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VI(TAVR)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기 가장 적절한 환자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은 수술이나 시술을 통해서만 치료가 가능한 심각한 질환으로,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았을 때 사망 위험이 높은 질환입니다. 개흉 수술을 통한 대동맥판막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은 오랜 경험과 데이터를 자랑하지만 심장을 멈추고 수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술 후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SAVR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1년 국내에 도입된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replacement, TAVR or TAVI)은 주목받고 있습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 or TAVR) 은 안전성을 입증하면서 점차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TAVI와 SAVR의 장단점과 어떤 환자에게 TAVI(TAVR)가 적절한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동맥판막협착이란?
대동맥판막은 심장의 마지막 관문으로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서 높은 압력을 저항하며 매 심장박동에 따라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는 구조물입니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되는데요. 판막이 두꺼워지고 석회화가 발생하면서 딱딱하게 변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가 생기면서 판막이 잘 열리지 않아 심장의 압력이 말초로 전달되지 않는 상태를 대동맥판막협착이라고 부릅니다. 역학 연구에 따르면 60세에서 74세 사이의 성인에서 대동맥협착은 2.8%, 75세 이상 고령 인구에서는 13.1%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대동맥판막협착은 고령화 사회에서 중요한 질환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TAVI(TAVR)의 출현
대동맥판막협착에서 오랫동안 이루어지던 전통적인 치료 방법은 개흉 수술을 통한 대동맥판막치환술(SAVR)이었습니다. 판막의 퇴행성 변화는 약물치료를 통해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것만이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는데요. 금속판 막이나 조직판 막 등 인공판막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전신마취와 개흉 수술을 통해 심장을 노출하고, 체외순환기를 돌리면서 심장을 멈추고 판막을 노출해야만 했습니다. 대동맥판막치환술은 고도로 훈련된 심장수술의가 노후된 판막을 잘라 제거하고, 그 위치에 인공판막을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꿰매주는 고난이도 수술인데요. 이 때문에 심장 수술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고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은 수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 or TAVR)는 이처럼 어려운 SAVR를 대체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개흉수술이 아니라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고 판막을 거치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TAVI(TAVR)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을 통해 여러 가지 기술적인 난관을 헤치면서 비로소 현실화하였습니다. 2011년 승인된 TAVI는 반드시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도,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대부분의 환자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시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어떤 환자가 TAVI(TAVR)의 대상일까?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역사적인 배경과 기술적인 배경이 뒤섞여 있는데요. 처음 TAVI(TAVR) 기술이 도입되었을 당시에는 TAVI(TAVR)가 SAVR만큼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었습니다.
섬세하게 제작한 인공판막을 카테터 안에 넣으면 기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과 기존에 판막을 제거하지 않고 인공판막을 넣기 때문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 뛰고 있는 심장 위에 판막을 삽입하기 때문에 이상적인 위치에 거치되기 어렵다는 점, 관상동맥과 전도계 등 주변 구조를 손상 할 수 있다는 우려 등 많은 한계를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때문에 처음 임상 연구를 시작할 때는 수술 위험이 너무 높아 수술할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차피 수술을 못해서 약물치료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시술이라도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이 되었는데요.
하지만 연구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시술자들도 금방 새로운 시술에 적응하게 되었고, 시술 안전성도 생각보다 좋았고, 시술 후에 환자들의 결과도 수술 못지않게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 차차 수술 고위험군, 중등도 위험군, 저위험군으로 차례차례 내려오면서 임상 연구가 진행되었고 SAVR와 비슷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더 우월한 것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TAVR의 발전에는 기술적인 요인도 작용했습니다. 동물 유래 조직 판막은 내구성의 한계가 있었지만, 금속 판막은 내구성이 가장 뛰어나고 수술을 통해서만 거치할 수 있습니다. 대동맥판막 치환술에서 환자의 기대 수명이 10년 이상인 경우, 금속 판막을 사용하는 SAVR가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금속 판막은 내구성이 뛰어나 재수술의 필요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의 경우에는 SAVR이 일반적으로 권장됩니다. 이와 달리, TAVR은 혈관을 통해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흉 수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TAVR은 고령이거나 기저 질환이 있어 개흉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동맥판막 치환술 방법의 선택은 환자의 연령, 기저 질환, 기대 수명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현재 TAVI(TAVR)의 보험급여 기준 및 최신 연구 동향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TAVI(TAVR)의 보험급여를 인정해 주는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STS score > 8%인 수술 고위험군
2) 만 80세 이상
3) 심장통합 진료에 참여한 흉부외과 전문의 전원이 수술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환자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에는 저위험군 환자 중에서도 TAVI(TAVR)의 성적이 우월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DEDICAT-DZHK6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독일의 38개 기관에서 이루어진 이 연구는 1,414명의 저위험, 중등도 위험 대동맥판막협착 환자를 대상으로 TAVR와 SAVR를 전향적으로 비교했는데요. 치료 후 1년째 사망과 뇌졸중을 포함한 주요 사건은 TAVR군에서 5.4%, SAVR군에서 10.0%로 오히려 TAVR가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에 힘입어 우리나라 보험 기준도 다소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다만 판막의 내구성은 10~20년의 수명을 가지기 때문에 1년의 단기 결과만 가지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 연구 결과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모든 환자의 치료는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하므로 병력과 위험인자를 꼼꼼하게 살피고 심장내과 의사와 흉부외과의사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하는 심장 통합진료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