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위치라면 소비자들은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내부구조(24.9%)를 꼽았다. 내부구조 다음으로 브랜드(22.9%), 주변 편의시설(15.1%), 학군(11.3%), 단지 규모(10.5%)순으로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 삼성 래미안은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와 내부구조가 제일 좋은 아파트에 뽑혔고, 대림 e편한세상은 단지 내 조경이 가장 우수한 아파트로 선정됐다.
내부구조가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최근 2~3년간 분양된 아파트들의 경우 대부분 3베이, 4베이 설계로 기존의 2베이, 3베이보다 공간 활용이나 서비스 면적 등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아파트와는 실제로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새 아파트를 많이 찾는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내부구조 다음으로는 아파트 브랜드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일종의 이미지인 브랜드가 패션이나 전자제품이 아닌 아파트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설사별로 아파트 브랜드를 강화하는 일련의 작업이 이유가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조사 결과 눈에 띄는 점은 대형 건설사 일색인 순위에서 월드 메르디앙이 9위(3.5%)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대형 건설사의 설계부장은 “월드건설은 후발 주자로서 다소 튀는 내부구조를 선보임으로써 수요자들에게 호감을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내 조경 1등 e편한세상 최근 아파트의 또 다른 특징인 단지 내 조경 부문에서는 대림 e편한세상(11%)이 1위에 올랐다. 2위는 현대 아이파크(10.3%), 3위는 삼성 래미안(10.5%)이다. 기업 사옥 조경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삼성이 아파트 조경에서는 3위를 기록한 점이 이채롭다. 대림 e편한세상의 경우 아파트로는 처음으로 대단위 자연친화형 수경시설(신도림 4차)을 도입했고, 대단위 허브 정원, 야생화 정원(구리 토평), 잔디 보행로(길음)를 만든 것이 이번 조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경 시설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비록 10위권 밖이지만 신도 브래뉴(1.7%), 월드 메르디앙(1.4%), 동일 하이빌(0.7%) 등 중소형 건설사들이 순위권에 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나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아파트 차별화를 위해 조경에 특히 관심을 기울인 결과로 풀이된다. 세 항목 모두 대기업 계열사가 상위에 랭크되면서 과거와 달리 지방에서 출발한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도로 대기업 계열사들의 사업 안정성이 뛰어난 점이 부각된 것과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2, 3년간 집중적으로 지방 재건축 등에 참여해 지방 건설사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브랜드 선호도 1등 래미안 아파트 가격에서 또 다른 변수인 브랜드 선호도에서도 1위는 삼성 래미안(13.8%)이 차지했고, 2위는 현대 아이파크(11.8%), 3위는 LG 자이(11.4%)로 나타났다. 아파트 브랜드화에 불을 댕긴 삼성 래미안은 선발 주자라는 이점과 삼성이라는 거대 브랜드의 후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 아이파크의 경우 아파트 건설 전문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의 장점과 ‘현대’라는 브랜드가, LG 자이도 LG라는 거대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1, 2, 3위 모두 국내 굴지의 재벌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고, TV 광고 등 강력한 마케팅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뒤를 이어 대림 e편한세상(10.5%), 롯데 캐슬(9%), 대우 푸르지오(8.7%), 동부 센트레빌(6.9%) 등이 순위에 올랐다. 대림 e편한세상의 경우 내부구조에서 2위, 단지 내 조경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반면 소비자 선호 브랜드에서는 4위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마케팅이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브랜드 부문에서는 13위까지 대기업 계열사가 순위를 독점해 아파트 브랜드화에서는 아무래도 대기업 계열사가 더 유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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