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은행나무 아래 벤치에서 기적을 만든다.
독서는 시월의 마지날, 은빛의 추억을 생각하며,
교정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공을 차고 놀고 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 몇몇의 아이들이 재잘 거리면서 놀고 있다.
얼마 전 시집에서 읽은 ‘홍시’가 생각나서 계절에 맞는 시이구나 생각나서
얼른 인쇄기에 50매를 인쇄하여 운동장으로 나갔다.
노란 옷을 갈아 입은 은행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교정의 모퉁이에
잎도 없이 빨간 해를 먹은 감나무에 감을 바라 보면서
아이들을 불러 모아 ‘홍시’를 읊어 보게 하였다.
[홍시]
-김종영-
쪽쪽 햇살을 빨아먹고
쪽쪽 노을을 빨아먹고.
통통
말랑말랑
익은 홍시.
톡 건드리면
좌르르 햇살이 쏟아질 것 같아.
톡 건드리면
쭈르르 노을이 흘러내릴 것 같아.
색동옷 입은 아기바람도
입만 맞추고 가고
장난꾸러기 참새들은
침만 삼키고 간다.
운동장에 공을 차고 놀던 몇몇의 아이들이 조록록 몰려 왔다.
함께 ‘홍시’를 읊어 보았다. 좋아들 하였다.
잎도 없는 감나무에 매달린 감을 바라보면서 읊은 ‘홍시’는 참으로 맛깔스러웠다.
사탕 ‘유가봉지’를 꺼내어 세알씩 나누어 주면서 ‘홍시’를 읊으니 좋지,
모두 가을맞이로 책을 읽어보자고 말하였다.
은행잎을 모아 궁궐을 만들고, 침대도 만들어 재미있게 연극도 하고, 놀이도 하였다.
은행잎을 책갈피에 끼우고, 예쁘게 희망, 사랑, 봉사, 행복, 감사 등등의 글을 써 넣었다.
은행잎으로 왕관도 마들고, 소원 성취 나무 꾸미기, 옷도 만들고,
스케치북을 이용해 글림도 그렸다.
2시간 정도 재미있게 놀고 있을 때 붉은 저녁 해가 노을을 그리며 뜨겁게 비추어 주었다.
아이들은 즐겁고 재미있는지 집에 갈 생각도하지 않는다.
교육은 아이들이 즐겁게 삶을 배우는 일이다.
은행나무 아래서 책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연극도하고 방캥이(살림살이)놀이도 하고,
집도 짓고, 궁궐도 만들며 종합적인 학습을 통해 책을 읽는 재미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세상은 어디나 종합 교실이다.
학교교육도 통합, 융합을 통해 새로운 교육의 방법을 찾아내어
우주 중심이 될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심어 주어야 한다.
얼마 전 사람을 만날 일이 있어 커피숍에 들른 적이 있다.
조명이 밝고 책을 읽기에 좋은 분위기라서 그런지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하거나
전자사전을 펼치고 앉아 공부하는 젊은이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쪽 구석자리에 팔순이 훨씬 넘어 보이는 백발 노파 한 분이 앉아 코밑에다
책을 들이대고 독서에 몰두하고 계셨다.
한 시간 이상 노파는 오직 책을 읽는 일에만 집중하며
가끔 노트에다 뭔가를 메모하기도 했다.
그 장면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졌는지 모른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책을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책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책읽기 좋은 은빛추억의 계절에 독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얘기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세상에 가장 아름답고, 멋있게 보이는 독서의 모습을 지하철, 공원 벤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있는 교정의 벤치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학생들의 신주머니에 책을 넣어주는 부모들의 지혜가 그리워진다.
세상 삶을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는 책을 벗하여야 한다.
책보다 더 좋은 위안이 없고,
책에서 얻는 자양분만큼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보약이 없다.
책만큼 주체적 삶의 의지를 북돋워주는 것도 달리 없다.
지속적으로 독서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하지만 그것은 책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인생 경험을 통한 우리 정신의 스펙트럼이 매 순간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책을 읽는 사람이 21세기를 지배한다’ 는 말을 다시 한번 음미하면서
풍부한 인생경험에 독서를 겸비한 지혜인으로 살고 싶으면 더욱 열심히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의 계절 학생들의 신주머니에 책 한권,
시집 한권을 넣어 주는 지혜로운 부모를 만나고 싶다.
학교에서도 사제동행 책읽기 시간 30분,
한편의 시를 읊는 시간의 여유의 멋을 아는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독서에 대한 명언을 살펴본다.
책은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고
지혜의 寶庫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대한 시인 두보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말을 남겼다.
총명이 필여둔필 總明이 必如鈍筆아무리 총명한 사람도 서투른 솜씨로
기록한 삶보다 못하다.
케네디 어머니 로즈여사는 늘 밥상에 뉴욕타임즈 중에 읽을거리를 놓아두고 토론하였고,
과거에 아홉번 장원 한 이율곡 어머니 신사임당은 매일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이 나오면
옮겨 적어 집안 곳곳에 붙여 놓아 자녀들이 읽도록 하였다.
학생에게 읽을 거리를 주는 선생님, 부모님은 세상을 바꾸고 기적을 만든다.
허균의 최초의 국문 소설‘홍길동전’은 인류의 공영을 지향하는
반체제지식인과 민중의 이상향을 그리는 자유분방한 지식인의 이상이다.
‘溫故知新, 法古創新’을 강조하는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賤古貴今’으로
지금, 여기가 가장 귀한 것이라고 주장을 하였다.
안중근 의사도 후손들에게 책 읽는 문화를 가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화민족이 되기를 바라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명언인
‘일일불독서구중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
날마다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독서를 하라고 말씀 하셨다
인간의 삶은 오직 문화적 감성을 기르는 것으로
참된 삶을 추구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마음의 습관( the habits of the heart)’을
책 읽는 문화로 바꾸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의 습관은 교양으로 사회의 무형의 자산이다.
우리 사회에 문화적 감성을 심어주는 것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책 읽기는 무형의 자산이다.
책은 지식의 보고이고
인생의 반려자이다.
책 속에는 나의 미래가 있다.
주자의 勸 學 文
勿謂今日不學而有來日(물위금일불학이유내일) 오늘 배우지 아니하고
내일이 있다고 하지 말아라.
勿謂今年不學而有來年(물위금년불학이유내년) 올해 배우지 아니하고
내년이 있다고 하지 말아라.
日月逝矣歲不我延(일월서의세불아연) 날과 달은 간다. 나로 하여금 늦추지 않나니
嗚呼老矣是誰之愆(오호노의시수지건) 아아! 늙었구나. 이 누구의 허물인고.
송나라 진종의 勸 學 文
富家不用買良田 書中自有千鍾粟(부가불용매량전 서중자유천종속)
安居不用架高堂 書中自有黃金屋(안거불용가고당 서중자유황금옥)
出門莫恨無人隨 書中車馬多如簇(출문막한무인수 서중차마다여족)
娶妻莫恨無良媒 書中有女顔如玉(취처막한무량매 서중유녀안여옥)
男兒欲遂平生志 六經勤向窓前讀(남아욕수평지 육경근향창전독)
집을 부하게 하려고 좋은 땅을 사지마라, 글 가운데 본시 천종의 곡식이 있느니라.
활을 편하게 하려고 큰 집을 짓지 마라, 글 가운데 본시 황금으로 된 집도 있도다.
문을 나설 때 따르는 사람 없다 한하지 마라, 글 가운데 수레와 말이 떨기처럼 많도다.
장가가려고 좋은 중매 없다고 한탄하지 마라, 글 가운데 얼굴이 옥 같은 여자 있도다.
사나이가 평의 뜻을 이루고자 한다면 육경을 창 앞에 부지런히 펴놓고 읽을지니라.
少年易老 學難成(소년이노 학난성) 소년은 쉽게 늙고 학문은 성취하기가 어렵나니
一寸光陰 不可輕(일촌광음 불가경)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未覺池塘 春草夢(미각지당 춘초몽) 연못가의 봄풀은 꿈을 아직 깨지 못했는데
階前梧葉 已秋聲(계전오엽 이추성) 어느덧 계단 앞 오동잎이 이미 가을 소리를 알리네
명심보감 省心篇 에 平生 不作皺眉事 世上 應無切齒人 (평생 부작추미사 세상 응무절치인)
평생 동안 눈썹 찌푸릴 일을 하지 않으면 세상에 원한 사며 이를 갈 사람이 없다.
명심보감 正己篇에 凡戱無益 惟勤有功 (범희무익 유근유공)
무릇 헛된 세월로는 유익함이 없으며
부지런한 노력만이 그 공을 인정 받는다.
부지런한 손이 세상을 지배하고,
부지런한 손이 세상에 기적을 만들어 내고, 위대한 삶을 살게 한다.
부지런한 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가슴에 ‘러브마크’을 만들어
심금을 울리는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 수 있다.
가슴 가슴마다‘러브마크’를 만드는 희망과 꿈이 되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
풋풋한 삶의 이야기에 눈물 잘금잘금 흘리고
진솔한 삶에 행복이 묻어나오며
삶의 향기가 온 누리에 퍼지는 아름다움이 있다.
인생의 나침반이 책이다. 배움에 거하라
건강하게 행복하게 재미있게 살고 싶으면 책을 읽어라.
아름다운 삶이되기 위해 지하철, 공원 벤치, 교정의 은행나무 아래서,
교실에서 가정에서 책 읽는 소리가 들리는 위대한 한국을 만드는
학교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어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 결혼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주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책임이요. 삶을 진실하게 살겠다는 약속이며,
늘 배우는 자세로 사람 구실을 하며 사람답게 살겠다는 것이다.
날마다 배우는 사람은 책을 가지고 즐겁게 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