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들썩인다.
중국발 쓰찬성 지진소식으로 연일 매스컴이 뜨겁다.
뉴스를 들어보니,
역대 최대규모의 강진으로 수백만명이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여지껏 여진이 계속된다고하니 정확한 피해규모 집계는
예측불허라고 한다.
진앙지로부터 멀리떨어진 상해와 북경을 넘어서 주변국가들도
흔들거렸다는 소식이고보면 그위력이 엄청났던 모양이다.
그시각 때맞추어 상해로 가는 기차안에 몸을 싣고있던 나로서는
도착후 특보를 접하고서 놀란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얼마전 미얀마를 강타한 허리캐인으로 수십만명의 사상자를
만들어놓은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터라,
연이은 대재앙은 지구촌을 공포속으로 몰아넣고있다.
우리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번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로 온나라가 홍역을 치러야했고,
이번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전국을 불안케하지 않는가.
모두가 천재니 인재니 하며 전문가들의 심층분석을 쏟아내지만,
그간 지구의 주인인양 행세하던 인간들의 오만과 방종에 대한
절대자의 준엄한 심판은 아닐런지...
지금 이순간도 생사를 넘나들고 있을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
<황산>
* 산행일자 : 5/10 ~ 5/11 (1박2일)
* 인원 : 혼자
* 숙박 : 텐트촌 야영
* 산행코스 :
운곡사 --> 백아령 --> 시신봉 --> 북해 --> 청량대
--> 서해대협곡 --> 천해 --> 오이봉 --> 옥병루 --> 자광각
기차여행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다.
물어물어 침대칸을 찾아올라서니,
한쪽에서는 대학생들이 MT를 가는지 온통 시끌벅쩍허다.
두리번거리며 내자리에 베낭을 부리려는데,
젊은친구가 와서는 그네들말로 좔좔 쏟아낸다.
중국어라고는 "이.얼.싼.쓰" 밖에 모른는내가 알아들을턱이
없다.
영어로 되물어보니 여자친구와 옆칸침대를 같이하게끔 자리를
바꿔달란다.
나야 혼자몸인것을 기분좋게 오케이 해주었다.
슬리핑베드 위에 새하얀 이불과 베게가 깔끔해보였다.
에어콘도 양호해서 선선한 바람이 객실을 시원케해준다.
여독이 풀리자 스르르 눈이 감긴다.
북쩍대는 소음에 눈을 떠보니 벌써 훤한 새벽이다.
창밖으로는 여느 시골논밭과 들판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좁은 객차연결통로를 홀로 차지하고는,
차장 눈치를 보아가며 평소처럼 한시간여 몸풀기로 아침을
시작했다.
기차가 황산역에 도착하고보니 오전10시.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는 황산입구까지 1시간을 이동했고,
또한번 택시로 바꿔서는 매표소에서 내렸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산행이다.
숲속에 가려져 정상은 보이지도 않는다.
생수를 한병 사서 베낭옆구리에 쑤써놓고는,
아까 기차역에서 구입한 지도를 꺼내들고 출발이다.
10여분을 걸었을까.
길다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파로 북쩍인다.
알고보니 중턱까지 놓여진 케이블카를 타기위한 행렬이란다.
가파른 오르막 3시산 코스를 8분만에 주파한다고 자랑한다.
사실 산장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야할 여정이지만,
이미 한달전에 예약이 마감되어 할수없이 무작정 출국했었다.
여의치않으면 산속에서 비박할생각으로 가벼운 여름침낭을
베낭에 준비하고말이다.
시간은 이미 낮12시가 다되어가고,
숙박걱정과 혼자라는 불안감으로 잠시 케이블카 유혹에
고민했지만,
애초 예정대로 내 두발로 걸어서 오르기로 했다.
오월초인데도 산속 한낮은 무더웠다.
더구나 대규모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등산로를 온통 시멘트와
돌계단으로 말끔히 단장해 버렸다.
듣자허니,
들머리부터 날머리까지 완벽하게 계단으로 마무리해 놓았단다.
(결국 이틀동안 흙한번 밟지못하고 산행을 마쳤다)
흐미 ~~~
다시금 아랫배에 힘을 주고는,
심호흡으로 온몸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벌써 땀이 콧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기암괴석과 절경이 펼쳐보이건만 이를 감상할 여유가 나에겐 없다.
반성의 시간이다.
그간 생활속 잡념과 회사업무 스트레스와 켜켜이 쌓이고는
구린네가 진동하는 오만가지 욕심들을 모두 버리리라.
해서 마음을 비우고 돌아가야지...
끙끙대며 두어시간을 씨름하듯 올라가니,
케이블카 종착역인 백아령에 다다랐다.
내몸은 땀에 절여 흥건하건만 말쑥한 차림의 관광객들을 쳐다보니,
웬지모를 성취감이 밀려온다.
그러고보면 흘리는 땀방울의 양과 행복감은 서로 비례하지 않을런지.
세상에 공짜는 없는법이니까.
이제 첫번째 봉우리인 시신봉엘 올라섰다.
한순간 가슴이 뻥하니 뚫린다.
날카로운 연봉들이 구비구비 엮인채 끝모를 아득한 계곡을 펼쳐보이며
장쾌한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여기서는 황산4색 이라해서,
기송奇松 괴암怪岩 운해雲海 온천溫川을 황산 최고의 풍경으로 꼽는단다.
그중 멋드러진 소나무들과 기암괴석이 어울어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한숨 돌리고는 20여분을 걸어들어가 마침내 북해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한다.
그네들은 황산을 바다로 비유하고는 방향에 따라서 동해東海 서해西海
전해前海 북해北海 그리고 중앙을 천해天海로 명명해 불렀다.
기실 운무로 온통 허옇게 뒤덥힌 사진속 모습은 이름값을 했다.
허나 지리산 장터목산장 역할을 하는 여기 북해에서는 운해를 대신해
사람으로 인산人山 인해人海를 이루었으며,
그중 절반은 케이블카를 타고온 한국단체 관광객들로 채워졌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빈방을 찾아봤으나 역시나 허탕이다.
잠자리를 걱정하던차에 호텔근처에 가득 설치된 텐트촌이 눈에들어온다.
첨에는 근처 학생들이 단체로 야영하는가보다 하고 기웃거리는데,
알고보니 하절기 주말한철에만 장사하는 숙박용 텐트란다.
오호라~ 쾌재를 불렀다.
야영비를 물으니 산아래 별세개 호텔값을 달랜다.
허지만 선택이 여지가 없다.
이곳에 베낭을 풀고는 호텔 뷰페식당에서 든든히 뱃속을 채우고나니,
침낭속으로 들어가자마자 금새 곯아떨어졌다.
알림시계에 화들짝 잠을 깨니 새벽 4시30분.
일출을 보기위해서 랜턴에 의자한채 부랴부랴 청량대로 올라섰다.
이미 좋은자리는 관광객들이 선점한채 발디딜틈도 없다.
어째어째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골랐다.
잠시뒤 저아래 구름 틈새로 시뻘건 불덩이가 솟아오른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북한산에서 보던 그것과 똑같은 태양임에 분명하건만,
물설고 낯설은 타국에서보는 일출은 또다른 상념을 자아냈다.
텐트로 내려와서는 베낭을 짊어지고 다시 출발이다.
오늘 여정은 트레킹 코스중 하일라이트인 서해대협곡 종주구간이다.
진입로에 들어서는데 젊은 중국친구가 와서 아는채 한다.
어제 밤기차에서 같은 침대칸을 타고 여기서 또보니 반갑단다.
그러고보니 본듯도 하고해서 잠시 말동무하다 헤어졌다.
서해대협곡.
이름그대로 하늘을 찌를듯한 협곡사이로 기암절벽이 어우려져
원시자연풍광을 연출한다.
그 깍아지른 연봉들 사이를 도저히 인공적으로는 불가능것같은
위치에 소로를 연결해서는 등산로를 놓았다.
커다란 암벽이 가로막히면 바위를 뚫어서 터널을 내었고,
천길 낭떠러지에는 중간에 시멘트를 박아넣어 계단을 만들었으며,
이도저도 없는 허공에는 구름다리를 설치해 소통시켜 놓았다.
소문에 의하면,
등소평이 이곳에 올라와보고는 경치에 탄복한 나머지,
전 인민人民이 구경할수있도록 개방하라는 명이 떨어졌단다.
그후 계획만 11년 개발 9년에 걸친 대공사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고 하니 나도 그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협곡을 벗어날즈음 해서는 길을 잘못 들어섰다가 되돌아오는 바람에
1시간을 낭비하고 구간종주를 마치고나니 무려5시간이나 소요되었다.
지친몸을 이끌고 롯지 마당에 주저앉아 컵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는
이제 본격적으로 하산이다.
하산길에 연화봉은 휴식년재라 출입을 금하고 있었고,
천도봉은 오르고 싶었으나 내 시간스케쥴로는 도저히 무리였다.
도중에 풍치좋은 위치에 자리한 옥병루앞에 중국에서 제일 유명허다는
영객송迎客松 소나무를 만났다.
수령이 무려 1000년이라는데 그 위세가 당당하다.
모퉁이를 돌아나오니,
여기서도 반대편 케이블카 종착역이 기다리고 있어,
또다시 나를 유혹한다.
이번 고민은 자못 진지하다.
체력은 고갈되어 천근만근이고 더구나 중도 협곡에서 시간이 오버되어
자칫하면 예약해놓은 밤기차를 놓칠지도 모를 상황이다.
허지만 끝까지 기계문명을 거부하고 내 두발을 믿어보기로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단을 뛰다시피 부지런히 내려왔다.
하산길 2시간 코스라는데 아무리 걸어와도 속도가 더디다.
이러다가 기차를 놓치면 어쩌나 하고 조바심이 일었다.
괜한 만용을 부린듯 후회도 했지만 이제는 어쩔도리가 없다.
과도한 충격으로 무릅도 조금씩 시큰거려와 터벅거리는데,
저만치 아는 얼굴이 걸어간다.
다가가서 보니 역시나 아침에 만났던 침대칸 그친구였다.
음. 재빨리 머리를 굴려봤다.
이친구를 따라가면 기차역까지는 수월히 갈수있겠구나 싶었다.
바짝 붙어서는 반가워하며 친한척했다.
사실 산에서는 쉬이 누구나 친구가 되지않던가.
덕분에 수월히 하산을 해서는,
같이 택시를 얻어타고 고속도로를 씽하니 달려서,
기차역까지 한시간 거리를 30여분 만에 도착했다.
물론 바가지 없이 기본요금만 지불하고서 ^^
마침 택시에서 상해행 같은기차를 타는 등산객 2명과 조우해서는,
역근처 식당에서 근사하게 뒷풀이로 피로를 풀었고,
헤어지면서는 디카로 한장박고 글로벌시대답게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고서 기차에 올라 침대에 쓰러졌다.
(어제 중국에서 멜로 사진을 보내왔다 / 아래 맨 마지막 사진)
***
항시 새로운 세계로의 일탈은,
반복되는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준다.
해서 자신과 주변을 다시금 사랑케하는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가 보다.
이제 또다시 일탈을 꿈꾼다.
또다른 사랑을 위해서...
북해산장입구에 걸린 등소평 등정사진
하룻밤을 야영했던 텐트촌
북해 청량대의 일출
계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간담이 서늘해진다.
신선이 거닌다는 보선교
중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소나무 영객송
산행후 택시에서 만나 뒷풀이를 같이하고는 황산기차역을 배경으로 ^^
첫댓글 산행기 너무나 멋지고 숙연하게 보았습니다.. 가슴속에 뭔가가 뭉클하네요..일탈은 자신속에 자신을 확인하러 가는것 같습니다..지금 행복하면서도 맨윗글 처럼 그곳이 내가 있는곳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분들께 좋은일만 있기를...저두 한번 시도해볼 용기가 나네요^^
어머 언제 다녀오셨쉐요? 멋진 산행기와 사진 잘 봤습니다.
우와~~ 선배님 좋은곳 다녀오셨네여~~~ 부럽습니다 선배님~~
멋지네요~ 그런데 산옆에 계단..붙어있는거..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생겼나요??...ㅎㅎ... 어째 쫌~ 즐거운 산행 하셔서 좋았겠어요..저도 언젠간 갈 기회가 있겠죠??.. 산행기 ..사진..잘 보고 갑니다..*^^*..
멋진 산행하고 오셨네요. 혼자나서는 두려움이 오히려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는 여행이야말로 기억에 남는 빛나는 일탈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