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날입니다.
이번 주는 ‘역사는 어떤점에서 쓸모가 있을까?’를 주제로 책을 통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역사의 뜻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역사를 ‘인류 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거 사실들에 대한 인식’이라고 명기하고 있습니다(출처1 참조). 이 뜻에서 눈에 띄는 단어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인식’이 그것입니다. 인식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아는 일’입니다. 따라서 역사는 과거를 아는 것이고, 또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결정이나 행동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게 해 줍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들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좋은 일이 일어난 이유를 알면 좋은 일이 또 생기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나쁜일이 일어난 이유를 알면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공부하면 과거의 성공담과 실패담으로부터 배워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역사를 알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이 어떻게 변해 왔는 지 알 수 있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법도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출처2 참조).
그럼에도 역사는 우리에게 다르게 이해되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를 돌이켜보면, 역사는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의 많은 부분을 시험보기 위해 외우고 또 시험만 끝나면 이내 잊어버리는 속칭, 시험용 ‘암기 과목’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한번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은 되돌릴 수 없고 변하지 않기에, 수십만 년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핵심 내용 위주로 달달 외워야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과거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러한 행동을 했고, 어떤 마음으로 도구나 물건들을 만들고 사용했는지 곱씹어 볼 생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출처3 참조). 그로 인해 역사를 접하는 학생들에게는 역사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에 있어서 역사는 마치 쓸데 없는 것을 배우는 과목처럼 생각되기 십상입니다. 이런 생각은 성인이 되어서도 역사의식, 즉 ‘어떠한 사회 현상을 역사적 관점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악하고, 그 변화 과정에 주체적으로 관계를 가지려는 의식’을 갖기 어렵게 합니다(출처4 참조). 따라서 우리는 학창 시절의 단순한 암기 과목으로서의 역사가 아닌 삶을 유익하게 해주는 역사의 쓸모를 찾아야 합니다. 이에 대해 언급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최태성 지음의 『역사의 쓸모』가 그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역사가 어떤 점에서 쓸모가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아래 출처5 참조).
요즘처럼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시대에 ‘쓸데없다’는 말은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합니다. 쓸모 있는 것을 남보다 얼마나 더 많이 가졌는가로 성공을 가늠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돈 버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면 모두 쓸데없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 속에 이 ‘쓸데없다’는 것만 찾아 모은 분이 있습니다. 바로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입니다. ‘유遺’라는 한자는 ‘버리다, 유기하다’라는 뜻입니다. ‘유사遺事’라는 건 말 그대로 ‘버려진 것들을 모은 역사’입니다.
반면에 『삼국사기』는 고려시대 유학자 김부식이 인종의 명을 받아 편찬한 삼국시대의 역사서입니다. 어느 연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어떤 인물이 있었는지를 쭉 정리한 책입니다. 나라가 주도하여 편찬한 정사正史이기 때문에 신비하고 기이한 일을 전하는 야사野史는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확인, 즉 팩트 체크가 된 사건만 담은 겁니다. 그래서 단군신화 같은 것들은 다루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연 스님은 청년 시절부터 정식 역사로 인정받지 못한 이러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삼국유사』에 기록했습니다. 그 덕분에 일제강점기에 단군을 모시는 대종교가 창시되어 신자들이 독립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원나라 간섭기에 민족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던 일연 스님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이야기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한 것은 물론, 괴로운 시대를 버틸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준 것입니다. 김부식은 쓸모없다고 버렸지만, 사실은 가치가 없던 것이 아니라 가치를 못 알아봤던 것이죠.
역사는 아득한 시간 동안 쌓인 무수한 사건과 인물의 기록입니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콘텐츠의 보고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의 삶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문화의 흥망성쇠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어느 새로운 대상을 접하든, 어떤 일을 벌이든 역사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없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음식도, 옷도, 우리 삶을 구성하는 주변의 모든 것이 역사 속에서 함께 발전해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요즘 고급 스포츠라고 하면 아마도 골프를 떠올릴 것입니다. 고려시대 귀족들이 즐겨 하는 고급 스포츠는 무엇일까요? 그건 매사냥이었습니다. 매를 날려 보내면 이 매가 토끼나 꿩 같은 작은 짐승들을 잡아채 옵니다. 저마다 자기 매를 가지고 모여서 내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 사냥용 매가 굉장히 비쌌습니다. 새끼일 때부터 훈련하며 길러야 하는 만큼 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 주인은 자신의 매에 하얀 깃털을 매달아둡니다. 자기 이름을 써서 이름표를 달아둔 것이죠. 이걸 떼면 도둑질입니다. 그러면 이 이름표를 뭐라고 불렀을까요? 답은 ‘시치미’입니다. 매가 비싸니까 어떤 사람들은 시치미를 떼어내고 마치 그 매가 자기 것인 양했습니다. 시치미를 떼고도 모르는 척 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시치미 떼지 말라는 말이 유래된 것입니다. 요즘도 많이 쓰는 말이죠.
이렇듯 역사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눈앞에 보이는 글자만 읽습니다. 죽어 있는 텍스트로 접하는 것이죠. 그러지 말고 역사 속에 들어가서 인물들과 만나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보는 것입니다. 꿈이 뭐예요? 왜 그런 일을 했어요? 그 선택에 후회는 없나요? 꿈이 이뤄진 것 같나요? 이렇게 물어보고 답을 상상해보는 겁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내 삶에 대입시켜서 답해보는 것이죠.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얻지 못했던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 그들의 고민, 선택, 행동 등의 의미를 짚다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역사가 갖는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말하는 책 중에 명저라고 할 수 있는 에드워드 핼릿 카Edward Hallett Carr 지음의 『역사란 무엇인가』 책에서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이하 출처6 참조).
여기서 현재는 역사가이고, 과거는 일어났던 사실들을 의미합니다. 역사가는 자신의 눈으로 과거의 사실들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역사를 만듭니다. 그래서 카는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을 통해서 그리고 현재의 문제들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며, 역사가의 주요한 임무는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임을 의미한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역사가에 의해 선택되지않은 사실들은 역사가 될 수 없고, 기억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역사가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는 어떤 역사를 만드냐의 문제이기에 역사가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카는 역사가의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의 가치관은 결국 미래에 대한 전망과 연관된다고 주장합니다. 과거를 돌이켜볼 때, 인간은 비록 우여곡절은 있었더라도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발전해왔고, 그러한 진보의 과정 자체가 인간이 합리적 이성을 지닌 존재임을 역사적으로 증명했기 때문에 미래에도 인간의 역사는 더욱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진보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믿음이 현재의 역사가와 과거의 사실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성격을 결정하고, 과거에 대한 역사가의 인식 내용을 결정한다고 카는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카는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며 현재의 가치에 비추어 의미있는 역사가 진정으로 의미있는 역사라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역사는 쓸데 없는 것이 아니라 대단히 쓸모있는 것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역사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가 역사가라는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즈음은 특히 이런 역사적 사고가 더욱 필요합니다. 이 역사적 사고는 역사 속에서 나의 선택이 어떻게 해석될지 가늠해보고,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만을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면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더 높이 올라가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서까지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근시안적인 선택을 하기 쉽습니다. 또한 본인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자신의 생각이나 말, 의견이 누군가의 나쁜 선택에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말이 어떻게 해석되고 사용될 수 있을지 점검을 해야 합니다. 내가 내뱉는 말과 지금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살펴볼 수 있다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오늘날 인터넷 시대에서는 그러한 것들로 많은 논란이 일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정보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들 정보에는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많지만 가짜 뉴스와 같은 악의적인 거짓 정보, 부정확한 정보, 광고성 정보도 많습니다. 이것들에 대해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해당 주제의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맥락을 이해하고, 편견을 찾아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역사적 사고 능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검색 포털에서 검색 결과의 순위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정보들을 놓고 시간의 흐름을 중심축으로 한 변화는 물론 과거, 현재, 미래의 상호 의존성에 대해 아는 것을 포함하여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빠름을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것이 생략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사 선택하여 정보의 편향성을 토대로 판단하기 쉽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경계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출처7 참조). 그래서 “올바른 역사적 사고는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한다.”는 말을 기억해 두어야겠습니다. 또한 역사적 사고를 갖추는 것, 이것은 역사를 더욱 쓸모있게 만들고 더 나은 나로 바로세우는 길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이상으로 이번 주 ‘책문책답’을 마치고,
다음 주에는 새로운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 출처 〉
O 출처1: 역사의 뜻 - 인류 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거 사실들에 대한 인식
O 출처2: 역사가 왜 필요할까? | 사라 월든 - 교보문고
O 출처3: 역사로 노는 아이들 | 신봉석 - 교보문고
O 출처4: 역사의식 - 나무위키
O 출처5: 『역사란 무엇인가』, 최태성 지음, 다산초당 출판, 2019.11.22 출간, 296 쪽, 역사의 쓸모 - 교보문고
O 출처6: 『역사란 무엇인가』, E .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까치 출판, 2016.06.27 출간, 264 쪽, 역사란 무엇인가(개정판 2판) - 교보문고
O 출처7: 『왜 역사를 배워야 할까?』, 샘 와인버그 지음, 정종복 옮김, 휴머니스트 출판, 2019.12.12 출간, 298 쪽, 왜 역사를 배워야 할까? - 교보문고, SNS가 지배하는 사회… '역사적 사고' 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