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7. 물날(수요일)
[두부]
옹달샘 2학년 보조교사로 2학년과 두부를 만들었다. 스스로 만든 건 맛있고 귀하다. 3학년 때 과학 공부로 액체 고체 기체 공부할 때 두부를 만드는데 2학년은 음식 수업으로 했다. 텃밭이 넓을 때는 텃밭에서 콩을 심고 길러 거두는 과정을 거쳐 두부를 만들곤 했는데, 텃밭이 줄어든 뒤로는 한살림 콩을 사서 한다. 불리고, 갈아서, 콩물과 비지를 갈라, 콩물을 끓이며 콩물 맛도 보고, 간수를 넣어 몽글몽글 순두부를 먹어보고, 응고된 덩어리를 두부 틀에 넣고 눌러주면 단단하고 맛있는 두부가 되는 과정을 모두 거쳤다. 두부를 만들어보면서 정성과 고마움, 함께 만드는 즐거움, 내가 만들어 맛있는 두부를 모두 만났다. 노학섭 선생님이 믹서기로 불린 콩을 갈고 콩물과 비지를 가르는 활동과 어린이들 글쓰기까지 살피는 동안, 나는 불앞에서 콩물을 저어주었다. 앞뒷채비를 아는 교사들이 협력하면 일이 더 수월하다. 선생들은 땀을 많이 흘렸지만 점심 때 전교생이 맛있는 두부와 콩비지 지짐을 먹을 수 있어 신났다.
[선거의 설렘]
어린이모임 이끄미(어린이회장) 선거 투표 날, 전날 설레서 잠을 못잤다는 어린이들이 많다.
도현: 선생님 잠을 못 잤어요.
나: 어, 왜요?
도현: 오늘 선거에서 누가 될까 궁금해서요.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선거 일정 공고, 후보자 등록, 선거 운동, 공약 발표회, 투표, 선거 전 과정을 겪으며 어린이들은 민주주의를 배운다. 다섯 어린이가 출마해 뜨거운 선거였다. 선거 결과에 눈물과 위로가 이어지고, 아름다운 선거는 늘 감동을 준다.
[4,5학년 포장마차]
4,5학년이 장터를 열었다. 포장마차에 나온 떡볶이, 어묵, 식혜, 군고구마가 다 팔렸다. 앞뒤 채비하느라 모둠 선생이 애를 쓰고 어린이들도 어묵꼬지를 깎고 음식 채비하느라 부지런히 몸을 놀렸다. 낮에 학교 마치는 때 한 번, 저녁 때 마을 하리공원에서 한 번, 두 번의 장터를 여느라 어린이들은 신이 났다. 응원하는 동생들 덕분에 학부모님들 지갑이 팍팍 열리고, 지나가던 마을 주민들이 신기한 포장마차를 반겼다.
코로나 뒤 오랜만에 포장마차가 부활한 셈이다. 2017년 3학년 담임할 때, 아이들과 목공 수업으로 포장마차를 만들고, 태양광전지판을 달아, 마을에서 처음으로 포장마차를 열고 그 뒤에도 꾸준히 포장마차를 열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포장마차로 번 수익으로 자람여행과 졸업여행 비용을 마련한 전통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