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 절단은 법정장애로 인정해주는 반면 발가락 9개 절단
은 장애판정을 해주지 않는 등 현행 장애인 판정기준이 비현실적
인 데다 형평성까지 잃고 있다.또 장애판정 기준이 지나치게 제한
적이어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정장애인 비율(3.09%)이 미
국의 25%수준에 불과하고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10%)의 절반에
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장애인복지법시행령 및 시행규칙
상 지체장애,뇌병변장애,시각장애,청각장애,정신장애 등 장애종류를
10가지로 나눠 장애정도에 따라 1∼6급으로 분류하고 세금감면과
금융지원을 해주고 있으나 판정기준과 등급이 지나치게 비합리적
이다.
현행 장애등급 기준상 두 손의 엄지를 잃은 경우 지체장애4급 판
정을 해주지만 두발의 모든 발가락을 잃은 경우에는 그보다 낮은
지체 장애 5급 판정을 해주도록 돼 있다. 그나마 발가락 9개를 잃
은 경우는 아예 법정장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직장암이나 대장암 등 질병으로 인해 항문이나 방광을 제거하고
신체 외부에 인공항문이나 인공방광을 부착해 대소변을 받아내는
경우에도 법정장애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한편 심장이나 신장을 이식받은 사람은 생활 불편과 관계없이 신
장 또는 심장장애인 판정을 받을 수 있고,지능지수가 71 이상이면
서 간헐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도 중증장애에 속하는
발달장애(자폐증) 3급 판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안면기형이나 간질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
는 사람이라도 현행 규정으로는 장애인 판정을 받을 수 없어 각종
세금감면 등 법의 보호에서 벗어나 있는 등 장애인 판정기준이
형평을 잃고 있다.
이밖에 동일한 등급의 2가지 이상 중복장애가 있는 경우 장애등
급을 한단계 높게 판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신지체와 발달
장애, 지체장애와 뇌병변장애가 중복됐을 때는 이를 인정하지 않
는 등 모순이 많다는 지적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장애범주에 신체장애뿐 아니라 특정한 일을 수
행하는 능력,개인적 요인 외에 환경적,사회적 요인 등을 포함시키
고 있다.미국과 호주는 암과 에이즈를 장애범주에 포함시키고 있
고 영국은 신체 및 정신장애로 자신의 연령,경험,자격에 상응하는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도 법정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심지어 스웨덴의 경우 자국으로 이민온 외국인이 언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사회적 장애로 인정, 법적으로 보호해주고
있다. 장애판정 기준은 장애인보건복지심의관 등 복지부 관계자와
의사 등 14인으로 구성된 장애판정위원회에서 정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장애판정 기준이 비현실적이고 지
나치게 엄격해 실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당수 장애인들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앞으로 제도보완을 통
해 장애판정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