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부부가 되는 예식
내혼에서 외혼, 그 과도기에 나타난 약탈혼
전통사회에서 결혼은 내혼內婚에서 외혼外婚으로 발전하였다. 내혼은 마을 내에서 남녀가 자유연애를 통해 배우자를 선택하는 관행이다. 성년이 되면 청년단에 가입하여 활동하면서 남녀 간의 자연스러운 교제가 이루어진다. 청년단의 우두머리는 양가의 부모에게 성인이 된 두 남녀의 관계를 살펴 알리고 결혼이 성사되도록 조정자 역할을 한다. 전통혼례에 신랑과 신부의 동료가 참여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편 외혼은 다른 지역이나 마을에 사는 남녀가 서로를 배우자로 맞이하는 것으로, 양가를 잘 아는 중매인이 중간자로 개입하여 혼사를 성사시켰다.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유 연애하던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도망가서 지내다가 나중에 양가로부터 부부로 인정받는 것을 약탈혼이라 한다. 이는 내혼에서 외혼으로 발전하는 과도기에 생긴 풍습으로 보인다.
재래시장이 대개 5일장으로 서는데 상인은 정해진 지역의 시장으로 이동하며 상거래를 하여 시장권을 형성한다. 외혼이 성행하면서 한 지역의 남녀가 특정 지역의 사람과 주로 결혼을 하게 된다. 이렇게 지역 간에 혼사가 주로 성사되는 범위를 통혼권이라 한다. 시장권과 통혼권은 대부분 일치하며, 이는 사람을 매개로 물자의 교역과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기에 사람 간의 교류가 결혼에도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신랑신부의 합일을 상징하는 합근례
전통혼례는 의혼議婚·납채納采·납폐納幣·친영親迎 등 사례四禮의 유교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의혼은 중매인에 의해 혼담이 오가고 양가의를 알아보는 것을 뜻한다. 혼담이 어느 정도 성사되면 남자 측에서 여자 집에 남자의 생년월일시를 적어 사주단자와 청혼장을 보내는데 이를 납채라 한다. 여자 측에서는 남자의 사주에 따라 길흉을 점쳐서 ‘연길涓吉’이라써서 봉한 택일단자를 붉은 보자기에 싸서 남자 측에 보낸다. 여자 측에서 택일한 날에 혼례를 올리는데 혼례 전날 남자 측에서는 청홍보자기에 싼 혼서지와 납폐를 보낸다. 친영은 혼례를 마치고 신랑이 신부를 맞이하여 데리고 가는 것을 말한다.
혼례를 치르기 위해 신랑이 신부 집으로 가는 것을 초행이라 한다. 신랑과 동행인으로 집안의 어른과 함을 메고 가는 함진아비와 중방이 있다. 함에는 신부에게 줄 예물과 청홍의 신부복 옷감이 들어 있다. 신부 집에서는 마당에 천막을 치고 병풍을 두르고 대례상을 준비하는데 ‘교배상’이라고도 한다. 상 위에는꽃병과 밤, 대추 등과 보자기에 전안奠雁과 청·홍실이 있고, 쪽바가지 두 개를 놓고 촛불을 밝힌다. 신부가 신랑에게 큰절을 두번 하면 신랑은 신부에게 한 번 절을 하며 반복한다.
다음에는 합근례合巹禮라 하여 술을 바가지에 받아 신랑과 신부가 각자 두 번 마시고 셋째 잔은 서로 교환하여 마신다. 예부터 딸의 혼사가 있는 집에서는 그해에 박을 심어서 박이 열리면 이를 쪼개 혼례에 사용했다고 한다. 하나의 박을 쪼개 합근례를 하는 것은 신랑과 신부의 합일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서양의 결혼에서 신랑과 신부가 하나의 케이크를 자르고 함께 먹음으로써 합일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례와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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