화 현상은 시학에서는 감상적인 오류라고 말하는데 시인이 모든 자연을 자신 속으로 끌어와서 내적 인격화하는 원리인데 배명식 시인은 이 “봄길”에서 착목(着目)한 자연들을 자신의 인격체로 흡인(吸引)해서 한 편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그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만물의 생태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데 봄에 관한 제재는 작품 「초봄」 「봄비온 이후」 「곡우」 「경칩 다음날」 「초로빛 물결」 「우수」 「우수지나고」 「봄꽃이 몰려온다」는 등등의 소재들이 우리들의 이목(耳目)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산길에서 참새떼들이 가로수들을 건너뛰며 차창을 스친다 백화산을 바라보며 모동에서 황간으로 서행하는데 오늘은 유난히 참새떼들이 몰려다닌다 아, 순간 나는 여기가 낙원이구나 하는 생각에 빠졌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나의 착각은 현존의 삶이요 시간이 자나도 그 생각이 떠나지 않을 것이다 풀잎의 이슬 같은 순간이 영원 속에 담겨있고 순간이 이어져 영원으로 간다지만 이 아름다운 산야의 풍광을 얼마나 볼까 죄가 없고 죽음이 없다면 세상은 낙원이었는데 참새를 기르시는 하나님이 나의 순간의 시야를 아신다 --「산길에서 낙원을 본다」 전문 그는 다시 산길을 지나면서 “여기가 낙원이구나 하는 생각에 빠졌다”는 어조는 자연 풍광에서 동화한 자신의 정서와 합일하는 관념의 세계이다. 그는 “착각은 자유라지만/ 나의 착각은 현존의 삶이요/ 시간이 자나도/ 그 생각이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명징한 사유의 일단이 삶에 있어서 지향적으로 흡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산길에서 본 낙원에는 “순간이 이어져 영원으로 간다지만/ 이 아름다운 산야의 풍광을 얼마나 볼까”라는 의문점이 곧 결론으로 적시한 “죄가 없고 죽음이 없다면/ 세상은 낙원이었는데/ 참새를 기르시는 하나님이/ 나의 순간의 시야를 아신다”는 감성적인 사유가 산길과 시간과 현존의 삶과 영원과 죄와 죽음 등이 복합적인 이미지로 구성된 철학적인 이미지가 상당한 시적 설득력을 갖제 된다. 이 밖에도 작품 「가을」 「가을 편지」 「가을을 봍잡을 수 없네」 등에서는 가을을, 「겨울」 「설경」 「나목」 「겨울이 아름다운 이유」 「겨울이여」 「겨울 편지」 등에서는 겨울을 형상화한 시간성의 이미지들이 그의 내면 의식의 중심으로 현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품 「나목 1」에서 “아, 늙음이여/ 젊음은 되돌아오지 않으리니/ 사랑하는 자와 함께 신앙으로 살아/ 허물진 육신을 벗고 새옷을 덧입을 때까지/ 나목들의 인내를 배우며 가자”라거나 「첫눈」에서도 “첫눈은 세상의 허물과 죄를 덮고/ 맑은 영혼으로 서는 길을 보여준다/ 유년의 무조건적인 기쁨이나/ 노년의 느린 몸짓과 불편함도/ 사륵 사륵 내리는 눈앞에/ 부질없는 생의 흐름의 그늘을 녹인다”는 진정한 대사물관을 토로(吐露)하고 있는 것이다. 4. 꽃에 관한 서정과 향훈의 이미지 배명식 시인은 앞에서 계절의 시간성에서 분출하는 서정적인 이미지의 투영을 살펴보았는데 여기에서는 특히 봄에 관한 계절적인 향훈(香薰)에서 진동하는 각종 꽃에 관한 이미지가 그의 사유의 중심에서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어서 우리들의 관심을 흡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꽃의 매력은 꽃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침묵이라고 했다. 그 화사한 침묵 속에는 무한의 교시(敎示)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꽃이 상징하는 꽃말이나 꽃전설에서처럼 우리 인간들과 밀접한 상관을 이루는 언어를 발산하고 있어서 그 미적인 감응과 동시에 어떤 의미를 제공하고 있어서 많은 시인들이 이 꽃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봄날은 꽃으로부터 온다 새벽에 눈을 떠서 보는 창가에서나 가까운 산동네 길가에서나 허리 잘린 반도의 남쪽에서든 꽃들이 먼저 피어나며 봄 인사를 한다 나의 삶은 앞을 향해 달려가지만 꽃들은 이미 계절을 앞서 달려가서 나를 오라 손짓한다 꽃소식은 내일을 먼저 알게 한다 나는 꽃을 닮은 유한한 존재 유한은 새 세계를 다시 여는 영원을 향해 가는 길 피어나는 꽃의 만개와 지는 꽃들의 추락은 삶의 여정이 허무한 것 같지만 새 생명의 부활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봄날은 꽃으로부터 온다」 전문 그렇다. 꽃은 대체로 봄날에 개화하는데 배명식 시인의 봄날은 꽃이 만개하면서 봄을 진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의 삶은/ 앞을 향해 달려가지만/ 꽃들은 이미 계절을 앞서 달려가서/ 나를 오라 손짓한다”는 어조와 같이 계절이 인도하는 ‘나의 삶’에서 “나는 꽃을 닮은 유한한 존재”로서 그 유한의 세계를 여는 영원을 동화함으로써 서정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피어나는 꽃의 만개와/ 지는 꽃들의 추락은/ 삶의 여정이 허무한 것 같지만/ 새 생명의 부활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는 영원을 지향하는 선각자의 염원을 분사하고 있어서 꽃과 나의 진지한 교감은 그의 시야에 머무는 꽃이 이렇게 새로운 인생관을 제공하고 잇는 것이다. 그는 작품 「복수초」 중에서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기적이다/ 삶도 그렇지 않으랴/ 바르게 살다가/ 영원자에 눈에 띈 날이면/ 그것이 은총이리라”라는 그의 진정한 소회(素懷)가 명민하게 삶과 영원자의 은총이 그의 가치관에서 적시되고 있는 것이다. 솔뫼마을 안 예배당 뜰에는 작은 화단이 있다 사택에 먼저 사셨던 목회자가 스레트 집을 사고 화단을 다듬었으리라 풀이 너무 자라서 방치된 곳에 나는 틈틈이 강단에 올려 놓았던 시든 꽃이 된 화분들을 화단에 심었더니 올해는 수선화부터 피어나기 시작했다 마당의 우람한 벚꽃 지고 나니 연분홍 복숭아꽃이 피어 내 눈을 황홀하게 하고 연산홍도 기지개를 켠다 나이 들어 바라보는 꽃들의 향연은 삶의 활력소이고 위로가 된다 어느 곳에서든 꽃들은 피고 지는데 꽃밭에 앉아 세상 시름 다 씻고 삶의 아름다움도 무상함도 느끼고 세월의 야속함도 고마움도 안고 간다 --「꽃밭에서」전문 배명식 시인이 거주 공간인 “솔뫼마을 안 예배당” 작은 화단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고 있다. 그는 “나이 들어 바라보는 꽃들의 향연은/ 삶의 활력소이고 위로가 된다”는 스스로 꽃들과의 동행에서 정감적인 감응은 결론으로 적시한 “꽃밭에 앉아 세상 시름 다 씻고/ 삶의 아름다움도 무상함도 느끼고/ 세월의 야속함도 고마움도 안고 간다”는 참으로 인생적이며 시적인 어조로 삶에 대한 아름다움과 무상함이 동시에 투영되는 시법에서 그의 사유의 지향성을 엿볼 수가 있어서 감동적이다. 이 밖에도 작품 「벚꽃 환하게 핀 봄날에」 중에서는 “꽃 피고 지고/ 산야의 색 다름을 보니/ 마음에 그득한 행복 일렁이네”, 「천황산 진달래」 중에서 “진달래꽃 피고 지듯/ 나의 생도 꽃피다 지리” 그리고 「민들레」 중에서도 “나 여기 살고 있다고/ 나에게 말한다// 그래, 나도 여기 살고 있어/ 질기도록....”이라는 어조는 그가 꽃과 동화하거나 투사(投射-project : 자연 속에 자신을 상상적으로 투여함)하는 친자연의 시법이 그가 내세우는 “현존의 사랑”의 정점으로 지향하는 인생과 삶에서 지대한 감동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배명식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서 존재 인식에서 자아에 대한 성찰의 시적 진실을 탐구하고 그 의 목회활동에서도 신앙과 시심이 웅합하는 고차원의 지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연 친화에서 인간의 생명과 대칭하는 서정성에서 그의 시적 면면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서정시인으로서 확고한 위상을 정립하고 있는 것이다. 시집 발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