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전연을 시작한지 2년이 넘었는데 이제서야 훈련을 다녀왔네요..
제 교육연대는 23연대 였고 1중대 였습니다
일단 전 이전까지의 후기들과는 다르게 훈련은 커녕 격리만 당하다가 코로나까지 걸려서 생활치료센터까지 다녀왔네요..
160여명의 훈련병중에서 120명이 확진 혹은 밀접 접촉을 당했습니다.
분대장(조교)들도 코로나에 걸려서 소대장들이 밥퍼주는 장면도 보고 왔네요..
이제 곧 들어가실 분들은 들어가서 코로나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준비물)
0) ㅈㄴ 큰 캐리어 혹은 가방(☆☆☆☆☆) : 무조건 큰 캐리어를 추천합니다. 저희 중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부식이 엄청나게 나왔습니다. 또 나중에 전투복, 전투화, 생활화등을 다 가져가시려면 최대한 큰 가방을 가져가는게 좋습니다.
1) 마스크 귀 보호대(☆☆☆☆☆) : 마스크를 24시간 계속 끼고 있어야합니다. 진짜 이거 있고 없고 차이가 엄청납니다.
2) 사재 마스크(☆☆☆☆) : 훈련소에서 마스크를 하루에 한개씩 줍니다. 하지만 정말 숨쉬기 힘든 마스크이고 상당히 꽉 쪼이는 느낌이 드는 마스크입니다. 그리고 씻거나 밥먹다가 마스크에 튀면 그 냄세 그대로 맡으면서 살아야합니다. 여분으로 가져가는거 추천합니다.
3) 전자 시계(☆☆☆☆☆): 불침번이던 뭘하던 시계는 필수입니다. 없으면 옆 사람에게 계속 빌려야하는데 상당히 귀찮습니다.
4) 이어플러그(☆☆☆☆☆) : 코고는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23연대 기준) 그리고 잘때 옆사람과의 간격이 정말 좁습니다.
건조해서 코막힘 -> 코안골던 사람도 코를곰, 원래 골던 사람은 더 심함 -> 근데 그게 내 귀옆임
5) 물티슈(☆☆☆☆) : 평소에 그냥 휴지로만 닦는 사람이면 굳이 필요할까 싶지만 물티슈는 어디에서든 활용 가능합니다.
6) 라이트펜(☆☆☆) : 불침번때 진짜 심심한데 책이라도 읽으면 시간 잘갑니다.
7) 읽을 책(☆☆☆☆☆) : 아마 논산은 코로나에 걸리기 위한 격리소가 될꺼같네요. 격리 당하는 동안 평소에 지루해서 못 읽었던 책도 좋고 소설책도 좋습니다. 책 무조건 가져가세요
8) 세면도구(☆☆☆) : 전 귀찮아서 폼클렌져, 샴푸등을 안가져갔는데 샴푸는 꼭 가져가세요... 비누로만 3주 머리 감았더니 두피가 엉망이 됐습니다. 보급품에 면도기, 치약, 칫솔등은 주기 때문에 샴푸와 폼클렌져정도만 추천드립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여행용 양치질 용품도 추천드립니다. 보급품들은 다시 재지급해주지 않습니다
9) 팔꿈치, 무릎 보호대(☆☆☆) : 이건 좀 제가 말하긴 애매하지만 다른 후기들에서 보면 다들 필요했다고 하니...
10) 여분의 수건(☆☆☆) : 보급으로 2장의 수건을 주지만 생각보다 부족합니다. 한장에서 두장정도만 더 가져가시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불필요하다 생각하는 물건
0) 깔창 : 생각보다 보급해주는 군화나 생활화의 깔창의 질이 나쁘지 않았음
1) 현금 : 어차피 못쓰고 관리하기 귀찮음
2) 면봉 : 누군가는 분명 가져옴!! 빌리세요!!
팁)
0) 분대장한테 뭐 물어봐도 모릅니다... 소대장한테 찾아가세요! (분대장들은 그냥 불쌍한 현역들입니다...)
1) 분대장 훈련병 하지마세요. 어쩌다보니 잠깐 하게 됐는데 진짜 귀찮았습니다
2) 손가락을 단련해두세요! 코로나 때문에 안전 문자 확인해라고 매일 1~2회 정도 폰을 잠깐 줍니다(2차 PCR결과 전까지) 그때 열심히 여자친구던 가족에게 안부 전하세요(#분대장에 따라 가끔 까다롭게 구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눈치 잘 보면서 사용)
3) 지인과 같은 분대에 들어가고 싶다면 꼭 같은 열에 서야합니다.
4) 지인들 한테 인터넷 편지 써달라고 하세요. 진짜 심심해서 그거라도 받아야합니다... 괜히 내꺼만 안오면 우울...
5) 두발은 전 딱 규정 보다 살짝 더 잘랐습니다(윗머리 2cm, 옆머리 1cm) 근데 이건 소대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규정보단 더 여유있게 자르는걸 추천합니다. 저희 분대는 결혼 앞둔 친구가 있었는데 넘어가줬습니다. 진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 길어보인다면 밀리신다고 보면 됩니다. 모질에 따라 짧아 보이신다면 생존가능
6) 차(tea)를 많이 가져가는거 추천합니다. 각 분대마다 큰 말통에 물을 떠와서 마시는데 거기에 차를 넣어두면 좋습니다. 우리 분대는 차를 셋트로 가져온 친구가 있어서 물을 정말 행복하게 마셨습니다.
훈련소에서의 일기
(저의 하루하루의 일기 + 다른 분대에게서 들은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입소 하루~이틀 전 :
회사에 연차를 쓰고 각종 준비 물품을 준비했습니다.
이쯤이면 중대장에게서 문자로 코로나 검사를 미리 받아라고 연락이 올껀데
PCR검사를 받는걸 추천드립니다. 지역 보건소로 가서 내일 입대한다고 말하면 다이렉트로 PCR검사를 진행합니다.
1일차(2/17) : 안녕 논산훈련소(12명)
논산역으로 KTX를 타고 갔다. 전날에 같이 오기로한 여자친구가 회사에 확진자가 뜨는 바람에 혼자 쓸쓸하게 오게되었다. 논산역에 도착하자 마자 여기도 빡빡이 저기도 빡빡이 그리고 기차 유리창에 비쳐진 내 빡빡머리도 보였다. 논산역 출구를 나서자 마자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 우리의 빡빡머리를 보고 호객행위를 하였다. 논산 훈련소 앞의 식당들의 명성은 전국적으로 유명했기때문에 논산역에서 점심을 먹고 훈련소로 들어가려 했지만 속이 별로 안좋아 가장 끈질기게 나에게 따라 붙은 택시 기사 아저씨의 차를 타고 훈련소로 갔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근처 카페에서 멍때리다가 들어갔는데 이 글을 보고 있는 예비 입소자 분들은 절대 일찍 훈련소 안으로 들어가는걸 추천하지 않는다. 먼저 도착한다고 얻는 이득도 없으며 날씨가 추울경우 니플헤임이 어떤곳인지 간접 체험을 하게 된다.
예전 후기들에선 전문연은 전문연끼리 묶어서 분대를 만든다고 들었지만 본인이 이번에 받은 훈련소(23연대)에서는 지역별로 먼저 사람을 분류(서울+경기+전문연+공중보건의, 지방)했다. 그리고 2차로 백신 접종차수와 PCR검를 받고 왔는지 아님 신속항원 검사를 받고왔는지에 따라서 다시 분류를 했고 난 백신 3차 PCR검사를 하고 왔기때문에 어떻게 보면 가장 코로나에 안전한 분대로 배정을 받았다.
막사에 도착해서 보니 우리 분대는 전문연구요원 2 + 산업기능요원 1 + 사회복무요원 9로 이뤄진 분대였다. 첫날은 다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잠이 들었고 난 분대내 초기 번호였기 때문에 입소날 부터 분대내 불침번을 서게 되었다.
2일차(2/18) : 1차 PCR검사(12명)
오전에 PCR 검사를 진행하였다. 훈련소에 들어가면 총 2번의 PCR 검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2차까지 모두 음성이 나오면 그때부터 모든 격리가 해제되고 야외 훈련에 들어가게 된다. 전에 훈련소 후기들을 보면 화장실도 자유롭게 못갔고 씻는것조차 불가능했다고 했지만 인권문제때문에 화장실은 자유롭게 사용하되 자신의 분대에 할당된 변기만 사용가능했고 세면시설은 분대장이나 소대장들의 명령에 따라 분대 순서대로 사용을했다. (환기 시간 5~10분) 1차 PCR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각 분대도 인원을 반씩 나눠서 씻는 방식이었다.
오후에는 무슨 군법 교육이라며 막사내에 있는 방송 시설을 이용하여 군법에 대해 설명했다. 아주 짧게 끝났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자유시간이었다.
3일차(2/19) : 입소하고 첫 주말(12명)
정말 아무것도 안시킨다. 아침 식사로 군대리아가 나왔다. 솔직한 후기로는 그냥 햄버거 만들지 말고 따로 먹는게 더 나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4일차(2/20) : 없던 신앙이 생기는 기적을 보다(12명)
3일차(토요일)과 마찬가지로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갑자기 분대장 한명이 들어와 각 군번을 호명하며 초코파이와 칠성사이다를 줬다. 입소일에 종교 조사에서 난 내 원래 종교를 선택했기 때문에 종교 부식을 받을수 있었다. 분대의 반이상이 무교를 선택했기 때문에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초코파이와 사이다를 먹었다. 그리고 잠시뒤 분대장이 들어와 다시 종교 조사를 했을때 모두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게 되었다.
5일차(2/21) : 재앙의 시작을 보다(12명)
이날은 총기 제식에 대하여 실내 그것도 자신의 생활관안에서 훈련을 받았다. 어차피 군대에 있을 놈들이 아니라 그런지 분대장(조교)들도 분대원(훈련병)도 서로서로 불편하지 않을정도의 수준에서 쉽게쉽게 넘어갔다.
그리고 우리 분대는 봤다 F분대 전체가 방진복을 입고 버스를 타는 모습을....
이날 F분에서 몇명의 확진자가 나온지는 모르겠다. 1차 검사에서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F분대 전원은 격리를 위해 다른 곳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건물 구조상 E분대와 F분대는 연결이 돼있었는데 군에서는 이를 부실한 비닐막으로 막아뒀었다. 하지만 E와 F사이에 있던 비닐막은 전 훈련병 기수중 누군가가 원피스의 지건이라는 기술에 아주 감명을 받았는지 구멍 투성이였다. 때문에 E분대에서 비닐막에 가까웠던 인원들도 함께 격리에 들어갔다.
6일차(2/22) : 그래서 어쩔?(12명)
전날 분대 하나가 갑자기 증발했지만 다른 분대들은 PCR 검사결과가 모두 음성이었기 때문인지 아님 중대장의 배짱이었는지 1차 PCR 검사가 음성이 나왔을 경우 시행할 조치들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한번에 분대의 1/2만 들어갔던 샤워를 분대 단위로 바꿨고 화장실청소, 세면장청소, 잔반처리와 같은 일들을 훈련병들이 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세탁, 급수등이 전우조(최소3명단위)로 가능해졌다.
7일차(2/23) : 시작(12명)
어제(6일차)에 이어 정신전력교육인가 뭔가하는 교육을 방송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방송을 하는 사람이 기침을 하고 코가 완전 막혔는지 코맹맹이 소리를 했다. 심지어 말까지 너무 느려 듣는것도 힘들었다. 이날 분대장이 우리 생활관으로 들어왔을때 훈련병중 한명이 코로나에 걸리거나 밀접접촉자로 격리 당하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고 그 분대장은 확실한건 아니지만 아마 유급 당할꺼라고 말했다. 난 지인이 먼저 밀접접촉자로써 21일 내내 격리만 당하다 나온걸 알고있었기 때문에 유급의 공포에 빠진 동기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에 분대원중 한명이 약간의 두통을 호소하였다.
8일차(2/24) : 시작(11명)
목요일에 입소후 다시 찾아온 목요일이다. 훈련으론 응급치료쪽이었고 인공호흡 훈련용 인형인 Anne를 통하여 훈련 시험을 보다가 웃음벨이 터지는 사고등이 있었다. 분대원들은 모두 이짓을 2번만 더하면 집에간다는 얘기를 하고 여러가지 주제에 대하여 잡담을 하면서 지냈다.
어제 약간의 두통을 호소한 분대원이 약간의 미열(37도 초반)과 오한을 느껴 유증상자로 분류되어 격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추가로 2명의 분대원이 목이 살짝 아프다는 증상을 보였다. 이를 보고하자 한명은 유선진료를 통하여 약을 받아왔지만 다른 한명은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9일차(2/25) : 불안(10명)
한명의 분대원이 격리에 들어가자 불안감이 우리 분대를 잠식했다. 훈련으론 오전에는 방독면 사용법을 배웠다. 분명 조교는 우리에게 지금 쓰는 이 방독면이 우리가 처음 쓰는거라고 했는데 여기서도 방산 비리가 있는것인지 한분대원의 방독면이 공기가 술술통하는 불량품이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K2 소총의 분해 조립에 대하여 훈련받았다.
어제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분대원이 오전에도 같은 증상에 대하여 보고를 했지만 또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리고 오후쯤에 한번더 증상을 말하자 그제서야 갑자기 이 분대원을 유증상자로써 격리를 시켰다. 하지만 이전에 같은 증상으로 약을 받아온 분대원은 격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나의 분대에서 벌써 3명의 유증상자가 나왔지만 우리 분대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때문에 우리는 매시 30분마다 손소독 타임을 자체적으로 가졌다.
10일차(2/26) : 불안(10명)
전체 훈련 기간중 반이 지나는 날이었다. 그리고 주말이었고 아무것도 안하고 생활관에서 멍때리기만 했다.
11일차(2/27) : 불안의 현실화(9명)
평화롭고 따분한 주말을 기대했지만 우리의 기대는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제일 먼저 유증상자로 격리에 들어간 분대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리는 F분대 처럼 격리 될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우리 분대에게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지나고 또 한명의 분대원이 몸살과 고열을 보여 격리에 들어갔다. 확진 판정을 받은 분대원이 생활치료센터로 가기전에 짐을 챙기기 위해 우리는 잠시 막사 외부로 나가게 되었다. 거기엔 우리 분대 뿐만이 아니라 E분대도 같이 나왔는데 그들의 숫자는 5명 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과 대화를 해봤는데 E분대에서 남아있는 인원중 한명은 체온이 38도 까지 찍은적이 있다고 해는데 따로 조치가 없었다고 한다. 우리 분대는 E분대의 모습을 보며 우리의 미래라고 직감을 했다.
12일차(2/28) : 불안의 현실화(8명)
사격 자세에 대한 훈련조차도 실내에서 진행하며 훈련을 받았다. 오전에 2차 PCR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또 한명의 분대원이 몸살과 고열로 격리에 들어갔다. 12명으로 시작한 분대가 이제 8명 남았다.
13일차(3/1) : 아... 이 쓸대없이 강한 면역력(6명)
우리가 받은 1차 PCR검사는 주말엔 안나오더니 군도 급해졌는지 3월1일 공휴일에 그 결과가 나왔다. 하필이면 그 결과가 나온 순간이 점심을 먹는 도중이었기 때문에 우린 밥을 먹는 도중에 마스크를 쓰게 되었다. 결과는 현재 격리중인 인원 전원 양성 + 완전 무증상이었던 분대원 + 전에 목 아픔으로 약만 받아온 분대원 총 5명이 추가 확진을 받게 되었다. 난 양옆의 동기들이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같이 생활을 하던 분대원은 약 1시간여 동안 같은 공간에 있다가 훈련소 외부 시설로 나갔다. 분대장들의 말로는 남은 우리 역시 다른 시설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14일차(3/2) : 모든 훈련 열외 시작(6명)
금방이라도 다른 격리 시설로 보낼것 같던 분위기는 갑자기 씻은듯이 사라져 버렸다. 군도 이제 답이 없는지 책(신병 가이드북)을 펴고 자습이라도 하라고 한다. 소대장 및 분대장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바쁘다. 옆 분대의 유증상자(고열)는 한참동안 방치되다가 격리에 들어갔다. 분명 우리 분대는 확진자가 다수 나온 분대지만 따로 특별한 조치가 없다. 우리 중대와 함께 사격 훈련을 하기로했던 중대는 사격 훈련을 하는 모양이다. 창문을 통하여 멀리서 들리는 총소리와 화약냄새가 났다. 그렇다... 우린 훈련소를 와서 총한번도 못 쏴보고 나가게 생겼다.
답답한 마음에 조교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물어봤다. 당연히 물어봐야할것을 물었지만 이 개싸가지 없는 조교새키는 오히려 짜증을 내면서 물어보지말라고 한다. 이 ㅂ신시키 이 새키는 전에도 쓸대없는걸로 훈련병들에게 짜증을 냈던 녀석이라 더 빡쳤다. 이건 이 새키가 폐급이라 모르는것이라고 판단하고 다른 조교에게도 물어봤지만 대답은 역시나 아직 계획이 없다는 답뿐이었다.
15일차(3/3) : 격리??(6명)
아침 기상후 체온체크에서 한명의 분대원이 고열을 보였다. 하지만 복도 끝에 있는 분대장들에게 가서 온도를 측정했을때는 36도 중반의 온도가 나왔다. 증상이 있었던 모든 훈련병들이 분대장들이 가지고 있는 비접촉식 온도계에서 우리 분대가 가지고 있는 온도계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건 기계가 오류가 있거나 복도가 추워서 비접촉식 온도계로는 온도가 제대로 측정이 안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원래 수류탄 훈련을 하는 날이다. 우리 분대는 밀접접촉자 분대이기 때문에 이 훈련에서 열외가 되었다. 확진자가 뜨지 않은 분대들은 모두 전투복을 입고 분대장(조교)이 외치는 구령과 제식에 따라 연무장으로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약 반정도가 나갔을때 창가로 분대장들의 급해보이는 움직임이 보였다. 그리고 모든 분대는 다시 막사로 돌아왔다. 심지어 우리 반대편에 있던 분대는 복도에서 유턴을 해서 들어갔다. 왜 이랬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발표도 없었고 갑자기 모든 분대장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소대장 3명이서 배식을 하고 있는 특이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저녁에 갑자기 밀접접촉분대들을 어디로 이동 시킨다고 한다. 여기 와서는 조용하던 소대장이 갑자기 군기를 잡으려고 한다. 귀찮아 죽겠다. 분명 유선진료를 위해 유증상자들을 파악해뒀으면서 따로 격리를 시키지 않았다. 심지어 옆 분대들을 보니 다른 분대들끼리 섞인걸로 보인다. 우리 분대에는 다른 분대가 안섞인걸 보면 우리 분대는 이미 확진자 취급 하는게 아닐까 싶다....
16일차(3/4) : 마비(6명)
분대원중 한명이 몸살, 목아픔, 두통, 고열, 코막힘 등 코로나 증상의 종합 선물 세트를 보이고 있지만 PCR검사는 힘들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유증상자를 그냥 같은 방안에 그대로 방치를 했다. 남은 6명중 4명이 코로나 유증상으로 유선 진료를 받았다. 모두 그냥 약 처방만이 내려졌다.
-대선 사전 투표 진행-
(심지어 안철수가 간보다가 사퇴했다는걸 당일에 그것도 확진 받은 사람이 폰을 받아서 알려준 내용을 통해 알았다.)
유선 진료를 받은 4명중 2명의 약만 도착했다. 당시 분대장 훈련병이었던 나는 당황하여 제일 아픈 훈련병이 있는데 왜 약이 안왔냐고 묻자 이 막사의 분대장(조교)는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그럼 타이레놀이라도 내놔라고 하여 아파서 거의 널부러져 있는 훈련병에게 타이레놀을 먹였다. 그냥 우리 중대의 모든 기능이 마비가 됐다.
PCR검사를 좀 잘해줄때 미리 진료를 받은 인원들이 오늘 PCR검사를 받았다. 그중 우리 분대원이 있었는데 대략 이틀정도 아프다가 현재는 괜찮아보인다. 하지만 이 친구는 이미 양성판정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별로 안아프니 걱정 말라고 한다.
나도 점점 몸이 안좋아지는게 조금씩 느껴진다. 목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오고 숨쉴때 목이 마른다는 느낌이 든다.
17일차(3/5) : 나도??(5명)
다행이 일어난 지금의 몸 상태는 어제보단 좋은거 같다. 어제 추운 싸구려 군복을 입고 투표소까지 걸어갔다온다고 살짝 몸이 안좋았나보다.
점심을 먹고난 이후 급격하게 몸이 안좋아졌다. 누가 나를 밟고 간것같은 몸살 기운과 두통 그리고 발열과 오한이 시작됐다.
어제 PCR검사를 받은 친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제 우리도 5명 남았다. 소대장이 들어와 남은 5명의 신상정보를 조사해갔다.
18일차(3/6) : 이럴꺼면 왜 하냐?(5명)
오전에 갑자기 방송으로 우리 분대를 당직 책상쪽으로 불렀다. 우리 분대에게 PCR검사를 해준다는것 같다. 내가 남은 인원중 제일 번호가 빨랐기때문에 첫번째로 검사를 받고 막사안으로 들어왔다. 잠시뒤 2번째와 3번째 동기들이 들어왔는데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그 이유는 우리의 코를 쑤신 면봉을 각각의 배양액 통에 넣은게 아니라 하나의 배양액통에 5개를 한번에 넣었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 소대장도 이 사실을 몰랐던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소대장에게 물어봤더니 1차로 5명씩 묶어서 테스트를 하고 거기에서 양성이 나오면 그 인원들만 다시 pcr검사를 한다고 한다. PCR검사 기계가 부족하다더니 그게 원인인것 같다. 얼마나 훈련소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면 이런 ㅄ같은 방법으로 검사를 할까??.... (옆 분대에 있던 의사 선생님들도 말이 안되는 pcr 검사라고 했다)
내 몸 상태는 지금 체온이 38도를 왔다갔다하고 있다. 타이레놀(650) 2알을 먹은 수치가 이정도인거 보면 확실히 코로나 유증상이지만 나를 따로 격리한다는 조치는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체온계를 가지고 온도 높으니 조치좀 취해줘라 라고 말하면 찬바람이 쌩쌩부는 추운 복도에서 온도를 다시 잰다. 그럼 37도 초반의 온도가 나오는데 이러면 또 자기들 기준에선 정상 체온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옷으로 가려져있는 쇄골쪽과 귀안쪽 온도를 측정해서 38도가 나오는걸 당직 분대장에게 보여줬더니 자기도 똑같이 측정하고 38도가 나왔다. 그러곤 다시 자기가 들고있는 체온계로 온도를 쟀는데 36도 초반의 온도가 나왔다. 심지어 난 35도대의 온도가 나왔다. 누가봐도 저 체온계가 고장난걸로 보이고 이 분대장도 열이나는것 처럼 보이지만 난 그냥 타이레놀이나 달라고 하고 돌아왔다. 역시나 약 30분뒤 측정한 온도는 38가 넘었다. 분대장도 코로나에 걸린거 같다.... 분대장들이 더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분대장들의 변명으론 바닥이 뜨겁기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럼 나를 제외한 다른 분대원들도 38도가 나와야겠지만 모두 36.5도에서 약간의 오차를 보이는 정상 체온이 나왔다.
소대장이 방송으로 잘못하면 퇴소전까지 PCR검사가 없을수도 있다고 했다. 검사 받고 싶으면 퇴소후에 신속항원 검사 받고 PCR검사를 받아라고 한다. ㅈㄴ 멍청하고 역겨운 무책임함이다. 내가 코로나에 걸렸는지 안걸렸는지 확인도 안된 상태로 가족들을 만나거나 대중 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약 80명의 사람이 그냥 나간다면 이건 그냥 테러라고 봐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대장에게 가서 따졌는지 다시 방송이 나왔다 군은 지금 이렇게 까지 코로나 환자가 많이 나오는 상황을 염두해둔 메뉴얼도 체계도 없다고 한다. 때문에 PCR기계도 부족하고 예산도 부족하다고 한다. 군과 훈련병사이에 끼여서 개고생하고 있는 소대장이 훨씬 더 불쌍해보였다.
19일차(3/7) : 당연한 결과(5명)
오전에 어제 진행한 멍청한 PCR검사의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들을 필요도 없이 양성이었다. 그리고 우리 분대만 PCR검사를 진행 했다. 우리 분대는 다른 분대들에게 살짝 눈치가 보여 최대한 조용하게 검사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대장은 제일 상태가 심각한 우리 분대라도 PCR검사를 진행한것으로 보인다.
저녁을 먹은후 유선 진료를 신청한 인원들을 복도로 불렀다. 약 80명의 인원중 내가 센거만 30명이 넘는 인원이 유선 진료를 받았다. 증상은 거의다 몸살, 두통, 열, 기침이었다
20일차(3/8) : 격리의 격리(5명)
오전에 쉬고 있는데 소대장이 정말 기쁜 표정으로 우리 분대로 뛰어들어왔다. 어제 진행한 개별 PCR검사에서 우리 분대가 전원 음성이 나왔다고 했다. 기분은 좋으면서도 말이 안되는것 같아 그게 말이 되냐고 물어봤지만 음성이라고 했다. 이건 분명 군이 미쳐버려서 검사 결과를 조작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음성이라고 하니 목요일에 나가서 따로 PCR검사를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후에 소대장이 우리의 스마트폰들을 가지고 들어왔다. 소대장은 사과하며 전달이 잘못됐다고 했다. 역시나 우리는 전원 양성이었다. 곧바로 우린 격리를 위해 개인짐들을 챙겼고 바로 출발을 했다. 옆분대들도 분명 모두 양성일게 뻔했기때문에 상급자들에게도 잘하지도 않았던 경례를 옆분대들에 하면서 빨리 따라오세요라고 인사했다.
우리 분대는 걸어서 처음 우리가 입소했던 입영심사대쪽으로 갔다. 그리고 물을 틀면 녹물이 나오는 환경에서 또 다시 방치됐다. 10일까지는 여기서 있다가 생활치료센터로 간다고한다. 이때(3/10) 부모님이 데리러 온다면 바로 집으로 갈수도 있었지만 나는 부모님이 바쁘시기도 했고 괜히 나때문에 부모님들까지 코로나에 걸릴까봐 격리 센터로 가기로 했다.
21일차(3/9) : 반말하는 중대장(5명)
새롭게 격리 당한 장소는 입영심사대쪽에 있는 오래된 막사였는데 여기 중대장은 우리에게 그냥 반말을 했다. 처음엔 우리때문에 고생하는거니 참고 싶었지만 듣다보니 점점 심해져 중대장이 들어라는 투로 "야 여기 반말하는거 민원넣으면 징계아니냐?" 라고 옆 동기에게 말했다. 그 이후부터 중대장은 우리 분대에서는 ~~세요 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반말을 예시로 들면 "00아 이것좀 해봐")
22일차(3/10) : 안녕 생활치료센터(5명)
아침을 먹고 우린 또 다시 짐을 싸고 버스에 탑승했다. 40인승 버스는 이미 꽉차있었다. 그렇게 난 생활치료센터로 갔다.
생활치료센터는 일단 도착을 하자 짐들을 분류해서 비닐에 싸게했다.(안에 들어가서 쓸것, 밀봉해둘것) 웬만한 생활용품은 다 안에 들어있다고 들었기때문에 난 갈아입을 옷, 폰, 이어폰을 챙겼다. 원래는 생활치료센터에 들어올때 나갈때 전용 옷도 챙겨야 했지만 우린 훈련소에서 그대로 왔기때문에 누군가 밖에서 여기로 옷을 택배로 보내줘야했다.
생활치료센터 입소 절차
0) 입구에서 짐 정리 및 밀봉, 입장전에 미리 설치해둔 앱에 로그인
1) 간단한 건강 검진, 흉부 X ray 촬영
2) 각자의 방으로 이동
3) 격리 및 정해진 시간 마다 혈압, 산소포화도, 체온을 앱에 입력
생활치료센터 퇴소 절차
0) 집에서 보내준 퇴소복이 있다면 퇴소 당일 아침과 함께 각방에 전달합니다.
1) 복도에 있는 퇴소팩을 가져옵니다
2) 각자의 방을 청소합니다. 이불, 버리고갈 물건, 쓰레기등을 정리합니다
3) 처음 들어왔던 입구로 나가 짐들을 검사 받습니다(밀봉 제대로 했는지 체크)
4)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지인이 오던 나가면됩니다. 지인이 오는거라면 미리 조사를 해서 입장을 허락받아야합니다.
생활 치료센터에선 거의 사육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폰이 있었기때문에 편하게 쉬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식사는 아침 7시, 점심 12시, 저녁 5시에 각 방문앞에 놓여있습니다. 식사들의 텀이 짧기 때문에 소화 불량이 발생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최대한 안나오게 하는게 좋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소때까지 방안에 보관해야합니다.
제가 있었던 치료센터는 창문에서 바람이 술술들어와서 엄청 추웠습니다.
일기를 정리하면서 보니 욕이 진짜 많이 적혀있어서 좀 순화를 많이 했네요... 아무튼 몸 조심히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고생 많으셨습니다.
질문이 하나 있는데 안에 들어가서 배치되는 연대는 안내 문자가 온 곳으로 배치되는건가요?
네 전 거기에 23연대라고 적힌 사진이 같이 왔었네요
@codemist 아아 그렇군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drk99 조심히 다녀오십셔
걸릴려면 빨리 걸려라
이게 최선이었죠
고생많으셨습니다
진짜 걸릴꺼면 빨리 걸리는게 좋았던거 같아요... 전 마지막의 마지막에 걸려서 사회와의 단절시간만 늘어났네요 ㅋㅋㅋ...
그렇다고 1차에 걸리면 귀가 조치라...
어이구.. 고생하셧네요 전 그보다일주일전 막 심해지기시작할시점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코로나터지긴해도 저희분대는 14명 생존해서 행군빼곤 다받았습니다ㅠㅠ..
훈련 제대로 받았어도 이 늙고 병든 몸이 힘들었겠지만... 차라리 훈련받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와... 정말 힘드셨겠어요 ㅠㅠ 그래도 잘 끝내셔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