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2 시즌, 강화나들길 14코스 강화도령 첫사랑 길은 역방향으로 철종외가에서 시작한다. 미세먼지와 짙은 안개가 을씨년스럽다. 강화나들길 14코스 강화도령 첫사랑 길은 원범과 봉이가 외숙인 외가에서 원범이 살았던 용흥궁을 향하면서 사랑을 나누던 사연이 굽이굽이 묻어나는 길이다. 강화도령 철종의 외숙인 염보길이 살던 철종외가는 철종 4년(1853)에 지은 건물이다. 이 건물은 원래 안채와 사랑채를 좌우로 두고 H자형이었으나 행랑채 일부가 헐려 지금은 ㄷ자 모양의 본채만 남아 있다.
"철종외가를 뒤로 모퉁이를 돌아가면 언덕 위에 철종의 외할아버지인 염성화의 묘를 비롯해 염덕석,·염상임의 묘가 나란히 있는 철종외가 묘역이다. 안개와 잡풀이 뒤엉켜 길을 내주지 않는다."
화남 고재형 선생이 이곳 냉정리 염씨네 선영을 돌아보며 한시 하나를 남겼다.
염씨네 선영은 개울가에 있는데, 소나무 울창하고 풀들이 무성하네, 상서로운 구름이 북쪽에서 용흥전에 들어오니, 하늘의 은혜가 대대로 이어지리.
철종 외가는 1859년(철종 10)에 강화유수 조충식이 왕실의 위신을 세운다는 의미에서 철종 외숙 3인의 묘역을 정화하고 비석을 세웠다. 이에 철종의 외가 5대의 벼슬을 추증하고, 냉정리에 전답 10여 정보를 하사하였다고 한다. 3기 모두 공통적으로 묘표 음기에 ‘용담‘이란 글씨가 움푹하게 파져서 새로 새겨 놓은 흔적이 보인다. 그것은 파평 염씨가 용담 염씨를 가칭하여 철종의 외가라고 속이기 위하여 글씨를 ‘파령’이라고 새긴 것을 새로 정비한 것이라고 한다.
안개 자욱한 인적이 두문 냉정리 마을길이다. 냉정리는 고개의 길가에 우물이 있는데 매우 차가왔기 때문에 동네 이름이 냉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1년 사이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좌우로 소나무가 늘어서 있는 소나무 길을 만난다. 그런데 시설물들이 들어서면서 예전 소나무숲길은 이젠 옛 이야기가 되어버려 아쉬움만 남는다.
선원초등학교을 지나 마을길로 접어들면 성회교회가 마중 나온다. 마을길을 걷다보며 찬우물작업실&카페에서 숲길로 들어선다. 한차례 고즈넉한 산길을 올랐다가 하늘을 가리듯 곧게 서있는 잣나무숲길을 이리저리 미끄러지듯 내려서서 횡단보도를 건너 고갯마루로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찬우물 약수터가 마중 나온다.
화남 고재형 선생은 이렇게 노래했다.
"솟고개의 동남쪽엔 찬우물이 흐르는데, 주민들 이곳에서 전답을 개간했네, 정씨와 김씨가 고상함을 알아서, 수시로 앞마을 노인들과 교유하며 지냈네."
찬우물은 강화도령 원범이 5년간 귀양살이할 때 강화도 처녀 봉이와 남산의 청하동 약수터에서 만나 이곳까지 오가며 사랑을 나누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왕위에 오른 원범은 봉이 와의 추억을 잊지 못해 가끔 사람을 보내 이 우물물로 빚은 막걸리와 순무 김치 그리고 젓국갈비 등을 궁궐로 가져와 강화도와 봉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찬우물약수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추억거리를 남긴 길동무들이 길을 재촉하다 보면 혈구산 등산로 들머리가 반긴다. 길동무와 함께 미꾸지고개를 출발하여 낙조봉, 고려산 정상에 올랐다가 고비고개를 뒤로 혈구산에 오르고 찬우물 인근까지 내려섰던 기억이 있다. 시립미로에 내려서고 바다의별 요양원을 지나 걷다보면 나무들의 집이다.
나무들의 집은 서울의 어느 교회가 소유라고 있는 펜션으로 35평형 3채와 예배드릴 수 있는 소예배실이 있다. 시설로는 책을 읽으며 차 한 잔 할 수 있는 나무들의 집 카페 등 편리한 시설들이 완비되어 있다고 한다.
나무들의 집을 뒤로 다리를 건너서면 좌측으로 선택 코스인 충렬사를 탐방할 수 있다. 시간상 둘러보지는 못하지만 충렬사는 조선후기 병자호란 당시 순절한 충신들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이 있다. 충렬사는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1호로 1641년(인조 19)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순절한 우의정 김상용, 공조판서 이상길, 장령 이시직, 돈녕도정 심현, 천총 구원일을 향사하기 위하여 강화도 내의 유생과 유수부의 재정적인 지원으로 건립되었다고 한다. 나들길은 오른쪽으로 잠시 제방길에서 내려서서 산책길을 따라 걷는다. 그리고 만나는 충렬사로를 가로질러 화성길에 이어 화성길50번길로 오르막길을 남산골프연습장을 향해 오른다.
호텔 에버리치 정원으로 들어선다. 강화도 읍내 해발 100m 남산에 자리한 호텔 에버리치는 3만평 부지 위에 70개의 격조 높은 다양한 스타일의 객실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프리미엄 로스터리 카페, 연회장, 야외수영장, 산책길과 등산로, 국내 최대 라벤더 정원이 들어선 4계절 자연친화적 리조트형 부티크호텔이라고 한다. 호텔 에버리치는 BND PARTNERS의 인테리어, 청계천, 선유도공원을 디자인한 서안의 조경, 유선태, 마리킴, 아트놈 등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가들의 협력을 통해 강화도의 거점호텔로 탄생되었다고 한다.
산책로를 따라 라벤더 정원에서 심신정화 효과가 있는 라벤더향에 흠뻑 취하거나, 자작나무, 소나무, 매화나무, 왕벚나무 등 국내 최대 잉글리쉬 라벤더 정원을 조성하고 있는 호텔 에버리치 정원에서 달콤한 휴식시간을 보낸다.
라벤더의 어원은 라틴어 ‘Lavare'로 ’씻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어원처럼 라벤더는 입욕제, 샴푸 등 세정 제품의 주성분으로 각광 받고 있으며, 심신안정, 불면증 및 두통완화, 스트레스 해소의 효능이 있고, 해충을 퇴치하고 꿀벌과 나비를 유도해 자연계에 도움을 주는 이로운 식물이다. 또한 라벤더 잎과 꽃은 식용이 가능하며, 특히 꽃의 향기가 풍부하다. 호텔 에버리치의 라벤더는 라벤더 중의 라벤더- 잉글리쉬 라벤더, 트루 라벤더로도 불리는 종으로 프랑스 프로방스나 일본 홋카이도의 유명한 잉글리쉬 라벤더와 같은 종이라고 한다. 잉글리쉬 라벤더는 우수 정원식물의 기준인 RHS Award of Garden Merit를 수상할 정도로 오일, 화장품, 비누, 약품 등 다방면에 활용되며 유일하게 식용이 가능한 라벤더 종이다. 특히 잉글리쉬 라벤더는 리날로올 함유량이 프렌치 라벤더, 라반딘 등 다른 라벤더 종에 비해 높아 향이 월등하고 진정 작용, 향균 효과,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하다. 라벤더는 상록저목으로 회색빛, 연보라빛을 띄는 신비로운 초록색 상태로 꽃은 없지만, 우아함이 물씬 느껴지는 자태로 겨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