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이으면서도 고기를 자르는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정확한 손놀림으로 1인분의 머리고기를 접시에 담아낸다. 쌈장과 새우젓을 담고 깍두기 한 사발까지 얹어 손님에게 건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여. 30년 내공이 빛나는 순간이다. “손님은 많은데 일손이 부족하니까 큰딸이 도와주러 나오고, 둘째 딸이 나오고, 그래도 일이 많으니까 며느리들까지 나왔어. 지금은 집안 여자들 모두 여기에 매달려 살지.” 칠순을 맞은 노모는 고기를 썰고 쉰을 바라보는 큰며느리는 순댓국을 푼다. 김치와 양념장을 푸는 것은 둘째 며느리의 몫. 제일 젊은 서른일곱 살의 둘째 딸은 홀 서빙을 맡고 있다. 모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노모의 진두지휘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주방이 움직인다. ‘돼지 할머니치고는 아주 날씬하다’는 말에 “내가 돼지라서 붙은 이름이 아니야”라며 손사래를 친다. ‘돼지 할머니’라는 애칭은 유난히 덩치가 좋았던 둘째 아들 덕에 붙은 이름이란다. 오가는 손님들이 아들에게 건네는 ‘돼지’라는 농을 가게 이름으로 삼았다. “옛날에는 명이 길라고 일부러 이름을 막 지어 부르기도 했으니까. 손님들이 정을 담아 불러준 별명이니 그냥 가게 이름으로 붙였어. 원래는 ‘돼지네’였는데 내가 나이 들고 했으니까 ‘돼지 할머니네’로 바꿨지. 이름을 바꾼 지 5년쯤 됐네.” 오후 3시. 점심때를 한참 넘긴 시간이건만 손님은 줄지 않는다. 제법 쌀쌀한 산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밖에 간이 테이블을 펴고 식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 할머니가 서빙을 하러 나서면 단골이 때를 놓치지 않고 막걸리잔을 건넨다. “성북구에 사는 사람치고 ‘돼지 할머니’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워낙 유명한 분이니까. 옛날에는 지나가는 거지들 거둬 먹이는 분으로도 유명했지요. 장사가 이만큼 잘 되는 건 그때 베푼 덕 때문인 듯싶어요.” 30년 단골이라는 김용태 씨가 쑥스러워하는 주인을 대신해 자랑을 늘어놓는다. ‘돼지 할머니네’는 유명한 정재계 인사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하다. 그들이 이곳에 남긴 에피소드 또한 제법 쏠쏠하다. “유명하신 양반이 산에 올라가다가 나뭇가지에 바지가 찢겨서 내려왔어. 단골이고 하니까 바지 벗어달라고 해서 내가 직접 꿰매줬지. 벌에 쏘여서 내려온 분한테 된장을 발라준 적도 있고, 지갑 놓고 왔다고 해서 공짜로 밥 먹고 간 사람도 있어. 모두 방귀깨나 뀌던 사람들이지. 누군지는 절대 말 못해.” 주인은 칠순의 노구임에도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닌다. 단골손님은 바쁜 손을 돕기 위해 물이며 반찬을 ‘셀프’로 가져다 먹는다. ‘여기요’라고 부른 후 한참을 기다리게 만들어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산으로 통하는 초입인데도 속세와는 전혀 다른 인정이 넉넉하게 흐른다. “고기 썰 힘이 있을 때까지는 이곳을 지켜야지.” 음식 만드는 일을 평생 업으로 생각한다는 돼지 할머니가 또다시 가마솥 앞에 선다. 네 시간 동안 우려낸 돼지머리를 꺼내고 육수를 퍼내고, 지나는 등산객에게 인사를 건네고…. 30년 동안 북한산을 지켜온 진정한 고수의 모습으로 말이다. Information 02-918-8198 | 05:00~21:00 | 주차 불가 | 순댓국 4000원, 족발 1만5000원 |
“삭힌 홍어의 알찌근하게 톡 쏘는 맛이 포두부와 어울리면 그거야말로 찰떡궁합이에요. 하산길에 그 맛을 보면 산행의 피로란 남의 얘기죠.” 지하철 7호선과 1호선이 만나는 도봉역. 도봉산 입구에서 매표소까지 70~80여 개의 식당이 소박한 모습으로 줄지어 섰다. 50년 된 ‘도봉산 할머니집’에서 요즘 성황을 이루고 있는 두부요리 전문점까지, 저마다 알록달록 간판을 내건 식당이 등산객을 향해 손짓한다. 초보 등산객이라면 어디로 갈지, 무엇을 먹을지 몰라 방황할 법하다. |
서울산악구조대 이철주 자문위원(49), 그의 등산 인생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히말라야, 샤모니 등 해외원정 경험만도 수차례지만 그는 늘 고향처럼 버티고 선 도봉산을 가장 좋아한다. 제집 드나들듯 오르내리며 평생을 도봉산과 함께했다. 그가 모르는 도봉산의 숨은 장소란 없다. 더구나 십수 년간 먹어온 먹을거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세월에 따라 산세도, 등산객도 변했다는데 인정이 넘쳐났을 옛날 먹을거리 골목은 지금과는 어떻게 달랐을까? 산길이야 사계절이 다 다르고 올 때마다 다른 느낌이라지만 하산 후의 맛집 풍경은 한결같았을 그 시절. 막걸리 사발이 오가며 취기에 휘청거렸을 정겨운 풍경이 절로 그려진다. 1983년, 도봉산과 북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지금처럼 매표소 밑 하산길에만 음식점이 있지 않았다. 올라가다 보면 산자락 이곳저곳에 매점을 겸한 작은 식당이 즐비했다. 등산객의 허기를 채워주는 단비 같은 먹을거리는 김밥이나 라면 같은 간단한 분식이었다. 탁자와 의자는 매점 앞 널찍한 바위가 대신했고 최대의 호사는 일명 ‘넘의 살(돼지고기)’을 넣고 끓인 김치찌개였다. 라면 국물에 이것저것 잡동사니를 넣은 섞어찌개도 팔았다. |
산에서 내려와 먹는 거나한 저녁으로는 삼겹살에 소주만 한 것이 없었다. 식당 이름마저 토속적이었다. 만장봉식당, 형제식당 등 봉우리 이름을 따거나 정겨운 이름을 붙였다. 지금의 콩사랑이니, 산두부니, 고향산천쌈밥처럼 간판만 봐도 뭘 파는지 알 수 있는 식당이 아니었다. 매표소를 지나 산 밑 식당에서는 팔지 않는 메뉴가 없었다. 음식 만물상이라고 해도 좋았다. 메뉴에 없는 음식이라도 배고픈 아이가 엄마에게 조르듯 애교 섞어 주문만 하면 금세 만들어져 나왔다. 지금의 도봉산 자락 먹을거리 골목은 1983년 이후에 산자락에 흩어져 있던 식당을 매표소 밑으로 정리하면서 형성됐다. “지금은 식당도 다들 브랜드화했어요. 두부면 두부, 쌈밥이면 쌈밥, 대표 메뉴 하나만 밀어요. 그 대신 똑같은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내죠. 등산객의 입맛이 고급화한 거예요.” 어릴 적 산자락 음식점의 정겨움을 아는 이철주 씨의 단골 식당은 무엇보다 마음 편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집이다. 단골 식당은 오가는 길에 메신저 역할도 해준다. “○○이 오늘 다녀갔어요?” 굳이 서로 연락하지 않아도 휴일이면 식당에서 만나게 되는 산 친구들이다. 일요일 오후, 10년이 넘은 ‘山두부’ 집에 사람이 바글거린다.‘포두부삼합’은 이 집만의 별미. 풀칠을 하듯 얇게 만들어낸 포두부에 삭힌 홍어와 돼지고기, 신 김치와 마늘을 차례로 얹어 입 안에 넣는다. 새우젓 한 젓가락을 빠뜨렸다며 함박웃음을 짓는 이철주 씨는 이미 미각 행복에 빠졌다. “내가 이 맛에 산에 온다니까.” 양은주전자에 담아 내온 막걸리는 금상첨화. 곁들여 먹는 강화도 순무도 감칠맛을 더한다. 山두부의 두부는 오래 누르지 않고 천연 간수를 쓴 덕에 입 속에서 부드럽게 감긴다. 삼색두부는 쑥과 당근, 치자, 검은콩, 시금치 물을 들여 저마다 옷을 해 입었다. ‘고향산천쌈밥’의 쌈밥 역시 이철주 씨의 단골 메뉴. 고향산천쌈밥만의 세 가지 젓갈이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곤쟁이젓갈, 자리젓갈, 갈치속젓이 이 집의 대표 젓갈. 30여 가지 다양한 채소를 입맛대로 고른 후 채소를 올려놓고 마지막에 놓는 이 젓갈의 맛이 독특한 쌈밥 맛을 결정짓는다. “쌈밥 집의 맛을 한번에 알아보려거든 그 집 된장 맛을 보면 되지요.” 12년째 이 자리를 지키는 고향산천쌈밥의 강된장은 좀 싸달라는 단골손님의 성화에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판매한다. 산 음식에는 거짓이 없다. 화학조미료를 거의 쓰지 않아 맛이 담백할뿐더러 눈에만 좋은 형식적인 반찬은 아예 내놓지도 않는다. 간도 세지 않아 입에 물리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도봉산도 변하고 도봉산 자락의 먹을거리도 변했다. 오늘도 도봉산 자락의 식당과 그 음식은 단골손님의 정겨운 대화와 잦은 발길로 또 하루만큼 숙성되어 간다. |
입맛 따라 즐기는 웰빙 음식 도봉산 등산로 맛집 10 1개울가 경치 좋은 두부집 만장봉식당 매표소 바로 앞에 자리한 30년 역사의 만장봉식당에는 안 되는 메뉴가 거의 없다. 백숙이나 파전, 산채비빔밥 같은 고전 메뉴에서 두부삼합을 비롯한 각종 두부요리까지 다양하다. 도봉산의 흐르는 계곡을 보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여주인은 만장봉식당의 10년 종업원 생활을 거쳐 가게를 인수해 11년째 단골의 발길을 붙잡는다. 02-954-2603 | 09:00~24:00 | 주차 가능 | 모둠전·두부김치 각 8000원, 콩비지정식 5000원 2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추어탕 향촌 추어탕과 매운탕 전문이다. 조리사 자격증까지 갖춘 여주인의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 스타일이 돋보인다. 매운탕에는 한방 재료가 첨가되며 참게, 새우, 우렁이 등이 푸짐하다. 뽕잎수제비도 띄운다. 미꾸라지에 깻잎을 말아 튀김옷을 입힌 미꾸라지튀김은 아이들이 먹어도 좋을 만큼 비리지 않고 담백한 맛이다. 02-954-2944 | 10:00~22:00 | 주차 가능 | 메기매운탕 1만5000~3만원, 잡탕(메기+잡고기+빠가사리) 4만원 350년 노하우의 이북식 생콩탕 도봉산 할머니집 천일각 근처에서 어머니가 30년간 해오던 ‘도봉매점’을 아들이 물려받아 20년간 생콩탕을 만들어 판매한다. 100% 국산 연천 콩으로 만드는 이 집의 생콩탕은 흔히 맛보기 힘든 별미. 사골을 우린 물에 불린 콩을 통째로 갈아 넣어 만들어 담백하다. 7000원짜리를 시키면 세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 푸짐하다. 도봉산 터줏대감답게 저렴한 가격과 깊은 맛이 한결같다. 02-954-1422 | 10:00~22:00 | 주차 가능 | 생콩탕 7000~1만원 4양과 정이 듬뿍 영수네 감자국 도봉산 아래 판잣집에서 시작했다. 탕에 넣어주는 구수한 다진 콩이 국물 맛을 더한다. 라면이나 국수 사리를 넣어 먹는 것도 이 집만의 특징. 감잣국을 다 먹고 나면 밥을 볶아주는데 이 맛도 예술이다. 15년째 최상급 돼지 뼈를 쓰고 한 그릇 가득 담아주는 양념이 맛의 비결. 다섯 명의 종업원은 이 집에서만 최소 5년을 일한 베테랑이라 서비스도 만점이다. 메뉴는 오로지 감잣국 한 가지. 02-955-3917 | 11:00~21:30 | 주차 가능 | 감잣국 1만5000~2만5000원 5도봉산 삼색두부의 원조 山두부 도봉산 자락에 두부요리 전문 식당이 늘어서게 된 이유는 ‘山두부’ 덕분이다. 언론 매체에도 수없이 소개된 1m의 포두부를 만드는 곳. 16년간 각종 두부요리를 연구 개발해 메뉴가 다양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다. 02-956-8875 | 10:00~22:00 | 주차 가능 | 포두부삼합 1만5000원, 삼색모둠두부·두부홍어회 각 1만원 6콩요리의 모든 것 콩사랑 20년 전 비빔밥과 백숙으로 시작한 장사가 11년 전부터는 두부요리 전문이 되었다. 강원도 출신 여사장이 콩을 고향에서 직접 들여오므로 믿을 수 있다. 매일 저녁 콩을 불려 다음 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두부를 만들기 때문에 늘 신선한 두부 맛을 볼 수 있다. 02-955-6016 | 09:00~21:00 | 주차 가능 | 사색두부보쌈 1만5000원, 사색모둠굴두부야채 1만원, 콩사랑정식 6000원 7세 가지 젓갈 맛에 우거지까지 고향산천쌈밥 이 일대에서 유일한 쌈밥집. 쌈밥에 들어가는 세 가지 젓갈과 강된장이 일품이다. 대나무 소쿠리에 삼베보자기를 깔아 내오는 보리밥이 정겨움을 더한다. 12년의 쌈밥 노하우가 만들어낸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맛이 자주 도봉산행을 즐기는 등산객에게도 질리지 않는 맛을 선사한다. 02-954-1987 | 11:00~21:30 | 주차 가능 | 쌈밥 7000원, 삼겹살 7000원 8고향의 맛을 담은 매운탕 섬진강 매운탕의 맛을 좌우하는 갖은 양념을 주인의 고향인 전남 곡성에서 들여온다. 유원지지만 뜨내기손님이 아닌 평생 손님을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장사한다. 그날 구매한 재료는 그날 소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늘 싱싱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단골이 많은 비결. 02-956-7386 | 10:00~22:00 | 주차 가능 | 추어탕 6000원, 메기매운탕 1만8000~2만7000원 9오래된 장맛처럼 구수한 콩비지 으악새 맛도 맛이지만 입담 좋은 주인 할머니의 내공이 30년 단골을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 반찬 가짓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하나를 내오더라도 집에 온 손님을 대접하듯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메뉴는 비빔밥과 수제비, 콩비지 등 간단하고 편하게 먹고 갈 수 있는 것 위주다. 02-956-2360 | 09:00~21:00 | 주차 가능 | 콩비지정식 5000원, 감자수제비 4000원 10새벽을 여는 든든한 해장국 우리식당 갈비탕, 족발, 해장국을 주로 파는 토속 음식점이다. 새벽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산을 찾은 등산객의 빈속을 채워준다. 값이 저렴하고 부담 없는 분위기가 오랫동안 등산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02-954-5803 | 06:00~22:00 | 주차 가능 | 족발 1만~2만5000원, 해장국 4000원 |
청계산 초입은 벌써부터 봄냄새로 가득하다. 산이 푸르러지려면 앞으로 수일은 더 있어야겠지만 앞서 걸어온 꽃마을에선 형형색색의 봄꽃이 한창이고 봄나물의 향긋함이 코끝을 간질인다. 눈과 코의 향락을 물리치고 한 걸음 나서니 봉긋하게 솟은 청계산이 보인다. 청계산은 서울 근교의 산 중 가장 여성적인 산. 북한산과 도봉산, 관악산이 우뚝 솟은 바위로 남성미를 과시하는 산이라면 청계산은 보드라운 흙으로 도톰하게 둘러싸인 여인의 둔부를 연상케 한다. 코스도 완만하고 길 전체가 흙길이라 맨발로 걷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
산의 개성을 닮기라도 하듯 청계산 주변의 맛집은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일반적인 등산로 먹을거리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등산객이 아무리 많이 몰려도 호들갑스럽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청계산에 먹을거리촌이 형성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보통 40~50년 전통의 원조 음식점이 자리를 잡고 있는 다른 근교 산과 달리 청계산 식당 중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당진 콩 순두부’는 18년 전통이 고작이다. “18년 동안 줄곧 손순두부를 만들어 오셨나 봐요?” “아니, 원래는 등산객 상대로 음료나 간식을 팔던 간이 슈퍼였어.” 18년 전통도 온전한 식당으로서의 경력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는 주인 아저씨, 전통은 무슨 전통이냐며 멋쩍은 표정이 역력하다. 역사가 짧다는 단점이 오히려 맛과 서비스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을까. 현재 당진 콩 순두부는 청계산 등산로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당진 콩 순두부의 호황을 기점으로 청계산 등산로 입구에는 손두부, 해장국, 보신탕을 취급하는 맛집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
“당시에는 음식점이 많지 않았어요. 한 열댓 집 됐나?” 청계산 마당발로 소문난 이상천 씨의 말에 따르면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청계산의 음식점은 15집 남짓이었다. 지금처럼 60여 집이 모여 먹을거리촌 형태를 띤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등산 인구가 급격하게 늘자 청계산에도 ‘음식점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청계산에 맛있는 집이 많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 새로 생겨난 음식점은 기존의 식당과 곧바로 비교되기 때문에 더 특별한 비법을 개발하고 강력한 서비스를 갖춰야 했다. 특히 간판을 맞대고 오밀조밀 모여 있는 등산로 맛집의 특성상 그 노력은 시내 일반 음식점의 몇 배는 족히 되었다. 결국 이런 경쟁이 청계산 먹을거리촌의 내공이 쌓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된 것이다. 최근 이곳에는 대형 음식점과 특화한 메뉴를 가진 음식점이 하나 둘생겨나고 있다. 등산객 수가 꾸준히 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부터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의 직장인들이 점심이나 회식 장소로 청계산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
대나무통밥으로 유명한 ‘원터골’의 최영일 사장은 “평일에는 80% 이상이 직장인 손님”이라며 청계산 주변이 서초구와 강남구 일대의 주요 외식 거리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보리밥을 전문으로 하는 ‘보릿골’도 마찬가지.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푸짐하게 차려지는 밥상에 직장인의 발걸음이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이다. 등산로 초입에 세워진 ‘조선면옥’은 청계산의 대형 음식점 유행을 엿볼 수 있는 대표할 만한 식당이다. 인테리어나 메뉴만 보더라도 고급스러움을 내세웠다. 가격도 만만찮아 가볍게 산행을 즐기러 온 등산객이 한 끼 즐기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식당은 언제나 등산객으로 만원이다. 최근 청계산 먹을거리촌은 2010년에 완공될 지하철역 덕에 행복한 고민 중이다. 다른 근교 산에 비해 대중교통이 불편했던 청계산 입구에 지하철역이 완공되면 등산객 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등산로가 넓어지고 산이 커지면 음식도 맛있어지게 마련이다. 청계산 먹을거리촌처럼 맛의 변화가 빠른 곳은 더욱 그렇다. 5년 후 이곳의 먹을거리촌은 얼마나 다양한 맛을 준비하고 있을까? |
주말 외식 코스로 인기 청계산 등산로 맛집 10 1자연에서 맛보는 참숯바비큐 옛골토성 옛골토성의 추천 메뉴는 가마솥선지해장국과 바비큐갈비. 선지해장국은 소의 내장과 양을 넣지 않고 선지와 우거지로 맛을 내 누린내가 나지 않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바비큐갈비에 사용하는 돼지고기는 당일 잡은 것을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굵은 소금과 약간의 청주만으로 간을 해 신선도를 유지한다. 야외에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 봄볕을 즐기며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02-578-0808 | 12:00~22:00 | 주차 가능 | 흑돼지 한 마리(500g) 2만원, 바비큐삼겹살 (450g) 2만원, 선지해장국 6000원 2산 사람이 운영하는 20년 냉면 명가 조선면옥 청계산이 좋아 하루에 한 번은 꼭 산에 오른다는 김기흥 사장이 청계산을 즐겨 다니기 위해 지점을 낸 곳이다. 함흥냉면의 생명인 면은 100% 고구마 전분을 써서 손으로 반죽을 하고 면발을 뽑아낸다. 투명하고 가느다란 면발이 쫄면처럼 쫄깃하다. 물냉면의 육수는 사골, 잡뼈, 양지, 사태에 무, 양파, 마늘 등의 채소를 넣어 고아내 더없이 구수하다. 02-2057-5526 | 월~토요일 09:00~21:30, 일요일 07:00~21:00 | 주차 가능 | 냉면 6500원, 전통장국밥 7000원, 순두부정식 6000원 3은은한 대나무향이 가득 원터골 원터골의 대표 메뉴인 대나무통밥은 한 번 사용한 대나무를 다시 사용하지 않아 대나무향이 무척 진하다. 찹쌀과 밤, 대추, 수삼, 서리태 등을 넣어 압력솥에서 쪄내면 차진 대나무통밥이 완성된다. 참기름 하나도 직접 짜고 재래식 장맛도 일품이다. 용인에 있는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사용하고 물김치에 넣는 물은 청계사에서 떠오는 지하수를 이용한다. 02-577-4355 | 10:00~21:00 | 주차 가능 | 대나무통밥정식 1만원, 누룽지솥밥정식·우거지갈비탕 각 6000원 4간편하게 먹기 좋은 다시마김밥 청계산김밥집 8년 동안 김밥 한 가지만 판매하는 곳. 간편하게 김밥 한두 줄로 점심을 해결하려는 등산객으로 북적인다. 이곳의 특별한 김밥 맛은 품질 좋은 기장 다시마를 양념 후 살짝 말려 넣는 데 있다. 씹을수록 쫄깃한 다시마와 고소한 김이 어우러져 맛을 더한다. 김밥이 이동 중에 뭉개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큰 김 속에 작은 김을 한 장 더 넣어 마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011-9054-7711 | 평일 08:00~17:00, 주말 03:00~17:00 | 주차 불가 | 김밥 한 줄 2000원 5구수한 시골 맛 그대로 소담채 봄동, 원추리, 취나물, 된장에 무친 얼갈이 등 계절 따라 다르게 올라오는 10가지 산나물을 넣어 비벼 먹는 보리밥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가마솥에 장작을 지펴 지어내는 보리밥은 고슬고슬해 비빔용으로 제격이다. 직접 담근 고추장은 달지 않고 깔끔한 매운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톡톡 터지는 보리밥과 갖은 채소가 어우러져 구수하고 정겨운 시골 냄새가 그대로 풍긴다. 02-574-0764| 09:00~21:00 | 주차 가능 | 옛날보리밥 6000원, 석쇠구이쌈밥 9000원 6국산 콩으로 만든 손두부 당진콩순두부 국산 콩을 맷돌에 갈아 만든 고소한 손두부 맛이 이미 등산객에게 정평이 났다. 간수를 넣어 가마솥에서 만들어내는 두부는 당진 지역의 맛을 그대로 살린 것. 갓 만들어낸 따끈한 두부와 시원한 막걸리 한잔은 등산객 사이에서 변치 않는 최고 인기 메뉴다. 순두부백반, 두부김치, 콩비지찌개, 두부전골 등 두부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더욱 인기다. 02-576-6315 | 평일 08:00~21:00, 주말 06:00~21:00 | 주차 가능 | 생두부(1모)·두부찌개 각 5000원, 두부전골 3만원 7맵지만 맛있는 함흥냉면 청계면옥 함흥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곳. 전분이 많이 들어가 쫄깃쫄깃한 면은 매콤하고 걸쭉한 비빔소스에 비볐을 때 찰기가 생겨 더욱 맛있다. 테라스에 앉아 산을 바라보며 고기를 구워 먹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02-502-0025 10:00~22:00 가능 냉면 5500원, 오겹살 9000원 8가마솥에 지은 찰보리밥 보릿골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산에 오르는 사람이 특히 즐겨 찾는다. 산행 후 허기진 배를 달래는 데에 부담스러운 음식을 먹기가 꺼려지기 때문. 가마솥에서 갓 지은 보리밥에 아홉 가지 비빔나물이 들어가 칼로리가 낮으면서도 금세 배가 든든해진다. 02-578-9339 | 10:00~22:00 | 주차 가능 | 보리밥정식·되비지 각 5000원, 숯불제육구이 (370g) 1만5000원 9양은 도시락에 나오는 제육볶음 옛골화로구이 등산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아침 일찍 문을 열고 따뜻한 커피와 숭늉을 무료로 나눠준다. 양은도시락에 담겨 나오는 제육볶음은 산에 가져가서 먹고 그릇만 반납할 수 있게 만든 아이디어 메뉴로 인기다. 031-723-6696 | 10:00~22:00 | 주차 가능 | 숯불화로구이 8000원, 도시락(제육볶음) 5000원 10러시아식 뼈삼겹살 샤슬릭 러시아인이 즐기는 음식 중 하나인 샤슬릭(꼬치구이). 국내산 암퇘지를 통째로 2~3일 가량 숙성시킨 뒤 뼈삼겹살 부위만 양념에 재어 7일 정도 다시 숙성시킨다. 먹기 좋게 잘라 내오는 고기는 토마토, 양파, 오이 등이 들어간 러시아식 샐러드와 함께 싸 먹는다. 02-575-9233 | 11:00~23:00 | 주차 가능 | 샤슬릭 (2인분) 2만원 |
관악산 등산로 맛집 관악구, 금천구, 과천시, 안양시 4대 권역에 걸쳐 산허리를 뻗친 관악산. 가파른 바위지대에서 평탄한 능선까지 다양한 산길이 있다. 한 곳에서 여러 가지 메뉴를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 형태의 식당이 자리를 잡았다. 1 몸에 좋은 산나물 가득 관악산 회관 봄이면 취나물, 고사리 등 다양한 나물을 직접 담근 고추장에 비벼 먹는 산채비빔밥 주문이 줄을 잇는다. 식욕을 돋우는 부드러운 산나물을 쓱쓱 비벼 먹는 맛이 그만이다. 반찬으로 나오는 새콤한 물김치와 구수한 된장찌개도 별미. Information 02-873-0943 | 05:00~21:00 | 주차 가능 | 산채비빔밥·뚝배기불백 각 6000원, 칡냉면 5000원, 해장국 4000원 | 관악산휴게소 2층 2 토속 음식에서 느껴지는 손맛 전주식당 김제 출신 주인의 손맛이 느껴지는 토속 음식점. 저렴하면서 정갈하게 내놓는 음식 덕택에 산에 올 때마다 이곳에 들르는 단골이 많은 편. 특별한 메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얼큰한 동태찌개가 맛깔스럽다. Information 02-889-5030 | 05:00~20:00, 매월 둘째 주 화요일 휴무 | 주차 가능 | 동태찌개 5000원, 순두부찌개 4000원, 토종닭백숙 3만원 | 관악산휴게소 지하 1층 9호 3 저렴한 가격에 배부르게 즐긴다 낙원정 흔한 메뉴도 산에서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법. 듬성듬성 썰어 넣은 두부와 푸짐한 재료로 맛을 낸 김치찌개는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밑반찬이 여덟 가지 정도 마련되고 기호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다. 단골인 장년층의 손님은 두세 명이 넉넉하게 즐길 수 있는 조기매운탕을 선호한다. Information 02-875-5742 04:00~19:00, 매월 둘째 주 화요일 휴무 가능 조기매운탕 1만원, 김치찌개·청국장·콩비지 각 4000원 관악산휴게소 지하 1층 15호 4 막걸리 한잔에 두부 한 접시 향교집 순두부, 묵, 파전에 막걸리 한잔 곁들여 목을 축이기에 좋은 곳이다. 등산객뿐만 아니라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르는 과천시내 직장인으로 북적인다. 맛의 고장인 남도 출신의 사장이 20년 동안 손맛을 유지하고 있다. Information 02-502-7584 | 주차 가능 | 순두부 4000원, 묵 6000원, 파전 7000원, 막걸리 3000원 | 관악산 초입 수락산 등산로 맛집 상계동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예전보다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수락산은 도심에서 가깝고 산행하기에 알맞은 해발 637m의 높이여서 시간 나는 대로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산이다. 수락산 입구에 자리한 맛집촌은 역사는 길지 않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맛과 멋을 지켜가고 있다. 1 맛깔스러운 한정식 산 넘어 꽃향기 등산로에 위치한 음식점이라고 토속 메뉴만 내는 건 아니다. 스무 가지가 넘는 반찬을 내는 퓨전 한정식 레스토랑 ‘산 넘어 꽃향기’. 죽을 포함해 후식까지 코스 요리처럼 즐길 수 있다. 갓 지은 영양밥과 정갈한 밑반찬 등 깔끔하고 담백한 음식은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에 잘 맞는다. Information 031-848-8420 | 12:00~22:00 | 주차 가능 | 점심특선 산정식 1만5000원, 꽃정식 2만원 4호선 | 당고개 1번 출구로 나와 10-5, 33-1번 버스 이용 2 왕솥뚜껑 위 생삼겹살 꿀돼지 부드러운 생고기와 다양한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생삼겹살을 무쇠솥뚜껑에 구워내는데 기름기가 쫙 빠져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여성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고기를 다 먹은 후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준다. 날치 알이 들어가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이 좋다. Information 031-847-2388 | 09:00~04:00 | 주차 가능 | 생삼겹살 7000원 4호선 | 당고개 1번 출구 마을버스 33-1번 타고 청학 4단지 입구 하차, 파리바게뜨 골목 사이 3 씹을수록 깊은 맛 수락산 평양면옥 전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냉면집으로, 수락산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러 맛보았을 명소다. 월남민이 맛의 뿌리를 내린 곳으로 아들 내외가 계속 그 맛을 이어간다. 씹을수록 제 맛이 나는 면발과 구수한 육수가 어우러져 시원하고 개운한 냉면 맛을 만들어낸다. Information 031-877-2282 | 08:30~22:00 | 주차 가능 | 둘째·넷째 주 화요일 정기 휴일 | 메밀냉면·비빔냉면·온면·만둣국 각 6500원, 수육 1만3000원 4 오리요리는 다 모였다 두메산골 강원도 춘천에서 키운 생후 40~45일 된 오리만 사용한다. 대표 메뉴는 오리를 베로 감은 다음 포일에 한 번 싸서 진흙으로 만든 가마에 세 시간 동안 굽는 ‘오리진흙구이’다. 오리기름이 육질 속에 스며들어 부드럽다. Information 02-932-5292 | 11:30~22:30 | 주차 가능 | 오리진흙구이 3만8000원, 모둠구이 1만원 | 수락산역 3번 출구에서 80m, 하이마트 대각선 방향에 위치 |
출처: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