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요즘 생활 패턴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최근에는 대개 아침 5시 전 후 잠이 깨는데 뒤척여봐야 다시 단꿈에 빠지기는 어려워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요. 7시 전후로 집에서 나와 작업장으로 출근. 근래는 내가 거의 집
에 있으므로(작업장과 현장 일이 중단되어)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몽실이를 데리고 산책길에
나섭니다. 요즘 기온이 아침에는 22~24도 오후에는 5시가 지나도 28도 이상이므로 아침에
산책하는 게 현명한 선택. 짧게는 30분 조금 더 가면 1시간가량 산책을 마치고 사료와 간식,
물을 새로 챙겨준 다음 나는 땀을 씻거나 식히고 사무실에 arrive safe 안착. 그때부터 나름
행복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컴퓨터를 켜고 보거나 듣다가, 읽거나 쓰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집에는 노트북도
두고 있지 않아서 사무실에 와 앉아야 비로서 이런 나의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것이지요.
어느 때는 나가서 작업장에 풀약도 치고 또 어떤 날은 충전 예초기를 잠간 돌리는데 역시
아침에 도착하자 마자 시작해서 오전 열 시를 넘기지 말아야 괴롭지 않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아내와 점심식사 겸 나들이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점심때에 집에 가서 밥을 먹은 후 다시
작업장으로 복귀. 오후 일곱시에 퇴근하는… 일상의 반복이, 역시 나름 좋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몇 년 전 칼 세이건 저 ‘코스코스 COSMOS’ 를 읽다가 그의 부인이
회고하는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칼은 자연에 묻혀서 사색하며 글쓰기를 즐겼다. 뉴욕 주, 이타카 시 소재의
우리 집을 둘러싼 바로 그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말이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방의 창을
통하여 폭포로 비스듬히 이어지는 들이 가득히 밀려온다. 칼은 몇 시간씩 뜰에 놓인 테이블에
꼼짝하지도 않고 앉아 있고는 했다. 흰색 잡음의 물소리가 만들어 내는 음악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내게 하고는 했다." (번역자가 백색소음을
흰색 잡음이라고 하다니… 처음에는 무슨 뜻인가 했다 White Noise 바보^^)
내 직업이 결국 몸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귀착되었으나… 사실 나는 지금의 일상이 내게
딱 맞는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색하고, 음악 듣고, 성가 부르고, 영상 보고, 이것 저것 읽고,
메모하고 정리해서 쓰는… 게다가 요즘에는 영상편집까지. 칼 세이건은 폭포소리를 들으며
집필 삼매에 빠질 수 있었다면 나는 매일 오전 규칙적으로, 때로 일과를 시작하면 거의 10초
간격으로 이륙하는 전투기가 내는 초고도의 White Noise를 벗삼고서라도 이런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 동안 이런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 십년은 가능할까?
상대적이니까 10년은 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
7월 첫 주 일요일 오후에 서울나들이를 했습니다. 공연계에 몸 담고 있는 막내딸 덕분에
‘부모님 찬스’를 이용, 뮤지컬을 감상하고 밤 늦게 막내딸과 함께 충주 집으로 귀가했지요.
영상세대라 불리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뮤지컬 등 공연관람에 대한 열정에 감탄하면서 또
그게 부럽더군요. 우연일 터이나 나는 공연 내내 현 시국에 뭔가 맞닿는 메시지가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고 보았는데… 다른 이들의 소감은 어떨지 좀 궁금하네요.
아내에겐 제2의 고향이라 할 동숭동 인근 이화동 사거리 원남동 방면 모서리에 예전에는
디자인포장센터가 있었는데 그게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로 바뀌었네요. 요즘은 대학마다
실용음악이나 공연예술과가 생기더니 홍대까지 그리 되었군요.
일주일 후 다시 서울행. 이번에는 예약된 정기진료를 받기 위해 폭우를 뚫고 강남 서초동에
왔습니다만… 간신히 왔다고 할 정도로 상경 길이 험난했어요.
충주JC를 지나 감곡 근방에 진입하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비상등을 켜고, 핸들을
잡은 팔이 저려 손을 번갈아 털어가며 두 눈을 부릅떠야 했으며 최고 속도로 빗물을 밀어대는
와이퍼 때문에 어지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진료예약을 쉽게 다시 잡을 수만 있다면, 이런 날은
그냥 되돌아가야 맞는 결정이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고요. 그렇게 한 시간 반 이상 운전하는
동안 내내 작은 사고라도 당하지 않기를, 무사하기만을 기도하며 중부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올림픽대로에 올라타고 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렇게… 진료와 치료를 받고, 중국에서 온 (막내동생의 처)제수와 여동생을 만나러 아내와
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 지하 식당가로 이동. 반갑게 만나 근황을 주고받고, 누나와 여동생은
일요일에 충주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후 귀가하는 길에 또 다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
에효~~
이후 계속된 비로 온 나라가 시름에 잠겼고, 여기 중추댐과 조정지댐은 수문을 모두 열고
엄청난 양의 흙탕물을 하류로 보내고 있습니다. (7/15)
홍천 현장 이동계획은 계속 연기되고 있지만 나는, 나름 잘 지내고 있습니다.(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