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런쥔 독자님이 주신 리퀘입니다!
레드벨벳 - Ra Rouge
1.
나는 황인준 없이 살 수 있다. 황인준은 나 없이 살 수 없다, 아마도.
"……여주."
"어? 안녕."
황인준이 처음으로 내게 인사를 건넸던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내가 마지막으로 반 문을 잠그고 나가려고 했을 때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뒷정리를 하고 실내화 가방 안에 태권도복을 쑤셔넣은 상태였다. 황인준은 자기 팔보다 훨씬 긴 소매를 만지작거리면서 뒷문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내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면서, 그렇게 내쪽만 보면서 날 기다렸다. 그렇게 친한 상태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학기 말이 되어서야 불쑥 다른지역에서 전학 온 황인준은 적응이 더뎠다. 전학생 특유의 섞이지 못하는 분위기도 그렇지만, 10살인 내 눈에도 황인준은 쉽게 누군가와 친해지는 사람이 아닌 거 같았다. 항상 긴팔 긴바지를 입고 입을 쉬이 열지 않는 학생. 국어선생님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면 아주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고, 또 아주 느리게 읽는 사람.
아무리 작년보다는 덜 덥다고 하지만 여름인 건 변하지 않았다. 황인준은 30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긴팔을 고집했다. 옷의 소재가 얇아지긴해도 옷이 짧아지지는 않았다. 긴팔 긴바지. 그리고 밖에 나갈때면 꼭 모자를 쓰는 사람. 좀……까칠해보이는 애. 그게 황인준에 대한 내 첫인상이었다.
"여주가 인준이 좀 챙겨줄래? 적응할 때까지만. 부탁할게."
"아. 네!"
당시 나는 회장이었다. 선생님께 잘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회장이라는 모종의 책임감 때문에 황인준과 짝꿍을 자처했다. 그래도 다른 애들이 알면 놀릴 수 있으니 회장권력을 이용해 짝꿍 뽑기에서 늘 황인준을 내 옆에 앉혔다.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그리고 대학교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인준은 크면 클수록 말이 없어졌고 그에 비례하게 싸가지도 없어졌다. 외동이어서 그렇다기엔 나도 외동인데. 황인준은 초등학교 때 그랬더 거처럼 나한테만 말을 걸었다. 다른 사람이 말을 걸면 아주 느리게, 그것도 정말로 필요한 대답이 아니면 하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인준 선배가 여주 언니 좋아하는 거 같아요."
가끔 인준이 일이 있어서, 인준을 빼고 과 애들끼리 술마시면 항상 하는 얘기였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런가?하고 넘겼다. 그러면 어떻게 아니면 어떻나. 사실 황인준이 날 좋아하나? 생각한 적도 있지만 황인준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나도 그렇다. 사귀자고 하면 굳이 거절은 안하겠지만 둘 다 성인이었다. 이십대 초반에 만나는 연인관계는 얼마나 빨리 끝나는지 벌써부터 체감하고 있었다. 황인준과는 연인관계보다는 지금이 좋았다. 가족처럼 친구처럼 지내다가 어쩌다 가끔, 아아아주 드물게 설렐 때가 있으면 충족했다. 어쩌면 서로에게 자기가 선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말하지 않는게 우리만의 규칙일지도 몰랐다.
"제가 보기엔 그래요! 인준 선배 다른 사람 연락처는 저장하지도 않잖아요."
"그냥 무심해서 그래. 난 초등학교 때부터 봤잖아. 아무리 무심한 사람이어도 가족 번호는 저장하니까."
유사 가족. 황인준은 과 행사는 나때문에 억지로 참석했지만 내내 불편한 표정으로 있어서 아무도 강요하지 못했다. 하여튼 진짜 까칠하다니까. 황인준의 까칠에서 항상 난 예외니까 아무렴 좋았다.
2.
"인준. 올해 더 덥다는데?"
"……그래?"
불행 중 다행인건 황인준은 더위를 타지 않았다. 나는 초여름만 되어도 긴바지를 절대 못입었는데 나랑 정반대였다. 곧 찾아올 찜통더위를 대비해서 우리는 옷장에 있는 여름옷을 꺼냈다. 어차피 황인준 옷을 내가 많이 뺏어입으니까 정리하는 겸 나도 따라왔다. 가디건, 긴팔, 져지, 후드집업, 후드티, 또 긴팔. 사실 보는 내가 숨이 막히고 더웠다. 하지만 인준에게 반팔을 입으라고 강요할 순 없었다.
"그 약은 좀 잘맞아?"
"응. 그냥 괜찮아."
황인준이 반팔, 반바지를 입지 못하는 이유. 그건 피부 때문이었다. 피부가 원체 약해서 벌레만 물려도 심각하게 부풀기도 했고 심하지는 않았지만 아토피도 있었다. 언제 한번은 가족여행으로 계곡에 갔다가 옷이 없어서 반팔을 입자, 다음날 팔이 다 빨갛게 부었다. 그이후로는 황인준이 반팔을 입은 걸 볼 수 없었다. 잠옷도 긴옷을 입는 애니까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니까 장장 11년을 봐왔다. 사실 이렇게 친하게 지낼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각각 모부님들의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더 자주 만나게 됐다. 반찬을 공유하고 반찬통을 나르면서 정이 오고갔다.
"어..."
"왜? 아파?"
마지막 리빙박스를 정리하고 내가 옷가지를 들자마자 눈 앞에 핑 돌았다. 오늘은 좀 괜찮다가 왜이러지. 옆으로 엎어지려는 걸 거실에서 황인준이 달려와서 잡아줬다. 요새 계속 이랬다. 더위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정도가 점점 심해졌고 빈도도 늘었다. 두통도 잦아졌고 기립성 저혈압도 심해지고 계속 잠을 못잤다. 무엇보다,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몸살기운이 괴로웠다.
"걍. 아냐 됐어."
"데려다줄게. 기다려봐."
"됐어. 오늘 과제 많다며 집에 있어. 어차피 이따 약속 있어."
약속이 있다는 건 진짜였다. 황인준은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현관 앞에서 팔짱끼고 날 쳐다봤다. 진짜야? 엉 진짜. 나는 두손을 휘적휘적 흔들고는 빠르게 황인준네 아파트를 벗어났다. 때 맞춰서 엄마한테 문자가 왔다.
오고 있어? 주소 찍어준 대로 와~
- 엄마
가고 있다고 답장을 보냈다. 엉성하게 풀린 운동화끈을 꽉 조여맸다. 정말 마지막이다. 내과, 정신과, 산부인과, 응급실, 한의원 의심되는 곳은 다가고 피검사에 씨티에 엠알아이까지 찍었지만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 이상이 없다고 뜨면 뭐하냐고요. 이렇게 일상에 피해가 오는데.
"아 진짜..."
또 넘어졌다. 계속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몸이 아픈 건 물론이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당연히 걸어가다가 넘어지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엄마는 다 까진 내 무릎팍을 보더니, 결심했다. 보살님한테 가자. 엄마 계모임에서 용하기로 유명한 곳으로 갔다. 신내림 받은 지 얼마 안된 무당이라고 했다. 계주 이모 아들 사수해서 수시로 대학가는 거도 맞췄으니까 되지 않을까. 지푸라기 잡기였다.
엄마는 미리 도착해서 무당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또 넘어졌어?"
"엉..."
엄마는 내 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이제 익숙해졌다. 원래 중학교 때는 운동부를 할 정도로 제일 튼튼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엄마는 심호흡을 한번 내뱉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꽃선녀보살님>. 낡은 상가건물 4층에 있는 곳이었다. 복도 맨 끝에 위치한 곳.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은은한 향이 느껴졌다. 무당집이 가까워질수록 향 냄새가 더욱 강해졌다. 무슨 모기약 냄새도 아니고, 마스크를 써도 코를 뚫고 안으로 들어왔다.
허름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바로 무당이 있었다. 진한 화장에 색채가 짙은 한복을 입고 여유롭게 이쪽으로 걸어왔다. 무당은 내 곁에 한번 서더니 씩 웃고는 자리 방석으로 가 앉았다.
"앉아요."
턱짓을 하는 과정도 숨을 삼키게 했다. 엄마도 기가 약해서, 말로만 듣고 드라마에서만 봤지 실제로 무당집에 오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엄마가 처음인데 나는 어떻겠는가. 손에서 땀이 배어나왔다. 그냥 오지말 걸 그랬나. 점쟁이 비 십만원이라는데 그돈으로 한약이나 더 지어먹을껄.
"보러온 사람은 딸 맞지?"
엄마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갑자기 반말이야. 생각하다가 무당이 우리한테 존댓말하는 것도 웃긴 거 같아서 그냥 입을 꾹 다물었다. 무당은 앞에 놓인 탁자를 손톱으로 탁, 탁, 탁 쳤다.
"흐으으음. 딸이 많이 아프네? 기도 엄청 약해져있고. 더 약해진 상태면 무당집 발도 못들였어."
손끝이 차가워진 기분이었다. 나도 쫄보인데 엄마도 쫄보여서 둘 다 손을 꼭 잡았다. 무당은 탁자 앞에 놓인 알갱이들을 손으로 한참 휘젓고 방울을 한번 흔들었다. 숙여져있던 고개가 팍 들렸다. 관자놀이까지 뻗친 아이라인과 눈이 마주친 거 같다. 엄마랑 나랑 둘 다 놀랐다.
"만날 넘어지고. 아프고. 쓰러질라 하고. 아이고 이러다 곧 저세상 가는 거 순식간이겠네."
"네?"
"네?!"
엄마랑 나랑 둘 다 소리질렀다. 이제 스물 한 살인데 벌써 죽는다구요. 설마 아니겠지.
"스물 한살인데 아깝긴하네. 성인 되고 증세 생기고 더 심해지지 않았어?"
아직 내 나이를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무당은 맞췄다. 세상에. 나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고등학교 때는 이런 증상이 없었다. 정확히 스무살이 된 1월 1일부터 시작됐다. 그날에는 그냥 성인이 된 기념으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보다. 겨울이면 아 추워서 감기인가보다. 더우면 아 내가 원래 더위를 많이타니까. 이런식으로 넘겼다. 작년부터 골골대기 시작하더니 올해부터는 참을 수 없었다. 병원이라는 병원은 다 갔지만 증세는 점점 심해졌지 약해지지 않았다.
"불의 사주를 가지고. 고양이. 그래 수컷 고양이를 만나야돼."
"네?"
아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한국놈도 안돼. 무조건 외국놈이어야돼. 입술을 부비든 껴안든 뭐든 해봐. 빨리 찾아봐. 결혼은 아니어도 계속 옆에 있
어야 돼. 안그럼 딸내미 시름시름 앓다가 사고나서 세상 떠나는 수가 있어."
표독을 넘어서 확신으로 가득찬 눈빛이 말해줬다. 이건 진짜라고. 엄마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니... 저런 남자를 어떻게 찾아요. 엄마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십만원을 무당에게 건넸다. 엄마와 나 둘 다 다리가 벌벌 떨렸다. 엄마가 먼저 나가고 내가 뒤따라나가자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멀리 있지도 않구만 뭐."
제 주변에는 남자가 아예 없다고요.
3.
"저...마크. 캐나다에서 사는 건 살만했어?"
"오우. 여주누나! 오랜만이에요."
내가 이렇게 살고자하는 욕구가 강한지 몰랐다. 마크는 내가 사준 녹차라떼를 한모금 들이키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완전 좋죠. 아직도 방학 때마다 꼬박꼬박 캐나다 가잖아요. 저!"
"그래..? 너 캐나다 출생 맞지?"
"네. 근데 왜요?"
"아니. 나 졸업하고 캐나다 워홀갈까 해서. 맞다 마크…… 그. 사주 같은 거 믿어?"
마크는 입 안에 넣은 얼음을 오독오독 씹었다.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사주요? 오. 지난번에 과 애들이랑 보러 갔어요. 그 뭐랬더라 저보고 흙? 토의 사주라고 그러던데요."
"아아. 그렇구나. 진짜."
미안. 마크는 아니구나. 나는 마크에게 케이크 두조각을 사서 들려보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핸드폰 메모장에서 마크 이름을 지웠다. 제발 찾아보자. 메모장에서 다음 대상 이름을 찾았다.
"누나!"
천러가 초록머리를 흩날리며 달려왔다. 아까랑 같은 카페에서 만나기는 좀 그래서, 바로 옆카페로 옮겼다. 제발 천러는 맞았으면 좋겠다. 주변에 있는 애들한테 수소문한거다. 마크는 캐나다 출생. 천러는 중국 출생.
"잘지냈어? 그때 말했던 과제는 잘했고?"
"누나가 보내준 참고자료 덕분에요. 누나는요? 과대일 바빠서 그런가. 누나 얼굴이 회색깔인데."
천러야 아주 정확히 봤어. 나는 마른 세수를 하고는 물었다. 이미 마크한테 빙빙 돌려서 말하고 수다까지 떨어서 목이 칼칼했다.
"그.. 천러 중국 출생 맞지?"
"네. 왜요?"
"혹시. 막 사주 이런거 알아? 믿어?"
"어어. 그거 마크형이랑 같이 보러간 적 있는데."
"뭐래? 불의사주 막 이런거래?"
천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의 사주라고 했을걸요. 나는 눈물을 머금었다. 정말 울고싶다. 아니구나 또. 천러는 천진한 얼굴로 물었다. 일주일 내내 학교에 아는 사람 다뒤진거였다. 이미 엄마네 계모임에서도 아주머니들이 불의 사주를 가진 고양이 외국남자, 를 찾아주려고 했지만 이 조건에 맞는 사람은 없었다. 당장 불의 사주를 가진 외국출생 남자를 찾기도 힘들었다. 차라리 무당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내 몸이 증명하고 있었다. 밤마다 아픈 증세가 늘어갔고 편두통에서 시작됐다면 그냥 요새는 머리 전체가 울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차라리 천러한테는 말할까.
"누나. 왜요?"
"그니까 천러야. 무당이라고, 한국 샤머니즘 같은 게 있는데……."
마크한테는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천러에게 말했다. 천러는 와 대박, 이라는 추임새를 넣다가도 내 눈치를 봤다. 순수한 천러. 차라리 네가 그 상대였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래서. 지금 찾고 있는거야."
"안그래도, 과에서 누나 형들이 요새 누나 어디 아프냐고 다들 말하던데. 그거 때문이었어요?"
"엉..."
"불의 사주인데 외국남자고, 고양이인 남자."
"네가 생각해도 어이 없긴하지?"
"누나 주변에 외국인 남자는 다 찾아봤어요?"
"어. 너가 마지막이었어……."
나는 머리를 쥐뜯었다. 진짜 이러다가 뒤지는 거 아니야? 갑자기 얼굴이 오르면서 뒷골이 확 땡겼다. 아 빨리 집에 가야겠다. 이러다가 가다가 또 엎어지겠어. 슬슬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게 집으로 무사히 걸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안그래도 요새 몸이 안좋다는 이유로 부과대가 일을 많이 해주고 있는데 그것도 마음에 쓰였고 미안했다.
"누나. 혹시,"
천러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음료를 카운터에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인준이형은 알아요?"
"황인준? 됐어. 무당집 간 걸 뭐라할 걸. 귀신도 신도 안믿는 앤데 뭐……."
"인준형도 그때 사주 보러갔는데 불의 사주라고 했는데."
"걘 한국인이잖아."
"어, 누나 몰랐어요?"
어 뭐지. 천러의 다음말이 아주 느리게. 아아아아주우우우우 느리게 재생됐다. 지금 내가 뭘 들은거지. 나 왜 11년 동안 몰랐지.
4.
천러와 급하게 헤어지고 나는 황인준의 집으로 달려갔다.
누나. 진짜 몰랐어요?
다리에 힘이 계속 풀리고 몇번을 고꾸라질뻔 했다. 하필 황인준네 집으로 가는 길이 오르막길이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면서 미친듯이 오르막을 올라갔다.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진짜 제발. 제발. 한발 한발 떼는 게 고통스러웠다. 아까 먹었던 두통약 효과가 떨어지고 있었다. 뒤에서부터 점점 앞통수까지 번져오는 고통에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엘리베이터에도 겨우 탔다.
"학생. 괜찮아요? 식은땀 너무 많이 흘리는데."
나는 대답할 기력도 없었다.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황인준이 사는 층수를 눌렀다. 유독 엘리베이터가 느린 기분이었다. 점점 기력이 딸렸다. 계속 감기려는 눈과 후들 거리는 다리를 꽉 잡았다. 어제 아픈 걸 꾹 참고 약먹고 외국출생 불의사주 고양이남자를 알아보느라 신경을 쏟았더니, 이지경이었다. 띵동. 엘리베이터 음이 울리자마자 나는 남은 기력으로 열림버튼을 연타하고 황인준네 집 벨을 눌렀다.
인준형 중국에서 태어났는데. 근데 어렸을 때 귀화했어요. 여덟 살 때인가.
황인준이 나를 만난 건 열살 때였다. 띵동. 띵동딩띵띵띵띵동. 아무리 급해도 이건 규칙이었다. 서로의 집 비밀번호를 알지만 벨로 사전예고를 하는 거였다. 나는 비밀번호 키를 열고 황인준의 생일을 치려고 했다. 0, 0, 점점 손에 힘이 빠져서 계속 엇나갔다. 나는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다리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문 앞에서 그대로 엎어졌다. 급하게 현관문이 덜컥 열리고, 인기척이 들렸다. 나는 마지막 힘을 짜내 물었다.
"야. 황인준."
"……너. 왜이래. 아파?"
"너. 너, 너. 중국, 에서, 태어, 났어?"
나는 숨을 헐떡이며 한음절씩 뱉었다. 황인준은 천천히 내 앞으로 왔다. 황인준이 내 팔을 잡자 이상하게 온몸을 뒤덮었던 고통이 멈추는 듯한 기분이었다. 너구나.
"……어."
"왜, 왜 말. 안했어."
"그게 중요해? 너 지금 식은땀 엄청 흘려. 업혀봐."
황인준은 내 앞에 등을 내밀었다. 맞닿아 있던 황인준의 팔이 떨어지자마자 고통이 몰려왔다. 나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황인준의 등짝에 손을 댔다. 이상했다. 대자마자 결계에 흡수된듯 고통에 무감해졌다. 다시 손을 뗐다. 해일처럼 고통이 몰려왔다. 나는 황인준쪽으로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황인준이 급하게 나를 업고 뛰어가는 감각이 들었지만, 아무렴 좋았다.
아무래도 나는 황인준 없이 살 수 없을 거 같다. 황인준은 모르겠지만. 그리고 왠지 눈을 감아도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다급한 발걸음이, 황인준도 나와 같을 것 같았다.
여러분 그 예전에 익웃 중에
몇년 동안 사귀었던 애인이 고향 간대서 어디가냐고 물었는데 장쑤성이라고 대답한 거 아시나요?
그게 전 너무 웃기고 ㅋㅋㅋㅋㅋ꽤 말이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글에 적용해보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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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운명이잔아!작가님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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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어머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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