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강릉에서 섬뜩(?)했던 이야기(자정 이후 생긴 기묘한 일)로 3일차 이야기의 문을 엽니다.
거창한 것은 아닌데 사람의 촉이라고 해야하나? 좋은 인연과 기억이 있으면 1-2년은 물론이고 5년 10년이 지나도 만나진다는 걸 느끼게 된 그런 일입니다.
2일차 그렇게 23가 넘어서 강릉역 앞에 찜질방에서 자려고 누워서 폰을 하고 있는데… 25시 10분, 그러니깐 익일 1시 10분쯤 정말 뜬금없이 5년 전쯤 제가 잠시 아는 형님 일 도와서 IT 홈페이지 개발 스타트업 업체의 회계 노무 일을 잠시 도와줄 때 알게 되었던 개발자(코더라고 하나?) 동생 하나가 있었거든요. 당시 저는 그 일을 하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본업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인연은 일 년 남짓이었지만, 제가 그 나이 때 그리 살질 못했고, 참 쾌활하고 생긴(?)대로 밝고 인기도 많아서 참 아끼던 후배였습니다.
그 후배가 정말 시간대나 여러모로 어색하게 안부 카톡이 왔고, 저는 고프로 여행다니는 2일차 강릉역 근처 사우나에 있고, 내일 정동진 일출 보러 갈까 고민중이라고 답을 했거든요. 그러더니 이 친구 깜놀하더니 자기도 경포호 쪽이라고… 게임 회사(예전 프로게이머를 할 뻔할 수준급 실력)에 다니다가 대전으로 가게 되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혼자 여행왔다고 하더라고요. 안 그래도 혼자 운 좋게 싸게 더블 방이 싸게 나와서 술 먹다가 행님 생각나서 연락 드렸다고… 그래서
“재워주면 지금 택시 타고 넘어갈께.”
라고 해서 진짜 넘어오라고 해서 그 시간에 찜질방 자기로 하고 만원 낸 걸 눈물을 머금고 만원 정도 택시비주고 가서 만나서 방에서 한 잔 했다는거 아닙니까?? ㅎㅎㅎ
사람이 인생을 살다보면 우연의 연속이고, 돌고 돌기 마련이고, 뭔가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반대급부는 반드시 받기 마련인데 그렇게 뭔가 아쉽게 헤어진 동생을 어쨌든 여행으로는 20대 이후 처음 간 강릉에서 만났다는 게 신기함을 넘어 섬뜩하드만요. 글로 표현하려다보니 약간 드라이한거죠;;;
그렇게 남자 둘이 침대 하나씩 써서 나눠 아무 일(?)이 잘 자구요. 경포호의 일출로 3일차를 시작했습니다.
나와서 생각해보니깐 호텔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홈쇼핑에서 엄청 광고하던 세인트존스호텔인가?? 그 근처인데 규모가 상당히 웅장하더라고요. 상대적으로 주변에 높은 건물이 드물기도 하고...
전망이 너무 좋은 창으로 경호의 아침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제 기분이 다 좋더라구요. 역시 이래서 자연환경이 최대한 보존된 곳에서의 여행은 마음이 달라져보이네요.
경포호에 일출 역시 뭔가 잔잔한 호수지만, 경포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구요. 정말 이런 곳에서 매일 아침을 맞이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네요.
예전 알던 후배 방에서 나와서 이제 아침을 먹으러 갑니다. 강릉에서는 역시 초당마을의 두부를 먹어야 한다는 복수의 추천을 받고 초당두부마을로 택시로 이동합니다.
여기서 주민센터를 보니 또 기분이 새롭더라구요. 정말 이렇듯 어딜 가더라도 있는 주민센터 덕분에 국민들이 복지나 행정이 사각지대 없이 잘 누리고 있다는 마음으로 공무원 생활 해야겠죠?;;;;
두부 마을이라는 지명이 말해주듯 식당이 한 곳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 동화가든이라는 곳이 제일 유명하던데 제가 간 화요일은 또 하필 휴일! 그래도 두 번째로 추천을 받은 농촌 순두부라는 곳으로 향합니다.
아시겠지만 공시생활하다보면 혼밥은 참 익숙하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행을 다니면서 관광지에서 제일 큰 문제가 바로 혼밥입니다. 흔히 말하는 정식을 기준으로 2인상이 시작입니다. 그래서 혼밥이 되는(심지어 혼자 가서 2인분을 먹겠다고 하는데도 거부하기도 함;;)곳을 찾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인생도 결국 혼잔데…
여기도 마찬가집니다. 혼밥이 안 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골 종류는 안되고, 흰순두부만 됩니다.
개인적으로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으로 스트레스 플어온 입장에서 순두부의 매력,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먹은 사람들은 다 맛있다고 그러던데 아마 순수하고 담백함이 매력인지는 모르겠으나… 전 순두부보다는 오히려 콩비지나 저 두부구이가 정말 맛이 좋더라구요.
그렇게 아침을 가볍게 먹고 초당마을에 포함된 허균&허난설현 기념관으로 걸어서 이동합니다.
걸어가다보니 계절과는 쫌 어색한 코스모스에 접시꽃,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에 피어 있드라고요. 이상하게 공시하면서 감수성이 풍부해진 건지 아니면 그냥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길가에 있는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겠더라고요.
초당마을 지도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투 허 기념관입니다. 허균도 그렇고 허난설현도 그렇고, 같은 동네에 화폐 모델 두 분인 신사임당과 이율곡에 밀려서 그렇지 ‘투 허’ 역시 당시의 천재였으며 선각자들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기념관 역시 어찌 되어있을지 궁금하더라구요.
우선 강릉이 그렇듯 이곳에도 소나무가 울창합니다. 중간중간 자연환경과 나무를 보호해달라는 문구도 여전히 많네요. 아무래도 산불의 여파도 있겠지요.
허균 이외에도 ‘허씨 5문장(가)’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고요. 탁본 체험이나 그들의 문학작품이나 투 허가 깨려고 했던 당대에 적서차별이나 숭유억불에 대한 생각… 특히 문장가이자 자유인이자 개혁가인 허균에 대한 코멘트를 보면서 박지원,정약용을 비롯한 상당수의 실학자들이 그랬듯 허균 역시 너무 시대를 앞선 사람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누나 허난설현도 마찬가지죠.
지금도 보이지않는 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인데 유교가 국가의 통치 이념이었던 조선시대에 과연 허난설현의 저런 능력이 발휘된 것도 어찌보면 대단하네요. 제약도 심했겠지만…
다시 시내버스를 통해서 이동합니다.
강릉 가시는 분은 참고하시면 좋을 두 가지가 일단 강릉 인구수 대비하면 정말 은혜로운 부분인데 와이파이가 전 버스에서 다 됩니다. (심지어 울산은 버스에 와파 깔기 시작했으나 케바케;;;) 아마 동계 올림픽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은 했지만 넘나 편하네요. 그리고, 순환버스 같은 것이 있어서 그 버스 타면 강릉 여행이 아주 편안하답니다.
강릉 시내버스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빙상 경기장, 강릉 종합 운동장,선수촌 아파트,마스코드,강릉역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개방이 안 된 곳도 상당수 있었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기보다는 돌아보면서 보면서 오죽헌으로 바로 향합니다.
일단 오죽헌에 내리자마자 운치있는 한옥집에 위치한 서원이라는 커피숍에서 커피도 한 잔 합니다. 강릉에는 커피빵이라는 것이 있나 보군요. 울산에도 파는 커피콩빵 이런 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오죽헌은 아마 수학여행도 많이들 가 보셨을 명소죠. 다만, 여기서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거금 3천원 내고 들어가서 본 것들이 카메라에서 지워졌습니다;; 물론 뇌에는 저장이 되었지만, 크게 투 허 기념관이랑 대동소이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3천원을 줘야 했는지 쫌 의문은 쫌 들더라구요.
아까 이야기도 드렸지만, 오죽헌에는 두 위인의 업적이나 중요도를 절하하고 싶은 생각은 1도 없구요. 대단한 분이죠. 다만… 다만.. 다른 나라를 가봐도 우표라던지 기념주화 등으로 위인의 업적을 기록하는 경우는 당연히 봤지만, 심지어 ‘세계최초 모자 화폐인물 탄생지’라고 지칭하는 건 쫌 오바 아닌가 싶더라고요. 돈이 필요는 하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 우리나라는 너무 강조하는 면도 없지 않죠.
여하튼 그 순환한다는 버스를 반대로 타고 옹심이 칼국수와 더불어 3일차 점심 후보로 경합 끝에 제 식욕이 자체선정한 장 칼국수로 갑니다. 몇몇 시장에 5천원보다 싼 맛난 장 칼국수도 추천 받았지만, 기왕에 가는 거 비싼 거 먹자는 심산으로 수요 미식회에도 나왔고, 줄서서 먹는 벌집으로 향합니다.
맛나요.
얼큰하니 국물 맛도 짬뽕도 아닌 것이 육개장도 아닌 것이 아주 좋아요.
흔히 떡볶이 맛집을 가보면 고추장을 쓰면 텁텁한 맛이 나기 때문에 고춧가루를 그것도 입자 굵기의 차이를 줘가면서까지 쓰는데 여기는 고추장베이스인데 아무튼 정말 멸치나 바지락 칼국수랑은 정말 다른 맛입니다, 아주 매력이 있습디다.
그렇게 장 칼국수 폭풍 흡입도 끝나고, 강릉 터미널로 갑니다.
아까 말씀을 드렸지만, 강릉은 커피숍? 커피에 대한 로스팅법이나 독특한 맛의 커피숍이 많나보드라구요. 박이추나 보혜미안부터 커피 공장이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아주 많은 강릉입니다.
이 팜플랫은 다름아닌 투 허 기념관에 있던 겁니다. 강릉이 단오제,오죽헌,경포대 이런 관광지 말고도 커피로 뭔가 명소나 맛집이 있다는 소리 아니겠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커피숍(프렌차이즈 말고~)을 들어가더라도 살짜쿵 기대를 하게 되더라구요. 도시 자체가. 그래서 강릉 종합터미널에 프렌차이즈 아닌 커피숍을 들어가서 코코넛 뭐시기(?)를 시켜봅니다.
기다리면서 메뉴판의 손글씨도 그렇고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여러 문구가 있는데 하나하나 모두 시선을 사로잡은 그런 문구들이더라고요.
정말 하나하나 힐링이 되는 문구였습니다.
특히 공시 생활을 막 끝낸 입장에서 예전에 들었더라도 힐링이 되었겠지만, 저 시점에도 충분히 힐링되는 여러 좋은 문구가 있드라구요. 그래서 몇 장 찍은 겁니다.
이렇게 터미널 앞 커피숍에서도 힐링을 하고, 횡성 휴게소를 잠시 경유해서 수원으로 향합니다.
잠시 쉰 횡성휴게소에도 볼 거리가 쫌 있더라고요.
횡성도 사실 강원도에서는 볼 것 먹을 것 많은 곳으로 유명한데 다음에는 횡성도 한우도 먹을 겸 따로 한 번 가야겠네요~
수원으로 넘어와서 한 때 모교였던 학교 앞에서 이번에 해경 변호사 경력직 특채에 응시한 친구랑 순대국으로 가볍게 저녁을 먹습니다. 순두부,장 칼국수 같은 분식은 밥이 되기가 힘들겠지요?
개인적으로 맞은편 태화장이라는 돼지국밥집과 더불어 순대국 중에 단연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백하고 아주 깔끔합니다.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니 역삼동 큰 회계법인의 머슴(본인 주장입니다.)으로 살아가는 회계사 친구까지 합세해서 셋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려 합니다.
오늘은 저 시점 기준으로 유일하게 합격한 전.변호사이자 곧.해경 될 친구가 삽니다. 장소는 군포해물탕이라고, 수원 법원사거리에 숨은 맛집입니다. 참고로 여기는 전날 9시에 주문을 못하면 다음날 저녁(?)에 먹을 수가 없습니다. 네 다음날 저녁요. 비주얼이 이렇거든요~
저는 해물탕은 군포를 알기 전-후로 나눕니다.
여기는 들어가는 해물의 종류도 종류지만, 신선도가 다른 곳이랑 비교가 불가합니다.
일단 중(대자에는 랍스터가 들어감;;)자에는 갑오징어,오징어,블랙타이거 새우,홍합,소라,백합,게,오만둥이,문어,소라,키조개,바지락,작은 새우… 20가지는 들어가는데 일일이 체크를 못해서요. 홍합이니 그런 싸구려 해물은 거의 없습니다.
정말 살아서 움직이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이모가 3차에 걸쳐 껍데기 분해작업을 해주시죠~~
이렇게 먹고, 또 갑니다. 3차.
어린 시절 고민상담사 겸 이모가 계신 호프에서 스팸두부김치에 간단히 먹으니 시간이 새벽 2시;;;
저는 근처 보석사우나 아이스방에서 입 돌아가지않고 잘 3일자 밤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런 곳에서 자다가 입 돌아간다는 친구의 카톡을 뒤로하고…
상대적으로 익숙한 수원에서 저녁 이후를 보냈지만, 반가운 얼굴들과 좋은 음식을 먹는 자리 역시 여행이 주는 힐링 못지 않았다고 생각되네요.
내일은 마지막 날 일정이었던 목포-광주-섬진강 휴게소의 일정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장마가 시작이라던데 변덕스럽고 비바람 부는 날씨에 오늘도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P.S:3일차 올리고 확인하니 세상에나 공지에 제 글이 올라왔네요;;
볼 것도 없는 글인데 이리 공지까지 올려주시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내일 종합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기 때문에 격한 감정의 기복이 있음 안되는데 깜놀했네요;;
스샷으로 떠놓고 가보로 간직하겠습니다~~
첫댓글 뭔가 내가 여행하는 느낌ㅋㅋ
여행 오늘까지 하실 수 있습니다. ㅎㅎㅎ
하 해물탕 넘 맛있겠어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집에 누워서 제가 다 여행하는 느낌 22
오늘까지 누워서 여행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수원은 사실 여행지가 아니긴 한데...
강릉은 추천 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수원 법사 사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6.27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