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일요일, 필자는 종교적인 죄를 지어가며(기독교 신자이므로), 주위 사람들에게 "야구에 미쳤구먼"이라는 말을 들어가며 대망의 한국시리즈가 벌어지고 있는 대구 구장을 찾았다.
한국시리즈를 본다는 들뜬 마음과 명승부가 되길 기원하는 마음이 교차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을 떠났다. 하지만, 금강을 지나 추풍령을 넘을 무렵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더니 대구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이날 벌어질 한국시리즈 2차전 자체가 우천으로 취소되고 말았다.
이날 대구시민들의 야구사랑과 한국시리즈의 형평성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생각을 취재하려던 필자의 꿈은 사라지고, 다음날 출근을 위해 서울로 다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위의 이유로 이번 기사는 현장취재가 필요 없는 한국시리즈의 형평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재작년 프로야구 양대 리그(드림 리그, 매직 리그)를 시도했다가 실패 아닌 실패로 끝나자, 작년 겨울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프로야구를 단일리그로 다시 환원시켰다. 어차피 8개 팀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 양대 리그를 출범시킨다는 자체가 무리였을지 모르지만, 양대 리그를 진행하며 나름대로 좋은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한국시리즈 진행 방식이었다.
재작년부터 시작했던 양대 리그에서는 한국시리즈가 서울 연고팀이 1위를 할 경우 1, 2차전은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3, 4, 5차전은 상대팀 홈에서, 6, 7차전은 다시 잠실야구장에서 치르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서울 연고팀이 정규시즌 1위가 아닐 경우에는 1, 2차전은 1위 팀 홈에서 3, 4, 5차전은 잠실에서, 6, 7차전은 1위 팀 홈에서 치르기로 되어 있었다.
이 시스템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정규시즌 1위 팀에게 혜택을 주는 나름대로 형평성에 맞는 진행방식이었다. 이 방식에 의해 명승부로 7차전까지 간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는 1, 2차전은 수원에서 3, 4, 5차전은 잠실에서 그리고, 6, 7차전은 다시 수원에서 벌어져 수원을 연고지로 한 현대유니콘스가 7경기 중 4경기를 자신들의 홈에서 경기하는 정규시즌 우승팀으로서의 당연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단일리그로 시즌진행방식이 바뀌며 한국시리즈의 진행방식도 같이 달라졌다. 올해부터 바뀐 한국시리즈 진행방식은 예전(양대 리그가 되기 전)에도 쓰여졌던 방식으로 1, 2차전은 시즌 1위 팀의 홈에서, 3, 4, 5차전은 상대팀의 홈에서, 6, 7차전은 잠실에서 경기를 치르도록 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 방식에서 서울을 연고지로 한 팀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거나, 서울 연고팀이 아예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지 못한다면, 그렇게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하지만, 만약 서울연고팀이 2위로 올라간다면,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시리즈 진행방식의 오점에 대한 좋은 보기를 보여주듯 올해 한국시리즈는 대구를 연고지로 한 삼성라이온즈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선착하였고, 정규시즌 3위를 한 서울연고팀 두산베어스가 준 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한화이글스와 현대유니콘스를 꺾으며 2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였다. 지금 현시점에서 한국시리즈 진행방식의 오류를 보여줄 만한 경우가 생긴 것이다.
이로써 이번 한국시리즈는 삼성라이온즈의 홈인 대구에서 1,2차전이 열린 후 나머지 5경기(만약 7차전까지 간다면) 두산베어스의 홈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게 되었다. KBO가 정한 한국시리즈 진행방식 때문에 정규시즌에서 압도적인 승차로 우승을 거둔 삼성라이온즈는 홈 경기를 두 경기밖에 못하고, 두산베어스는 서울이 연고지라는 이유 하나로 홈 경기를 총 7경기 중 5번이나 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된 것이다.
물론, KBO의 결정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잠실야구장이 매진이 되면 4만 이상의 관중이 운집하게 되고, 3억 6천만원 정도의 이익을 창출시킬 수 있다. 반면, 소형구장인 대구구장에서는 전체 좌석수가 1만3천여 석 밖에 되지 않아 아무리 만원관중이라 해도 잠실야구장에서 창출해낼 이익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이익을 볼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여기에 만약 비 인기구단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라도 한다면, 지방구장에서는 만원사례를 기대하기 힘들지만, 만약 잠실야구장에서 경기가 펼쳐지면 2만 명에서 3만 명 이상의 관중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이익창출과 관중동원을 위해서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익 창출도 중요하고, 관중몰이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전에 한 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형평성 문제다. 첫 번째 형평성문제는 정규시즌 성적의 포스트시즌에서의 영향력이다. 실제로 올해 정규시즌에서 삼성라이온즈는 구단의 과감한 투자와 팬들의 지지 속에 막강 전력을 과시하며 일찌감치 1위를 굳혔다.
반면, 두산베어스의 경우 정규시즌 3위 자리를 차지하긴 했지만, 5할 대가 조금 넘는 승률로 1위 삼성라이온즈에 비해 무려 13.5게임차나 나 있었다. 이런 정규시즌 성적 차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 진행 방식에 의해 베어스가 서울연고팀이라는 이유 하나로 라이온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팀들이 굳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정규시즌 2위 정도만 차지해도 서울 팀이란 이유 하나로 포스트시즌에서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 당연한데 말이다. 또, 지방 팀들은 아무리 열심히 경기에 임해 정규시즌을 우승으로 이끈다 해도 한국시리즈에서는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1,2차전이 홈 경기라는 것이 혜택일까?). 왜? 서울이 연고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야구관계자들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이번 한국시리즈 승부에서 두산베어스가 가지고 있는 큰 장점 중 하나가 5경기나 있는 홈 경기라고 말했다. 대구구장에서 1승1패만 거두어주면, 베어스의 우승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에 따른다면, 야구경기 외적인 변수가 이번 한국시리즈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야구의 진정한 승부는 순수하게 야구경기 자체에서 되어야 한다고 본다. 만약, 한국시리즈 진행 방식에 의한 변수에 의해 베어스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실력으로써의 우승이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아무리 이익이 중요하고, 관중동원이 중요하지만, 공정한 상황에서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프로야구가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매년 포스트시즌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지방연고구단들과 서울연고구단들간의 골이 깊어질 우려가 높다.
두 번째 문제는 지방 팬들에게 주는 불평등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KBO와 각 구단 그리고, 선수들이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 팬들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채 결정할 때가 많다.
이번 한국시리즈 진행방식의 결정 문제에 있어서도 팬들을 배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필자가 이성환의 <야구이야기>라는 칼럼을 쓰며 항상 주장하는 것은 프로야구는 팬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팬들이 없이는 프로야구의 존재의 의미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한국시리즈 진행방식 문제로 돌아와 보자. 물론 수치적으로 봤을 때 잠실야구장의 평균관중수가 지방구장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서울을 연고로 한 LG트윈스의 경우 시즌성적은 6위밖에 못했지만, 올해 평균관중은 8개 구단 중 1위인 1만1천 명 정도였고, 두산베어스 역시 1만명 정도의 관중을 매 경기 불러들였다. 그렇다고 지방구장이 다 관중동원에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삼성라이온스의 경우 소형구장의 단점을 이겨내며 7천 명에 가까운 경기 당 평균 관중 동원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차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구단의 사정, 구장 시설상의 문제, 지역사회 여건에 따라 관중동원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팬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느냐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번 2001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는 라이온즈가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과 선수, 코칭스태프들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라이온즈 팬들의 적극적이고 절대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삼성라이온즈 측에서도 인정을 할 것이다. 이런 라이온즈 팬들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볼 기회를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물론, 지방출신 인구가 많은 서울이라는 도시 특성상 지방구단을 응원하는 팬들도 많고, 라이온즈의 팬들도 많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온스가 정규시즌 133경기 중 60경기가 넘는 경기를 홈인 대구에서 치르는 상황에서 홈그라운드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준 대구 라이온즈 팬들이 자신들의 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더운 간절할 것이라고 본다. 이것은 이번 한국시리즈에 있어서 1만5천 매에 달하는 한국시리즈 1,2차전 예매표가 1차전이 펼쳐지기 이틀전인 18일 오전에 매진된 것으로 어느 정도 증명이 되었다.
만약 KBO가 팬들을 더욱 생각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원한다면, 팬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직시하고, 그것을 프로야구 행정에 접목시키길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KBO측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3만 관중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사직구장이 홈인 롯데자이언츠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다든가, 메이저리그급 야구전용구장인 문학구장을 내년부터 사용하게될 SK와이번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해도 지금 현재 포스트시즌 진행방식이 적당한가 하는 것이다. 사직구장이나 문학구장은 잠실야구장에 비해 이익창출이나 관중동원에 있어서 전혀 뒤지지 않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진행방식은 어떻게 되던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 KBO와 각 구단은 이 문제에 있어 형평성 문제와 팬들의 눈을 인식하고 공평하면서도 팬들을 위하는 방식을 택해주길 바란다.
위 기사밑에 바로 리플도 달고 멜도 보냈지만..
그 기자는 일리있는 주장이긴 해도..
서울과 지방의 관중동원의 차이점에 대해 넘 간과했더군여..
열분덜이 아시다시피..
지방팀들은 홈팬들의 거의 일방적인 응원입니다만..
서울팀들은 연고지 특성상 통상 홈팬의 비율이 반을 넘기가 힘듭니다..
특히나 서울팀과 삼성이나 해태, 롯데가 시합하는 경우엔..
누가 홈팀인지 구분하기도 힘들지여..
말 그대로 서울연고팀들은 지방팀들처럼..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뒤에 업고 경기에 임할 수가 없지여..
만약 그 기자의(논리상으로는 맞는) 주장대로 해야한다면..
대구에서의 삼성홈팬과 두산팬의 비율(한 13:1)과 비슷하게..
잠실에서 삼성팬들을 제한시켜서 입장시켜야겠지여..
헤헤..
물론 제 말이 억지스럽긴 합니다만..
아래와 같은 그 기자의 기사보다는 덜 억지스러울 것 같군여..
"만약, 한국시리즈 진행 방식에 의한 변수에 의해 베어스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실력으로써의 우승이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평소 오마이뉴스를 즐겨 보는데..
기사를 읽다가 답답해져서리..;;
후후..
낼두 집에서 울 베어스를 응원해야 할 것 같군여..^^;
깊어져만 가는 가을날입니다..
자칫 마음까지 스산해지기 쉬운 이 계절에..
모쪼록..
여러분 모두 따뜻함..
많이 느끼면서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