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그림의 천재 石田 李喜淳 화백

[은촌]

이 나비 애칭으로 통하는
나비 그림의 천재 石田 李喜淳 화백

대종회 이사 시인 이남섭
1. 머리말

보성에 가면 “이 나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나비 그림으로 당대 一家를 이룬 石田 李喜淳 화백을 만날 수 있다. 예부터 “품격과 위의(威儀)를 갖춘 선비라면 그림과 글씨를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림을 아는 사람은 모양과 법도는 물론 그림에 숨겨진 이치와 창조 정신 경계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근래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으로, 처음에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 온다는 의미로 쓰인다. 石田 李喜淳 화백은 나비라는 대상에 작용하는 표현능력이 뛰어난 분이다. 나비 날갯짓을 통해 세상의 진리를 체득하려는 듯, 나비 그림으로 일세(一世)를 풍미했기 때문이다.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고 자연은 예술의 모델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石田은 나비 그림뿐만 아니라 사군자(四君子) 수묵화(水墨畵) 백접도(百蝶圖 )등 여러 종류의 그림을 그렸는데 특히 나비와 대나무 그림은 公을 따를 자가 없다고 했다. 公은 사문(斯文)의 유풍이 가득한 성주이씨 名門家에서 태어나 家學을 통해 유학(儒學)의 기초를 닦았으며 특히 한말 우국지사이신 祖父 日峰 李敎文과 父親 住汕公의 각별한 훈도를 받으면서 어려서부터 詩 書畫를 가까이하면서 자랐다. 그러나 韓末 갑신정변과 갑오년 동란 그리고 祖父 日峰公이 노사(蘆沙) 門人으로 의병에 깊이 참여함으로써 家産이 탕진되고 여러 가족이 이산의 아픔을 겪는 일제 강점기 혼란의 시기 중에 생활이 어려웠지만 맑은 예술 혼으로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안겨 주었던 보성이 낳은 진정한 예술인이었다.

2. 石田 李喜淳 선생 생애와 작품 활동

公은 星州 李氏로 字는 光叔이요 號는 石田 諱는 喜淳이다. 1894년11월 30일 전남 보성군 문덕면 용암리 가내마을에서 父親 住汕公(諱 鈺)과 礪山宋氏 사이에서 次男으로 태어났다. 父親은 한말 의병장 松沙 奇宇萬의 門下에서 학문을 닦은 유학자이며, 祖父는 불후의 茶詩를 남긴 韓末 우국지사 日峰 李敎文, 曾祖는 석성 현감(石城縣監)을 지낸 小松 이지용(李志容). 高祖는 가은공(可隱公) 이기대(李箕大)로 송재 서재필의 외조부이다. 따라서 公은 송재 서재필 선생의 외종 孫子가 된다.
李箕大(高祖 可隱公)--> 李志容(曾祖 小松公)--> 李敎文(祖父 日峰公) --> 李鈺(父 住汕公) --> 李喜淳(石田公)으로 이어지는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다. 따라서 石田은 文人으로 태생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石田의 家門의 뿌리를 살펴보면 고려 말 多情歌로 유명한 정당문학(政堂文學) 문열공(文烈公) 이조년(李兆年)의 후손으로, 조선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문경공(文景公) 이직(李稷)의 18代孫이다. 또한 성주이씨 보성 입향조 참판공 이성(李珹)의 11代孫이다. 참판공 이성은 우계(牛溪) 성혼 선생의 종생질로 우계 성혼 선생의 門人이다. 보성에서 이름이 알려진 같은 집안 출신은 숙종 때 공조판서를 역임한 정헌공(靖憲公) 이광적(李光迪), 글씨와 통소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예경산전팔쌍절첨 (篆隸京山篆八雙絶帖)(보물 제1681호)의 작가 경산(京山) 이한진(李漢鎭), 유학자 낙천(樂川) 이교천, 한학자 송담(松譚) 이백순 등 모두가 같은 집안 출신이다. 이처럼 學問을 숭상하는 文人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石田公은 高祖父가 만여 권의 책을 모아 창건한 可隱堂, 川上齋, 一監軒등 3학당에서 祖父와 父親의 훈도를 받으면서 어려서 文藝의 기초를 닦았다. 특히 祖父 日峰公은 孫子들에게 정성을 다하여 가르치며 여러 편의 詩를 남겼는데 그중 詩 한편을 옮겨보면 집안의 가풍(家風)을 알 수가 있다. ‘뜻 세우기를 굳은 돌 같이하고 공부는 바둑 놓듯 專心하며, 어려운 공부는 쇠를 백 번 달구듯 하라’ 는 구절은 문인으로서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다.

孫兒輩會講(손자 아이들을 모아 학문을 강론하면서)
敎爾兒孫別置帷　　너희들을 가르치려고 글 집 별도로 두었으니
幼而勤學壯行之　　어려서 부지런히 배우고 성장하여 행하기 위함이야
最初立志如堅石　　처음부터 뜻 세우기를 굳은 돌 같이하고
終始專心似着棋　　시작부터 마침까지 바둑 놓듯 專心하라
規矩誠難金百鍊　　모양새는 진실로 어려워 쇠를 백 번 달구듯 하고
光陰容易鬂千絲　　세월은 쉬이 가서 백발이 성성해
眞知實踐皆由己　　참으로 알고 실천함이 모두 나에게 있으니
上達應同聖不移　　위로 聖人과 같으면 변하지 않을 거야
潛心洛範與河圖　　洛書와 洪範과 河圖에 마음을 두고서
得妙茹眞乃謂儒　　오묘한 眞理를 얻으면 선비라 말할 거야
最喜兒孫攷講席　　가장 기쁜 건 아이들 강학하는 자리가
宛然親炙孔顔前　　공자 앞에서 顔子가 몸소 공부하는 것 같고야
-日峰 李敎文 지음-

작품(석전 수묵화)

石田公은 祖父로부터 학문의 기초와 서예를 배웠고, 그림은 당대 사군자와 나비 그림의 大家인 사평 사호 송수면(砂湖 宋修勉)선생에게 사사(師事) 받았다. 위와 같이 石田公은 훌륭한 스승 祖父님과 砂湖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랐기에 일찍이 書畫를 공부하면서 튼튼한 기초를 쇠를 백번 달구듯 하지 않았을까 사료된다. 公은 여러 종류의 나비를 날아다니는 모습, 꽃에 앉은 모습 등 여러 각도에서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하여 마치 곤충 표본을 보는 듯 세필(細筆)로 정확하고 자세하게 그렸다. 꽃은 구륵전채법(鉤勒塡彩法 :형태의 윤곽을 선으로 그린 다음 그 안을 채색으로 메꾸는 기법)으로 그렸고, 바위 난초 등은 수묵화 기법의 활달한 필치로 그렸다. 公은 湖南화단 300인 중에 선정 되었으며 이들 300인 중에 최상위권에 든다고 평가 받고 있다. 公의 예술 세계는 아직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아서 그렇지 한국 화단에 내로라하는 유명 작가들과 견줄 때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일제강점기에 "石田의 나비 한 마리 값이 쌀 두 가마" 라는 말이 나돌 만큼 인기가 높아서 유력인사들이 石田의 나비 그림을 선호했었는데 일본인들이 앞 다투어 公의 작품을 구해 일본으로 건너간 바람에 국내에 남아 있는 그림이 드물 정도 이다. 한때는 광주 박물관에 일부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현재 보성읍에 있는 춘운서옥(春雲書屋) 전통 가옥 카페에 가면 보성 예술인 설주실(송운회), 효봉실(허소), 송곡실(안규동), 석전실(이희순)이 마련되어 石田의 몇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보성 출신 예술품 소장자 몇 분은 예술성이 뛰어난 石田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어 石田 소장 작품 전시회를 갖고 싶다고 하지만 좀처럼 기회를 만들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公은 보성이 배출한 8인 예술인 (송명회, 송운회, 임양재, 허소, 안규동, 이범재, 양수아, 이희순)으로 일찍이 선정되었으며, 보성 군청 홈페이지 보성인물 22명 중 1명이지만 명성에 비해 재조명이 안 되고 있는 비운의 천재 화가라고 볼 수 있다.
石田의 제자로는 전남 곡성 출신의 화강 이영우(華岡 李英雨) 화백과 보성에 최필남(崔筆男) 등이 있다. 華岡은 석전 이희순 선생에게서 사사 받았으며 인물과 꽃, 화접도 등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특히 그는 스승 석전의 뒤를 이어 나비작가로 알려질 정도로 나비묘사가 뛰어났는데 나비 수십 마리를 그린 "군접도"는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또한 목단을 그린 그림이나 돌과 목단, 독수리 등의 작품에서도 화재(畵才)가 느껴지며 화제(畵題)도 직접 작시하는 등 실력이 출중했다. 화강 이영우는 비국전파였으나 일본 아세아현대미술초대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활동을 많이 했다. 石田公은 보성이 배출한 예술인 8인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8인 인물가운데 송명회, 송운회, 스승이신 영재 이건창은 한때 가내마을 가은당에서 공부하였으며 祖父 日峰公과는 평생 교류했었고, 石田의 사촌 누이는 효봉 허소의 며느리가 되어 사돈이 되었다. 또한 송곡 안규동도 가은당에 와서 공부했으며, 송곡의 스승은 같은 집안 조부가 되는 樂川 李敎川이다. 특히 石田의 그림에 설주는 화제(畵題)를 직접 쓴 그림이 많아서 두 분의 교류는 상당 했다고 볼 수 있다.

작품(10폭 병풍 필자 소장)

3. 石田 李喜淳 선생 후손과 작품

石田公의 후손으로 1남 2녀, 孫은 2남 7녀를 두었다. 子 相哲은 號가 小田으로 아버지 뒤를 이어 화가로서 활동하면서 여러 작품을 남겼는데 아버지 石田 만큼 명성을 얻지 못하고 일생을 보냈으나 小田의 외손녀 윤숙정(尹淑貞)은 현재 전남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명의(名醫)의 반열에 올랐다. 윤숙정 교수는 가내마을에서 출생, 문전초등학교를 졸업하고 2004년 전남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차에 걸쳐 미국 필라텔피아 펜실베니아대학 피부과 병리학과 방문교수로 연구를 하여 피부과 명의(名醫)의 반열에 올라 TV 명의 시간에 3회에 걸쳐 방송된바 있다. 윤숙정 교수 부부가 함께 의사로서 현재 가내마을에 거주하면서 고향을 지키고 있다. 가내마을 지형은 마을 뒤편 동쪽으로 용이 승천하는 형국의 망일봉이 우뚝 서 있고 왼쪽 남쪽에는 옥녀봉이, 서쪽에는 유유히 흐르는 보성강을 끼고 있으며, 북쪽으로 멀리 타관 명산인 무등산 정상이 아득하게 보인다. 예부터 타관 명산이 보이면 외손 발복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일까 송재 서재필 박사도 외갓집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서양 최초 한국인 의사가 되었는데 윤교수도 서재필 생가 아랫집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또 미국의 같은 대학에서 같은 과목의 의학 공부를 하면서 많은 자부심을 가졌다고 한다. 윤숙정 교수와 송재 서재필 선생 두 사람은 시대만 달랐지 외가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필라텔피아

작품(석전 나비)

펜실베니아 같은 대학에서 같은 피부과 병리학을 연구하는 전문의가 되었음은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맺는 말
예술은 자연의 대상과 구별되며, 구별되는 대상들을 무엇인가 아름답게 창출해 내는 사람을 우리는 예술가라 부른다. 石田은 좋은 家門에서 태어났지만 불우한 시대를 맞이하여 지난(至難)한 삶을 살아오면서도 예술의 유용한 것 아니면 무용한 것을 초월하여 오직 자신의 예술 세계에 몰두해온 진정한 선비요 예술가였다. 公의 아들 小田 相哲도 아버지 뒤를 이어 그림을 그리며 평범하게 일생을 마쳤지만 小田의 외손녀 즉 石田公 외증손녀가 전대 의대 교수로 명의(名醫) 반열에 올라 고향을 지키고 있어 公에게는 작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石田 이희순 화백은 애국지사 송재 서재필 선생, 영원한 茶人으로 애국지사이신 祖父 일봉공 李敎文 선생과 함께 보성군 홈페이지 보성의 인물 22명의 명단에 올라 한 마을 출신 세분이 보성의 인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필자에게는 종조부님이 되시는 石田 할아버지께 한없는 존경과 경모의 마음을 이 글로 대신하면서 글을 맺는다.

이남섭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