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전통주 맛보기
인간이 언제부터 술을 빚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인류가 형성되면서 원시시대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술이 출현 하였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신은 물을 만들고 인간은 술을 만들었다” 는 말이 있듯이 문자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술이 있었다는 것은 기원전 중국 은나라 시대의 유적지에서 술 빚는 항아리가 발견되고 원숭이들이 바위나 나무 뭉치의 오목한 곳에 잘 익은 산포도나 머루를 달 밝은 밤에 넣어두고 다음 달 보름밤에 찾아가서 그것을 마셨다는 원숭이들의 이야기가 여러 나라에서 전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마다 그 나라의 자연 환경에 알맞은 술 들이 빚어져 왔고 그에 따라 나라마다 특색 있는 술 문화가 정립, 발전되어 그들의 멋과 맛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삼한 시대 이래로 전통적인 비법을 간직한 술들이 빚어져 왔는데 일제 때 이 맥이 끊겨졌다가 90년부터 다시 출현하게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수 백 종의 술들이 빚어져 조상들의 생활에 멋과 여유를 더해주고 생활의 활력소로서 일조를 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사계절의 뚜렷한 기후와 넓은 평야, 풍부하고 좋은 수질을 간직한 이 곳이야 말로 천해의 자연조건 속에서 음식문화의 발전은 자연 발생적으로 그 격이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사계절이 확실한 지방의 농산물은 그렇지 않은 곳의 농산물과 비교할 때 그 진미가 진하고 물 맛 또한 좋아 좋은 음식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고장의 콩나물이 유명한 것은 그 제법보다는 이 고장의 수질의 영향이 제일 큰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제가 경험했던 예를 하나 여기서 말씀드리면 20년 전 제주도에서 한 2년 민속주 연구에 몰두할 때 처음에는 제주에서 나는 약재들을 가지고 첨가해서 술을 빚어 보았는데 이상하게 제 맛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향인 전북에서 나오는 재료를 구입하여 술을 빚어 그 맛을 재현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깨나 고추 같은 일반 양념류에도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진미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산지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전통 술의 본당은 전북이라 할 수 있으며 좋은 술이 이 고장에서 많이 나왔던 것이다.
여기에 쌀, 보리의 생산량이 많아 좋은 재료와 진미 높은 약재, 양조에 알맞은 물과 전통의 비법이 어울려 다양하고 좋은 술들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이북지방에는 수수, 옥수수 같은 잡곡주, 강원도는 감자, 옥수수 같은 서주나, 잡곡주, 호남은 쌀 술, 제주도는 조로 빚은 조껍데기술이나 오메기술 등으로 크게 분류되어 볼 수 있듯이 술 빚는 재료부터 좋았던 것이다. 또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이 지방은 다양한 농주가 발달하고 서울지방은 떡을 좋아하여 떡 문화가 발달된 것이다.
「최남선의 조선문답지」에 ‘우리나라의 삼대 명주는 이강고, 호산춘, 죽력고’라 명기되어 있다. 여기서 ‘고’라 함은 내린 소주를 가리킨 것으로 지금으로 해석하면 이강소주이고 ‘춘’이라 함은 옛날 문인들 집안에서 100일주의 청주를 자기지방이나 호를 따서 춘자를 붙였던 것으로 호산청주를 말한다. 여기서 거론된 이강고, 호산춘, 죽력고가 다 같이 전북 술이 아닌가!
이러한 다양하고 맛 좋은 술은 생활문화에도 크게 관여하여 좋은 술들이 좋은 벗을 만들고 좋은 벗끼리 모여 풍류를 낳고 멋진 풍류는 수준 높은 예술로 승화되어 지금 우리가 이야기할 한 브랜드의 문화 창출에 크게 일조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부터 전북에서 내세우는 대표적인 전통주와 특산주의 면모를 살펴 보고자 한다.
1. 이강주
300년 전부터 기록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고급 약소주의 일종으로 배와 생강이 많이 들어간다 하여 이강주라 이름 지어졌다. 고종 때 한미 통상조약 체결 시 국가 대표술로 동참되었으며 우리나라 3대 명주의 하나로 고급술로서 알려져 왔다. 봉산 탈춤가사에서는 두 가지 술 이름이 나오는데 ‘이강고, 이화주를 내 놓아라’는 사설이 있어 중국 사신의 접대용으로 이강주가 애용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쌀과 보리로 술을 빚은 다음 전통소주를 내리고 여기에 배, 생강, 울금, 계피, 꿀을 넣어 1년 이상 숙성시켜 빚어지는 대표적인 약 소주로 숙취를 보완하는 약재와 정신을 안정시키는 울금이라는 특이한 약재가 보완됨으로 해서 뒤가 깨끗한 숙취가 없는 술로 정평이나 있으며 장기 보관의 장점이 있어 현재 민속주 중에서는 판매 1위, 수출 1위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무형문화재 6호로 지정되었으며 기능 보유자 조정형씨는(67세) 주조사 1급 기술사와 국가명인이라는 술 제조 기능자이다. 또한 전주 이강주 제 1공장에 이어 완주에 만평정도의 제 2공장을 확장하여 생산, 가동하고 있으며 1,300점의 술 빚는 도구가 진열된 주류역사관을 개관하여 학생들의 교육장으로, 일반인의 관광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2. 송곡주
송곡주는 송죽오곡주의 약칭으로 이름에 나타난 그대로 쌀로 빚는 약주 기법에 솔잎과 대나무 그리고 콩, 팥, 조, 수수, 보리의 오곡을 보태어 빚어지는 술이다.
전북 김제군 모악산 산사에서 곡차라는 이름으로 인조때 명승 진목대사(1562~1633)때부터 이곳에서 참선하면서 이 곳의 유명한 수왕사 약수인 석간수를 이용하여 개발한 술로 알려졌다. 그 후 주지 스님들에 의해 진목대사의 기일에 제사용으로 내려오고 있는데 현재는 이 절의 주지스님인 조벽암 스님에 의해 산사 아래 동네에서 공장을 차려 생산되고 있다.
조벽암 스님은 술 빚는 명인 1호로 지정된 술에도 도통한 분인데 학식이 많아 풍수지리에 관한 저술을 한 공부하는 스님이다. 언제나 이 산사에 들러 소나무 뿌리에 술항아리를 묻어 숙성 시키는 것을 보고 크게 감명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 산사에서 자란 솔잎이 많이 들어가 은은하고 감칠맛 나는 솔향의 송곡주는 가히 최고의 청주라 할수 있다. 제법이 까다로운 대신 잡내가 없는 향기 높은 고급 약주로 정평이 나 있다.
3. 호산춘
이 술은 원래 전북 익산군 여산면에서 빚어졌던 술로 여산의 옛 고을 이름인 호산의 이름에서 호산춘이라 하였다. 그 후 가람 선생의 생가인 이 곳에서 문인들의 출입이 잦고 가람 선생이 워낙 이 술을 좋아하고 즐겨 마셨던 연유로 유명세를 더 하였다. 우리나라 삼대 명주의 하나로 알려 졌으며 여러 문헌에서 호산춘의 제법이 많이 나와 있어 역사도 깊으며 대표적인 100일주의 명주로 그 맛이 깨끗하고 은은하며 주도 높은 청주로 오래두고 마실 수 있어 좋고 색상도 고아 상류층에서 즐겨 마셨던 약주이다. 지금은 익산시 왕궁면에서 이 술의 복원에 힘써 상품화 되었다.
4. 과하주(일명 장군주)
이 술은 약주에 소주를 부어 술의 조도를 높여 여러 약재를 넣고 꿀을 가미하여 빚은 술로 여름을 지나도록 마실 수 있다 하여 과하주라 한다. 오래두고 마실 수 있으며 혼성주의 대표적인 술이다. 일명 장군주라 상표명 하여 김남옥씨가 제조하다 운영상 문제로 생산이 중단되었다. 이 술 맛도 특이하였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5. 죽력고
소주에 죽력(푸른 대나무를 불에 구어서 받은 진액)을 넣어 제조하는 약 소주의 일종이다.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6. 복분자술
특산주의 대표술로 95년부터 급부상된 과일주이다. 강장 효과가 지나쳐 요강(盆子)을 뒤엎는다는 뜻에서 유래된 술로서 복분자 일종의 산딸기의 토속적인 이름이다. 전에는 내장산에서 나는 산딸기로 제조된 산딸기술을 복분자라 하였으며 그 수확량이 아주 적어 제품화 하기는 어려웠는데 요즘은 복분자 재배 기술의 발달로 복분자 수확량이 많아짐으로 해서 고창에서부터 시작하여 인근 군으로 재배지가 확장되고 술 뿐 아니라 복분자즙, 복분자떡, 복분자 음료등 다양한 개발을 하고 있다.
복분자의 성분을 살펴보면 열매에는 탄수화물, 유기산, 비타민, 색소성분등이 들어있다. 탄수화물로는 포도당(43%), 과당(8%), 서당(6.5%)이 들어있으며, 그 밖에 많은 양의 펙틴이 들어있다. 유기산으로는 레몬산(2.2%), 사과산, 포도주산, 살리실산, 카프론산, 개미산등과 그 염들이 들어있다. 비타민으로는 비타민 B,C가 들어있다. 색소성분으로는 카로틴과 염화시아닌배당체(C27H32O5CH 융해점 203~204도), 벤즈알데히드등이 들어있다. 씨에는 기름(11.6%), 피토스테린(0.7%)이 들어있다.
상기에 보여주는 성분은 외국의 산쌀기나 50여종의 기타 산딸기에서 볼 수 없는 강장성분이 많고 강한 색소성분이 강장효과가 뛰어나 일반 포도주보다 맛이 특이하고 산미가 높아 장기보존이 강하여 국내뿐 아니라 국외 수출도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