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비루사 언덕 / 松花 김윤자
-서지중해 크루즈
사진:松花
카르타고 제국의
가장 높은 지대 비루사 언덕
로마는 포에니 전쟁 승리로
한니발 장군을 여기 무릎 꿇게 하고
산산이 꺾어 증발시킨
피 서린 영토
하나의 생명도 남김없이 불사르고
풀뿌리조차 소금 뿌려 소멸시킨
생의 끝자락
타다가, 타다가 죽음조차 지쳐
맥을 놓아버린 석조건물 앙상한 등뼈만이
서러운 강을 건너 그날을 읊조린다.
언덕 아래, 아픔을 살라먹은 지중해는
푸른 발로 일어서서 튀니지를 밝히고
하얗게 눈뜬 집들이 언덕을 다시 받들어 세우고
비극과 희극이 만나는 찰나의 활시위
그날의 회오리바람만 아니면
누가 이곳을 슬픈 언덕이라 할까
튀니지 비루사 언덕-2012년 4월 서지중해 크루즈 이탈리아, 프랑스, 모나코, 튀니지 4개국 문학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