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토)
지난 달 영주댐 수몰지역의 흰수마자 분포조사때 <조성장>님을 뵈었는데 가시납지리에 대한 제 병(?)을 보령으로 오면 일거에 낫게 해주신다기에 염치없이 몇차례의 통화로 일정을 잡아 집사람과 함께 길을 떠났읍니다. 이번 주 들어 전국적으로 비가 왔지만 지역적으로 편차가 있는 걸 기대삼아 출발했지만 이날도 보령으로 향하는 동안에 비오고 흐리고 햇볕이 제법 쨍쨍한 지역을 두루 거치며 대천 IC에 도착했을 땐 바람은 심했지만 다행히도 갠 하늘에 환한 햇살이 비추고 있어 내심 안도하였읍니다. 보령시내에서 <조성장>님과 부인을 만난 것은 오후 2시경,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게 되어 길가에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선 바삐 출발을 하였읍니다. 꼬불꼬불 산길을 올랐다 내렸다 하며 도착한 첫번째 탐어지에서 드디어 가시납지리 세마리를 잡은 것까진 좋았는데 그후 옮겨다닌 서너군데에서 허탕을 치자 이녀석과는 정말 인연이 없는 게 아닌가하는 불길한 예감이 다 들더군요. <조성장>님은 그저께 비가 와 수량이 는 탓이라고 하셨지만 수백수천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셨던 게 계면쩍으신 듯 여기저기 위치를 옮겨가며 포인트를 찾아다녔읍니다. 그동안 "꽝"에 단련된 저자신은 별로 개의치않았으나 예상을 벗어난 조과에 아마 엄청 당황하셨으리라 짐작되는 <조성장>님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끝"을 보여주시기 위해 예상치 않은 수고를 많이 하시게 되었읍니다. 고속도로와 국도 그리고 샛길을 달려 서산을 거쳐 군산까지 가게 되어 도착한 마지막 탐어지는 도로변에 위치한 농수로였는데 외관상 별 기대되지 않은 그곳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말았읍니다. 여러 군데를 거쳐오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된 상태에서 20여분의 탐어로 대략 백마리도 넘는 가시납지리를 손쉽게 잡았을 뿐만 아니라 뻘에 족대를 꼽아 세워두고 두사람이 몰아잡는 기법도 알려주셨읍니다. 뒷지느러미의 검은 끝을 보고서야 가시납지리인 걸 알았지만 이렇게 손쉽게 많이 잡히니 오히려 얼떨떨해지더군요.
그길로 다시 보령으로 되돌아가 미리 예약해두신듯한 횟집에서 보령의 풍성하고도 맛있는 횟감으로 푸짐한 저녁을 먹은 후 다시 밤길을 달려 <조성장>님의 축양장에 도착하였읍니다. 어머어마한 규모에 놀라며 대략 둘러본 후 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성장>님의 흉(?)을 보는 동안 오늘 잡은 어종을 분류하고 어느새 약욕까지 하고 계셨던 <조성장>님에게서 가시납지리를 두통 가득 받아들었읍니다. 밤이 깊었으니 묵어가라고 하셨으나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두분이 피곤해보여 더이상 폐를 끼쳐드릴 수가 없어 짧은 인사를 하고선 아쉬운 이별을 하였읍니다.
보령시내의 한 모텔에서 소주 한병으로 잠이 들었는데 번쩍 눈이 떠진 이른 시간에 창을 열어보니 비가 오고 있고 기포기가 하나뿐이라 큰통에 작동시켜 둔 게 생각나 서둘러 차에 가보니 다행히 수온이 낮은 관계로 두통안의 고기들은 모두 무사해 기포기를 바꿔주고는 방으로 돌아와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읍니다. 이젠 서둘 일이 없는지라 느긋하게 전주역앞의 식당에서 아귀탕으로 아침겸 점심으로 속을 풀고는 물어보나마나인 아내의 양해(?)를 얻고는 완주군의 <의리포인트>에 들렀답니다. 그냥 집에 가기엔 뭔가 모자란 것 같은 아쉬움을 덜기 위해서 였지만 여기까지 왔다가 그냥 가기가 섭섭하여 참새처럼 늘상 가는 방앗간에 들른 셈이지요. 그런데 교각아래에 차를 세우고선 가슴장화를 꺼내 입으려니 족대랑 채집통이 없지 뭡니까. 어제 <조성장>님 차에 실어 두고선 헤어질 때 챙기지 못했던 게 생각나더군요. 요샌 왜 이렇게 흘리고 다니는 일이 많은 지 자책하며 통발만 대충 두개 던져둘 수밖에 없었답니다. 30분쯤 지나 들어올린 통발속에는 각시붕어 10여마리와 같은 양의 떡납줄갱이가 변치않은 "의리"를 제게 보여주더군요.
집으로 돌아와 가시납지리 세쌍을 골라 40Cm 수조에 넣어두고 다음 날 사무실에 준비해 둔 두자 수조에 넣어주면서 수를 세보니 스무마리나 되더군요. 겨우내 적응이 잘 이루어지면 수조를 하나 더 준비하여 과밀을 덜어야겠다 싶었읍니다.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가시납지리를 홀린듯 쳐다보고 있자니 이녀석을 찾아 쫓아다닌 지난 일년 반동안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르더군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3208C35545D766A27)
< 수컷 가시납지리 >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1C63C545D76A105)
< 수컷 가시납지리 >
![](https://t1.daumcdn.net/cfile/cafe/276F5A34545D76CC24)
< 암컷 가시납지리 >
그동안 날 엄청 애먹인 녀석이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역시 우리나라에서 제일 멋지게 생긴 녀석들이란 걸 실감하겠더라구요. 하도 겁이 많은지라 얼굴을 보려면 한동안은 이녀석과 시도때도 없는 숨바꼭질을 해야할 것 같네요. 참, 이번 탐어기에는 채집지의 사진이 없답니다. 그날 하도 바쁘게 이동하는 바람에 <조성장>님의 차꽁무니만 쫓아다니기에도 바빠 사진찍을 짬을 낼 수가 없어서였지만 채집지의 조건은 그동안 <쿠울쿠울가이>님이 알려주신 곳과 비슷하였읍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0E3638545D76E904)
< 똘망똘망 각시붕어 >
![](https://t1.daumcdn.net/cfile/cafe/2552C338545D77033A)
< 결투 직전 - 등돌린 떡납줄갱이 >
![](https://t1.daumcdn.net/cfile/cafe/2661BA395469E9771A)
< 가시납지리의 새 보금자리인 2자 수조 >
사진을 찍으러 다가가기만 하면 구석으로 숨어버리는 바람에 며칠동안 시도해보다 결국 포기해버린 가시납지리가 겨울을 날 수조입니다. 버들붕어랑 떡납줄갱이를 넣어두니 그나마 조심성이 조금 완화되는 느낌이 드네요.
아뭏든 <가시납지리 해후의 해>로 작정한 올해의 목표는 이루었으니 마음은 개운한데 가슴 한구석엔 자력으로 이루지못한 아쉬움으로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었읍니다.
전날까지 경북 군위에서 작업을 하시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일정이 잡혀 있어 꿀같은 휴식이었을 주말을 절 위해 흔쾌하게 포기해주신 <조성장>님과 부인의 후의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짧아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다음에 만나면 더 반갑게 가까이할 수 있게 곁을 내주셔서 더욱 감사드리고 싶읍니다.
첫댓글 드디어.....이젠 연재가 끝나 아쉽네요. 그동안 응근히 계속 못잡으시길 바랬는지도...저는 가시납 3마리 잡은 것 중에 숫놈 한마리와 암놈 한마리를 다시 살던 곳으로 방류하였습니다. 워낙 겁이 많은 어종인지라 얼굴을 못보는 것은 그렇다치고 사료를 뿌려도 먹지를 않아서 말라 죽을 것 같아서 고향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현재 암놈 한마리 있는데, 바싹 말라서 체구가 반쪽이 된네요. 여하튼 얼굴 보이면 가끔 사진 보여주십시요. 축하드리고 조성장 선생님께도 감사!
저도 시원섭섭합니다. 그렇게도 악(?)에 받쳐 쫒아다니느라 잡히기만 하면 어떻게 해버릴려고 할 정도였었는데 막상 손에 넣으니 그 소중함에 놀랄까봐 함부로 들여다보기조차 망설여지는 상태입니다. 사흘쯤 지나서 사료를 뿌려주고는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니 먹이반응을 보이네요. 수조에 적응시키기가 만만찮을 것 같읍니다. 늘상 가까이 계신 것처럼 관심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수조를 아주 멋드러지게 꾸며놓으셨네요 이젠 일단 한풀이는 하신셈이니 앞으론 얼마든지 혼자서도 잘하실거라 믿습니다 속정깊으신 조성장님이 얼마나 나비님의 연재다큐멘타리를 읽으시며 애틋하셧으면 배려를하셨을까 생각하니 훈훈합니다 다른납자루류들과 어울리게하면 금방 적응할겁니다
그렇게도 세세하게 포인트며 채집방법등을 가르쳐주셨는데도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 내내 답답하셨죠? 가시납지리를 수조에 옮기면서 귀하 생각을 많이 하였읍니다.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도움을 베풀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되어 뵙게 되면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읍니다.
축하 ! 또 축하 드림니다 ^^ .
저도 축하 ! 또 또 축하입니다. ^~^
성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 하!!
우리 나비님 드디어 소원성취 하셨네요..
여전히 사모님과의 동행이 부러운사람 많을것 입니다.
물론 자력으로 채집성공이면 조금더 뿌듯 하셨겠지만 이젠 경험치가 축적되어
언제라도 가능 할것입니다.
아무튼 올한해를 성공으로 마무리한것 축하드립니다.
일년 반동안의 여정이 이렇게 마무리되네요. 혼자였으면 여전히 미결이었을텐데 <조성장>님 덕분에 소원풀이는 한 셈입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내년에 물이 풀리면 기회를 만들어 선생님의 민물고기에 대한 고견을 계속하여 듣고 싶읍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손자분이랑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빌어봅니다.
그동안 글많이보았는데 수고많으셨습니당 이제 가시납지리도 행복하게 살겠군요^^
전 분명 행복한데 가시납지리는 행복한 지 아직까지는 모르겠읍니다. 하도 겁이 많은 녀석이라 나름 안심이 될만한 여건을 마련해주었지만 올겨울을 지내봐야 수조환경에 대한 적응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으네요. 그동안 제게 많은 성원과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가 끝난다니 아쉽습니다. 저는 금당천 상류에서 수컷 한개체를 채집해서 키우는데 다른납자루류에 비해 먹이반응이 느려도 너무 느립니다. 사육시에 거식증 안걸리게 유의하셔야 될겁니다. 연재기 잘봤습니다.
"가시납지리가 사람잡네"가 아니라 "가시납지리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이 새 주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귀하게 얻은 기쁨이니 소중히 키워볼 생각입니다. 귀하의 말씀대로 사육하기가 만만찮은 녀석이니 한층 신경써서 관리해야 할 듯 합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식증...anorexia nervosa. 지금 우리집에 있는 녀석입니다. 쉬리사랑님, 이거 어떻게 치료해야할까요? 큰 가시납이 각시붕어 크기로 쫄아들었네요...ㅠ.ㅠ..
개인적으론 저서어종과 가시납만 단독사용하되 침전성 사료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추이를 보는게 좋을듯 싶습니다. 어종 자체가 편식도 심하고 겁도 많은듯 싶더군요.
제 경험으로는 질투와견제 그리고 영역확보 본능이 심한 칼납이나 각시붕어아닌 납지리나 흰줄이나 떡납들과 어울리게하면
납지리와 떡납이 사료반응하는거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가 일주일정도 지나면 같이먹더라구요(단 처음엔 사료주고 즉시 물러나 있어야해요) 한달정도 지나자 사료주려하면 다른애들이 우르르 내쪽으로 몰려들때 같이 섞여있더군요
가시납지리의 성격은 대략 파악하였으므로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최소화하고 귀하의 말씀처럼 수조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겨우내 분위기를 만들어봐야 할 듯 합니다. 이미 두마리는 죽었고 한마리는 시원찮네요. 원래 상처가 있었는지 아님 수조내에서 몸부림을 쳐서인지 몸통비늘이 헤어지고 맨살이 비치는 상태로 죽었고 앓아가고 있읍니다. 다른 녀석들에게선 별다른 점이 보이지 않아 일단 채집했을 때부터 시원찮았던 게 아닐까 하고 짐작되지만 한동안은 지켜봐야 할 것 같읍니다.
가시납지리는 광채가 나는듯하네요.
드뎌 소원 푸셨네요.
축하드립니다.
늦었지만 축하 드립니다~
nabi1961님의 '가시납지리 연재'는 정말로 재밌는 웹소설이나 웹툰을 우연히 보고 정주행한 느낌과 비슷하여 이게 무슨 느낌인지 한참동안 생각했습니다. 늦었지만 현장에서 가시납지리를 채집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