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리
제주 시내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핫 플레이스, 함덕에 다다른다. 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 바다와 한라산까지 이어지는 풍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서우봉 산책로까지, 함덕은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나는 제주도의 명소다. 주변에는 예쁜 카페와 맛집들도 많고, 늘 사람들과 차들로 붐빈다. 그런 함덕을 뒤로하고 서우봉을 지나 차로 약 5분만 가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북촌리가 나온다. 바닷가에 예쁜 벽화가 그려진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촌락을 형성한 마을은 걸으면 걸을수록 고요하고 아늑하다. 이따금씩 동네 어르신들이 다니는 모습을 보며 어촌 사람들의 터전에 왔다는 것이 자연스레 느껴졌다. 관광객들이 발길이 뜸한 이곳을 걸으며 북촌리에 녹은 삶의 흔적들을 천천히 눈에 담으며 걸었다.
북촌리 풍경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북촌리에도 큰 아픔이 있다. 4.3 사건으로 모든 마을이 피해를 입었지만, 북촌리는 특히 그 정도가 심했다. 국제법상 전쟁중일지라도 엄격하게 금지하는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1948년 10월 말부터 1949년 3월까지,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초토화작전에 의해 집중적으로 집단 살상이 행해졌다. 토벌대의 무차별 학살은 물론, 무장대도 일부 주민들을 자신들에게 협조하지 않는 토벌대 편이라고 자체 판단해 학살을 하기에 이른다. 미군 정보보고서에는 희생된 주민 중 80%가 토벌군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북촌리 포구에서 가깝게 보이는 다려도는 일몰 풍경이 멋진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4.3 사건 당시 마을 주민들이 토벌대를 피해 배를 타고 나가 잠시 숨어 지내기도 했던 곳이다.
너븐숭이 4.3 위령성지
북촌 사건은 토벌대의 무자비한 잔혹성을 잘 드러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49년 1월 17일, 육군 병력 2명이 북촌리 어귀에서 무장대의 기습을 받아 전사하는 일이 벌어진다. 토벌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한다. 마을 주민들을 한 날 한 시에 북촌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동서쪽 들과 밭에 모아놓고 총살했다. 이 사건으로 희생당한 주민은 무려 350명인데,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인명 희생이 일어났던 대학살이었다.
너븐숭이에는 바다를 뒤에 두고 작은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그 역사의 흔적이 잘 남아 있는 곳은 북촌초등학교에서 약 300m가량 떨어진 너븐숭이이다. 제주 방언으로 넓은 돌밭이라는 뜻을 가진 너븐숭이에서 날아든 총탄은 주민들의 삶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너븐숭이에는 돌들이 낮게 쌓인 작은 무덤이 수 기 존재한다. 흔한 무덤과는 다른 모양이다. 토벌대는 학살할 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희생된 주민 가운데는 어린 아이들도 상당수가 있었다. 살아남은 주민들이 널브러진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어른들의 시신은 임시 매장을 하고 이후 안장했으나, 어린아이와 무연고자 등은 임시로 매장한 상태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그들이 묻혀 있는 애기 무덤이다. 그 조그만 무덤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요동친다. 바람이 불 때 휘휘 돌아가는 작은 바람개비와 누군가 놓고 간 귀여운 인형과 간식들은 더욱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북촌리로 들어가기 직전 대로변에 너븐숭이 4.3 위령성지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너븐숭이 곳곳에 놓인 애기무덤
무덤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커다란 원 바닥 위에 글자가 박힌 비들이 누워 있다. 어떤 것은 원 바깥까지 나가 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다른 비와 겹쳐 있기도 하다. 비에 새겨진 글자들은 모두 소설 <순이삼촌>의 구절들이다. 현기영은 소설 <순이삼촌>을 쓰며 4.3사건의 참혹상과 후유증을 고발하고자 했다. 이 소설은 사건이 끝난 이후에도 사건에 대한 내용들을 입 밖으로 내는 게 금기시되었던 시절에 소설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내고 공론화를 시켰던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2008년에 정부에서 부지를 매입하며 소설을 비석으로 형상화했다. 널브러져 있는 비는 당시 쓰러져간 희생자들을 표현한 것이다. 부지 또한 옴팡밭(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밭)으로, 북촌 대학살이 일어났던 현장의 한 곳이다. 흔히 어떤 사건을 기리거나 희생자를 추모하는 비는 대개 그 형태가 비슷비슷하다. 높게 뻗은 네모난 비 안에 추모하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순이삼촌 문학비는 흔히 보던 형태와는 다른 모습으로 사건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할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순이삼촌 문학비
너븐숭이에는 기념관도 조성되어 있어 4.3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과 기록들이었다. 그리고 벽 한 켠에는 장문의 추도사가 걸려 있다. 4.3 사건은 명백한 국가의 잘못이었다. 그러나 이념 대립이 심했던 과거엔 ‘빨갱이 섬’이라고 낙인까지 찍혀버린 제주에서 주민들이 입 밖으로 사건을 꺼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크나큰 진전이 있었던 건 4.3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였다. 특별법을 바탕으로4.3사건의 진상을 담은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보고서가 확정된 후,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도에서 국가 권력의 잘못을 공식 사과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반 세기가 넘어 정부의 공식 사과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다다음해에는 세계 평화의 섬 지정 선언문에 서명하며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 공식 지정되었다. 도민들에게는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너븐숭이 4.3 기념관
너븐숭이 기념관은 전시관이 크지 않지만, 북촌 학살 사건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사건들과 주민들의 증언을 직접 들으며 4.3의 참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먹먹하게 하는 것은 추모 공간이다. 희미하게 타오르는 촛불 하나 위로 희생자 명단이 길게 내려와 있다. 모든 희생이 다 안타깝지만,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보기 시작한 어린 아이들의 이름과 나이를 보면 숙연해진다.
북촌리 일대에는 북촌리 4.3길이 조성되어 있다. 제주도 곳곳에 4.3길이 만들어져 있지만, 4.3의 아픔을 가장 잘 이해하는 데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븐숭이부터 북촌리까지는 올레길과도 겹치기 때문에,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서 중간중간 보이는 경치를 감상하며 그 옛날 제주도 사람들이 겪었을 아픔을 헤아려보며 걷는 것은 제주도를 더욱 깊게 여행하는 좋은 방법이다.
너븐숭이와 북촌 마을은 올레길로 이어져 있고 가깝기 때문에 함께 방문하면 좋다.
너븐숭이 4.3 기념관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북촌3길 3
관람시간: 09:00~16:00(매월 둘째, 넷째 주 월요일, 1월 1일, 설 및 추석 전후 3일 휴관)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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