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되는 곳에서
손짓발짓하러
더우면 에어컨 틀면 되는 곳에서
태양 볕에 쪼그라들러
인터넷 접속 걱정할 필요 없는 곳에서
오락실은커녕 파리에게 놀림감이 되러
배고프면 김치찌개 시켜 먹으면 되는 곳에서
더위에 식욕 없이 기름기 떠있는 밥 먹으러
답답하면 집 앞 수영장에 뛰어들면 되는 곳에서
못 씻은 찝찝한 몸 지고 다니러
심심하면 최신 DVD중에 뭘 볼까 고민 하는 곳에서
엄지손가락만한 벌래와 들개에게 공격당하러
졸리면 침대에 누워서 자면 되는 곳에서
매일매일 잠자리 걱정하러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생활을 포기하고
모기에게 매일 밤 헌신하며 점점 무거워져 가는 페달 밟으러 가기란 쉽지가 않다.
이등병 때 100일 휴가 복귀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ㅎ
4박5일이 4.5초 만에 지나간다는 말이 있듯이 항저우에서의 10일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럼 이 고생을 왜 사서 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세상은 넓고 마을마다 다른 문화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나라 공항에서 저 나라 공항으로 비행기 타고가면 중간 과정은 못 보고 결과물 밖에 못 본다.
수학문제와 비교하자면 푸는 법은 노치고 해답만 아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자전거로 여행을 하면 시간은 많이 소비되지만 비용이 절감 되고
오토바이나 자동차처럼 주차 문제나 국경에서 세관 문제없고
골목골목 노치지 않고 오늘 본 것을 내일 까먹을 정도로 하루하루 보여지는 것이 많고
걷는 거나 인라인 스케이트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고 이동이 편리하다.
짜여 진 틀 없이 보다 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자전거 타고 여행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세계를 자전거로 여행하려면 버틸 수 있는 체력과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젊음의 ‘깡따구’가 필요하니
더 이상 늦기 전에 준비하고 주위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본이 아니게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걱정시켜드리는 불효를 하게 되었다.
젊어서의 1년은 늙어서의 10년과 같다는 금쪽같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서 계획되고 이뤘을 때의 그 성취감은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다친 무릎엔 열심히 파스를 붙이기도 하고 뿌리기도해서 많이 좋아 졌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껀덕지도 없어졌고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미니 악마 찰리의 유혹을 뿌리치고 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아침 일찍 떠나 봤자 더위에 헐떡이며 전진하지 못하는 무모한 짓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오후 늦게까지 자고 하늘에서 내려온 LovelyLive님의 배웅을 받으며 해질 무렵 떠났다.
50km 정도 열심히 달리다 보니 샤오싱이라는 번화한 도시에 도착했다.
샤오싱은 월(越)나라의 수도였으며 강으로 둘러싸인 시내를 운하가 통하고
중국 근대 소설가 루쉰 을 포함해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태어난 곳이다.
강물을 보자마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정도로 어두워 졌음에도 더위는 지속 되었다.
그런데 그때 운하에서 나체로 수영하고 있는 몇몇 젊은이들을 봤다.
고민 할 것 도 없이 바로 뛰어들어서 같이 수영하고 비누 빌려서 목욕까지 했다.^^
중국 사람들이 쉬운 것을 물어보면 눈치 것 질문의 요지를 대충 파악하고 몸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조금 더 깊이 있는 질문을 하면 아쉽게도 “팅부동”(못 알아듣겠다)..
중국말을 할 줄 알았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시간이 어느새 10시가 지났고 샤오싱에서 밥을 먹고 가지 않으면 오늘 저녁을 굶게 생겨서
샤오싱을 벗어났다가 다시 포장마차 찾으러 시내로 돌아왔다.
4元짜리 볶음밥을 맛있게 먹고 슬슬 떠나려 하는데
말이 안통해서 절망하고 있을 때 “안뇽하쎄요, You're from Korea." 라는
더 이상 ‘팅부동’이 아닌 반가운 말이 들려온다.
자전거 앞에 달린 태극기를 보고 알아봤나보다.^^
존과 링난이라는 친군데 오른쪽의 존은 한국 사람들과 일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잘됐다 싶어서 물을 사야하는데 혹시 24시간 운영하는 슈퍼가 있냐고 물어봤다.
말이 잘 안 통했는지 번호판 없는 폭스바겐 끌고 존이 어디론가 가버린다.
알고 보니깐 내가 찾기 힘들 거라면서 물이랑 피로할 때 먹을 와하하 비타민 음료,
배고플 때 먹으라고 한글이 적혀있는 찹쌀떡까지 사다줬다.
그러면서 다 들고 갈 수 있겠냐는 걱정까지 해준다.^^
막 저녁을 먹었는데 롱샤 같이 먹자고 권해서 먹다보니 1시까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롱샤라는 새우는 민물 새우인데 번식력이 강해서 동물 사료로 쓰려고 일본에서 가져왔다가
중국 사람들이 먹게 된 새우요리이다.
처음 먹기 시작했을 때는 잘 못 먹고 아픈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ㅋ
계속 달리다가 100km 채우고 주유소에서 샤워하고 아침에 해가 뜨더라도 그늘 질만한 곳에다가 텐트를 쳤다.
이제는 아무리 밤에 개가 짖으며 쫓아와도, 모기가 벌 때처럼 몰려와 내 발을 난도질 해놔도
낮에 달리는 죽음의 태양 볕 라이딩 보다는 안 무섭다.
새벽 4시면 가장 선선할 시간인데 끈적끈적한 몸과 땀에 젖은 매트리스 때문에 10분 이상을 못 자고 깬다.
텐트 치는 도중에만 모기한테 20군대 이상 물려서 나갈 엄두도 안 난고 해결책이 없다.
7시까지 잠을 설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텐트 걷고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몸을 이끌고 출발했다.
중국은 동쪽 하얼빈에서 서쪽 카슈가르까지 6000km나 되는 넓은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식적인 시간차가 없어서 동쪽에는 해가 너무 일찍 뜨고 서쪽에는 늦게 뜬다.
반대로 동쪽에는 해가 일찍 지고 서쪽에는 늦게 진다.
10여km를 달리고 10시도 안됐는데 해는 중천에 떠있고 벌써부터 달리기가 힘들다.
방학을 한 친구들의 놀이터가 된 슈퍼에서 음료수 마시면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슈퍼 집의 똘똘한 아들이 짧게나마 영어를 할 줄 알아서
주위에 식당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자기 아버지가 요리를 잘한다면서 먹고 가라고 한다.
난 아무래도 행운아인 가보다.
슈퍼집아저씨는 자전거를 타면 땀을 많이 흘려서 염분이 많이 필요한 것을 알고계신건지
음식을 무지 짜게 해주셨지만 당연히 거의 다 비웠다.^^
콩음식을 몇 가닥 남긴 이유는 중국은 조금 남기는 것이 예의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잘 먹어서 답례로 가족사진을 찍어서 프린트 해주겠다고 했다.
머리를 풀고 온 슈퍼집아줌마와 의자를 세팅하는 아저씨.^^
자식을 한명 밖에 가질 수 없는 중국의 가족관계는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
작은 딸아의 엄마는 따로 있고 손자는 아닌 것 같은데 자기 가족이라면서 예뻐하고 챙겨준다.^^
나보다 한 살 어린 이 친구는 내가 중국말도 못하면서 자전거로 중국 여행하는 것이 걱정 되는지
슈퍼집아들을 통역으로 두고 한마디라도 더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어제 밤을 설쳐서 오늘은 여관에서 잘 거라니깐
샤워시설 있는 방은 이 근처에서 60元 하고 더 이상 부르면 깎으라는 등
여관은 중국말로 뭐고 밥은 뭐고 여권은 뭐라고 반복하면서 암기 시켜준다.^^
환율 얘기 하다가 한국 돈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1000원짜리 한 장 있기에 줬다.
8.1RMB(元)정도 한다고 하니깐 10元을 계속 주려고 한다.
선물이라고 거부하긴 했지만 나중에 내가 음료수 살 때 자기도 뭐 사면서 내 것까지 11元을 계산을 해줬다.^^
슈퍼집 아들도 한 장 갖고 싶어 하는데 한국 돈은 없고 홍콩 달러 10$짜리 한 장 있어서 주니깐
무지 좋아하며 바로 가족들에게 달려가서 자랑한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선풍기 바람 쐬며 책 읽고 컴퓨터 정리했다.
중국 친구들이랑 포켓볼도 치고 놀다 보니깐 어느새 5시가 다됐다.
여전히 덥긴 하지만 그나마 태양은 강력하지 않아서 슈퍼 옆에 있는 수도꼭지로 간의 샤워 하고 출발했다.
2007년 7월 5일
이동거리 : 106km
세계일주 총 거리 : 1209km
식사
점심 : 항저우
야식 : 볶음밥, 롱샤
아침 : 찹쌀떡
점심 : 슈퍼에서 계란볶음과 콩요리
마음의 양식 : 마가복음 9,10장
5일 지출 : 볶음밥 4元 계 : 4元
6일 지출(..ing) : 아이스티 2.5, 사이다 5, 물1, 쥬스7.5 계 : 16元
http://7lee.com
찰리의 자전거 세계일주
첫댓글 관광객들은 이름도 못들어본 곳을 가셨네요. 사실 보는 사람들은 그런 곳이 더 재미있죠.^^
맞아요. 저도 저런곳이 더 좋긴해요.^^ 사람사는 냄새가 좋아서~
맨위에 쓴 글 이해가 간다요..여행중에 새벽에 떨어지면 추위에 떨면서 새벽이 오기를 거리에서 기다릴때 내가 모하러 이런고생을 하고 있나??의문도 해보곤 했는데,,,아마도 누가 하라고 시킴 못할거예요....더위엔 체력소모 엄청 될터인데 체력안배 잘하면서 다니세요..홧~~!!팅~~!!!
저도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찰리님 처럼 한적한 곳에 텐트만 치면 잘수있고, 시원한 강물을 보면 웃통벗고 뛰어들어 비누로 쓱쓱 샤워도 하고...
저도 여자이지만...강물에 웃통은 좀 그렇지만, 그냥 뛰어들어도 가봤고, 비박도 뭐 좀 했습니다...그래도 남자보단 많이 불편한건 사실이지만, 못할것도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두려움만 버린다면...한번..시도를 해보심은?(ㅋㅋ,,,단,단점은 대다수가 이제날 여자로 안봐요..나름 여자인거 인식시킬려고 머리도 길르는데..쩝)
한비야씨가 여자분이면서 힘든 여행해서 더욱 빛나듯이 님도 다른 모습으로 더 빛나십니다!^^
그저 그저 화이링! 화이링! 외쳐주며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오늘도 감동느끼게 해주신 찰리님께 감사드리며 부디 안전한 여행되시길 기원드립니다.
항상 가슴을 뛰게 하는 글 잘읽고 있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앗~ 오늘 또 새글이 올라왔네요... 아주 잼나게 읽고 있습니다. 모기한테 많이 물려서 큰일이겠따... 모기조심하세요~
찰리님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대리만족하고 있답니다. 화이팅~
대단한 대한의 열혈 남아이십니다. 아! 대한민국~~~ 더위 조심하시고, 모기 조심하시고, 체력관리 잘하시길 .. 님같은 분이 있어서 세상살아가는 데 힘의 원동력이 된다 생각합니다. 아무튼 기다리던 여행기 잘 읽고 갑니다. 웬지 읽노라면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찰리님이 너무 고생하면서 여행기를 올리는데 쉽게 읽고 간다는 생각이 들어서인가보죠.. 첫 번째 사진보고 가슴 뭉클 ..
그런데 본인 사진-맨 위에 독사진같은-은 누가 찍어주는건가요?
셀캅니다.ㅋ
언젠가 해볼 수 있을까 꿈꿔왔던 일이었는데..사실 어느순간부터인간 포기했었는데... 솔직히 지금같아서는 자신없네여 ^^; 자전거여행을 하면서 많이 외롭고 힘들었었는지 지금은 엄두가 안나는데..정말 부럽기도 하지만 존경스러워요. 체력관리 잘 하시고 무사히 여행 잘 하시기를 바랍니다..
푸~~하하~남긴 콩음식 몇가닥...참으로 예의 바르십니다.ㅋㅋㅋ 몇년전부터 조용히 지켜보면서 느끼는바지만 대단하세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무사히 여행하시길 빌께요. 힘내세요!^^
아이디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ㅎㅎ 잠재력 있으신 분이시군요! 감사합니다.ㅋ
어대쯤 가시남?....저는 고추장독 막는 모기장망 쓰고 다녓는대..벌꾼들이쓰는 것 보고.모기장으로 만들엇죠....건강하새요...
님 글 보면서, 열심히 자극받고있습니다. 전 어제 광저우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중국 횡단 시작이기도 하구요... 저도 같이 뜁니다... 화이팅...
오.. 해안가 타고 올라오시나요?? 전 지금 조금만 가면 푸저우에요.^^
대단합니다. 나쁜사람들은 안만나길...고생하셔요...
계속 읽고 보면서 느끼는 건데요...찰리님의 글과 사진 너무도 재미있습니다.^^
오늘도 글 읽기 시작^^ 모기와의 전쟁, 끔찍하죠. 근데 얼마나 더웠으면 그 모기보다 태양이 두려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