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천 정비사업 미비…저수지 관리도 허술" 포스코 본사 이전 압박에 회장 퇴진 요구 "포항시 전화오면 움츠러든다" 직원 하소연
"포항시에서 끊임없이 전화가 옵니다. 전화 올 때마다 움츠러들죠."
한 포스코그룹 계열사 직원은 '포항시 포비아(공포증)'를 호소했다. 잘못한 것은 없지만 트집을 잡을까 떨린다고도 했다. 포항시는 포스코그룹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올해 초 포스코홀딩스가 추범하는 과정에서 포스코홀딩스의 본사를 포항으로 옮기라는 압박을 가했다. 관변단체를 동원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퇴진도 촉구했다. 여기에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최근 태풍 피해로 침수당한 것을 놓고 포항시 책임론도 돌고 있다. "포항시가 포스코를 너무 옥죄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포스코는 지난 7일 포항제철소 전 공정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제철소 곳곳이 침수된 결과다. 포항제철소는 힌남노 상륙 예정일인 전날 배수로를 정비한 데다 물막이 작업을 하는 등의 대비를 했다.
지난 6일 발생한 포항제철소 침수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면서 시작됐다. 냉천과 포항제철소는 가깝게는 2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포항시가 침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냉천 8.24㎞를 대상으로 시행한 하천 정비사업으로 하천 폭이 좁아들었다. 땅 위에 시멘트 등이 깔리면서 자연 배수 기능이 저하됐다. 주민들은 하천공사로 하천 범람을 우려해 상류에 댐 건설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묵살당했다.
여기에 냉천과 연결된 하천 상류 저수지(오어지)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6일 새벽 최대 500㎜의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면서 오어지에 들어찬 물이 냉천으로 흘러들어갔다. 오어지에 제대로 된 수문조차 없이 낮은 뚝으로 관리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제철소 직원들을 중심으로 포항시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포항시는 올들어 포스코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8일 포스코홀딩스와 계열사가 입주한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 포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최 회장이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포항으로 서둘러 이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포항시 공무원들까지 상경해 시위에 참여했다. 포항시가 관변단체를 대거 동원해 ‘관제데모’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포항시가 포스코를 너무 괴롭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49년 만에 멈춘 ‘포항제철’…車·조선·건설 연쇄 피해 빚어지나이데일리 2022.09.07 18:32
침수 피해로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 태풍재해복구TF 구성…정상화 총력 고로 휴·송풍 반복, 변전소 재가동 포항 생산라인 일부, 광양제철소로 전환 “복구 지연시 전·후방산업 연쇄 피해”[이데일리 박민 기자] 국가 철강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전면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국내 산업계에도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핵심설비인 고로(용광로)가 모두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가는 것은 포항제철소에서 쇳물을 처음 뽑아낸 1973년 이후 49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 조강 생산량의 35%를 차지하는 포항제철소가 멈춰서면 자동차와 조선소, 건설업계 등 전·후방 연관 산업으로의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태풍재해복구TF’를 꾸려 침수 피해 복구 작업과 함께 포항 생산라인 일부는 광양 제철소로 전환해 생산 차질 등 피해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항제철, 국내 조강 생산량 35% 차지
포스코홀딩스는 7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제강 및 압연 등의 전(全)공정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노후화로 폐쇄한 1고로를 제외한 2·3·4고로의 가동을 전날인 6일부터 모두 일시적 가동 중단(휴풍)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고로 자체는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후속 공정이 이뤄지는 거의 모든 작업장이 물에 잠기면서 휴풍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폭우에 포항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의 범람까지 발생하면서 제철소 상당 부분이 침수됐다”며 “특히 침수 피해가 상당한 열연 생산라인 등 제품 생산 공정에 대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재가동 시점을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휴풍은 고로에 고온·고압의 열풍을 불어넣는 것과 추가 연료 반입을 잠시 중단하는 것으로, 조강(쇳물) 생산을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휴풍이 가능한 기간은 5일 남짓이다. 만약 정상화 작업이 지연돼 이 기간을 넘기면 내부 온도가 식은 고로를 재가동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 투입과 함께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문제는 고로가 언제 재가동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발전·송배전 시설이 침수 피해를 직접적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제철소 대부분의 전력을 자가 발전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문제는 포하제철소 재가동이 늦어져 철강 생산에 차질이 계속되면 산업계 전체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포항제철소 내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1685만톤(t)이다. 제품별 비중으로 보면 배를 만드는 데 쓰이는 후판(338만t) 비중이 가장 크다. 이어 냉연(291만t)·선재(274만t)·열연(220만t)순이다. 그 외 전기강판과 스테인리스스틸(STS) 등도 생산품 목록에 올라 있다. 지난해 기준 포항제철소의 매출액은 18조4947억원으로 포스코홀딩스 전체 매출액의 24.2%를 차지한다.
만약 제철소 문을 한 달간 닫는다면 철강 생산 피해만 조 단위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조업 중단 상황이 길어지면 조선·건설·자동차 등 국내 핵심 전방산업에 철강제품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후판(두께 6㎜ 이상 두꺼운 철판)의 경우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조선업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냉연강판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주로 사용되고, 선재는 건설현장이 최대 수요처다.
태풍재해복구TF 가동...조업 정상화 총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김학동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태풍재해복구TF’를 꾸려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과 함께 조업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로의 정상 가동을 위해 가능한 각 고로별 휴·송풍을 반복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조업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침수된 수전변전소의 경우 1~2일 내로 우선 정상화시켜 복구 작업에 물꼬를 튼다는 계획”이라며 “포항제철소 생산 슬라브 일부를 광양제철소로 전환하고, 광양제철소의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생산 차질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향후 전체적인 피해 규모와 추가적인 조업 정상화 계획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이 힘을 모아 최대한 안전하고 신속하게 피해를 복구하고 조업을 정상화해 국가와 지역 경제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며 “수해 복구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그룹 차원의 총력 지원과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