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최초부터 그렇게 쉽게
평온하게
둘의 관계가 지속될꺼라고 생각한 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지만 아마도 조금은
서로가 주는 그 따뜻함에 마음을 놓고 있었던 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금 생각해도
행복하기만 한 추억이었으니까.
「 - 물망초꽃의 꽃말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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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벳 26제] F - 副題 : Forget me not
- Detective Conan Parody
- Couple with : Kaito Kuroba X Conan Edog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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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띵동
작은 벨 소리가 울렸다. 집안에 있는 것은 이제 막 고등학교 생활의 막바지에 접어든 사내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집안 정리를 마쳐 그 후의 여유를 만끽하는 모친이 한명. 살짝 감겼다 뜨여진 눈은 검은색에 섞인 자주빛으로 여인은 소파에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몸을 나섰다. 문을 살짝 열면 마당을 지나는 길의 끝에 있는 또다른 문이 있어서 그 사이로 어림이 남는 작은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여인은 살짝 눈을 깜박였다. 소년의 모습은 약 7세 정도. 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동자를 가져 그 위에 검은테의 커다란 안경을 끼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그 외모는 상당히 갖추어져 있고, 놀랍게도 그 소년의 외모는 자신의 아들의 어린 시절과 꼭 닮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꼭 형제라고 착각할 것이다.
물론 여인이 볼 때는 분명한 타인이었다. 그녀의 아들은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고, 그녀에게 그 아들을 제외하고 다른 아이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여인의 아들이 자신과 같은 자주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면 소년은 마치 바다같은 파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 실례합니다만 - 여기가 쿠로바씨의 댁인가요 - ?」
목소리는 어림이 남아있지만 확실하게 정중한 톤. 여인은 현관을 나서 철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소년과 여인의 사이에는 더 이상 장애물은 없다. 여인은 그제서야 소년의 얼굴이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모습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자신의 아들과 꼭 닮은 어디의 누군가를 말이다.
「 그렇지만. 너는 - ?」
「 이 집에 사는 분에게 줄게 있어서요 - 」
소년은 미소지어 보이면서 품에 있던 것을 들어올렸다. 그제서야 여인은 소년이 자신의 품 한가득 꽃다발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얀색과 하늘색의 종이 사이에 한송이 한송이 가지런히 담겨 있는 것은 물망초.
「 누구에게 - ?」
「 - 카이토 - 쿠로바 카이토 씨에게 - 」
소년이 읍조리는 말을 들어 여인은 어느새 자신의 손에 건네진 물망초를 보았다. 생생한 보라빛의 향기. 아마 알사람은 다 알 물망초의 이름은.
- Forget-me-not
*
여인은 - 쿠로바 아야코는 아직도 그 날의 일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남편 - 쿠로바 도이치가 사고로 사망한지 어느새 8년. 시간이 흐르는 것을 빠르고, 소중한, 소중한 보물은 어느새 밝게 성장해 주어서 자신의 키마저 넘기고 있었다.
사고뭉치에 덜렁쟁이, 게다가 학교에서는 언제나 벌을 서며 소꿈친구에게는 무례한 장난까지. 언제나 언제나 들려오는 소식은 고등학생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아주 약간 지나친 정도의 장난, 하지만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쑥쑥커가고 있지만 결국에는 그녀 자신의 아이, 소중한 보물, 품에 안아 달래어 소중하게 키우고 싶었다. 부친의 죽음 이후로 침체해 있던. 아니 스스로의 문까지 닿아버릴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던 그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아이가 다시 웃음 짓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서 였다.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아이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걱정하고 있던 야야코였지만, 웃을 수 있게 되자 안심 했었다. 그것이 그 아이의 가면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8년후에 감추어졌던 흰 인영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야코는 그 모습을 잊을 것은 없었다. 몇번이고 그 등을 이 집에서 지켜보았으니까. 단지 지금은 그 등이 그녀가 아는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그 등뒤를 지켜보는 사람이 자신은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 - 카이토가 부친의 유품을 제 몸에 감아. 어둠을 달리는 순간이면 그녀는 모른체해 방으로 들어와 옛 사진을 꺼내 보았다. 위험 하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말릴 수는 없었다. 그 아이의 가면조차 벗겨내지 못하는 자신은 그럴 자격조차 없었으니까.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으로.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이미 떠나버린 사람의 사진을 품에 안아 자신들의 보물의 무사함을 그저 조용히 빌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는 삶이 깨어진 것은 한 순간. 처음으로 아야코는 자신의 아들의 눈물을 보았다. 제 아버지인 도이치가 죽었을 때에도 그 아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단지 새빨개져 멍해진 눈동자만을 관을 향해 있었을 뿐.
그런데 그랬던 아이가. 카이토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처음보고, 그 아이를 품에 안으면서 그녀는 알았다. 이 아이가 드디어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그 아이가 소중한 것을 찾게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는 것을.
아야코는 그 소중한 것을 볼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의 말로 대충 어림짐작을 할 뿐이었다. 하얀 피부에 선명한 푸른 눈동자. 가끔 날카로워지는 눈동자는 극상의 사파이어보다도 아름답다고. 추리를 좋아하고, 홈즈를 좋아하며, 축구를 잘한다. 단것에는 상당히 약한 듯 해 보이고, 노래는 잘 부르지 못한다. 그래서 약간 놀려주면 바로 화를 내지만 그게 상당히 귀엽다. 그렇지만 마주했을때 감기는 분위기는 고고해 당당함이 서려있어 두근두근하다고.
카이토는 그 아이에 대해 이야기 할때면 언제나 즐거운 듯이, 아니 행복한 듯이 웃어 평생에 처음 보는 그런 환한 웃음을 보여 주었다. 아야코는 그런 아들이 싫지 않았다. 그렇게 그 아이에게 마음을 허락하고 있고, 그 아이가 소중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으니까.
조금 아쉽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아들이 자신을 떠나는 것은 확실히 섭섭하다. 하지만 아야코는 그것이 아들의 행복이라면 그 아이와 함께하는 것이 카이토의 최고의 행복이라면 당연히 밀어줄 생각이었다.
그녀 자신에게 도이치가 필요했었던 것처럼, 너무 나도 소중해 떨어질 수 없었던 것처럼, 카이토에게도 그 아이가 필요할 테니까.
그러다가 어느날인가 접한 아들은 분명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고 알았다. 진지한, 그리고 뭔가 커다란 다짐을 한 표정으로, 자신의 모친에게 입을 열었다.
복수를 하러 간다. 고.
「 누군가를 죽이거나 할 생각은 없어, 그랬다가는 그녀석이 화를 낼 테니까.」
「 단지 지금까지의 일에 결착을 내고 싶을 뿐이야. 이 긴긴 싸움에 - 」
아야코는 그 때 처음으로 그 아이의 - KID의 의상을 착용한 그 카이토를 보았다. 느낌도 분위기도 아야코가 알던 옛 그사람과는 달랐다. 그렇지만 선명한 그 눈동자의 빛은 그대로. 아야코는 어둠으로 사라져 가는 그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 그대로 그 긴긴 싸움에 종료의 도장을 찍으러 가는 그 뒷모습을 저 아이의 소중한 사람도 보고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돌아온 카이토는 -
모든 기억을 잃고 있었다.
KID의 존재도, 부친과 모친에 대해서도,
그리고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까지도 -
전부 -
그 아이가 기억을 잃은 것을 알아 그리고 벌써 몇달이 흐른 걸까. 아야코는 그 아이를 배웅할때마다 낮은 한숨을 내 쉬었다. 카이토는 선천적으로 머리가 좋은 아이였기 때문에 적응은 빨랐다. 기억을 잃긴 했지만 기본적인 상식같은 것은 잊지 않은 듯 했다. 단지 주위의 관계만을 잊고 있었을 뿐.
근처의 아오코에게 도움을 받아 학교생활은 곧 익숙해 졌고, 수업은 금세 따라잡았다. 모든것이 원상복귀된 듯 했지만, 아야코는 아직 그 아이가 잊은 것을 알고 있었다.
KID라는 이름과.
그 아이의 가장 소중한 사람.
KID에 관해서는 아야코는 단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만약에 입을 열었다가 또 다시 기억을 찾아 이번처럼 상처입어 돌아오는 것을 그녀는 바라지 않았다. 게다가 겨우 안정을 찾은 그 아이에게 짐을 지워주고 싶지는 않았다. 가장 진심으로의 마음이라면 역시 전자이겠지만.
그렇지만 그 나름대로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카이토의 소중한 사람.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카이토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 그 전에 이 상황에 대해 그 아이는 알고 있기나 한 걸까?
아야코는 그 아이에 대해서 아는 것은 전혀 없었다. 전화번호도, 그리고 이름조차도. 그렇기 때문에 그 아이에게 지금의 상황을 전할 방도조차 없었다. 그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 지나.
결국 그 아이를 만나게 된 것은 기억을 잃은지 1년여 후.
*
「 그걸 그에게 전해주세요 - 」
소년의 말을 들어 아야코는 품의 꽃을 꽉 쥐었다. 물망초. '나를 잊지 마세요' 라는 책에서 읽은 그 문장이 뇌리에 떠올랐다.
「 이름은 - ? 누구라고 전해줄까 - ?」
아야코가 조금 떨리는 소리로 입을 열면 소년은 쓰게 웃어 보였다. 그 얼굴이 나이와는 전혀 맞지 않아 좀 더 어른스러운 느낌이 드었다. 소년의 푸른 색 눈이 반짝였다는 것을 알면 그 입이 어느새 열리고 있었다. 약간은 안타까운 음성으로.
「 - 이름은 필요 없어요 - 」
「 지금의 이름은 이제 사라져 버릴 테니까 - 」
아야코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알았을까 소년은 낮게 웃었다. 그 표정 또한 나이와는 걸맞지 않는다.
「 지금의 존재는 기억을 잃은 그에겐 그저 일방적인 관계일 뿐.」
「 게다가 - 」
「 이 존재마저 사라져 버리면 - 그와의 접점따윈 한개도 없는 것이니까.」
「 이름은 필요 없어요.」
「 그럼 어째서 물망초를 - ?」
「 그저 조금의 욕심 일 뿐이예요 - 」
「 기억이 돌아올리는 없겠지만 - 」
「 만약에 만약에 돌아온다면 - 」
「 이 존재가 없더라도, 기억해 주길 바라는 - 」
아야코는 이렇게 슬픈 웃음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7살의 어린 소년이 그렇게 슬픈 웃음을 짓는 것은. 그리고 알았다. 이 소년에게도 자신의 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얼마나 필요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안타까울 정도로 가슴 깊게.
「 부탁드릴께요. 아주머니 - 」
「 그럼 - !」
소년의 모습이 멀어져 갔다. 이제 조금의 시간만 더 흐르면 이 꽃을 받아들 주인이 이 집에 돌아올 것이다. 아야코는 손에든 물망초를 얼굴까지 끌어올려 고개를 숙였다. 안타까운 기분이. 소년의 슬픈 얼굴이. 그리고 이제 지나간 일이 되어버린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 대해 말하면서 환하게 웃던 카이토의 얼굴이 몇번이고 스쳐지나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물망초에 살짝 맻혀있던 누군가의 눈물과 함께.
그대에게서 내가 사라지고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면
그렇게 되면 그대와 나의 길은 두번 다시 겹치는 일은 없겠지요.
그렇지만 언젠가
언젠가 서로가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면
그렇다면 그때는 서로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거짓된 모습은 서로에게서 사라졌지만
그 인연의 끈 만큼은
기억이 사라진 당신에게도
거짓된 모습을 지워버린 나에게도
분명하게 남아있기를
바라고 있으니까요.
- Conan Edogawa -
* [알파벳 26제] F - 副題 : Forget me not
- E N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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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올렸던 제 코난 첫 패러디 소설이자
기억상실 시리즈의 그 첫번째 쿠로바 카이토 버전입니다.
에도가와 코난 버전도 있긴 합니다만,
대사만 적혀 있을뿐 아직 미완성입니다.
저는 대체로 해피도 쓰긴 하지만, 새드 위주의 소설을 많이 쓰며,
개그는 상당히 무리하지 않으면 잘 안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도 새드 관련의 소설이 좀 많고,
코난 총수에, 카이코의 소설이 주가 될 것 같습니다.
글쓰는 솜씨는 별로 없지만,
코난관련의 망상으로 만든 소설을 열심히 써보고 싶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들^^
그리고 건강하시길♥
P.S : 모친의 이름인 아야코는 제 창작입니다. 이분 이름을 모르겠어요;
by. - Hecate隱流
첫댓글 낭만동에서 봤습니다^^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또 안타까웠어요ㅜㅜ
카이토X코난 -_ㅠㅠㅠㅠㅠ!! 얼마나 좋아하는거란말입니까, 안타깝네요 - 코난군이
코난총수에 카이코지지자.. 으악 사랑해요 Hecate隱流님! 소설 마구마구 써주셔요!!!;ㅂ;ㅂ;
마구마구 써 버려서 남감해 하고 있습니다. 누가 저좀 말려줘요. 나 수능까지 이제 이틀이야아!!!!!!!ㅠ(훌쩍)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정말로 멋진 카이코를 꼭 쓰도록 하겠습니다ㅠ
아아, 안타깝습니다. 이런 ... 잘봤어요
다음에는 즐거운 소설로 쓰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