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게시판에 "쏭~*"님께서 서울에서 멀리 남녘땅 해남으로 출타를 하신다기에 과거 몇년동안 강진과 해남(=남도답사 일번지라고 하죠 ^^)을 제 2의 고향으로 알고(제 고향은 전남 나주입니다.) 제집드나들듯이 드나든 제가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해남.... 해남하면 다들 뭐가 떠오르세요?
혹자는 단연 땅끝마을을 생각하실테고, 다른분은 남도의 명찰 '두륜산 대둔사(=대흥사)'를, 다른분은 붉은 황토에서 뽑아져 나오는 찰진 물고구마를, 정말 맛을 아시는 분은 남도 한정식의 진수를 생각하실겁니다.
그 가운데서 저는 땅끝을 중심으로 엮어가고자 합니다.
제가 땅끝을 처음 접한것은 中2때인 지난 1995년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저는 그때도 변함없이 성당에서 가는 '산간학교(=일종의 여름 수련회라 보시면 됩니다.)'를 기약하며 하루하루 보람찬 여름방학을 학교에서 보충수업과 낮잠과 더불어 기다리고 있었죠.(^^;)
그리고, 대망의 산간학교 장소가 발표되는날! 흥분과 기대에 가득찬 저는 내심 장소를 기대했고, 발표된 장소는 한반도의 최 남단이라는 "땅끝土末"이었습니다!
당시 유명한 베스트쎌러였던 영남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편 - 남도답사 일번지'에 흠뻑 빠져있던 저로썬 당연히 땅끝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땅끝은 그러한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폭염이 내리쬐던 8월초의 어느날, 저는 친구들과 함께 드디어 산간학교를 향하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당시 우리성당 부속유치원 통학버스였던 "무냉방 AM818 코쓰모쓰 초기형"을 3시간동안 타고 땅끝마을에 도착했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13번 국도를 타고 남으로 내려오다 보면 넓은 구릉 위로 불쑥 솟아오른 '월출산'을 접하게 됩니다. 그 옛날 추사 김정희가 남도의 금강산이라 극찬했던, 다산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를 떠나면서 도봉산을 연상했다던 바로 그 산이죠.
어디서 저런 힘을 뿜어낼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험하게 솟아오른 암벽과 거친 능선은 주위를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그 옆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고갯길 '불티재'를 넘노라면, 드디어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군에 도착함을 실감하게 됩니다.
성전 삼거리에서 강진읍쪽으로 접어드는 2번 국도상에는 정지용 시인의 "넓은벌 동쪽 끝으로..."로 시작되는 '향수'가 저절로 연상되는 벌판이 저멀리 강진만 바닷가까지 이어지죠~
잠시 강진읍에서 한숨돌리고 남창-송지로 이어지는 813번 지방도에 접어들면 그림같은 다도해의 푸른 바다를 접하게 됩니다. 남창부터 이어지는 해안도로... 동해안의 7번국도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나름의 멋과 낭만, 그리고 아름다움이 절로 넘치는 도로를 타고 1시간 가량 꿈같은 드라이빙을 하다보면 마침내 "땅끝마을" 표지석이 우리를 맞이하죠.
자그마한 어촌마을, 그 사이를 들고나는 고깃배와 땀흘려 일하는 어부들의 거친 숨소리... 이 모든게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 됩니다.
주차장에서내려 높이가 100미터도 채 되지않는 '갈두산 사자봉'에 오르면 "땅끝 전망대"가 있고, 그 아래에는 "토말비土末碑"가 있어서 땅끝에 왔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사실, "땅끝"이라 하면 망망대해가 보이고, 끝없는 낭떠러지가 이어져 더이상 갈곳없는 삭막한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접하는 땅끝은 다도해의 쪽빛 바다와 그 사이로 떨어지는 태양의 낙조가 일품인 둘도없는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죠.
눈길을 北으로 돌려서 육지쪽을 바라보자면... "땅끝에서 백두까지" 가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우리 민족의 현실에 가슴을 치게됩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와 올때와는 반대방향, 즉 해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그곳에는 '들판도 이렇게 아름다울수 있구나'라는걸 보여주죠~
해남읍에 이르기까지 가급적 농어촌 버스를 이용할것을 권하는데, 그곳에서는 우리네 이웃들의 삶의 정취와 멋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그렇게 해남읍 도착! 군청 부근에서 남도한정식의 진수를 맛볼수 있는 "천일식당"에서 1인분에 12000원하는 한정식을 맛본다면 "산해진미가 이런것이구나~"라는걸 실감할 수 있죠.(라고 말하는 저는, 막상 천일식당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
그리고 그 모든 추억과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광주로 오시면 짧지만, 잊을수 없는 멋진 여행은 끝을 맺게됩니다.
자~ 여러분 어떠신지요? 남녘땅 해남...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이상 빛고을이었습니다!
<<< 교통편 >>>
[서울-해남] 고속버스 1일 10여회 운행(서울첫차 07:20분, 이후 1시간 간격, 운행회사 금호고속, 소요시간 5시간)
[해남-땅끝] 직행버스 30분 간격 운행(소요시간 1시간내외, 운행회사 광전교통) 완행버스 30분 간격 운행(소요시간 1시간 30분 내외, 운행회사 해남교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