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학과 경계 모호 등 '갈수록 설자리 잃어'
충북권 대학교육의 30%를 차지하는 전문대학들이 갈수록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4년제 일반대학에 비해 고교졸업생들의 진학희망률은 점차 높아지는 등 선호도는 상승하고 있는 반면 정부의 지원이나 교육정책에 있어서는 되레 소외당하고, 교육현실에 있어서도 마이스터고(산업수요맞춤형고교)와 일반대학들에 의해 갈수록 ‘샌드위치꼴’이 돼 가고 있다.
25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충북권 전문대학, 충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인문계고 졸업생들의 4년제 일반대학 진학률은 -10%대로 줄어들고 전문대학 진학률은 30% 가까이로 늘어나는 등 대학진학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와는 달리 4년제 일반대학 대비 전문대학에 투입되는 재정지원금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4년제 대학의 1/3 수준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실례로 국가 재정지원금을 학생 1인당 지원액으로 환산해 비교해 보면 충북의 경우 2011년 기준으로 전문대학이 60만원으로 4년제 일반대학 203만원의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대 관계자들은 정부의 교육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서는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방송대학 및 사이버대학, 기술대학 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설립목적, 교육목표, 교육내용 등의 상호중복으로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대학이 그 차별성을 찾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4년제 대학들이 점차 직업교육기관화 함에 따라 전문대학들의 정체성에 큰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물리치료학과, 작업치료학과, 임상병리학과, 치위생학과, 방사선학과, 안경광학과 등 과거 전문대 위주로 개설돼 있던 학과들이 최근 들어 4년제 대학에 속속 들어서면서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충북도내 4년제 대학인 청주대에는 물리치료학과, 작업치료학과, 임상병리학과, 방사선학과, 치위생학과가 개설돼 있는 것을 비롯해 극동대에는 안경광학과, 방사선학과, 임상병리학과, 작업치료학과가, 영동대에는 치위생학과, 물리치료학과, 작업치료학과가, 세명대와 중원대에는 임상병리학과와 작업치료학과가, 한국교통대에는 물리치료학과가 개설돼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건립 운영되고 있는 마이스터고등학교도 중등직업교육기관이란 점에서는 상호 도움이 되거나 보완관계에 있어야 하지만 오히려 전문대들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스터고의 활성화를 위해 고교생들에게 ‘선취업 후진학’을 권장하면서 결국 대학 진로를 선택할 때에는 전문대 보다 4년제 대학으로의 진학기회를 확대 부여함으로써 전문기술인 양성이라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도내 A전문대 관계자는 “중학교-일반고-전문대-산업체 취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교육과정이 아닌, 중학교-마이스터고-산업체 취업-4년제 대학으로의 방향 선회를 유도함으로써 전문대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도내에는 지난 2008년 금왕공고에서 교명을 변경해 마이스터고로 새롭게 문을 연 충북반도체고를 비롯해 한국바이오마이스터고와 충북에너지고(3월 개교 예정) 등 3개의 마이스터고가 운영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는 1~5차로 선정된 33개 마이스터고가 2008년부터 이미 개교했거나 올해 문을 열어 산업수요 맞춤형 직업교육을 수행할 계획이다.
B전문대 관계자는 “높은 취업률과 그에 따른 높은 선호도 등으로 과거에 비해 전문대의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교육현실에 있어서는 마이스터고가 자꾸만 떠밀고 올라오는 형국인 데다 4년제 대학들마저 전문대 영역을 거세게 파고들어 마치 샌드위치가 돼 가는 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