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공장에서 알바할 때 만난 첫 외국인 친구 구마렛 항상 활짝 웃던 그의 고향 스리랑카에 왔다.
영화처럼 구마렛을 조우할 수 있을까.
콜롬보에서 세상 힙한 버스를 타고 덜컹덜컹 흔들흔들 에어컨도 없는 버스를 창문도 문도 활짝 열고 네시간 반타고 담불라로 간다.
한국에서 4년 일하고 온 사장님이 지은 숙소 주변을 산책하면 마을 사람들 모두 우리를 보고 싱긋 웃으며 손 흔들어주고 개들은 모여 컹컹 짓는다.
아비를 살해하고 왕위에 올랐으나 동생의 복수를 염려해 천도했다는 바위산 꼭대기 성 터 시기리야, 외국인 입장료는 내국인 백배여서 그 앞 피두랑갈라 바위산에 올라 바람부는 파노라마 정글에 감탄하고 코끼리는 길가에서 수박을 먹는다.
스리랑카 버스와 툭툭은 시꺼먼 매연을 콜록거리며 살벌하게 뿜어낸다. 차 한대만 지나도 고개를 돌리고 숨을 참아야하는 이곳을 상징하는 세 단어는 사람, 자연, 그리고 매연.
구겨진 선로를 늙은 열차가 수도에서 열두시간 털털 기어오르면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 창문을 열고 산바람을 맞다가 문에 매달려 간다.
해발 이천미터 구름 위로 솟은 식민시절 조성된 차밭 마을 하푸탈레 사람들은 하루종일 찻잎 따 칠천원 벌고 흰 옷 입은 아이들 산너머 학교에서 산 넘어 걸어 오면 굽이굽이 트위스트 버스가 돈도 안받고 아이들을 태우네.
이방인에게 친구처럼 말 건네는 위뿔라세이나 할아버지 길가에 쭈구려앉아 한참 얘기 나누고 땡큐 파파, 요거트 사드렸더니 바로 안드시는게 집에 손주 가져다주려는게 분명해.
오늘은 이슬람 희생제 툭툭 기사 무바락은 낯선 여행자를 집에 초대해 차를 내주고 외국인도 자기도 똑같은 사람이다 사기치지 않는다며 짧은 영어로 소신을 말하는데 하루 구천원 버는 그의 환대와 나의 그것은 같지 않았지.
저녁도 먹고 가라며 대접하네 눈치도 없이 명절날 하루종일 수고한 아내 표정은 우리 눈에도 보이는데 십사개월 셋째 나다가 호수만한 눈을 찡긋하면 대가족이 꺄르르 몇번씩 인사하고 악수하는 손에 천루피를 건네고 내려오는 길 반딧불이 나무에 가득해 가로등 없는 길 염려하는 무바락 마음인가
힘들고 지칠 때 꼭 다시 하푸탈레로 와야지. 모두가 나를 보고 웃어주고 누구나 인사를 건네주는. 마당에서 지붕 위에서 운동장에서 손 흔드는 큰 눈동자 아이들이 있는. 사랑받는 연예인 된 마냥 자존감 높아지는.
아니 힘나고 신날 때도 와야지 나도 좀 나누러. 손 내밀며 다가온 소년, 돈 달라는 거면 실망할거야 혼자 생각 무색하게 펜 하나만 달라하는 소년에게 펜도 종이도 기타도 선물하러.
나 활짝 웃던 구마렛 백명은 만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