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추가 개통 지리산 둘레길

[탱이(장성진)]

10월 추가 개통 지리산 둘레길

▲ 새로 개통되는 지리산 둘레길 산청 구간에는 대숲(竹林)과 아스라한 능선과 남명 조식의 기품이 있다. 세속을 벗어난 사찰과 대나무 처럼 꼬장꼬장한 유림(儒林)의 흔적이 있다. 사진=이원규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뭍에는 둘레길이 있다. 남도 대산(大山) 지리산을 에도는 지리산 둘레길 가운데 산청 구간 42㎞가 개통됐다. 여느 구간과 마찬가지로 자연과 역사가 두루 겹쳐진 길이다. 10월 중 공식 개통 예정인 이 구간을 다녀왔다.

유난히 무더웠다. '초록의 독재'가 마냥 계속되는 줄만 알았다. 한바탕 비를 쏟아 붓더니 아침저녁 기온이 완연히 꺾였다. 계절의 순환에는 어김이 없다. 붉나무와 옻나무부터 홍조를 띠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모든 수목이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한다.

'단풍의 향연'이 주는 낭만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꽃봉오리 같은 백두대간의 산봉우리들이 단풍 소식을 전한다. 10월 3일 설악산에 첫 단풍이 든다는 내용이다. 단풍의 남하속도는 하루 25㎞이니, 곧 지리산도 온통 불이 붙었다는 소식이 들리는 듯하다.

그 지리산을 찾을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 지리산 둘레길 경남 산청 구간 42㎞가 10월 중 개통된다. 구간은 산청 중태리에서 수철마을까지다. 남원 운봉~인월~함양 금계~동강~수철마을까지 70㎞는 이미 개통되어 있다. 여기에 산청 수철~중태리까지 42㎞가 추가 개통되면 지리산 둘레길은 총 110㎞가 넘게 된다. 산청군 산림과 관계자는 "개통식만 하지 않았을 뿐 길은 완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나머지 하동이나 구례도 탄력을 받아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개통 작업을 서두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산은 덩치가 넓고 높고 깊다. 그래서 남원~함양 쪽을 외지리(外智異)라 하고, 구례~하동~산청 쪽은 내리지(內智異)라 한다. 산청은 내지리 중에서도 지리산 정상 천왕봉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가장 많은 등산객이 찾는 곳이 바로 산청 중산리다.

이번에 개통되는 구간 시작점이자 끝 지점인 중태리에서 유점골과 불당골을 지나 덕천강까지 5.8㎞의 내리막길로 내려온 뒤 덕천강을 따라 거슬러 덕산중고교 앞 다리를 건너면 덕천서원이 나온다. 지리산 정신의 상징적 인물인 남명 조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이다. 남명은 벼슬을 사직한 뒤 왕이 불러도 사양하고 후학들을 양성하며 지냈다. 그는 이곳에서 지리산 같은 기개를 엿볼 수 있는 시를 남겼다.

'천석이나 되는 종을 보게나/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네/어찌하면 저 두류산처럼/하늘이 울어도 오히려 울지 않을 수 있으랴'

지리산을 하늘보다 더 통이 큰 산으로 본 그였다. "선(善)을 따르기는 산을 오르듯이 어렵고, 악(惡)을 따르기는 무너져 내리듯 쉽다"고도 했다.

남명의 체취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백운동계곡이다. 백운동, 용문동천, 영남제일천석 등의 글자가 암석에 새겨져 있다. 남명은 그곳에 올라 "푸른 산에 올라보니 온 세상이 쪽빛과 같은데, 사람의 욕심은 그칠 줄 몰라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도 세상사를 탐한다"라는 시를 남겼다. 혼탁한 세속을 피하여 지리산에 올라 호연지기를 기르고 마음의 평온을 찾으려 했던 듯하다.

산청 구간은 남명이 남긴 덕천서원, 산천재, 백운동계곡, 남강과 낙동강으로 합류되는 경호강 등을 모두 거쳐 간다. 신라시대 절터에 있는 보물 제72호와 73호인 단속사지 동·서 삼층석탑과 산청 삼매(三梅) 중 하나인 정당매도 볼 수 있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이렇게 또 가을은 깊어간다. 지리산 영봉마다 바야흐로 형형색색으로 열정과 황홀을 불태우려 준비를 하고 있다. 올가을 "아! 지리산"을 다시 한번 불러보자. 그리고 개통되는 구간을 '성찰과 참회의 심정'으로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둘러보자.

탐방 가이드: 10월 중 개통 예정인 산청 중태리~수철마을 구간에서 수철마을은 이미 개통된 구간의 시작점이자 끝 지점이기 때문에 민박집이 몇 군데 영업을 하고 있다. 마을회관도 민박이 가능할 수 있도록 새롭게 단장 중이다. 반대편 지점인 중태리는 아직 숙박 시설이 제대로 없어 불편하다. 오히려 덕천서원에서 남명 선생의 흔적을 보고 출발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덕천서원 주변엔 재래시장도 있고, 숙박시설이 잘 돼 있다.

덕천서원을 기점으로 출발했을 때 거치는 마을과 명소는 산천재~마근담~단성면 운리마을~탑동 단속사지~첨촌 청계저수지~어천마을~(아침재 임도 고갯길)~성심원~내리교~경호1교~금서면 대장마을~평촌마을 원각사 해동선원(매촌초교 폐교지)~향양교~수철리 등이다.

※길에 관한 문의: 산청군 산림녹지과 055-970-6900 (사)숲길 055-884-0850 혹은 홈페이지 www.trail.or.kr

교통: 진주에서 시천(덕산) 덕천서원행은 오전 6시 40분부터 9시 1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 덕천서원행 버스는 중태리를 거쳐서 간다. 산청버스터미널에서 수철까지는 오전 7시 30분 첫차가 있으며, 8시 50분, 10시 20분, 13시 20분, 15시 30분, 17시 40분, 18시 40분 등 운행. 산청버스터미널에서 수철마을회관까지 소요시간은 10여분 안팎. 산청군내버스 (055)973-5191, 산청버스터미널 (055)972-1616, 함양 지리산고속 (055)963-3745, 마천버스정류소 (055)962-5017, 함양버스터미널 (055)963-3281~2

숙박(민박은 대부분 식당을 겸함): 수철마을 강수성 이장(마을 민박대표) 010-8611-1322, 단성면 백운산장 055-973-7275(백운리), 청호제 010-3383-5433(청계리), 운곡관광농원 055-972-5377(청계리), 청계산장 055-973-1482(청계리), 산청사나래펜션 055-973-7755(운리).