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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고 있다. 따가운 햇살과 수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았던 바닷가도 한장의 빛바랜 사진으로 남는다. 지난 여름의 기억은 투명한 시냇물처럼 세월의 강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잡지 못한 시간의 강물 위로 아련한 추억의 등불이 실려간다.
무더위로 짜증스러웠던 기억들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가을로 넘어가는 태양은 마지막 힘을 다해 썰물로 드러난 백사장의 속살을 파헤치며 서해로 잠긴다.
긴 해안선으로 둘러싸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安眠島) . 할미.할아비 바위 너머로 넘어가는 낙조(落照) 를 바라보며 철 지난 바닷가를 걷다 보면 추억은 모래 속에 묻히고 발자국은 파도에 쓸려 바다로 사라진다.
아침.저녁 바닷가의 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모기의 입도 비뚤어진다' 는 처서(處暑.23일) 가 가까이 왔음이랴.
이름 그대로 편히(安) 잠드는(眠) 섬(島) , 안면도다.
안면도는 길이가 남북으로 32㎞, 동서로 6㎞라 그 모양이 지네처럼 보인다. 때문에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백사장.삼봉.기지포.두여.밧개.방포.꽃지.샛별.운여.장삼포.장곡.바람아래 등 그 이름도 정겹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auto.joins.com%2Fpicture%2Flife%2F20010822105301.gif) 일몰이 가장 유명한 곳은 안면읍 승언4리 꽃지해수욕장.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해변에 해당화와 매화꽃이 많던 시절에 붙여진 이름이다.
꽃지 일몰은 변산반도 채석강, 강화 석모도의 그것과 함께 '서해 3대 낙조' 라 불릴 만큼 장관이다.
이곳 낙조가 아름다운 것은 바다에 떠 있는 할미.할아비 바위 덕이다. 할미 바위는 전쟁터에 나간 지아비를 애타게 기다리던 부인이 돌로 변한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온다. 금슬 좋던 내외가 매일 일몰을 함께 바라보며 영원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듯 하다.
안면도의 해수욕장은 간만의 차가 커 경사가 완만하고 모래톱이 길고 드넓게 펼쳐져 있다. 안면도 모래는 유리 원료로 쓰이는 규사로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더욱이 모래가 단단해 발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산책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한밤중 손전등을 들고 해변에 나서면 말미잘.게.고동.조개 등을 손쉽게 구경할 수 있다.
꽃지해수욕장에서 가까운 자연휴양림(승언3리.041-674-5019.입장료 1천원) 도 안면도의 자랑거리. 수령 30년 내외의 송림이 울창하며 한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산림전시관이 마련돼 있어 자녀들과 함께 각종 나무의 특성을 배울 수 있다. 한옥 또는 통나무집(2만~7만원.18개동) 에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가족과 정담을 나누는 것도 운치있다.
한적하고 조용한 맛은 지방도로를 따라 안면도의 남쪽인 고남면으로 갈수록 깊어진다. 길 양편 아늑한 야산 위로 소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만들어낸다. 고남면 남단 영목항 가까이에서는 도로 양편으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영목항에서는 안면도 특산품인 까나리액젓을 사오자.
까나리와 천일염을 8대2의 비율로 섞어 1년 이상 숙성시킨 액젓은 구린 냄새가 나지 않고 맛이 고소해 일품이다. 나물 무침.미역국.된장찌개를 만들 때 간장 대신 쓰면 좋다. 영목항 근처 대현수산(041-673-7202) 등 액젓 공장에서 시중가보다 3천~4천원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여행쪽지>
◇ 맛집=섬 북쪽 창기리 백사장 포구에 오뚜기횟집(041-672-8659) 등 횟집이 20여곳 있다. 영목항의 횟집들은 천수만이 훤하게 보여 전망이 시원하다.
안면도 근해에서 잡히는 자연산 놀래미(㎏당 5만원) 가 먹을 만하다. 양식 또는 자연산인 우럭(㎏당 4~5만원) 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10월 말~11월 초에는 대하와 꽃게가 제철이다.
안면읍 중장2, 3리의 두산목장(041-673-3510) 에서는 9월 초순부터 매일 오전 8시~오후 4시 젖소들이 한가롭게 초원에서 풀을 뜯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 휴식=지난 7월에 문을 연 콘도인 롯데오션캐슬 안면읍 중장리,(http://www.oceancastle.com)041-671-7060 내 '아쿠아월드' 에서는 비회원이라도 해수사우나(7천원) .유황해수 노천탕(9월 중순 개장) .스파(2인 4만원) 등을 이용하며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다.
◇ 교통=국도 32호선을 이용해 당진~서산을 거쳐 지방도로 6백49호선을 이용, 부석으로 빠지면 안면도 방향 이정표가 나타난다. 서울.인천.경기 북부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당진IC로 빠져나가 서산을 거쳐 들어가면 된다.
안면도 닷컴(http://www.anmyondo.com)이나 태안군청 홈페이지(http://www.taean-gun.chungnam.kr)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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