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양반 문화가 살아있는 성주 한개 마을에 대해

[최은영]

지난 주 식탁에서 식사를 하던 중에 이번 달 독서토론 교재로 쓰일 <<관촌수필>> 책을 주문해야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남편은 책이 집에 있으니 살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이문구는 양반의 자손이다"라는 일갈과 함께 자신이 예전에 읽었던 관촌수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관촌수필은 양반의 자손인 이문구의 자전적 소설이다. 관촌수필 8장의 제목을 사자성어로 지은 것은 유학자인 할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운 영향이다. 신분제도로 사람을 구별하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이니 현재 계승할 문화가 아니겠지만(이미 사라졌다), 작가 이문구 선생의 정신 세계를 주도하는 양반 문화가 작품 곳곳에 나타난다. 
 
남편이 양반 문화에 대해 적극 옹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성주 한개 마을이 그의 고향이다. 한개는 영남의 대표적인 양반 동네 중 하나로 문화재로 지정된 민속마을이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한개 마을의 자료가 많이 나온다. 
 
<한개마을은 조선 세종조(世宗朝)에 진주목사를 역임한 이우(李友)가 처음 입향(入鄕)하여 개척한 마을로 현재는 그 후손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성산이씨 (星山李氏) 집성마을이다. 17세기부터 과거합격자를 많이 배출하였으며,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 한주(寒州) 이진상(李震相) 등의 이름난 큰 유학자와 독립운동에 헌신한 대계(大溪) 이승희(李承熙) 등의 인물을 배출하였다. 또한 마을의 전통한옥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토석(土石)담이 잘 어우러져 자연스런 마을의 동선을 유도하면서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잘 동화되어 있어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높은 마을이다...>
 
지금이야 나도 시집 온지 30년이 넘어서 잘 가지 않지만, 새댁 시절에는 매년 설, 추석, 불천위 대감 제사 때에 빠짐없이 한개에 가서 차사와 기제사 준비를 했다. 갓 결혼했을 때는 한개 집안 대소가에 인사를 드리는 회가도 했다. 집안에 사당과 정자가 있고, 특히 전통 기와집이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대학 건축학과 학생들이 견학을 오거나 현재도 TV 사극의 촬영지로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왠 시대착오적인 양반 타령이냐고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워, 워, 흥분할 필요는 없다. 반상을 구별하는 신분제도는 민주평등사상에 어긋나고 역기능이 있기에 지금 존속되고 있지 않으니까. 그러나 양반문화의 순기능도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관촌수필에서 필자의 할아버지는 마을의 정신적인 지주였으며 좌익 운동의 선봉에 선 아버지도 평소에는 양반 문화에 깃든 언행을 했다. 할아버지가 양반이 아닌 동네 아이들을 데려다 손자와 함께 한학을 가르치는 것이나 아버지가 석공 신현석이 장가갈 때 노래와 춤으로 동네 사람과 어울리는 장면에서, 특히 어머니가 신분이 낮은 동네 사람들을 늘 후하게 대접하는 데서 사람의 도리를 다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양반 사회에는 학문을 닦아 수양에 힘쓰며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고급 정신 문화가 있었던 것 같다. 
 
결혼 전에는 관심도 갖지 않았던 양반 문화에 나도 어느덧 물이 들었나보다. 이런 글을 쓰다니...

[단풍 (이풍경)]

남편분이 성산 이씨 인가보죠, 한옥마을도 있고, 세종대왕 태실이 있는, 아름다운 곳, 소나무가 많은 그곳!

[최은영]

예. 맞습니다. 선생님도 한개마을에 가보셨군요.

[김정숙]

한개 마을, 제가 사는 곳에서 넘어지면 배꼽이 닿는 자리. 성주 놀러 오세요. 😀

[최은영]

선생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